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베이징(北京) 우커쑹 올림픽 야구 경기장. 쿠바와 예선을 치르는 한국 선수들이나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한국 응원단들은 곤혹스러웠다. 중국인 관중들이 "구바 자여우(古巴 加油·쿠바 파이팅)", "구바 자여우"를 외치며 노골적으로 쿠바팀을 응원했기 때문이다. 중국 관중들이 한국을 응원하지 않고 한국 상대편을 일방적으로 응원한 것은 개막 사흘 만인 지난 11일 남현희 선수가 이탈리아의 발렌티나 베잘리 선수와 금을 놓고 싸운 결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인 관중들은 "이다리(伊大利·이탈리아) 자여우"를 외쳤다.
베이징올림픽 경기장 곳곳에서 나타난 '혐한(嫌韓) 감정'에 한국 선수들과 관중들은 깜짝 놀랐다. 우리 네티즌들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나타난 혐한 감정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을 혐오하는 '혐한(嫌漢)' 감정을 표출해서 한·중 두 나라 사이의 외교문제가 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와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 관계자들은 "혐한 감정의 많은 부분은 한국 관중과 선수들의 오해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들은 "쿠바는 중국과 전통적인 사회주의 동맹국으로 중국인들의 쿠바에 대한 친근감이 한국보다 진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나 노르웨이 같은 유럽 국가에 대한 선망도 한국에 대한 선망보다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류(韓流)'에 대한 호감은 지금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으며, "폐막식 때 한류스타 비를 초청한 점이나 비가 마이크만 잡으면 폐막식에 냐오차오에 모인 관중들이 열광한 걸 봐도 알 수 있지 않았느냐"고 중국 외교부와 BOCOG 관계자들은 해명했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민족주의가 한껏 높아지고 국제적 위상이 한껏 올라간 중국이 앞으로 한반도 정책에 어떤 변화를 나타낼지는 우리 외교당국의 관찰 포인트가 됐다. 대북(對北)관계에서 어떤 변화를 보일지는 또 다른 관찰 대상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올림픽 폐막식을 참관한 바로 다음날인 25일 한국을 방문했다. 후진타오 주석의 방한은 이번으로 세 번 째지만 이번 방한은 지난 두 번의 방한과는 달라진 점이 있다. 부주석 시절이던 지난 1998년 4월의 방한은 부주석으로서 1993년 7월에 북한을 방문한 다음에 한 것이고, 주석이 된 뒤에 한 2005년 11월의 방한 역시 한 달 앞서 평양을 방문한 다음에 한 것이었지만 이번 방한은 북한을 먼저 방문하지 않고 나섰다는 점이 지난 두 차례의 방문과는 달라졌다.
중국의 국내 정치 구도는 올림픽 이전보다 한결 뚜렷해진 것으로 보인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해 중국공산당 제17차 전당대회에서 국가부주석으로 내정하고,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확정 발표한 시진핑에게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관한 총괄 책임을 맡겼다. 후 주석은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전후해서 준비 상황 점검에 나설 때마다 시진핑이 수행하는 가운데 현장을 둘러봤다. 베이징올림픽이 잘 치러진 공(功)의 상당 부분이 시진핑에게 돌아가 시진핑의 정치적 미래는 보다 단단해질 전망이다.
베이징올림픽이 중국을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안겨준 놀라움 가운데에는 중국 선수와 147만명 자원봉사자의 대부분을 이루는 바링허우(1980년 이후 출생자), 주링허우(1990년 이후 출생자)들의 밝은 미소가 있다. 1978년 말에 개혁·개방을 시작한 중국은 지난 30년간의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 발전에 성공, 감정 표현이 분명한 '새로운 중국인의 얼굴'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편에선 "우리의 조국, 우리의 민족"이라는 말로 진한 민족주의 감정을 자주 표현해 이웃나라 손님들의 우려를 샀다. 이들이 중국의 주류 세대를 형성할 때 중국의 민족주의는 위험한 민족주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이번 올림픽을 통해 안겨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