□Sarah's page- 4
■F코드의 진실
어렸을 때 기타를 배운 적이 있다. 당시에는 포크기타 소리가 너무나 멋져보였다. 코드 잡는 연습을 했는데 기본적인 C코드, D코드는 잡기가 쉬웠는데, F코드는 잡기가 어려웠다(전체를 잡아야했으므로) 그래서 F코드를 없애고 연주하려고했는데, 어느 노래나 F코드가 없는 것이 없었다. 아마도 F코드는 곡의 흐름상 굉장히 중요한 코드인가보다
며칠전 정신과 전문의 이영문박사님의 《명견만리: F코드의 역설》이라는 방송을 보았다. 정신건강이라는 주제도 다소 불편해하는 우리사회에서 정신과 진단을 뜻하는 'F코드'라는 단어가 제목으로 등장한 것만으로도 굉장히 진보적이다.
방송에선 우리 사회에서 F코드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겪는 괴로움과 좌절을 다루었다. 마치 주홍글씨를 받은 사람들처럼 드러내놓고 치료도 받지못하고 국가와 지역사회로부터 돌봄과 지지를 받지못하는 사람들...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왜 너만 유별나게 구느냐고 좀더 의지를 키워봐라 하는 식으로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며 개인이 해결해야할 과제로 규정짓고있다.그렇게 한다면 그 무리를 배제하기가 굉장히 쉬울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않는다. 박사님 말처럼 개인의 정신건강은 곧 개개인이 이루고 있는 사회의 정신건강문제와 연결이 되기 때문에 그 병폐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가장 정점에 선 이슈가 바로 인천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미성년자인 가해자의 잔인한 범죄괴정을 앞다투어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을 들으며 나는 두번 절망하였다. 아직 친구가 그립고 관심이 필요한 나이인 가해자를 보며 절망하였고, 사회가 이지경이 되도록 만들어놓고 그 앞에서 경악을 금치못한다며 혀를 차는 어른들의 모습에 절망하였다. 마치 빌딩옥상에서 돈을 뿌려놓고 그것이 주워가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왜 이렇게 비도덕적이냐" 라고 비난하는 것과 같다.
우리 사회는 다니엘 튜더가 말한 것처럼 '불가능한 성공, 불가능한 목적'을 정해놓고 그것을 향해 가지않으면 안된다고 유치원 때부터 가르친다. 성공을 획일적인 잣대로 들이대고, 거기서 낙오된 자를 암묵적으로 배제시킨다. 이런 교육환경, 양육환경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와같이 개인과 사회의 정신 건강을 무시하는 결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2017년에는 정신건강의학과약을 복용했던 한 이등병의 자살사건이 있었다. 약복용 초기에 부작용으로 졸음이 쏟아져서 보초를 설 수 없게되자 군대에서 구타를 당하게 되고 그래서 약을 먹을 수도 안먹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가 치료초기에 다른 사람의 돌봄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약을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는 외로움과 괴로움에 방황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것이다. 이 사회의 철저한 이중구속(double band)에 갇혀서...
해외의 사례는 희망적아다. 정신질환편견이 심했던 호주는 국가적으로 정신건강정책을 펴나가고 실행을 하면서 정신건강정책과 선진국이 되엇다.그중에서도 《웰웨이즈》라는 비영리단체에서, 정신질환을 앓았던 여성이 '동료지원가'로 고용되어 현재 고통받고있는 사람을 돕는 장면을 보여 주었다.
동료지원가의 돌봄과 관심은 병식이 없어 고통받는 당사자들 에게 편안함과 안도감을 주어서 마음의 빗장을 연다.
'나는 당신의 고통을 압니다. 나는 지금 회복되었고 당신도 그렇게 될수 있어요. "라는 메시지를 온 몸으로 주는 것이다
또 정신질환에 신체와 같은 응급시스템을 갖추어 조기정신증 예방과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신체와 마찬가지로 정신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10대, 20대발병률이 매우 높은 것을 생각한다면 젊은 청년들의 황금같은 시기를 지켜주어야할 것이다. 더이상 방황하지말고 조기에 대응하여 그들의 치료 계획과 평생계획을 세우는 데 지원해야한다.
정신질환은 뇌질환이고 만성질환으로,
우리들이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신체의 일부인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조절을 돕는 약물을 도움도 필요한 것이다.
또 여기에 관심과 돌봄의 《맘프로젝트》도 소개하였다. 함께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과 충만함을 만들수 있다. 나와 함께 밥먹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으로 죽지않을 힘이 생긴다.
또 강연 중간에 즉석질문시간에
한사람이 고민을 이야기하자,
다른 청중이 자신의 경험을 오픈하며 조언을 해주었고
또 그 모습을 이영문박사님이 칭찬, 격려해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게 바로 동료지원의 모습이고,
전문가와 국가의 따뜻한 시선이 아니겠는가
이제는 이렇듯 공감과 공존하는 것이 꼭 필요한 시대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생각은 국가의 정책과 예산이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정책은 관심이다.
정신질환을 경험한 수 많은 사람들, 편견에 속으로 눈물 흘리는 가족들, 이 아이를 어떻게 이 나라에 맡기고 죽나 하며 가슴을 치는 부모들.....
