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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08
#1. 일각 공원 벤치 (밤)
수은 등 아래 나란히 두 개가 놓인 벤치. 그 오른쪽 끝에 앉은 세진. 찬석도 다른 벤치의 왼쪽 끝에 앉아 있다.
세 진 : (애써 담담한 표정) 본명 강현주...두 살 때 친부모에게 버려져서 부잣집 양부모 밑에서 자랐구,
(억제하려 하지만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 온다) 위로 강 현기라는 친오빠가 있는데,
폭력 전과 7범에 현재 살인을 저지르고 도피중. 그리고, 현재 이름은 한세진.
찬 석 : (착잡한)
세 진 : 제가 정리한 게 맞나요?
찬 석 : (맨 담배 꺼내서 불 붙이지 않고 입에 문다)
세 진 : ....그게 저라는 말이죠?
찬 석 : ......
세 진 : (픽 쓴 웃음을 흘린다. 흐흐 소리까지 내며 서글프게 웃는다)
찬 석 : (보는)
세 진 : (계속 웃으며) 정말 재밌다. 너무 재밌어.
찬 석 : ......(할 말이 없다. 담배를 다시 담배곽에 집어넣는다)
세 진 : (담담하게) 저 지금 고시 공부하구 있어요. 엄마한텐 돈 많이 버는 변호사가 되겠다구 했는데,
사실은 유능한 검사가 되는 게 꿈이예요. 이 나라 모든 인간 쓰레기들을 깨끗이 쓸어버리고 싶거든요.
찬 석 : .....
세 진 : (쓰게 웃으며) 근데 오빠라는 사람이 살인자에다 폭력 전과까지 수두룩한 흉악범이다 이거잖아요...
흐응...너무 재밌지 않아요? (계속 웃는)
찬 석 : 이봐요.
세 진 : (계속 웃고 있다) 생각 한번 해보세요.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
찬 석 : (표정이 굳어 세진을 본다)
세 진 : (웃음이 잦아든다...한동안 침묵하다가, 서늘해진 표정) 그 웃기는 얘길...나한테 믿으라구요?
찬 석 : .....
세 진 : (고개 저으며) 저 안 믿어요. 납득 못해요. 형사님들께서 저를 두고 무슨 소설을 쓰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난 강 현주가 아니구 한세진 이예요. 날때부터 처음부터 죽 난 한세진이었어요. (일어난다)
찬 석 : ......
세 진 : 아무래도 번짓술 잘못 찾으신 거 같네요. 수살 할려면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하셔야겠어요.
찬 석 : (아무 말도 못하는데)
세 진 : (몇걸음 가다가 돌아선다) 그동안 저한테 접근하구, 잘해주신 이유가 그러니까, 범인을 유인하기 위해서 였다. 그거죠?
찬 석 : .....(변명하려다 관둔다)
세 진 : 것두 정말 재밌네, 정말 재밌다... 세상 참 재밌어.
세진, 씁쓸한 웃음 머금고 발걸음 돌려서 간다.
찬석, 어쩌지도 못하고 당혹스런 표정으로 손바닥으로 이마만 부빈다. 가는 세진의 뒷 모습을 낭패한 표정으로 보는.
그 위로 현기가 부는 하모니카소리 들리고. (얼굴)
#2. 호숙 바닷가
현기, 둑방에 나와 앉아 바다를 보며 하모니카를 불고 있다.
#3. 골목길
현기의 하모니카 소리 이어지고.
세진, 넋나간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걸어가다가 후들거리며 떨려오는 다리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듯 주저 앉는다.
세진, 다시 이를 앙물고 일어나 걷는다. 그러나, 몇걸음 못가서 다시 주저 앉는다.
세진 뒤로 세진을 따라오는 찬석, 그 모습을 안타깝게 본다.
세진, 안되겠는지 일어나서 벽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간다.
세진의 모습에 깊은 죄책감과 연민을 느끼는 찬석...가슴이 아프다.
#4. 세진 동네 입구 (달동네)
세진, 축 쳐져서 힘겨운 걸음을 떼며 오는데.
수 미(E) : 세진아. 세진이 맞니?
세진, 소리가 나는 곳을 보면, 수미, 저쪽 가로등 불빛밑 계단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일어선다.
세 진 : ....엄..마?
수 미 : (몹시 반가운 표정으로 세진에게 걸어오며) 어디 갔나 인제 와? 핸드폰두 안 받구.
세 진 : (빙긋 웃으며 보는)
수 미 : (야속해서) 엄마 여기서 두 시간두 넘게 기다렸단 말야. 이런데다가 엄마 혼자 팽개쳐두구 너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냐?
세 진 : (씨익 웃으며 수미를 껴안는다) 미안..미안...우리 애기 같은 엄말 혼자 놔두구,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구
세진이 정말 나쁘다. 그 치?
수 미 : (떨어져서 약간은 불안해져 세진을 보며) ..너 혹시...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지?
세 진 : 일은 무슨 일?...(수미의 팔짱을 끼며) 엄마! 우리 파티하자! 이사 온 기념으로 우리 술두 사구, 그래, 케잌도 사구,
근사하게 파티하자.
#5. 세진방
간소한 가재도구 몇가지만 놓인 아담한 방. 한쪽으로 작은 창문이 나 있다.
작은 밥상 위에 파티상(?) 차려져 있다. 커다란 양초가 꽂힌 초코파이, 라면 남비, 김치, 막걸리가 놓여 있다.
세 진 : (자기 앞에 놓인 막걸리 대접-냉면기-들며) 자, 건배하자. 엄마. 원 샷이야.
수 미 : 나 막걸리 잘 못먹는데.
세 진 : 막걸리가 와인보다 만배쯤 더 맛있어. 엄마건 맛있으라구 설탕도 탔잖아.
수 미 : (하는 수 없다는 듯 웃고 막걸리잔을 든다) 알았어, 건배!
세 진 : (대접을 부딪히며) 우리 앞으론 울지 말고 씩씩하게 잘 살자, 엄마!
수 미 : 알았어.
세 진 : (막걸리를 쭈욱 들이켜서 마신다)
수 미 : (인상 찌푸리며 막걸리는 마시고)
세 진 : (막걸리 마시며 수미를 막막하고 슬픈 눈빛으로 보는)
#6. 세진방 창문 밖
세진방 창문이 있는 앞으로 와 서는 찬석. 안에서 세진의 노랫소리 들린다.
세 진(E) : (젓가락 치며 노래 부르는) 열여덟 딸기같은 어린 내 심정.
착잡한 표정으로 불빛이 새어나오는 창을 응시하는 찬석.
#7. 세진방
수미, 이미 취기가 오른 표정으로 박수 쳐주고 있다. 세진, 젓가락 장단치며 노래 부르고 있다. (취기가 올라 있다)
세 진 :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아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짜자잔짠잔.
수 미 : (박수를 치며) 야아..우리 딸 정말 노래 잘한다. 또 해봐. 또.
세 진 : 싫어. 이번엔 엄마가 해.
수 미 : 난 못해..난 노래 못해. (하더니 취기에 못 이겨 상에 엎드린다)
세 진 : 그 노래 해줘봐, 엄마. ..엄마가 나 애기때 나 재우면서 불러주던 노래.
수 미 : (알딸딸해서) 너 재우면서..불렀던 노래?
세 진 : 응..그거 한번 해줘봐.
수 미 : (그대로 엎드린채, 눈을 감고) 우리 아기 착한 아기...소록소록 잠들라.
