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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지 않는 우리 아이의 우울
페르소나(Persona)는 아동 · 청소년이 부모, 교사, 또래, 온라인 공간 등 서로 다른 관계 맥락에서 보여주는 사회적 얼굴, 또는 보여 주는 나와 실제 느끼는 나 사이의 간격을 뜻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에는 자기정체성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 실험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며, 연구에서도 확실성과 불확실성은 발달과정 속에서 중요한 자기경험으로 다뤄집니다. 다시 말해, 페르소나 자체는 병리가 아니라 사회적 적응을 위한 정상적인 발달 현상이 될 수 있습니다(Alchin et al., 2024).
문제는 이 페르소나가 지나치게 굳어져서, 아이가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좋게 보여야 하는 나”로만 살아가게 될 때입니다. 관련하여 가장 의미 있는 연구인 Harter et al.(1996)의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거짓-자기 행동(false-self behavior)을 살펴보면서, 발달적으로 자연스러운 역할 실험은 가장 긍정적인 정서와 자기존중감과 연결되지만, 부모나 또래의 인정과 승인을 얻기 위해 거짓된 자기표현을 하는 경우에는 더 불리한 정서적 지표가 나타난다고 보았습니다. 이어 Weir & Jose(2010)의 연구에서는 11-16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거짓 자기-인식(false self-perceptions)을 측정하는 도구를 제시했고, 우울 증상이 10주에 걸쳐 거짓-자기 지각을 증가시키는 양상을 확인했습니다. 즉, 우울해서 더 가면을 쓰게 되고, 가면을 쓸수록 불안과 자기혼란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Harter et al., 1996).
한편 가면 우울은 과거에는 ‘Masked Depression’이라는 용어로 논의되었지만, 최근의 아동 · 청소년 우울 연구와 진료지침에서는 이를 별도 질환명으로 분리하기보다 아동 · 청소년 우울의 비전형적 또는 은폐된 표현 방식으로 다룹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아동 · 청소년이 성인보다 우울한 표정보다 짜증과 기분가변성, 신체적 불편감, 사회적 위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Korczak et al., 2023). Carlson & Cantwell(1980)도 이미 오래전에, 행동문제나 다른 증상에 가려져 보이는 아동 · 청소년 우울을 체계적 면담을 통해 더 잘 식별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겉으로는 멀쩡한데 안에서 무너지는 상태”를 이해할 때, 페르소나와 가면 우울은 서로 연결된 개념이 될 수 있습니다(Carlson & Cantwell, 1980).
이런 아동 · 청소년은 주변에서 흔히 “착하다”, “성실하다”, “문제 안 일으킨다”, “사회성은 괜찮아 보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내면에서는 기쁨을 잘 느끼지 못하고, 혼자 있을 때 급격히 무너지고, 실수에 과도하게 예민하며, 타인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자신이 사랑받지 못할 것 같은 불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웃고, 공부하고, 역할을 수행하지만 속으로는 공허감, 피로감, 자기비난, 무가치감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우울이 “슬픔” 하나로만 드러나지 않고, 과잉적응, 완벽주의, 감정 억제, 대인관계에서의 지나친 맞춤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Alchin et al., 2024).
특히 청소년기에는 “힘들다고 말하면 민폐다”, “좋은 아이여야 한다”, “불안하거나 우울한 티를 내면 약해 보인다”는 신념 때문에 감정을 숨기기 쉽습니다. 이런 숨김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SNS에서의 진정한 자기표현(authentic online self-presentation) 이 더 높은 지각된 사회적 지지와 더 낮은 반추를 통해 더 낮은 우울 수준과 연결되었습니다(Wang et al., 2019).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청소년이 계속 가면을 쓰고 자신의 실제 상태를 드러내지 못할수록, 필요한 지지를 덜 받고 혼자 생각을 곱씹게 되면서 우울이 더 유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가면 우울의 중요한 특징은 발견이 늦어진다는 점입니다. 최근 청소년 우울 진료의 지침은, 우울이 흔하고 기능과 삶의 질에 장기적 손상을 남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소년에서 발견되지 않거나 치료받지 못한 채 남아 있다고 지적합니다. 겉기능이 유지되는 아이일수록 교사나 부모는 “저 정도면 괜찮다”고 보기 쉽지만, 실제로는 수면장애, 식욕 변화, 두통 · 복통, 짜증, 사회적 철수, 자해사고가 서서히 진행될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합니다(Walter et al., 2023).
아이가 표현하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1. 과제 수행보다 감정을 묻는 대화 방식 만들기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잘하고 있니?”보다 “실제로 어떤 기분이었니?”를 묻는 가족 대화 방식을 만드는 것입니다. 페르소나가 강한 아이는 보통 정답을 잘 말합니다.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문제 없어요”라고 말하지만, 실제 감정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결과나 역할 수행을 칭찬하는 것만큼, 불편함 · 서운함 · 실망 · 부담감 같은 감정도 말해도 안전하다는 경험을 주어야 합니다(Harter et al., 1996).
