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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도 모두 끝난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겨울 방학이 끝나 갈 무렵
현영이 초등학교 동창회를 열어보자고 영섭에게 제의했다.
이제는 청년이 다 된 동창들을 만나보는 것도 의미가 있고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지 않는냐며, 영섭도 많이 변했을 초등학교 동창들이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과 그때까지도 마음에 앙금으로 남아 있는 혜숙을 어쩌면 만나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현영의 말에 동의해서 현영과 초등학교 동창회를 의논하고 있을 때 보영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영섭이니? 나 보영이야.”
“그래! 보영이구나,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있었어?”
“응! 너도 잘 지냈지?, 너 한양대 토목과에 입학한 것 축하한다.”
“어떻게 알았어.”
“다 아는 수가 있지.”
“그런데 너는 어느 대학에 들어갔니?”
“나중에 알게 될 거야.”
“그 건 무슨 말이냐?, 지금 가르쳐 주면 안 되니?”
“곧 알게 돼, 현영이도 한양대 건축과에 들어갔다며?”
“너는 우리에 대해서 다 아는 데 우리는 너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구나.”
“관심이 없어서이겠지.”
“그래 미안하다.”
“아니야! 됐어, 그럼 끊자.”
“잠깐만, 보영아! 우리, 나하고 현영이하고 말이야, 초등학교 동창회를 가져볼까 하고 계획 중인데 너도 같이 협조 좀 해 줄래? 실은 그 일로 너에게 전화하려던 참이야.”
“그것 괜찮은 생각이다. 대학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만나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그래!”
“잘됐다. 그럼! 너는 여자들의 의견을 모아 봐, 우리는 남자들 의견을 모아 볼게.”
“그래! 알았어! 내가 알아보고 전화할께.”
“고맙다, 그리고 자주 연락하자.”
“알았어, 그럼, 안녕!”
“아니 현영이 옆에 있는데 바꿔 줄까?”
“아니야! 됐어, 동창회 하면 보겠지.”
“그래! 그럼 너도 잘 있어.”
그렇게 전화를 끊으며 영섭은 옆에 있는 현영에게 미안하였지만, 현영은 아무 말 없이 무심한 척한다.
그런 현영을 보고
“너 보영과 어떻게 된 거냐?”하고 묻는 영섭에게
“너무 다 알려고 하지 마”하고 웃는다.
이렇게 해서 초등학교 동창회가 열렸다.
세 사람의 노력으로 거의 모든 동창이 모였지만 혜숙은 나타나지 않았다.
6년여 만에 만나는 동창이지만 초등학교 동창이라 모두 스스럼없이 반가워했다.
많이들 변했지만, 남자애들 보다 여자애들의 변화가 많았고 많이들 예뻐졌지만, 그중에도 보영이 많이 변했다.
어려서도 그랬지만 사춘기의 티를 벗고 피어나서인지 더 예쁘고 활달하여 졌고 적당히 치기도 보여 동창들의 눈을 많이 끌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얼마 안 남긴 보영이 살짝 밑 화장을 해서 더욱 예쁘고 돋보이게 하였다. 대학 입시공부를 하느라 못 만난 것이 불과 일 년 남짓인데 영섭도 보영의 변화를 실감했다.
특히 현영은 보영을 보자 귀중한 보물을 흘려버린 것 같은 그런 생각을 했다.
공부도 공부지만 숙영과 만나느라 그동안 보영이를 못 보고 지냈는데 오늘 보영이를 보곤 그동안 자기가 소원했던 것을 후회했다.
동창회는 영섭과 현영 그리고 보영이의 주도로 즐겁게 끝났다.
동창회에서는 동창들 대부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진학을 하는 학생들이라 자기가 입학한 대학에 대하여 어떤 사람은 자랑으로 어떤 사람은 쑥스러움으로 서로가 입학한 학교에 대하여 말했지만, 보영은 어느 대학에 들어갔느냐고 묻는 동창들의 물음에 미소로 대답했다.
영섭도 물었지만, 나중에 알려준다며 피했다.
동창회를 끝나고 다음 날
영섭을 찾아온 현영이 말했다.
“어제 동창회 굉장했어. 너 언제 그렇게 말재주가 늘었니? 유머도 그렇고. 중학 때까지는 꽁생원이었는데.”
“나보다 사회를 본 네가 더 잘하더라.”
“그래도 동창회장 선거에서는 아무도 너와 대적이 안 됐잖아?”
“모두 사양해서 그렇지. 그게 대단한 감투가 아니니까.”
“그렇지 않아 몇몇은 여자애들의 관심을 끌려고 출마했지만 한두 표뿐이 못 얻고 너한테 몰 표였잖아?”
“그 건 너와 보영이가 분위기를 그렇게 이끌었기 때문이야.”
“보영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너 보영이 어떻게 생각해?”
“그게 무슨 말이야? 보영이를 어떻게 생각하다니?”
“여자 친구로 말이야?”
“친한 여자 친구로 생각하지.”
“이성으로서 사귀고 싶은 생각은 없니?”
“이성의 여자 친구로 만나고 있잖아?”