세 진 : 에이, 그거 말구. 옛날에 엄마가 나한테 불러줬던 거 같은데...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데.
수 미 : 뭐 어떤 거...어떤 거...(하다가 끼무룩 잠든다)
세 진 : (수미를 보다가 취기에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가...노래하는)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현기모(E) : (세진 노래 위에 겹쳐져)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8. 회상 화면
O.L. 되며. 현기모, 세진(현주)을 재우며 노래 부르는.
현기모 :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은
#9. 세진방
세진, 눈물이 그렁해서 노래 부른다.
세 진 : 풀잎에 연 이슬 처럼 빛나던 눈동자. (참았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 동그랗게,
#10. 세진방 밖
찬석, 담배를 꺼내문다. 그 위로 세진의 노래 흐르고.
세 진(E) :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찬석, 담벼락에 기대어 담배 연기를 하늘 위로 날린다. 마음이 몹시 착잡하다.
#11. 세진방
세진, 눈물이 얼룩진 채 벽에 등을 기대고 잠들어 있다.
#12. 호숙 바닷가 (밤)
손에 하모니카를 쥔 현기, 먼 바다를 응시하며 앉아 있다. 멀리 떠 있는 고깃배들의 불빛이 따뜻해 보인다.
#13. 거리 (다음날, 낮)
세진, 벼룩신문들고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다가 한 편의점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아르바이트생 구함” 이라는 문구 붙어 있다.
세진, 안으로 들어간다.
#14. 편의점안
세진, 계산대앞에 서 있는 종업원앞으로 다가간다.
세 진 : 아르바이트생 구한다는 거 보구 들어왔어요.
종업원 : 좀전에 구했는데요.
세 진 : (아쉬운) 그래요?....수고하세요. (꾸벅 인사한다)
#15. 커피 전문점
주인 여자, 세진에게 고개 절래절래 흔들어 보인다. 세진, 힘이 쑥 빠지는 표정.
#16. 갈비집 일각
세진, 지치고 피곤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갈비집 문앞에 “홀 써빙 급구”라는 문구 붙어 있다.
#17. 갈비집안
한 남자 손님, “여기 냉면 안 나와요?” 하고 부르는데,
“네, 잠깐만요,” 하며 냉면 두그릇을 쟁반에 받쳐들고 오는 세진. (종업원 복장을 한)
세진, 손님앞으로 냉면 그릇을 놓아준다.
세 진 : 늦어서 죄송합니다. 손님....여기 식초랑 겨자 있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세진, 인사하고 돌아선다. 힘겹지만, 씩씩하게 살자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18. 강력반 사무실
두손을 마주잡고 이마에 댄 채 괴로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는 찬석.
백형사, 찬석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찬석, 돌아본다.
백형사 : (빵과 우유 내민다) 먹어.
찬 석 : (고개 젓는다)
백형사 : 너 오늘 아침 점심 다 굶었잖아. 그러다 쓰러져 임마.
찬 석 : (쓰게 웃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쓴다)
백형사 : 한세진이가 계속 목구멍에 걸리지? 그래서 너 밥이구 물이구 암것 두 못먹구 있는 거지?
찬 석 : .....아닙니다.
백형사 : 얼마나 상처가 크겠냐?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가버릴 것 같이 갸날픈 여자애더만... 뭔 일은 없어야 될텐데.
찬 석 : (흠칫 손바닥 떼고) ...무슨..일요?
백형사 : 아니 뭐 자기 신세를 비관해서...아니다. 아니야...어쨋든 이번엔 니가 잘못한거야.
그동안에 한세진이가 정말 널 사랑하기라도 했음 어떡할뻔 했냐?
찬 석 : (그 말에 가슴이 쿵 한다)
이때, 전화벨 울린다.
백형사 : (전화 받으며) 네, 방배 경찰서 강력3반 백진줍니다....(흠칫) 뭐라구요? ...네, 알겠습니다.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찬 석 : (백형사의 놀란 표정에 무슨 일인가 보는데)
백형사 : 인근 야산에서 암매장 당한 시체가 발견됐대.
찬 석 : (표정)
#19. 인근 야산 부근
패트롤카와 엠스란스 대기하고 있다.
경찰봉고 와서 멎고, 찬석, 차반장, 백형사, 문형사, 하형사, 내린다.
#20. 인근 야산
백형사, 비디오 촬영하고 있고, 하형사, 인근을 사진기로 찍는다.
문형사, 파출소장과 함께 등산객으로 보이는 목격자의 진술을 듣는다.
차반장, 찬석과 함께 들것에 실려 나오는 시체(남자)를 덮은 천을 들춰본다.
차반장과 찬석, 악취에 인상 찌푸리며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찬석, 그러나 문득 눈빛이 빛나며 다시 시체를 자세히 살펴본다.
차반장 : 뭐야? 아는 놈이야?
찬 석 : 예전에 제가 쫓던 동방파 조직중 한놈 같습니다.
차반장 : 동방파라면...마약 밀매 혐의로 수배중인 놈들?
찬 석 : (고개 끄덕인다)
차반장 : 그래애? 어이, 문형사...동방파가 얼루 흡수됐다구 안 했나?
문형사 : 예..청량리 신새벽파라구요. 얼마전에 동방파와 통합이 됐습니다.
차반장 : 청량리 신새벽파?...이름이 낯이 익은데...어디서 들어봤더라?
찬 석 : (서늘한) 강현기가 예전에 몸담았던 조직입니다.
차반장 : 그래, 맞어...거기 두목이란 놈이 어릴때부터 강현기를 거둬 키웠다 그랬지?
찬 석 : ....
#21. 호숙 마당 수돗가
미자, 빨래판에서 현기의 양말을 빨고 있다. 그옆으로 현기의 셔츠가 놓여 있다.
호숙, 나오다가 그런 미자를 보고 어이없는 표정 지으며 다가가며.
호 숙 : 뭐하노, 니?
미 자 : (열심히 빨래하는)
호 숙 : (빨래판에 놓인 현기의 양말을 집어 들어보고) 뭐꼬? 아저씨 양말 아이가? 이거는 뭐꼬? (현기의 셔츠를 들어 보고)
아저씨 샤쓰네.
미 자 : (냉큼 호숙의 손에서 채서) 엄마랑 나이차도 별로 안 나는데 아저씨 아저씨 그러지 좀 마. 듣는 우리 오빠 기분 나빠.
호 숙 : (기가 막혀서) 이거 다 놔 놓고 숙제나 해라.
미 자 : 엄만 내가 맨날 숙제만 하는 사람인 줄 알어? 알았어. 이것만 해놓구.
호 숙 : (셔츠와 양말을 홱 채서 뺏으며) 이거는 옴마가 하께.
미 자 : (다시 뺏으며) 싫어. 내가 할거야.
호 숙 : (밉게 보며) 좋다. 그라모 오늘 우리 집 빨래 니가 다 해라. 이불도 빨고 식탁보도 빨고.
미 자 : (O.L.) 엄마 지금 질투하지?
호 숙 : 뭐라꼬?
미 자 : 엄마 대따 치사하다, 진짜. 현기 오빠 내가 먼저 좋아했잖아.
호 숙 : (어이가 없다)
미 자 : 엄마가 포기해. 난 엄마랑 삼각관계 되기 싫단 말야.
호 숙 : (암담하게 보며) 뱃속으로 도로 집어넣을 수도 없고, 저거를 우짜모 좋노, 참말로.
