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랭킹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내년에 꼭 근성을 되찾아 챔피언에 오르세요. 프로세계에서 랭킹은 의미가 없습니다!”
4전5기의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던 전 세계권투협회(WBA) 챔피언 홍수환씨(54)가 호랑이의 야성을 일깨웠다.
홍씨는 19일 기아 납회에서 마련된 ‘챔피언 특강’에서 “도전하는 자세, 집념을 향한 땀, 그리고 근성이 하나될 때 진정한 챔피언이 될 수 있다”며 “강팀에 올라 있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순위를 뛰어넘는 진정한 챔피언이 되라”고 주문했다.
최근 ‘챔피언 전도사’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홍씨는 지난 77년 엑토르 카라스키야와의 WBA 주니어 페더급 타이틀 매치를 예로 들며 “‘저승에서 온 사자’라는 별명이 붙은 카라스키야가 나를 4번이나 링에 눕히고도 진 것은 자만과 방심 때문이었다”며 “2년 연속 정규리그 2위에 오른 여러분의 마음속에 혹시나 자리잡고 있을 방심을 이 순간에 다 걷어내라”고 강조했다. 해태 시절 통산 9차례나 정상에 올랐지만 지난 2001년 기아로 재탄생한 뒤 2002~2003년 포스트시즌에서 2년 연속 정상 도전에 실패했던 기아 선수단에는 뼈아픈 일침이었다.
그는 또 “매일 아침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조깅을 하면 분명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라며 “매일 자신이 정한 훈련량만 소화하면 진정한 프로에게는 술을 마시든, 담배를 피우든 상관 없을 것”이라는 이색 조언을 하기도 했다.
강의 내내 고개를 끄덕이던 이종범 등 기아선수들은 ‘나는 2004년 기아 타이거즈의 기쁨이 된다’는 주문을 따라한 뒤 2004시즌 우승 의지를 다졌다.
지난 7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놀드 테일러를 꺾고 WBA 밴턴급 챔피언이 된 홍씨는 77년 주니어 페더급 챔피언에 오르며 두 체급에서 세계챔피언에 등극했다. 10여년간의 이민생활을 청산한 뒤 지난 93년에 귀국해 강연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