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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0篇 胠篋篇 第2章(장자 외편 10편 거협편 제2장)
시험 삼아 이에 대해 따져 보고자 한다. 세속에서 이른바 최고의 지혜라고 하는 것이 큰 도둑을 도와주지 않은 것이 있으며, 이른바 지고의 성인이 큰 도둑을 위해 지켜 주지 않은 것이 있는가? 어떻게 그러함을 알 수 있는가?(강조를 위한 반복)
옛적에 관룡봉關龍逢은 걸왕桀王에게 간하다가 참살斬殺되었고, 비간比干은 주왕紂王에게 간하다가 가슴을 찢겨 죽음을 당했으며, 장홍萇弘은 영왕靈王에게 간하다가 창자가 끊겨 죽음을 당했으며, 오자서伍子胥는 부차夫差에게 간하다가 시신이 물속에서 썩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네 사람의 현명함으로도 몸이 형륙刑戮(죄지은 사람을 형벌刑罰에 따라 죽임)을 면치 못했다.
그래서 도척盜跖의 무리 중 한 사람이 도척에게 이렇게 물었다. “도둑질하는 데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은 이렇게 대답했다. “어디엔들 도가 없겠느냐? 방 속에 감추어진 재화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짐작할 줄 아는 것이 성聖이고, 도둑질할 때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용勇이고, 맨 뒤에 나오는 것이 의義이고, 도둑질이 가능할지 여부를 미리 아는 것이 지知이고, 도둑질한 물건을 고루 분배하는 것이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를 갖추지 않고 큰 도둑이 된 자는 천하에 아직 없다.”
이로 말미암아 살펴보건대 착한 사람이 성인聖人의 도를 얻지 못하면 자신의 선善을 이룰 수 없지만 도척 같은 도둑도 성인의 도를 얻지 못하면 도둑질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천하에는 착한 사람이 적고 착하지 않은 사람이 많으니 성인이 천하를 이롭게 하는 것은 적고 천하를 해롭게 하는 것은 많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린 것처럼 노魯나라에서 담근 술이 시원찮자 조趙나라의 한단邯鄲이 포위되고, 성인이 나타나자 큰 도둑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러므로 성인을 배격하고 도둑들을 내버려 두어야 천하가 비로소 다스려질 것이다. 냇물이 마르면 골짜기가 비고, 언덕이 무너지면 깊은 연못이 메워진다. 성인이 죽고 나면 큰 도둑이 일어나지 않아서 천하가 다스려져서 변고가 없게 될 것이다.
嘗試論之하노라 世俗之所謂至知者는 有不爲大盜積者乎아
所謂至聖者는 有不爲大盜守者乎아 何以知其然邪오
(상시론지하노라 세속지 소위 지지자는 유불위대도적자호아
소위지성자는 유불위대도수자호아 하이지기연야오)
시험 삼아 이에 대해 따져 보고자 한다. 세속에서 이른바 최고의 지혜라고 하는 것이 큰 도둑을 도와주지 않은 것이 있으며 이른바 지고의 성인이 큰 도둑을 위해 지켜 주지 않은 것이 있는가. 어떻게 그러함을 알 수 있는가.(앞장에서와 같은 맥락의 반복)
昔者龍逢斬 比干剖 萇弘胣 子胥靡 故四子之賢 而身不免乎戮
(석자에 용봉이 참하며 비간이 부하며 장홍이 이하며 자서 미하니 고로 사자지현으로도 이신불면호륙하니라)
옛적에 관룡봉關龍逢은 참살斬殺되었고, 비간比干은 가슴을 찢겨 죽음을 당했으며, 장홍萇弘은 창자가 끊겨 죽음을 당했으며, 오자서伍子胥는 시신이 물속에서 썩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네 사람의 현명함으로도 몸이 형륙刑戮을 면치 못했다고 할 수 있다.
- 용봉참龍逢斬 : 용봉龍逢은 관룡봉關龍逢을 말하며 하夏나라 걸왕桀王의 충신으로 걸왕에게 간언하다가 살해되었다.