이때, 호구 들어선다.
미 자 : 외삼촌!
호 숙 : (돌아보며) 호구 왔나?
호 구 : (잔뜩 걱정스런 표정) 현기형 방에 있어?
호 숙 : 깝깝해서 산책 좀 하고 온다꼬 밖에 나갔는데, 와?
호 구 : 혹시 그 놈들 여기 안 찾아왔어?
호 숙 : 그 놈들?
미 자 : 그놈들이 누구야, 엄마?
호 숙 : (문득 걱정스러워지는)
#22. 호숙집 일각
현기, 시선을 떨군 채걸어오는데, 크락션 소리 들린다.
현기, 문득 뒤를 돌아보다가 표정이 굳는다. 보스가 탄 세단, 서 있다.
사내1(7회의), 운전석에서 내려 현기에게 꾸벅 인사하고, 뒷좌석 문을 열어 준다. 보스 내린다.
현기, 서늘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다.
보 스 : 동네가 아주 좋구만. 숨어살긴 딱 안성맞춤인 곳이네.
현 기 : (불끈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23. 바닷가 둑방
현기와 보스, 나란히 바다를 보고 서 있다. 보스, 담배 한 개피를 내미는데.
현 기 : 됐습니다.
보 스 : (피식 웃으며) 넌 그래두 인생 꽤 잘 살았구나. 너라면 지 목숨도 내놓구 꿈뻑 죽는 호구 같은 놈두 있구...
걔 누나란 여자두 널 꽤 마음에 두고 있던 거 같던데...좋겠다?
현 기 : .....(서늘하게 보다가 다시 앞을 본다) 예, 좋습니다..호구랑 호구 누나가 그러더군요. 어떠한 위협이 와도 꺽이지 말라구...
설사 자기들을 데려가 죽인다구 협박해두 눈도 꿈쩍 말라구...그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보 스 : (픽 웃다가 진지한 표정되어) 이번이 마지막이다. 두 번 다시는 널 찾을 일 없을거다. 약속한다.
현 기 : (픽 비웃듯이 웃고) 형님 약속...안 믿습니다.
보 스 : (현기 표정 살피다가)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냐?
고아원에서 탈출해 일주일을 굶구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널 데려다가.... (하는데)
현 기 : (말자르며, 애써 담담하려고 했던 눈빛에 분노가 어린다) 차라리 그때 그냥 절 굶어죽게 내버려 주셨음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들한테 몹쓸 짓 안 하구,
그때 그렇게 죽었더라면 전 훨씬 행복했을겁니다.
보 스 : .....(난감한)
현 기 : .....(서슬 퍼런)
#24. 호숙집 앞
호숙, 설겆이물이 든 다라이를 낑낑거리며 들고 오더니 집 근처에 서 있는 세단(보스의 차)에 뿌려 버린다.
사내1, 기함을 하며 차에서 내려서며.
사 내1 : 뭐야 이거?!!
호 숙 : 그라이께 요따가 차 세아놓지 말고, 퍼뜩 차 빼서 서울 가이소. 이 깡패 자슥아.
사 내1 : 이 여자가 정말.. (한 대 치기라도 할 듯 호숙에게로 오는데)
호 구 : (튀어나오며) 누나!! (하며 호숙을 자기 등뒤로 숨겨주고는) 죄송합 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호숙 보고) 누나! 왜 그래, 정말!!
사 내1 :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며 식식거리는데)
호 숙 : (호구 등뒤에서 고개만 내밀고) 하이구, 째리봐도 한 개도 안 무섭네요.
생긴거는 꼭 기름병에 빠짓다 나온 쥐새끼같이 생기가꼬.
사 내1 : 뭐어?
호 구 : (그러지 말라고) 어우, 누나.
호 숙 : (계속 호구 뒤에서 얼굴 내민채) 옛날에 내도 놀아봐서 니 겉은 인간들 잘 안다. 학창시절에는 주먹 잘쓰는 아아들
꽁다리 쫓아댕김시로 맨날 책가방 들어주고, 가들이 라면 묵으모 옆에 뽈치고 있다가 국물 남긴 거 얻어묵고 그랬재?
호 구 : (애가 타서) 누나, 쫌!! 왜 그래애?
이때, 현기와 보스, 호숙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 호숙, 보스를 찢어지게 노려본다.
호구, 눈치 살피며, “누나, 들어가” 하며 버티는 호숙을 끌고 들어간다.
사내1, 당황하며 얼른 가서 수건꺼내 더러워진 차를 닦는다.
보 스 : (표정 변화없이 현기를 보며) 잘 생각해보구 연락 해라.
현 기 : 그럴 일 없을겁니다.
보 스 : (보다가) 니가 친아버지처럼 따르는, 왜 이명섭인가 전직 형사놈 있지? 지금은 택시 기살 하구 있다던가?
현 기 : (흠칫 긴장해서 보는)
보 스 : 우리가 벼르고 있는 놈이 하나 있는데, 근석이 이 명섭이 아들 놈이라 그러더군.
이름이 이 찬석이라던가? 널 쫓구 있는 것두 그 놈이라구?
현 기 : (싸늘하게 보는)
보 스 : (서늘하게 웃으며) 너나 우리나 여러사람한테 가시같은 놈이구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놈.
현 기 : (내심 당혹한다) 무슨 짓을 할려는 겁니까?
보 스 : (피식) 그건 관심있나?
현 기 : ......
보 스 : 관심있으면 또 보자구. (현기의 어깨를 툭 쳐주고 차로 온다)
사내1, 뒷문을 열어주고, 보스, 차에 오른다. 현기, 충격받고 멍하게 본다.
보스를 실은 차, 떠나가고, 여전히 굳은 듯 서 있는 현기.
#25. 찬석빌라 거실
찬석, 문 열고 들어선다. 기운이 쑥 빠진 표정으로 명섭의 기사복이 놓인 소파로 와 털석 널부러진다.
(미처 보지 못하고 옷을 깔고 앉은)
화장실쪽에선 샤워기 물 쏟아지는 소리 들린다.
뭔가 깔고 앉았다는 생각을 하며 명섭의 기사복을 끄집어 내서 옆 소파에 놓는다. 이때, 옷에서 툭 떨어지는 종이 뭉치.
찬석, 무심코 종이 뭉치를 들어서 보다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인서트-종이위에 써진 내용.
<송진택 살인사건 용의자 명단>라는 제호아래 열 다섯명의 이름이 직업, 주소, 전화번호와 함께 적혀 있다.
(백화가구점 윤명호, 우리 청과물 장 상수라는 이름엔 별표가 쳐져 있고, 다른 열 개의 이름엔 빨간 펜으로 가위표가 쳐져 있다)
찬석, 어이 없는 표정 짓는데, 명섭, 화장실에서 머리를 털며 나온다.
명 섭 : 언제 왔냐?
찬 석 : (명섭 보지 않고 종이 뭉치를 명섭앞으로 들이민다)
명 섭 : (흠칫)
찬 석 : (담담하게, 화가 나서 묻는 느낌은 아니고) 수사가 어디까지 진전 됐습니까?
강현기 누명을 벗겨줄 진범이 잡힐 거 같습니까?
명 섭 : (찬석 손에 들린 종이 뭉치를 채서 든다) 너한테 폐가 돼두 할 수 없다. 미안하지만 할 수 없어.
억울한 사람이 누명을 쓰고 있을 순 없잖냐?