“너 왜 그러니? 내가 묻는 의도를 몰라서 그러니?”
“알아, 그리고 충분히 대답했잖아.”
“그럼 내가 다시 보영이와 사귀어도 괜찮겠니?”
“지금도 사귀고 있잖아?”
“너 정말 왜 그래? 너 혹시 보영이를 연인으로 사귀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보영이는 너와 사귀고 있는 것 아니냐?”
“숙영이와 만나느라 보영이를 못 본 지, 꽤 됐어, 그래서 이제 본격적으로 보영이를 여자로서 만나려고 하는데 너 괜찮겠니?”
“그걸 왜 나에게 물어?”
“네가 보영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해서.”
“나는 아까도 말했지만, 초등학교 동창으로 생각하지.”
“그럼, 내가 본격적으로 보영이와 사귀어도 괜찮단 말이지?”
“나야 괜찮지만 너 지금 사귀는 여자 숙영인가는 어떻게 하고?”
“끝내야겠지.”
“그렇게 간단히!”
“보영이가 나와의 다시 만남을 허락한다면 간단히 끝낼 수 있어.”
“생각보다 너 잔인하구나.”
반 농담으로 한 이 말을 영섭은 나중에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영섭과 헤어져 집에 오며 현영은 생각했다.
전에는 몰랐던 보영의 매력을 어제 동창회에서 보았다고
전에도 보영이 발랄하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제 본 보영은 발랄하고 예쁠 뿐만 아니라 치기와 지적인 매력까지 있어 보여 고등학생 때는 숙영이 보영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본 보영은 숙영보다도 더 호감이 갔다.
어떻게 1년여 만에 사람이 그렇게 바뀌는가?
그런 생각을 하던 현영이 보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보영이니?”
“그런데 누구신지?”
“나, 현영이야. 잘 있었니?”
“응! 현영이! 네가 웬일이니? 전화를 다하고?”
보영이 목소리에서 어딘지 모를 경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왜? 나는 전화하면 안 되니?”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전화해서---”
“그냥 궁금해서 전화했어.”
보영의 경계심을 느낀 현영은 만나자는 말이 선 듯 안 나왔다.
“궁금하긴 어제 봤잖아.”
“그런데도 네가 보고 싶어서.”
“쌩둥 맞은 소리 다 듣겠다. 네가 왜 갑자기 내가 보고 싶니? 더군다나 어제 만났는데, 그런 소리 말고 끊자.”
역시 보영이 현영을 경계하는 것 같다.
그렇게 보영이 전화를 끊고 그날은 그렇게 넘어갔다.
며칠 후 현영이 다시 보영이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보영이니? 나 현영이야.”
“이번엔 또 무슨 일이니?”
며칠 전 현영의 전화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던 보영이 대뜸 그렇게 물어온다
“만나고 싶어서---”
“난 너하고 만날 이유가 없어.”
“지난 일은 내가 잘못했어, 나 다시 너하고 사귀고 싶어.”
“갑자기 무슨 말이냐? 우린 초등학교 동창인데 또 무얼 사귀냐?”
“아니 그런 사귐 말고, 전같이 이성으로 교제 말이야.”
“넌 참 이상한 애로구나. 언제는 이렇다 하는 말 한마디 없이 나한테서 가버리더니.”
“그래서 사과하잖아! 내가 잘못했다고.”
“너 점점 왜 그러니? 나는 네가 사귀고 싶으면 사귀고 싫으면 헤어지고 네 마음대로 해도 되는 사람이냐?”
“그래! 잘못했어. 나를 용서해줘.”
“나는 싫어! 너와 다시 만나는 것, 그러니까 다시는 내게 전화하지 마라. 이제는 네가 전화하면 안 받을 거야.”
사람의 마음이란 묘한 것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싫어하면 할수록 빠져들게 된다.
현영이 이렇게 보영이에게 빠져 있는 동안도 숙영은 더욱 적극적으로 현영을 따랐다.
현영이 보영에게 다시 관심을 보이면서 자연 숙영과의 사이가 소원해지고
그래서 현영의 마음이 자기를 떠나고 있다는 여자의 예감이 숙영을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들었나 보다.
방학이 되어 떨어져 있는 동안 편지도 자주하더니 현영의 마음이 흔들리는 낌새를 눈치채고는 두세 번 적성을 다녀가며 부모님께도 인사를 드려 현영 어머니가 보시고 대학생이 되더니 여자 친구도 생겼다고 현영을 놀리면서도 흐뭇해하셨다.
숙영이는 현영이 처음 만났을 때보다 어찌 보면 조금 야윈 것 같았지만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고 살결이 희어진 것이 오히려 숙영을 예쁘고 청순하게 보이게 했다.
첫댓글 즐~~~감!
즐독입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무혈님!
기상조건님!
지키미님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즐독하욌습니다
안가을님!
감사합니다.
졸작을 보아 주셔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우뢰소리 아니예요 항삼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하였습니다 저의 욕심이지만
후속 작품도 빠른시일내에 올려주시면
감사히 즐독하겠습니다
ㅈㄷ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