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도예'에 갈 때마다 다기들 표면을 검지 손가락으로 쓸어 본다. 그 매끄럽고 촉촉한 감촉이 기분을 좋게 한다. 조약돌처럼 형형색색의 매끄러운 표면과 형태들은 '차호'를 보는 이의 마음을 빼앗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달항아리를 살짝쿵 안아 보았다. 한 아름 품 안이 포근하였다. 같이 셀카를 찍을까 하다가 다 안 나와서 그만 팔과 달항아리 부리와 셀카를 찍었다.
머그잔은 그대로 나무가 되려나 보다. 신작가님은 언제부터인지 커피를 즐긴다. 커피 뽑는 솜씨도 수준급이시다. 직접 만든 머그잔에 따라 주는 커피는 향이 그윽하다. 동그란 손잡이가 달린 머그잔은 실제로 보아야 더 이쁘다. 하나의 색상과 형태를 뽑아내는 일은 언제라도 그 사람의 정신으로부터다.
무엇인가를 상상하여 구현하는 것은 한 잔의 커피 맛을 뽑아내는 일과 흡사하다. 완전히 매번 같을 수는 없지만, 그것은 모두 하나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받아들은 모든 것의 혼합을 정제하는 일은 작가 그 자신으로부터이다. 작품들은 유사하지만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 작품들의 유사성에 의해 그 작가임을 사람들은 알아본다. 어떤 작품들의 세계에서 우리가 어떤 결을 알아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다완(찻사발) 색상의 차분함 역시 나무와 돌을 닮았다. 이 빛깔들은 어디서 왔는가? 주변 풍경들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자주 보고 자주 만지고 자주 사색하게 하는 것으로부터 왔을 것이다. 언제 저 다완에 말차를 타 마시면 맛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다기는 사람의 손을 타서 자꾸 손때가 묻어야 그 질감이 더 살아나는 것이므로, 주인을 잘 만나서 차맛을 잘 내는 다완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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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고려 시대에 서해안이나 서남해 바닷속에 침몰한 배들에서 발견된 고려자기는 바닷 속에 그리 오래 있어도 본연의 색상과 그 모양(깨지지 않았다면)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유약을 발라 구워진 자기는 거의 영구적이다. 단 깨지지 않았다면. 흙과 불이 만나서 이토록 단단한 형태를 만들어 낸다는 것. 잘 보존만 된다면 바위보다도 오래 남을 도자기.
바닷속에서 오래 살아남은 도자기들 역시 사용했을 때 더 빛을 발하지만, 도자기는 또한 관상용으로 있을 때는 사물의 물성이 드러난다. 침묵하는 그 정적의 소리에서 도자기는 긴 시간을 담은 그 순간의 역사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오래된 도자기가 바로 만든 도자기처럼 새롭게 다가올 때, 그것은 늘 '놀람'을 준다. 시공을 넘어서서 만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만남은 사람의 손끝에서, 도공의 손끝에서 늘 시작된다.
도자기 예술 작품들은 정원으로 나와서 정원 곳곳에 자리잡았다. 높은 가을 하늘의 태양은 정원 풍경에 직사광선을 가득 내려놓는다.
대왕 참나무는 정2품송형태로 자랐다.
"진성이 크면 그네 매어 줄려고 가지 하나 꽂아 놓았는데, 이렇게 자랐네요. 아이가 나무보다 빨리 자라서 결국 그네를 못 매주었어요"
신한규 작가님 이야기 따라서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가지가 그네 매기 좋도록 사방으로 쪽쭉 잘 뻗어 있었다.
그 아래 그네 의자는 연수님의 놀이터이지만, 오늘은 내놀이터가 되었다.
햇볕이 따가울 때 그 아래 있으면 금세 시원해졌기 때문이다. 그네에 앉아 흔들흔들 거리는 속도로 정원과 하늘과 산을 바라보았다. 참 무심한 풍경이 속절없이 잘도 지나갔구나 싶었다.
#영천_진성도예_자천마을
#신한규도예가 #신한규작가의도자기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