찬 석 : (피식 쓰게 웃는)
명 섭 : 한동안 또 못 들어오겠구나. 옷 가진 니 방에 챙겨뒀다...
(핼쓱한 찬석의 얼굴에 걱정이 되어) 밥은 잘 챙겨먹구 다니는 거냐?
찬 석 : (쓰게 웃으며) 강현긴 참 행복한 놈이네요. 그 자식은 참 좋겠습니다. (방으로 들어간다)
명 섭 : (담담한 표정으로 종이 뭉치를 소중하게 접어서 기사복 주머니에 꽂는다)
#26. 찬석방
찬석, 방으로 들어선다. 방문에 기대어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책상으로 와 앉는다.
벽 한켠에 걸린 찬석모의 사진(어린 찬석과 함께 찍은)을 들어서 본다. 그 위로 찬석의 마음의 소리 들린다.
찬 석(E) : 어머닌 다 보구 계시니까 알구 계시죠? 강 현기가 정말 누명을 쓴 건가요, 어머니?....아버지 말대루 진범이 따루 있구,
정말루 누명을 쓴 거라면 전 어떡하죠?....전 어떡해요, 어머니?
찬석,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 하고 혼잣말 되뇌이며 스스로 암시하듯 고개 젓는다.
이때, 핸드폰 벨 울린다.
찬 석 : (한참 있다가 받으며) 네, 이 찬석입니다....네, 반장님. (흠칫) 뭐라구요?
차반장(F) : 한세진이 아버지 뺑소니 용의자가 잡혔어.
찬 석 : (눈빛이 빛난다)
차반장(F) : 공장장의 사주를 받고 한세진이 아버질 살해하려 했다구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찬 석 : (어둠속에 햇살을 본 느낌이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반장님.
#27. 세진 갈비집 한쪽
종업원 차림의 세진, 은우와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 있다.
은 우 : (몹시 속이 상한) 말두 안돼! 니가 여기서 아르바이틀 한다구?
세 진 :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선선하게 웃으며)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나두 먹구 살아얄 거 아냐.
그렇게 비참하게 보지 마라야. 직업에 귀 천이 어딨냐?
은 우 : 암만 그래두...너 같이 귀하게 큰 애가...이런 일을 어떻게 해?
세 진 : 하면 하지 못할 게 뭐 있어? 너희들 왜 옛날에 나 많이 놀렸잖아. 한세진인 줏어온 애 같다구.. 먹는 거나 입는 거나
라이프 스타일이 꼭 못 먹구 사는 집 일곱번째 딸 같다구.
은 우 : 니네 엄마가 아시면 죽고 싶겠다, 진짜.
세 진 : 울 엄마한텐 비밀이지, 당근.
이때, 안에서 주인, “미스 한!” 하고 부른다.
세 진 : 예, 가요...(일어서며) 담에 한번 더 놀러 와. 그땐 내가 갈비 한 턱 거하게 쏠께. (달려 간다)
#28. 갈비집 (늦은 오후)
세진, 한 손님의 테이블 앞에 서서 갈비를 잘라준다.
가위질이 익숙치 않은 세진, 식은 땀 흘리며 어쩔 줄 몰라하다가 손까지 데이는데.
손 님 : 이 아가씨 왜 이렇게 서툴러?
세 진 : 죄송해요, 제가 오늘 처음이라서요...죄송합니다. 담부턴 정말 잘하겠습니다. (겸연쩍게 웃으며 주억거린다)
손 님 : (더이상 짜증도 못내고)
세진, “맛있게 드십시오.” 하며 다시 정중하게 인사하고 돌아서 나온다.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식은 땀을 닦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29. 갈비집 앞
세진, 울리는 핸드폰을 들고 나와 받는다.
세 진 : 네. 여보세요.
백형사(F) : 한세진씨 핸드폰이죠? 방배 경찰서 강력3반 백진주 형삽니다.
세 진 : 누구시라구요?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쓰는..생각난다) 아, 네.
#30. 강력반 사무실
백형사, 전화하고 있다.
백형사 : 김병철 공장장이 조금전에 검거됐는데, 범행 일체를 자백했습니다.
#31. 갈비집밖 공터
세진, 핸드폰을 든채 멍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백형사(F) : 공장 부도건과 한세진씨 아버님 살인 교사 혐의도 모두 자백했습니다.
세 진 : (충격 받은.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한다) 뭐라구요?...뭐라 그러셨어요? 다시 한번 얘기 해주시겠어요?...
(하얗게 질려서) 다시 한번 얘기해...주시겠어요?
#32. 경찰서앞
찬석, 차를 세우고 내리는데, 페트롤카 앞으로 와서 멎는다.
차문 열리고, 수갑을 찬 공장장과 함께 문형사와 하형사, 다른 순경 내린다.
찬석, 공장장을 발견하고는 표정이 싸늘하게 굳으며 눈에 불꽃이 인다. 공장장도 찬석과 눈길을 마주치다가 외면한다.
찬석, 성큼성큼 공장장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대로 주먹을 날려 버린다. 공장장, 휘청하며 그대로 쓰러지고.
문형사 : (당황하며) 이 형사, 왜 이래?!!
찬석, 그대로 달려들어 공장장의 멱살을 잡더니 다시 주먹을 날린다.
문형사, 찬석을 잡고, 말리지만, 성난 사자같은 찬석, 문형사를 거칠게 쳐 내버리고, 다시 공장장에게 달려든다.
근처에 섰던 사람들, 무슨 일인가 보고.
세진, 경찰서쪽으로 오다가 그 모습을 본다.
차반장, 백형사와 나오다가 기함을 하고 본다. 문형사, 다시 와서 찬석을 뒤에서 껴안으며 두팔을 묶는데,
찬석, “이거 놔!” 하고 고함 지르며 공장장을 발길질로 걷어찬다.
차반장 : (버럭) 그만 못 둬, 이 찬석!!
백형사와 하형사도 달려들어 찬석을 잡는다.
문형사, 백형사, 하형사에 의 해 겹겹이 눌리며 완전히 포위된 찬석, “이거 놔아!” 하며 부르짖는다.
세진, 놀라기도 하고 당황한 표정.
차반장, 넘어져 있는 공장장을 부축하며 일으켜 준다.
차반장 : 괜찮습니까?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손수건으로 핏자욱도 닦아준다)
공장장 : (노기가 묻어) 이 자식이 깡패야? 형사야?!! 변호사 불러! 내 변호사 불러!!
(식식거리며 찬석을 노려 보다가 문득 세진과 눈길을 마주친다)
세 진 : (공장장을 원망스런 눈길로 노려 보고 있다)
공장장 : (흠칫하며 시선 돌려버린다)
찬 석 : (동료들에게 두 팔 잡혀 포위 당한채 일어나다가 문득 세진을 발견 한다)
세 진 : (찬석과 시선을 마주친다)
찬 석 : (시선 돌려 버린다)
차반장, 문형사와 함께 공장장의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간다.
세진, 찬석을 보고 있고, 찬석, 다른 곳으로 시선 돌리고 있다.
#33. 경찰서 화장실
찬석, 세수하고 있는데, 하형사, 들어온다.
하형사 : 너 오늘 왜 그렇게 오바하냐?
찬 석 : (계속 세수하고)
하형사 : 니네 아버질 죽인 웬수도 아닌데...왜 그렇게 물불을 못가려?
찬 석 : .....(계속 세수하는)
하형사 : 너 혹시 정말루 한 세진일 좋아하는 거 아니냐?