- 비간부比干剖 : 비간(상나라의 현인)은 가슴을 찢겨 죽음. 부剖는 심장을 가름이다.
- 장홍이萇弘胣 : 장홍은 창자가 끊겨 죽음. 장홍萇弘은 주周나라 영왕靈王의 신하(사마표司馬彪)라 하기도 하고,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의 기록을 들어 춘추春秋 후기後期 주나라 경왕景王과 경왕敬王의 신하라 하기도 한다(육덕명陸德明). 胣(이)는 ‘창자를 끊다, 가르다’는 뜻. 장홍萇弘은 진晉 숙향叔向의 계략에 걸려 암우闇愚한 주왕周王에 의해 살해되었다.
- 자서미子胥靡 : 오자서는 시신이 물속에서 썩게 됨. 미靡는 사마표司馬彪의 풀이처럼 미糜(문드러질 미)자의 뜻으로 썩어 문드러진다는 뜻. 자서는 오원이다. 부차에게 간했는데 부차가 따르지 않고 촉루라는 검을 내려 주면서 자결하게 하자 강에 빠져 죽었다.
- 사자지현四子之賢 이신불면호륙而身不免乎戮 : 이 네 사람의 현명함으로도 몸이 형륙을 면치 못함. 이 대목은 현자가 반드시 그 정당한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며, 불현자不賢者가 날뛰고, 불현자不賢者들이 그들의 현명賢明함을 거꾸로 이용利用하게 마련임을 말하고 있다.
故跖之徒問於跖 曰盜亦有道乎
跖曰 何適而無有道邪 夫妄意室中之藏聖也
入先勇也 出後義也 知可否知也 分均仁也
五者 不備而能成大盜者 天下未之有也
(고로 척지도 문어척하야 왈 도역유도호아
척왈 하적이무유도야리오 부망의실중지장이 성야요
입선이 용야요 출후 의야요 지가부지야요 분균이 인야라
오자 불비이능성대도자 천하미지유야라하니)
그래서 도척盜跖의 무리 중 한 사람이 도척에게 이렇게 물었다. “도둑질하는 데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은 이렇게 대답했다. “어디엔들 도가 없겠느냐? 방 속에 감추어진 재화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짐작할 줄 아는 것이 성聖이고, 도둑질할 때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용勇이고, 맨 뒤에 나오는 것이 의義이고, 도둑질이 가능할지 여부를 미리 아는 것이 지知이고, 도둑질한 물건을 고루 분배하는 것이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를 갖추지 않고 큰 도둑이 된 자는 천하에 아직 없다.”
- 하적이무유도야何適而無有道邪 : 어디엔들 도가 없겠는가. 적適은 왕往의 뜻. 하적何適은 언왕焉往과 같이 ‘어디에 간들’로 번역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 부망의실중지장夫妄意室中之藏 : 방 속에 감추어진 재화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짐작하여 알아맞힘. 망의妄意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도 알아맞힌다는 뜻으로 여기의 망妄은 멀리서 바라본다는 뜻인 망望과 통용하는 글자. 실중지장室中之藏은 방 속에 감추어진 재화.
由是觀之 善人不得聖人之道不立 跖不得聖人之道不行
天下之善人少 而不善人多 則聖人之利天下也少 而害天下也多
(유시로 관지컨댄 성인이 부득성인지도하야 불립하리며 척도 부득성인지도하야 불행하리라
천하지선인이 소하고 이불선인이 다하니 즉성인지리천하야 소하고 이해천하야 다하도다)
이로 말미암아 살펴보건대 착한 사람이 성인聖人의 도를 얻지 못하면 자신의 선善을 이룰 수 없지만 도척 같은 도둑도 성인의 도를 얻지 못하면 도둑질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천하에는 착한 사람이 적고 착하지 않은 사람이 많으니 성인이 천하를 이롭게 하는 것은 적고 천하를 해롭게 하는 것은 많다고 할 수 있다.