이 글을 읽는 이 순간에도 40분에 1명 꼴로 자살하는 통계도 국가가 관심을 갖고 행동하지않으면
이 지옥의 mood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아직도 정신지체와 정신장애를 구분도 못하고,
국가 지도자의 정신건강에 관심이 없고 ,
자살률 1위가 우리집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생각을 가진, 지역사회의 정신건강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는 지역사회 지도자가 있다면
이제는 그 사람의 정신건강을 의심해야할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F코드의 진실'은
이는 단지 질병의 분류기호일 뿐이라는 것이다.
마치 백내장, 당뇨처럼.......
실제로 정신질환은 다른 신체질환처럼 지속적으로 관리를 한다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한 병이다
질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진실...
정신질환을 겪은 이들도 이제 자신의 목소리(voice)를 내고, 함께 회복의 길을 논의할 수 있는 그런 성숙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
비록 인생의 중도에 정신질횐을 겪게 되더라도
네 삶이 불행해질 이유는 없다고,
천천히 살아가자고 손잡아주는
이웃이 있으면 좋겠다.
여전히 사람이 희망이라도, 다시 마을 공동체, 지역사회 공동체로 함께 가자고 말하는 리더가 많아지면 좋겠다.
국가가 이를 지원하는 정책과 예산으로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벚꽃잎이 지는 날,
오늘도 열심히 기타연습을 해본다.
손에 굳은 살이 아직 안박혀서인지
여전히 나에게 .
F코드는 어렵다
그래도
서툴러도
소박한 일상의 노래를
매일 조금씩 연주하고 싶다.
..........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글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TV 방송을 보지 않고도 본 것처럼 생생하네요. 나중에 제가 책을 쓴다면 이 글을 인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을 올려주신 하연맘님께 감사드립니다.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ㅜㅜ
하연맘님께서 직접 쓰신 글인지 펌해온 글인지 궁금합니다. 혹시 펌해오신 글이라면 출처를 밝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인용할 때 필요해서요.) 이 글은 프로작가가 쓴 글로 생칵되네요. 혹시 직접 쓰신 글이라면 틈틈히 써두신 글을 모아서 꼭 책을 내십사 권합니다.
앗, 제가 썼어요 ㅎㅎ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연맘(경기분당) 하연맘님~ 감탄 또 감탄입니다. 정말 잘 쓰셨어요. 기타의 F코드 얘기로 시작해서 기타의 F코드 얘기로 마무리짓는 구성이 프로의 감각이에요. 그리고 내용도 몇 문단 정도로 나누어서 조목조목 논리정연하게 서술하셔서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고 글쓴이의 주장에 동의하게 되네요. 정말 잘 쓴 글이에요. 그동안 써두셨던 글이 있으시다면 카페에 한 편씩 올려주시기를 부탁드려요. 그리고 지금까지 써두셨던 글들 잘 모아두시고 이후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글을 쓰셔서 꼭 책으로 출판하십사 권해드려요. 프로작가의 글이라고 해도 누구나 믿을 정도로 잘 쓴 글이에요. 감탄 또 감탄했어요.
Sarah's Page는 제가 정신건강관련 글을 쓸 때 사용하는 필명입니다
그렇군요. 1, 2, 3 도 있을 것 같은데 이전에 올리셨는지요? 혹 올리시지 않았다면 올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촛불 (대구) 네~~~
칭찬과 격려 감사합니다
글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글을 당분간 [카페홈전체 공지글]로 지정해 둘게요. 그리고 나중에 제가 책을 쓰게 되면 인용하도록 할게요. (허락해 주실거죠?) 너무나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 또 감사드려요.
넵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명견만리 영상을 볼 수 있는 곳도 있을까요??
1. 저는 포털검색어에 명견만리 다시보기해서 보았어요
2. kbs 다시보기(유료인둣)
3. 유투브에는 5분짜리 3개 정도 올라와있어요
저는 산후조리원에서 명견만리-F코드의 역설을 보았어요. 그런데 절실하게 공감되는 부분이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들은 사회 안전망이 전혀 없고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엇어요. 제가 그것을 체험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
얘기와 함께 평온한 기간 보내시길 기도해요. 인생의 여름방학이라고 생각하시고 푹 누리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이런 글들을 보면
자꾸 눈물이 나네요ㅠㅜ
ㅠㅠ
저도 그랬어요 ㅜㅜ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밝게 살다보면 저도 행복할 날 오겠지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아직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 사실 ....
희망은 이미 있어요.
이렇게 희망을 찾으려고 하는게 희망의 씨앗입니다
천정숙 (대구) 그 동안에는 사라에 열쇠 있지만 저 스스로 카페 글 올린 처음이지만 그 하연만 (경기분당) 이런 글을 좀 계속 해서 사라열쇠 카페 올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격려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ㅜ
저는 오늘 새벽에 하연만(경기분당) 보고 글을 올린 천정숙(대구) 에 살고 있는 (f) 코드인 사람들 중에 한 사람 입니다. 그리고 사라열쇠 회원이고 해서 가끔은 사라열쇠 카페을 보는 회원 해서 보는데 하연담(경기분당) 계시는 쓰신 글이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과 너무나 같은 글 이라서 책을 출판 하시면 꼭 연락 주시면 하연맘(경기분당) 읽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f)코드에 희망 늘 행복한 하루을 살아 가실길 기원 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