찬 석 : (흠칫)
하형사 : 그치? 그지? 내가 다른 건 늦어두 그런 건 빠르다. (찬석에게 다가오며) 아무한테도 말 안할테니까
니 고민 나한테만 털어놔봐. 동기 좋은 게 뭐냐?
찬 석 : (매섭게 노려 보는)
하형사 : (흠칫하며) 문 선배가 그러는데 너 오늘 일 이거 위에서 그냥 안 넘어갈거래.
최소한 감봉 삼개월에 이개월 정직정도는 될거라더라?
찬 석 : (다시 세수한다)
하형사 : 지금이 어떤 시댄데 연행돼서 수갑차고 오는 피의잘 형사가 폭행 하냐? 것두 백주대낮 사람들 다 보는데서...
너 정말 미친 놈 아니냐?
찬 석 : (욱하는 마음에 주먹으로 거을을 힘껏 쳐 버린다. 거울 그대로 금이 간다)
하형사 : (두려운 표정 지으며) 정말 미친 놈이네, 이 자식.
찬 석 : ......
#34. 경찰서 휴게실
찬석, 물기 묻은 얼굴을 손등으로 훔치며 걸어나오는데.
세진, 휴게실 의자에 시선을 떨군 채 백형사와 앉아 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
백형사 : 뭐라구 드릴 말씀이 없네요. 공장장은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겁니다.
세진, 문득 시선을 들다가 자신을 보고 있는 찬석과 시선 마주친다. 찬석, 시선 거두고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세 진 : (백형사 보고) 공장장 아저씰 잠깐 만나게 해주실 수 없나요?
백형사 : 그건 곤란합니다.
세 진 : 할 말이 있어 그래요. 만나게 해주세요.
백형사 : ....죄송합니다. 지금은 곤란합니다.
세 진 : ....그럼 좀 전해주세요. 용서하지 않겠다구... (눈물이 그렁해진다) 잘 난 돈 때문에 저희 아버지 회살 부도로 몰고 가구,
것두 부족해 아버질 돌아가시게 까지 한 거, 세진이가 절대루 용서하지 않을 거라구...좀 전해 주시겠어요?
#35. 경찰서 마당
세진, 힘이 쑥 빠진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나온다.
찬석, 한쪽에 담배 물고 앉아 있다. 세진, 그대로 찬석을 스쳐 가려다 문득 걸음 멈추고 찬석쪽으로 온다.
찬석, 세진을 보다가 시선 떨군다.
세 진 : (꾸벅 인사하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희 아버지 조금은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을 거예요.
찬 석 : .....(그대로 시선 못 들고)
세 진 : (보다가 다시 발걸음 돌려서 가는데)
찬 석 : 한 세진씨!
세 진 : (걸음 멈추는)
찬 석 : (세진 등에다 대고) 강 현기...강현기 말입니다.
세 진 : (돌아서서 찬석보고) 그 얘긴 더 이상 듣구 싶지 않아요. (걸어가는데)
찬 석 : (등에다 대고) 그 사채업잘 강현기가 죽였습니다.
세 진 : (흠칫 표정이 굳어 걸음 멈추고)
찬 석 : 공장장과 결탁해서 세진씨 아버질 협박했던 사채업잘 강현기가 죽였습니다.
세 진 : (멍한 표정 짓다가 그대로 털레털레 걸어간다)
찬 석 : (가는 세진의 등을 보며...자괴감 느끼는)
#36. 호숙 동네 바닷가 (노을녘)
현기,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잔뜩 고민스런 표정으로 혼자 걸어가고 있다. 보스의 말을 떠올리는.
보 스(E) : 우리가 벼르고 있는 놈이 하나 있는데, 근석이 이 명섭이 아들 놈이라 그러더구만. 이름이 이 찬석이라 그러던가?
널 쫓구 있는 것두 그 놈이라구? 여러사람한테 가시같은 놈이구만.
현 기(E) : 무슨 짓을 할려는 겁니까?
보 스(E) : 그건 관심있나?
현기의 표정 얼핏 굳는데. 이때, “오빠!” 하고 부르는 목소리...
현기, 돌아보면, 미자가 손을 흔들며 뛰 어오고 있다. 현기, 환하게 웃어준다.
미자, 달려와서 현기의 손을 잡는다. 현기와 미자, 서로 다정하게 손 잡고 얘기하며 걸어간다.
#37. 근처 공원 벤치 (노을녘)
충격받은 표정이 역력한 세진, 털레털레 걸어와 벤치에 앉는다. 문득 생각을 떠올리는.
#38. 플래시백 (1회 #30 골목)
세진, 불량학생들을 가방으로 때리며.
세 진 : 첫사랑에 실패만 안했음 니들 같은 아들이 있다. 이 자식들아!
학생들, 세진의 팔을 꺽고 세진, 비명을 지르는데, 학생의 팔을 꺽고 세진을 구해주던 현기.
#39. 플래시백 (1회 #31. 세진집앞 길)
현 기 : (세진에게 화가 났다) 이기지도 못할 술을 뭐하러 그렇게 많이 마셔요?
세 진 : 술김에 그런 거 아녜요. 내 성질에 그런 자식들 그냥 못봐요.
현 기 : (걸음 탁 멈추고 노기가 묻어) 내가 없었음 어떡할뻔 했어요?
세 진 : 그거야...뭐..(할 말이 없다, 괜히 말 돌리며 하늘을 보며 뒤로 걸으며) 공해가 얼마나 심한지 하늘에 별이 안 보이네..
(하다가 맨홀 뚜 껑에 걸려 어어하며 뒤로 넘어지려 하는데)
현 기 : (잽싸게 세진을 잡는다. 거의 안는 포즈가 된다...무안한 마음에 얼른 세진에게 손떼며, 좀 부드러워져서)
...그동안 별 일 없었어요?
세 진 : (무안해하는 현기가 재밌어서) 별 일이 왜 없었겠어요? 죽을뻔한 일두 여러 번 있었죠. (웃는데)
현 기 : (그말에 표정이 얼핏 굳어진다)
세 진 : (농담으로 한 말인데 현기의 표정이 굳어있자 괜히 자기가 머쓱해져 앞을 보고 걷는)
#40. 근처 공원 벤치 (현실)
세진, 그저 멍한 표정.
#41. 플래시백 (2회 #33. 세진집앞)
세 진 : 우리 첨 만났을때요. 나 고2땐가 저녁에 보충수업하구 오다가 아파서 쓰러진 걸 병원에 데려다 주셨죠?
현 기 : 차, 차고 안에 안 넣어놔두 돼요?
세 진 : 난 그때부터 그쪽 좀 좋아했었어요.
현 기 :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세 진 : (현기의 팔을 탁 잡으며) 내가 만약에 이런 집에 사는 사람이 아니었음 나한테 고백했어요?
현 기 : (잠깐 당혹스런 표정이다가 침착하게) 결혼, 한다면서요?
세 진 : (푸훗 웃으며 잡았던 팔 놓는다) 죄송합니다. 임자두 있는 여자가 껄떡거려서.
현 기 : (피식 웃고는 발걸음 돌려 간다)
세 진 : 담번 여자한텐 그러지 마세요.
현 기 : (그대로 발걸음 멈춘다)
세 진 : (뒤돌아 선 현기의 등에 대고 말하는) 담번엔 사랑하면 사랑한다구 좋아하면 좋아한다구 솔직히 말하라구요.
