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천 임진강 댑싸리 정원
들어가려면 퀴즈 하나 풀어야 됩니다. ^^
▲ 위 사진에서 억새와 갈대를 구분하라?
가족과 함께 왔을 때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주고 답까지 알려주면, 그냥 꽃구경만 하고 지나가는 것보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왕코스모스 뒤로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것은 억새. 햇빛에 반짝임.
뒤에 칙칙한 갈색, 황갈색은 물 좋아하는 갈대.
예전엔 갈대비 만들었음. 크도 2m 이상 크게 자라고 강가, 습지에 군락.
까먹지 말고 해마다 한번씩 복습합시다. ^^
▲ 신철원, 멀리 금학산 우측으로 빼꼼 고대산.
10월 4일 (일), 원래 이날 첫 목적지는 연천이 아니라 철원 고석정 꽃밭이었다.
고석정 꽃밭에 도착했는데 차도 많고 사람은 더 많습니다.
점심시간이라 주변 음식점도 난리입니다. 콩마을가마솥두부, 뼈칼국수, 어랑손만두, 많아야 서너 곳인데
줄 서서 기다리다가는 하세월이라 꽃구경까지 포기하고 차를 돌렸습니다.
찾아간 곳은 동네 사람들이 주로 찾는 서울식당 오징어물회.
한가해서 언제 가도 비교적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집입니다.
오징어물회라고 해서 오징어가 떡하니 보이는 건 아닙니다.
채 썬 배와 오이 사이에 오징어도 가늘게 채 썰어 들어가 있어 눈으로 찾기보다는 씹어봐야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밥 위에 배, 오이, 오징어를 올리고 초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으면 끝.
“비빔밥에 무슨 배를 넣어 먹느냐?”
제게 따지지 마십시오. 주인이 밥에 배를 비벼 먹으라고 주는데 저로서는 불가항력입니다. ㅎㅎ
그런데 맛이 좋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밥에 배를 비벼 먹어보기는 처음이라, 이 맛도 난생처음입니다.
고석정 주변에서 줄 서며 배회하지 말고, 한적한 로컬집 ‘서울식당 오징어물회’도 한번 찾아볼 만합니다.
서울식당 오징어물회
철원군 동송읍 태봉로 2177
전화 033-455-7404
매월 1, 3주 월요일 휴무
브레이크타임 15:00~17:00
물회 2인분 25,000원, 공기밥 2,000원, 막걸리 5,000원, 합 32,000원. - 제가 먹은 거.
제5주차장에 파킹하고 들어서자마자 꽃밭입니다.
입구부터 황화코스모스, 왕코스모스, 백일홍으로 아주 도배를 해놨습니다.
어릴 적 길가에서 보던 여리여리하고 작은 코스모스를 생각하면 안 됩니다. 요즘 꽃밭에서는 큼직한 ‘왕코스모스’가 주류입니다.
“어! 코스모스가 왜 이렇게 커?”
괜히 한마디 했다가는 촌넘 소리 듣기 딱 좋으니 ‘왕코스모스’ 하나는 기억해 둡시다. ㅎㅎ
노란색, 주황색으로 꽃밭을 뒤덮은 것도 코스모스입니다. 이름은 ‘황화코스모스’.
그러니 코스모스 하면 분홍, 흰색 꽃만 떠올리던 옛날 상식 가지고 다니다가는 여기서 또 촌넘 됩니다. ^^
요즘 꽃밭은 왕코스모스와 황화코스모스가 대세입니다.
댑싸리 정원답게 가운데 메인 행사장은 댑싸리가 차지하고, 외곽은 백일홍이 든든하게 백그라운드를 깔아줍니다.
댑싸리가 어디서 건너왔는지는 몰라도 제게는 그리 낯선 식물이 아닙니다.
양주 나리농원 천일홍 축제에서 워낙 자주 봤고,
산림과에 있을 때는 축제 기간 내내 1, 2, 3주차장 먼지 나지 말라고 물차 끌고 다니며 물 뿌린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남들은 “와, 댑싸리 예쁘다” 하는데 저는 예쁘긴 예뻐도 약간의 매너리즘이 있습니다. ㅎㅎ
몇 년을 보고 또 봤으니 꽃구경 온 사람 눈과, 물차 몰던 사람 눈이 같을 수는 없겠지요.
