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캐슬뷰양로원에 한식을 무료로 제공해 온 이웃사랑 실천자가 있다. 바로 김재섭(45년생 해방둥이) 블루어 일번지 대표. 매주 화요일에는 노인 50명분의 음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그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오늘(8월18일)도 양로원에 보낼 음식준비에 바쁜 김 대표는 “80년대 말부터 늘 해오는 일이라 몸에 습관이 돼서 이날은 다른 일을 먼저 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최근 식당 경기가 어려워져 세 식구가 매달리고 있지만 몸이 피곤해도 한국의 팔순 부모를 생각하면 멈출 수 없는 일이다.
“20년 전에는 캐슬뷰양로원에 한인이 6명밖에 없었다. 점점 늘어나 이제 50~60명이 된다. 일주일 내내 양식과 빵만 먹던 노인들이 한식이 도착하면 너무 좋아한다. 김치, 나물, 미역, 된장국 등을 가급적 맵지 않게 만들고 있다.”
한때 양로원측에서 김치 냄새가 다른 노인들에 피해를 주고 위생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한식 제공을 금하기도 했다. 이에 김명천(한가족 선교회) 목사가 “한식은 한인 노인들에게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라고 호소, 토론토시로부터 일번지 식당에서만 음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겨우 허락을 받았다. 김 대표가 처음 양로원에 한식을 제공하게 된 동기도 김 목사의 부탁에서 출발한다.
“한식을 아껴 먹으려고 침대 밑에 숨겨놓는 할머니들도 있었다. 그러다 음식이 쉬거나 관리인에 들켜 싫은 소리를 듣기도 했다. 자녀들이 한번씩 불고기 파티를 해주면 냄새가 심하다며 주변의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식이 건강음식으로 많이 알려지면서 외국인들이 보는 눈도 달라졌다. 김치, 생선 냄새를 싫어하던 캐네디언들이 요즘에는 중식이나 일식보다 한식을 먼저 찾는다.
“냄새난다고 꺼리던 외국인들이 매운탕, 김치찌개를 시키면서 맵게 해달라고 주문한다. 옛날에 비해 한식이 많이 알려져 식당 손님의 70%가 외국인이다. 돌솥, 비빔밥, 민어찌개 등을 서슴없이 주문한다.”
김씨는 한국에서 천주교 세례를 받은 가톨릭 가족이다. 김소심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딸은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부인과 아들(매니저)이 현재 식당일을 함께 돕고 있다. 주일에는 온 가족이 한맘(성 김대건 천주교회)성당에 다닌다.
“가게일 때문에 가끔 아내가 성당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가족이 함께 성당에 다닌다. 양로원 봉사는 음식점을 하기 때문에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어머니가 잘한다며 늘 칭찬한다.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이다.”
김씨는 한인사회봉사회의 연말 ‘사랑의 양식’ 운동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