그쪽...아주 좋은 사람 같아요. 아주 매력 있어요.
#42. 근처 공원 벤치 (밤)
눈에 눈물이 그렁해진 세진.
수은등이 켜지고 차츰 깊은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그러나, 일어설 줄 모르고 그대로 앉아 있는 세진.
#43. 호숙집앞 (밤)
모자를 눌러 쓴 현기, 쌕을 메고 나오는데, 호숙, 달려와서 현기를 잡는다.
호 숙 : 오데 갑니꺼? 다 저녁때 오데 가예, 아저씨?
현 기 : 잠깐...다녀올 데가 있어요.
호 숙 : (불안한) 잠깐, 오데예?
현 기 : (난감한 표정)
호 숙 : 아까 낮에 왔던 그 깡패들 만나러 가는 깁니꺼?
현 기 : .....
호 숙 : 그놈들은 나뿐 놈들이라꼬 상종도 하지 말라 안 캤심니꺼?
현 기 : ...아녜요. 그 사람들 만나러 가는 거 아니예요.
호 숙 : 내도 같이 가예, 그라모...내랑 같이 다니몬 사람들이 의심도 덜 할 끼고 내랑 같이 가예.
현 기 : (보다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호숙을 손을 떼어낸다)
호 숙 : (당혹한 표정으로 보는)
현 기 : (부드럽게 웃어주며) 금방 다녀올께요.
호 숙 : (속이 타서) 거짓말 마이소. 뻥까는 거 다 알아예.
현 기 : 정말이예요. 이제 다신 나쁜 짓 같은 거 안해요.
호 숙 : ...(보다가 현기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건다)
현 기 : .....
호 숙 : 약속했어예. 내랑 약속했심니더.
현 기 : (서글픈 미소)
호 숙 : (손가락을 풀며) 퍼뜩 댕기 오이소, 아저씨. 기다리고 있을테이까 볼 일 마치모 바로 오이소. 알았지예?
현 기 : (고개 끄덕인다. 호숙의 마음에 깊은 애정을 느낀다)
#44. 룸살롱 (7회에서 현기가 찾아 갔던) 일각 길
현기, 걸어오다가 뭔가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룸살롱앞에 패트롤카가 서 있다.
현기, 얼른 한쪽으로 몸을 숨기고 숨어서 보는.
#45. 룸살롱내 사무실
찬석, 차반장, 문형사, 소파에 앉아 있고, 보스, 앉아 있다.
차반장 : 저희는 지금 몇가지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직 내의 내분일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조직간의 이권 다툼에서 빚어진 살인일수도 있구...
보 스 : (O.L.)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 암매장 당했다는 남자, 제가 데리구 있는 아이도 아니었구,
전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차반장 : (찬석에게 눈짓을 준다) 설명을 좀 해드려. 이 친구가 그동안 동방파 조직들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해왔거든요.
보 스 : (서늘한 시선으로 찬석을 보는)
찬 석 : (피식 웃더니...여유롭게 여기저기 시선 돌려가며 훑어 보고)
차반장 : 동방파와 신새벽파의 합병 내막은 물론 드러나지 않은 실세에서 부터 막둥이 조직원까지
눈감고도 그 계보를 그릴 수가 있답니다.
보 스 : 그렇습니까? 정말 대단한 부하 직원을 두셨군요. 하하. (속으로 긴장을 느끼면서 웃으면서 본다)
찬 석 : (보스와 시선 마주치고 웃다가 어느 순간 싸늘해지며 기선을 제압 하려는 듯 날카로운 눈빛 보내는)
#46. 룸살롱앞 (밤)
찬석, 차반장, 문형사, 룸살롱에서 나온다. 뒤이어 보스도 사내1과 함께 배웅을 나온다.
차반장과 문형사, 차에 오르고, 찬석, 보스에게 싸늘한 시선을 주다가 조수석에 오른다.
보스, “살펴 가십시오” 하고 정중하게 인사한다. 패트롤카, 룸살롱앞을 떠난다.
보스, 눈빛이 서늘해져 이를 앙무는 표정으로 떠나는 차를 응시한다.
패트롤카, 완전히 사라지고, 보스, 돌아서려다가 문득 뭔가를 발견하고 다시 고개 돌린다. 바로 앞에 현기 서 있다.
보스, 반기는 표정으로 활짝 웃지만, 현기,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 있다.
현 기 : 저한테 원하시는 게 뭡니까? 이 찬석이와 관계있는 일입니까?
#47. 세진집 외경 (아침)
#48. 세진방
세진, 상 펴놓고 사시 공부하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다.
세진, 악몽을 꾼 듯 이마에 식은 땀이 가득해서 인상을 일그러뜨리고 있다가 번쩍 눈을 뜬다.
꿈이구나...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쪽에 놓인 가족 사진을 본다.
세진, 사진앞으로 다가가 앉아 빙긋 미소를 지으며 본다. 세진부의 얼굴에 가만히 손을 대본다...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듯 얼굴에 슬픈 미소가 어린다. 그대, 문득 떠오르는.
찬 석(E) : 그 사채업잘 강현기가 죽였습니다. 공장장과 결탁해서 세진씨 아버질 협박했던 사채업잘 강현기가 죽였습니다.
세진, 또다시 마음이 내려앉는 것 같다.
#49. 정비소 (현기가 일하던)
세진, 멈칫거리며 정비소 앞으로 와 선다. 문득 내가 여긴 왜 왔지? 하는 회의가 들며 다시 돌아서려는데.
종업원, 차 수리하고 있다가 문득 세진을 보고.
종업원 : (세진을 알아보고) 어? 또 오셨네?
세 진 : (당황하다가...꾸벅 인사하고) 죄송합니다. 뭐 좀 여쭤 볼 게 있어서 왔어요.
종업원 : (무슨? 하는 표정으로 보는)
세 진 : 강현기씨요...가족이나 친척이나...친구는 없나요?
#50. 호구 비디오 가게앞
세진, 호구의 비디오 가게를 찾아서 두리번 거리며 온다.
가게를 확인하고 앞으로 와서 서면, 가게문 열쇠로 잠겨 있고, “배달중”이 라는 명패가 붙어있다.
세진, 실망한 표정 짓는데, 호구, 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다.
호구, 세진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끼익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고 선다.
세진, 이 사람인가? 보고.
호구, 세진을 보고 당황한 표정 진정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데.
세 진 : ....(담담한) 절...아세요?
#51. 거리
현기, 걸어가고 있다. 심난한 표정이다.
#52. 호구 비디오 가게안
세진, 앉아 있는데, 호구, 오렌지 쥬스가 든 컵을 앞에 놓아준다.
호 구 : (세진의 표정을 살피며) 미리 연락이라두 하구 오시지...드릴 게 이 것밖에 없네요.
세 진 : (그대로 시선 떨군 채 침묵하고 있는)
호 구 : 다 알구 오신 거 같으니까 저도 그냥 까놓구 말씀 드리께요.
전요 처음엔 세진씨가 현기형이 짝사랑하고 있는 여잔 줄 알았거든요.
세 진 : ......
호 구 : 그래서 내가 몰래 숨어서 세진씨 사진두 찍어다 주구 그랬어요. (세진이 찾아온 게 반가와 계속 싱글거리고 웃는)
세 진 : .....(혼란스러운)
호 구 : 형이 얼마나 세진씨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세진씨만 행복하다면 형 인생은 어떻게 돼두 상관없다구...