◆ 150년 된 뽕나무 보호수
댑싸리밭 한쪽, 돌무덤 옆에 아주 굵은 뽕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안내판을 보니 수령이 무려 150년.
세상에, 이렇게 굵은 뽕나무를 보는 것도 처음입니다.
누에가 떼로 달라붙어 1년 내내 먹어도 남을 것 같은 잎을 달고 있습니다. ㅎㅎ
처음에는 댑싸리 정원을 만들면서 어디선가 큰 나무를 옮겨 심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뽕나무입니다.
양주에도 보호수가 50여 그루 있지만, ‘150년 된 뽕나무 보호수’는 저한테도 듣보잡입니다.
느티나무나 은행나무 보호수는 많이 봤어도, 뽕나무가 이렇게 굵게 자라 보호수 대접을 받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온통 댑싸리, 백일홍, 코스모스에 정신이 팔려 이 늙은 뽕나무는 거의 그냥 지나칩니다.
저 같으면 꽃보다 이 나무 앞에서 한번 더 멈춰 서겠습니다.
댑싸리는 해마다 심었다 걷어내지만, 이 뽕나무는 그 자리에서 150년 세월을 지켜봤으니까요.
황화코스모스 꽃밭에 들어서면 역시 사진 찍는 여인들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여자가 여자를 찍어주기도 하고, 남자가 여자를 찍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남자가 남자를 꽃밭 한가운데 세워놓고 찍어주는 풍경은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ㅎㅎ
노란 우산까지 받쳐 들었으니 황화코스모스와 제대로 한몸이 됐습니다.
◆ 제 눈에는 댑싸리보다 백일홍 정원
이름은 ‘댑싸리 정원’이지만 제 눈에는 오히려 백일홍 정원입니다.
배롱나무를 ‘목백일홍’이라 부르지만, 우리가 꽃밭에서 보는 백일홍은 나무가 아니라 한해살이풀입니다.
한철 피고 끝나는 꽃인데도 여름부터 가을까지 오래도록 꽃을 이어가니 ‘백일홍’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꽃이 지고 씨가 떨어지면 이듬해 그 자리 주변에서 또 올라오기도 합니다.
한해살이인데도 해마다 다시 만나는 꽃.
그래서 그런지 백일홍을 보고 있으면 조금 처연한 생각도 듭니다.
한철 동안 할 일 다 하고, 꽃 피울 만큼 다 피운 뒤 조용히 물러나는 모습이 꼭 자식에게 할 일 다 해놓고 떠나는 부모님 같습니다.
동백처럼 꽃송이가 통째로 뚝 떨어지는 꽃은 아니지만, 제 눈에는 그 마지막이 어쩐지 비슷하게 애잔합니다.
◆ 꽃밭 바로 옆에는 임진강이 흐른다
연천 임진강 댑싸리 정원은 연천군 중면 삼곶리, 말 그대로 임진강 바로 옆에 만들어 놓은 정원입니다.
굳이 한마디로 묶자면 철원이 한탄강의 땅이라면, 연천은 임진강의 땅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합니다.
그렇다고 연천에 한탄강이 흐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탄강은 북한에서 시작해 철원을 지나 연천으로 내려와 임진강에 합류합니다.
다만 풍경의 중심으로 보면 철원에서는 한탄강이 앞에 서고, 연천에 들어오면 임진강의 존재감이 훨씬 커집니다.
철원 고석정에서는 한탄강을 보고, 연천 삼곶리에서는 임진강을 바라보는 셈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댑싸리, 백일홍, 코스모스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어
바로 옆으로 임진강이 흐르고 있다는 데는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꽃만 보지 말고 지도를 한번 펼쳐보면 이곳이 꽤 재미있는 자리입니다.
임진강도 북녘에서 내려오는 강이고, 한탄강도 북에서 내려와 철원, 연천을 거쳐 임진강에 몸을 섞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꽃구경하며 걷는 바로 옆으로 북녘에서 흘러온 강물이 지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삼곶리에서 이 길을 더 북쪽으로 따라가면 태풍전망대로 이어집니다. 이번에도 전망대를 가보려고 했는데 점심시간에 걸렸습니다.
태풍전망대는 아무 때나 차를 몰고 들어가는 방식은 아니고, 중면 출입안내소에서 접수한 뒤 정해진 시간에 들어갑니다.
