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출판
“아빠가 쓰라고 해서 쓰는 거야”
은유는 아빠의 권유로 느리게 가는 우체통에 1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자신의 상황을 하소연하듯이 편지를 썼는데 그 편지가 1년 후의 내가 아닌 1982년의 또 다른 은유에게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은유는 자신의 속마음을 투덜거리듯 또 다른 은유에게 털어놓고 많이 의지하게 된다. 과거의 은유는 초등학생이었지만 각자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 나중에는 과거의 은유가 현재의 은유보다 나이가 많게 된다. 과거 은유의 시간이 현재 은유의 시간보다 훨씬 더 빠르게 흐른다. ‘아~조금 읽다 보면 이 둘이 만나는 시점이 생기겠구나’하는 생각으로 읽어 내려간다. ‘둘은 어떤 인연이기에 같은 이름으로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을까?’ 자꾸만 연결고리를 찾아보기도 한다. 처음 편지를 받을 때는 초등학생이었던 과거의 은유가 현재의 은유보다 언니가 되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다독이는데 질풍노도의 절정을 달리고 있는 현재의 은유에게는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으리라.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생겨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뚝뚝하고 은유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아빠. 그런 아빠가 은유에게 엄마에 대해 자상하게 알려주었을 리가 없다. 은유는 과거의 은유를 통해서 엄마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이 둘이 주고받는 편지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서서히 비밀의 베일이 벗겨져 나가고 왜 은유의 편지가 과거로 가게 된 건지 차츰 이해하게 된다. 일단 몇 번의 편지가 오고 가고 나서는 뒷부분을 짐작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이 좀 복잡해진다.
은유는 중학생이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의 스토리와 편지에 빠져들고 있을 텐데 난 은유가 보였다. 태어나서 중학생이 될 때까지 아빠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눈치만 보면서 자랐던 아이. 자신의 엄마 이야기마저 다른 사람을 통해 알아내려고 했던 아이. 그 아이 은유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많은 위로를 받고 아빠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은유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이 어쩌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작가는 아주 쉬운 편지 형식으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썼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어 끝까지 읽게 하는 마력이 있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적당히 호기심도 자극해 청소년 친구들이 읽기에 참 좋은 것 같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진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