형 저렇게 된 거 세진씨 때문인 거 다 아시죠? (하는데)
세 진 : (괴롭다. 벌떡 일어선다) 제가 잘못 찾아온 거 같애요.
호 구 : (황당하게 보는) 에?
세 진 : 잘못 찾아왔어요., 제가..그만 가보겠습니다.
호 구 : 왜 그러세요, 갑자기?
세 진 : (호구 똑바로 보고) 전 강현기씨의 동생이 아녜요.
호 구 : (어이없는)
세 진 : 전 한세진이예요. 강현기씨께 나중에라도 전해 주세요. 전 그냥 한 세진이라구. 그쪽하군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라구.
호 구 : (기가 막히고 화가 나서) 뭐라구요? 상관없는 사람이라구요?
세 진 : (그대로 나가려는데)
호 구 : 뭐 저딴 기집애가 다 있냐? 야! 한 세진!
세 진 : (돌아서서 호구를 노려 보는)
호 구 : 내가 너 현기형 동생이라 그래서, 그래두 이쁘게 불쌍하게 봐줄랬는데...이거 증말 싸가지 없는 기집애네?
(감정 격해져) 누구 때문에, 우리 형 인생이 저렇게 망가졌는데, 뭐? 뭐라구? 다시 한번 말해봐.
세 진 : (냉랭하게) 전 사람을 죽여달라구 부탁한 적 없어요. (가려는데)
호 구 : 야!!
세 진 : (다시 호구를 돌아보고, 서늘한 표정으로) 어릴 때 버렸던 동생을 찾고 있다면 제가 아니라구 전해주세요....
강현주란 아이는 부모와 형제들에게 버려졌을때...그때 이미 죽었다구 전해 주세요.
#53. 비디오 가게앞
세진, 가게 문을 열고 나온다. 말은 독하게 내뱉았지만...몹시 괴롭다.
#54. 버스 정류장
현기, 호숙집에 가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인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 문자가 도착했다는 핸드폰 신호음 들린다.
현기, 핸드폰 열어보면. “세진씨가 형을 찾아 왔어요.” 라는 문자 메시지가 창에 뜬다. 안색이 창백해지며 충격받는 현기.
#55. 세진 갈비집
손님상의 갈비를 자르던 세진, 솟아오르는 갈비 연기에 손을 휘젓는다.
매운 연기 때문인지 치밀어오르는 슬픔 때문인지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56.서울 버스 정류장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는 현기. 버스 도착했지만, 넋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다.
#57. 경찰서 휴게실 (현관에 있는)
찬석, 명찰 걸며 들어오다가 하형사가 자판기에서 커피 뽑고 있는 것을 본다. 찬석, 하형사곁으로 다가가며.
찬 석 : 내 것도 하나 뽑아라. 프림커피.
하형사 : (안됐다는 표정으로 찬석을 본다) 쯧쯧쯧...
찬 석 : 왜?
하형사 : 우리 아버지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어. 주먹으로 선 자는 주먹으로 망한다.
찬 석 : 뭔소리야? 니네 집에 뭔 일 있냐?
하형사 : 쯧쯧쯧.
찬 석 : (의아한)
#58. 강력반 사무실
찬석, 들어서는데, 문형사, 서류 뭉치들고 보고 있다.
찬 석 : 제가 어제 동방파 자료 드린 거요. 그거 좀 주십시오.
문형사 : (꿈쩍도 않는)
찬 석 : 선배님!
문형사 : (찬석을 흘끗 보다가 다시 자료를 본다)
찬 석 : (어이가 없는데)
이때, 차반장, 들어온다.
차반장 : (찜찜한 표정으로 찬석을 보며) 아침에 징계위원회에서 회신이 내려왔어.
찬 석 :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데)
차반장 : (서랍 열어 회신문을 주며) 이찬석! 피의자 폭행건으로 육개월 감봉에 이개월 정직이야.
찬 석 : (안색이 하얗게 변해 회신문 들어서 보다가 차반장 보는) 반장님.
차반장 : 징계 풀리때까지 지금 니가 하는 일에서 당분간 손 떼.
찬 석 : 반장님.
차반장 : 그러게 이 새끼야. 아무리 뚜껑 열린다구 그렇게 다짜고짜 피의잘 패면 어떡해? 니가 깡패야?!
김병철이가 너 상대루 소송까지 걸 생각 하고 있나 보던데 어떡할거야, 임마?!!
찬 석 : (기가 막혀 어쩔 줄 몰라하다가) 그럼 이번 사건은요, 이번에 동방파 살인사건은 어떡하구...
문형사 : (O.L.) 너 말구두 여기 형사들 많아.
찬 석 : (흠칫 보는)
문형사 : 니가 보기엔 흑사리 껍데기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형사야!
이번 사건은 우리한테 맡기구 이 형산 당분간 자숙하면서 푹 쉬어. (나간다)
찬 석 : (환장하겠다)
#59. 호숙 동네 버스 정류장 (늦은 오후)
호숙, 미자와 함께 버스 정류소에 앉아 현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계를 보다가 다시 목을 길게 빼고 버스가 오나 기다린다. 걱정스럽다.
호 숙 : .....(괜히 미자에게) 숙제는 다 했나?
미 자 : (두손으로 귀를 가리며) 아우, 또 그놈의 숙제, 숙제....엄마, 혹시 엄마 주변에 숙제 안해서 인생 망친 사람 있어?
호 숙 : (미자 손을 떼내며 자기를 손으로 가리킨다) 오게 있네, 요게. 숙제도 안하고, 선생님 말도 안 듣고, 부모 말도 안 듣다가
인생 망친 사람 요게 있네.
미 자 : 피이.
호 숙 : 내가 시간 날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니는 옴마거치 살몬 안된다. 절대로 옴마거치 살몬 안된다. 알았나?
미 자 : (괜히 말돌리는) 아우, 현기 오빠는 맨날 어딜 이렇게 다니는 거야?
호 숙 : 참, 니 앞으로는 현기오빠라 카지 말고, 용필이 오빠라 캐라.
사람들이 느그집에 있는 오빠 이름이 뭐꼬 카모 장용필 오빠예 그래라.
미 자 :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응?
호 숙 : 아저씨 이름이 재수가 없다꼬 장 용필이라고 바꽜다.
미 자 : 촌스럽게 용필이가 뭐야? 싫어, 난 현기오빠라 그럴거야.
호 숙 : (미자 머리를 툭 때리며) 눌로 닮아가꼬 이기 고집이 이리 세노? 아저씨한테 재수없는 일이라도 생기모 니가 책임질래?
미 자 : (삐죽거리며) 아, 알았어...근데 엄마, 용필이오빠 말구 성모오빠라구 다시 바꾸면 안돼?
이때, 저편에서 오고 있는 버스 보인다. 호숙,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고, 미자도 함께 일어선다.
버스와서 멎고, 사람들 내린다. 호숙과 미자, 열심히 살펴 보지만, 현기는 없다.
손님들, 대충 다 내린 것 같자 호숙, 낙담하는데, 이때, “잠깐만요, 내려요” 하는 남자의 목소리 들리고, 한 남자 버스에서 내린다. 무심코 고개 돌리려던 호숙, 남자를 보고는 표정이 하얗게 얼어 붙는다.
남자도 호숙을 보고는 흠칫 놀란다....남자, 호숙의 남편이었던 정태다.
버스, 출발해서 가 버리고.