하루 출발은 09:30, 11:00, 13:30, 15:00이고 성인은 신분증도 필요합니다.
단체 관광버스는 사전예약이 필요하지만 개인은 말 그대로 ‘무대포 방문’도 가능하되, 출발시간은 맞춰야 합니다.
“점심 끝나고 1시 이후에 오세요.”
라는 말을 듣고 전망대는 그냥 패스했습니다.
여기서 임진강을 바라보니 군남댐과 한탄강댐 생각도 납니다. 둘 다 홍수조절을 목적으로 만든 댐입니다.
군남홍수조절지는 임진강 홍수와 북측 댐의 갑작스러운 방류 등에 대비하고,
한탄강댐은 한탄강의 홍수를 조절해 임진강 유역의 홍수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북한강 쪽에는 흔히 ‘금강산댐’이라 불렸던 북한의 임남댐이 있고, 그 하류 우리 쪽에는 평화의댐이 있습니다.
금강산댐에 대응하는 것이 평화의댐이고, 군남홍수조절지는 임진강 홍수와 북측 댐 방류에 대비하는 시설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꽃구경하러 왔다가 지도를 펼쳐보면,
여기가 단순한 댑싸리 꽃밭이 아니라 북녘에서 흘러온 강물이 지나가는 접경지역이라는 것이 새삼 보입니다.
◆ 나갈 때도 퀴즈 하나
이제 한 바퀴 돌아 주차장으로 나갑니다.
그런데 들어올 때 퀴즈를 풀었으니 나갈 때도 그냥 보내드릴 수는 없습니다. ㅎㅎ
▲ 위 사진에서 억새와 갈대를 구분하라?
앞쪽에서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며 부드럽게 흔들리는 것은 억새.
그 뒤로 키가 훨씬 크고, 갈색빛을 띠며 무성하게 서 있는 것은 갈대입니다.
억새는 산과 들, 갈대는 물가 !!
들어올 때 배웠는데 나갈 때 또 틀리면 곤란합니다. ^^
꽃 이름 몇 개 외우고, 억새와 갈대까지 구분할 줄 알게 됐으면 연천 댑싸리 정원 꽃구경 본전은 뽑았습니다. ㅎㅎ
첫댓글 억새와 갈대 산 다닌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구분
그런데 강가의 갈대는 길다란 옥수수(아니고) 같은 열매 같은게 달린다는 사실
내가 감성적이지 못해 그런지 아직은 산 말고 여행은 끌리지 않으니 우짤꼬
오징어 물회를 철원 땅에서 먹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나 할까
광인님도 철원 땅에서 오징어물회 먹는 게 영 어색했나 봅니다. ㅎㅎ
저는 이번에 배를 밥에 비벼 먹어도 된다는 걸 배웠으니, 배 한두 개 사다가 채 썰어 오이 넣고 초고추장에 비빔밥 한번 해먹어 보려고요.
혈압약 먹는 저한테 배 좀 먹으라는 소리로 들렸으니 실행하기 괜찮은 음식 아이템 같습니다.
고석정 주변 음식점이 꽤 여러 곳, 52곳 지정돼 있는데 서울식당도 그중 한 집인가 봅니다. 메뉴는 오직 오징어물회 하나인데,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국물 자작한 오리지널 오징어물회와는 180도 다른 음식이더라고요.
그리고 연천 댑싸리 정원 오는 사람들 중에는 고석정 꽃밭까지 묶어서 보는 사람들이 상당수일 겁니다.
서울 사람들이 남쪽 내려가 매화마을, 산수유마을을 한꺼번에 둘러보는 것과 비슷하겠죠.
10월 4일 일요일이라 사람도 많았고, 다음 날까지 개천절 연휴 분위기라 더 몰린 것 같았습니다.
꽃밭에 온 남자들도 속내는 제각각일 듯? 스스로 좋아서 온 사람도 있을 테고, 집에서 쉬고 싶었지만 마나님 서비스 차원에서 따라온 사람도 있을 테고요. ㅎㅎ
아마 남자들 절반은 "꽃이 꽃이지 뭐" 하고, 나머지 절반은 "그래도 와보니 볼 만하네" 정도 아닐까요?
부인이나 연인 생각으로 갈 수는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 너무 인위적으로 만든 정원보다
산에서 그냥 바위 틈이나 꽃 제가 살아갈 곳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것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