2. 작고 규칙적인 자기개방 루틴 만들기
두 번째 방법은 작고 규칙적인 자기개방 루틴을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저녁 10분 정도 “오늘 가장 힘들었던 순간 1가지”, “겉으로 말한 것과 속으로 느낀 것이 달랐던 순간 1가지”, “도움을 받고 싶었던 순간 1가지”를 말이나 글로 표현하게 하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거창한 고백이 아니라, 가면 뒤에 숨은 실제 감정을 자신과 타인에게 조금씩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최근 연구에서도 자기개방(self-disclosure)이 이미 우울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과 청년층에서 증상 감소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무분별한 공개는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안전한 대상과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경고합니다(Gonsalves et al., 2023).
3. 신체를 통한 우울 낮추기
세 번째 방법은 생활리듬을 회복하고 몸을 통해 우울을 낮추는 것입니다. 가면 우울의 아이들은 겉으로 버티느라 에너지를 많이 써서, 집에 오면 무너지고 수면이 뒤틀리기 쉽습니다. 따라서 늦은 밤 SNS 사용을 줄이고, 일정한 취침 · 기상 시간, 규칙적인 식사, 부담이 크지 않은 중등도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에 대한 연구에서는 청소년 우울과 우울 증상에서 중등도 강도의 신체활동, 특히 유산소 운동 중심의 개입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런 생활개입은 전문치료를 대체하지는 않지만, 감정조절과 회복의 기본 바닥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높습니다(Korczak et al., 2023).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향숙 소장님 인터뷰 및 칼럼] >> 변덕이 심한 청소년, 아이의 자율욕구를 이해하라
[초3학년~중2학년까지 왕따인 아이가 사회성 극복 치료후기]
[이향숙 소장님]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아동복지학과 박사 (아동심리치료전공)
상담 경력 25년, 대학교수 및 외래교수 경력 30년
현) KG 패스원사이버대학교, 서울사이버평생교육원 외래교수
KBS, MBC, SBS, EBS, JTBC,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청와대신문 등 아동청소년가족상담 자문
자격) 미국 Certified Theraplay Therapist (The Theraplay Institute)
심리치료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사티어 부부가족 상담전문가 1급 (한국사티어변형체계치료학회 공인)
청소년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한국청소년상담학회 공인)
재활심리치료사 1급 (한국재활심리학회 공인)
사티어의 의사소통훈련 프로그램 강사/ 사티어 부모역할훈련 프로그램 강사
MBTI 일반강사/ 중등2급 정교사/ Montessori 교사/ 유치원 정교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등
인터뷰) 이향숙 박사 “아이 사회성 교육의 중요성”
https://tv.naver.com/v/15458031
저서) 초등 사회성 수업, 이향숙 외 공저. 메이트북스 (2020)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1] Alchin, C. E., Machin, T. M., Martin, N., & Burton, L. J. (2024). Authenticity and inauthenticity in adolescents: A scoping review. Adolescent Research Review, 9(2), 279-315.
[2] Harter, S., Marold, D. B., Whitesell, N. R., & Cobbs, G. (1996). A model of the effects of perceived parent and peer support on adolescent false self behavior. Child Development, 67(2), 360-374.
[3] Weir, K. F., & Jose, P. E. (2010). The perception of false self scale for adolescents: Reliability, validity, and longitudinal relationships with depressive and anxious symptoms. British Journal of Developmental Psychology, 28(2), 393-411.
[4] Carlson, G. A., & Cantwell, D. P. (1980). Unmasking masked depression in children and adolescents.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37(4), 445-449.
[5] Korczak, D. J., Westwell-Roper, C., & Sassi, R. (2023). Diagnosis and management of depression in adolescents. CMAJ, 195(21), E739-E746.
[6] Walter, H. J., Abright, A. R., Bukstein, O. G., Diamond, J., Keable, H., Ripperger-Suhler, J., & Rockhill, C. (2023).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r the assessment and treatment of children and adolescents with major and 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s.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 Adolescent Psychiatry, 62(5), 479-502.
[7] Gonsalves, P. P., Nair, R., Roy, M., Pal, S., & Michelson, D. (2023). A systematic review and lived experience synthesis of self-disclosure as an active ingredient in interventions for adolescents and young adults with anxiety and depression. Administration and Policy in Mental Health and Mental Health Services Research, 50(3), 488-505.
[8] Wang, P., Wang, X., Zhao, M., Wu, Y., Wang, Y., & Lei, L. (2019). Can social networking sites alleviate depression? The relation between authentic online self-presentation and adolescent depression: A mediation model of perceived social support and rumination. Current Psychology, 38(6), 1512-1521.
[9] Wang, X., Cai, Z.-D., Jiang, W.-T., Fang, Y.-Y., Sun, W.-X., & Wang, X. (2022).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the effects of exercise on depression in adolescents.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and Mental Health, 16, 16.
* 작성 및 옮긴이: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안현우
* 이미지 참고: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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