故曰脣竭則齒寒 魯酒薄而邯鄲圍 聖人生而大盜起
掊擊聖人 縱舍盜賊 而天下始治矣
夫川竭而谷虛 丘夷而淵實 聖人已死則大盜不起 天下平而無故矣
(고로 왈 순갈즉치한하고 노주박이한단위라하고 성인생이대도기하니
배격성인하며 종사도적하야서 이천하 시치의리라 부천갈이곡허하고 구이이연실하나니 성인이 이사하면 즉대도불기하야 천하평이무고의니라)
그 때문에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린 것처럼 노魯나라에서 담근 술이 시원찮자 조趙나라의 한단邯鄲이 포위되고 성인이 나타나자 큰 도둑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러므로 성인을 배격하고 도둑들을 내버려 두어야 천하가 비로소 다스려질 것이다.
냇물이 마르면 골짜기가 비고, 언덕이 무너지면 깊은 연못이 메워진다. 성인이 죽고 나면 큰 도둑이 일어나지 않아서 천하가 다스려져서 변고가 없게 될 것이다.
- 순갈즉치한脣竭則齒寒 :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림. 순망이치한脣亡而齒寒, 순망치한脣亡齒寒, 순망즉치한脣亡則齒寒, 순갈자기치한脣揭者其齒寒 등과 같은 뜻. 갈竭은 없어진다.
- 노주박이한단위魯酒薄而邯鄲圍 : 노魯나라에서 담근 술이 시원치 않자 조趙나라의 수도 한단邯鄲이 포위됨.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두 가지 일이 사실은 서로 연관되어 일어난다는 뜻으로, 뜻밖의 인과因果관계로 인한 사건의 전개를 비유한다. 이에 관한 고사를 소개하면, 초나라 선왕이 제후들의 조공을 받을 때 노나라 공공이 나중에 도착한데다 바친 술마저 시원치 않자 선왕이 노해 공공을 모욕하려 했다. 그러자 공공이 명령을 받지 않고 마침내 말하기를 ‘우리 노나라는 주공의 맏이로 제후들의 어른이고 천자의 예악을 시행하며 주나라 왕실에 공훈을 세웠다. 내가 술을 보낸 것이 이미 실례한 것인데 바야흐로 술이 시원치 않다고 질책하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고는 마침내 인사도 하지 않고 노나라로 돌아가 버렸다. 초나라 선왕이 노하여 마침내 군대를 출동시켜 제나라와 함께 노나라를 쳤다. 당시 양梁나라 혜왕惠王은 일찍이 조趙나라를 치려고 했지만 초楚나라가 조趙나라를 구원할까 두려워서 하지 못했는데 초나라가 노나라와 전쟁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양나라가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포위할 수 있게 되었으니 상관없는 일이 서로 말미암음을 말한 것이다.
- 종사도적縱舍盜賊 : 도둑들을 내버려 둠. 곧 성인의 법으로 도둑을 없애려 하는 것은 도리어 도둑들을 가르치는 것이므로 차라리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도둑을 막는 길이라는 뜻이다. 종사縱舍는 내버려 둔다는 뜻.
- 천갈이곡허川竭而谷虛 구이이연실丘夷而淵實 성인이사聖人已死 즉대도불기則大盜不起 : 냇물이 마르면 골짜기가 비고, 언덕이 무너지면 깊은 연못이 메워지고 성인이 죽고 나면 큰 도둑이 일어나지 않음. 냇물과 언덕은 성인을 비유하고, 골짜기와 연못은 도적을 비유한 것으로 성인이 만든 법도가 도둑을 없어지게 하기는커녕, 도둑을 도와주는 것임을 풍자한 내용이다. 곧 냇물이 마르면 골짜기가 비고, 언덕이 무너지면 연못이 메워지는 것처럼 성인이 죽고 나면 큰 도둑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뜻. 구이丘夷의 이夷는 평平이니 구이丘夷는 곧 언덕이 무너져 평평해진다는 뜻.
- 천하평이무고天下平而無故 : 천하가 다스려져서 변고가 없게 될 것임. 고故는 사事와 같은 의미로 여기서는 사고事故, 변고變故의 뜻으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