호숙, 얼어붙은 듯 창백한 표정으로 천천히 뒷걸음 치더니 그대로 돌아서 도망쳐 버린다.
정 태 : 야, 호숙아! 호숙아아! (하며 따라 가려는데)
미 자 : (어리둥절) 엄마!!
정 태 : (흠칫 미자를 돌아본다)
미 자 : 아저씨 누구예요?
정 태 : ......
미 자 : 누구예요, 아저씨?
정 태 : (미자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무릎 굽혀 앉으며 미자의 얼굴을 잡고 자세히 본다) 니가..미자냐? 니가 미자야?
미 자 : 아저씬...누구...(하며 자세히 보다가..충격) 아..빠...
정 태 : 그래, 아빠다, 미자야. 아빠야. (하며 와락 미자를 껴안는다) 아이구, 내 새끼. 내 새끼.
미 자 : (반갑다기보단...충격을 받고 멍한 표정)
#60. 길
누가 쫓아오지도 않는데, 있는 힘을 다해서 도망가는 호숙...두 눈은 두려움이 가득하다. 신발이 벗겨지지만 그대로 달려간다.
#61. 바닷가길
도망치던 호숙, 모래사장에 결국 쓰러지듯 주저앉는다. 가픈 숨을 내쉬며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얼굴빛...
호숙, 바들바들 떨며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수평선 너머로 노을이 물들고 있다.
#62. 서울 버스 정류장 (해질녘)
어둠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다. 현기, 일어날 줄 모르고, 벤치에 굳은 듯 앉아 있다.
현기가 들고 있는 핸드폰엔 문자가 그대로 떠 있다. “세진씨가 형을 찾아 왔어요.”
#63. 포장마차 일각 (밤)
다혜, 두리번 거리며 찬석을 찾으며 온다. 포장마차를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64. 포장마차 안
다혜, 들어오면, 등을 보이고 앉은 채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는 찬석의 모습이 보인다.
다혜, 해벌쭉 웃으며 찬석의 맞은 편 의자에 앉는다.
다 혜 : (소주병 빈병 세개 놓인 것 보며) 어우, 혼자서 제법 많이 마셨네.
찬 석 : (고개들어 다혜를 기운없이 보며) 여긴 어떻게 알구 왔어?
다 혜 : 텔레파시...여기 오면 오빨 만날 수 있다, 텔레파시가 팍 꽂히더라구.
찬 석 : (피식 웃으며) 한잔 할래?
다 혜 : (고개 끄덕인다) 아줌마, 여기 잔 하나만 주세요.
주인, 소주잔을 갖다 준다. 다혜, 술잔을 들면 찬석, 다혜의 잔에 소주를 따라준다.
다 혜 : (찬석 눈치 살피며) 징계 먹었다며?
찬 석 : (끄덕이는)
다 혜 : 잘됐다. 오빠...인제 오빠 내 마음대루 실컷 볼 수 있겠네.
찬 석 : (피식)
다 혜 : (소주 마시고 캬아 소리 내고) 기분이다. 오빠 징계먹은 기념으루 우리 오늘 밤 기차타구 바다 보러 가자.
찬 석 : ...(보는)
다 혜 : 나 휴가 받았어...가자, 오빠...기분두 꿀꿀한데 가서 고래나 한 마리 잡아 오자.
찬 석 : (웃으며 자작해서 마신다)
다 혜 : (속상한) 깡술만 먹지 말구, 안주 먹어, 안주......아줌마! 여기 꼼장어 한 접시요.
찬 석 : 차 다혜...너 내가 왜 좋니? 나같은 놈이 왜 좋아?
다 혜 : (물끄러미 보다가) 오빠는? 오빤 그럼 내가 왜 싫어? 나같이 근사한 여자가 왜 싫어?
찬 석 : (흠칫하는 표정)
다 혜 : (자기잔에 소주를 따르면서, 밝게) 나 오빠 맘 다 알아. 나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거 다 알아.
찬 석 : 다혜야.
다 혜 : 맞잖아. 오빠가 날 여동생처럼 엄마처럼 편해하구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여자로 사랑하지는 않잖아. 그치? 내 말 맞지?
찬 석 : (피식)
다 혜 : (찬석옆으로 다가가 앉아 찬석의 가슴에 손을 대본다) 이것봐. 나 같이 매력적인 여자가 옆에 앉아 있는데두
심장이 끄덕을 안하네.
찬 석 : ....
다 혜 : (다시 자기 가슴에 손을 대보고) 난 오빠 만나기 삼십분전부터 이렇게 두근반 세근반 심장이 뛰는데.....
(곱게 흘겨보며) 오빠 심장은 끄덕도 안해.
찬 석 : (쓰게 웃는) 야 임마. 왜 또 시비야?
다 혜 : 괜찮아, 뭐...난 나를 사랑하는 남자보단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더 좋아. 결혼해서 두구두구 구박하구 복수해 주지 뭐.
찬 석 : (피식 웃으며) 아줌마! 여기 소주 한병 더 주세요.
이때, 다혜의 핸드폰 울린다.
다 혜 : (핸드폰 받으며) 네...아, 감독님...(사이, 짜증난 표정) 그걸 꼭 지금 녹음해야 돼요? 아우, 정말...
(사이) 알았어요..지금 가께요.
다혜, 핸드폰 닫고 일어선다.
다 혜 : 나 라디오 녹음 때문에 방송국에 좀 가봐야겠어...밤 열두시 삼십 분 기차니까 시간 맞춰서 기차역에서 만나자.
(시계보며) 한 시간 남았네.
찬 석 : (모든 게 귀찮다) ...나중에..나중에 가자.
다 혜 : 표두 벌써 다 예매했단 말야...기다리께, 꼭 와. 술 많이 먹지 말구.
(찬석의 뺨에 가볍게 입맞추고 서둘러 밖으로 뛰어나간다)
찬 석 : (안된다는 말을 하려다가 다혜가 나가버리자 씁쓸한 표정 짓는다)
주인 아줌마가 소주를 갖다 놓자, 찬석, 병째 들고 마신다.
#65. 거리
찬석,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채 가로수를 잡고 서 있다. 술이 제법 많이 취했다.
저 앞으로 취객들, 택시를 부르며 잡고 있지만, 찬석, 손도 들지 않고 그대로 있다.
#66. 방송국 라디오 스튜디오
다혜, 박스안에서 녹음하고 있다.
다 혜 : 즐거운 주말 보내시구요. 전 다음 주 이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차다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음악 올리라고 손짓한다)
다혜, 시계를 보면 12시를 지나고 있다. 다혜, 다급한 표정으로 부산하게 가방 챙겨들고 박스 밖으로 나온다.
다 혜 : (스텝들에게 허둥지둥 인사하는)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대로 뛰어나가 버린다)
#67. 거리
찬석, 택시를 잡고 있다. 좀전에 찬석앞에서 택시를 잡던 손님들은 없다.
찬 석 : (술이 아직도 깨지 않은 상태) 서울역! 서울역!
택시들, 서지 않고 그대로 가 버린다. 찬석, “젠장” 하는 표정으로 시계를 보다가 다시 택시를 잡는다.
찬 석 : 서울역! 서울역!
이때, 찬석의 얼굴위로 문득 떠오르는.
#68. 플래시백 (8회 #2 일각 공원 벤치)
세 진 : (몇걸음 가다가 돌아선다) 그동안 저한테 접근하구, 잘해주신 이유가 그러니까, 범인을 유인하기 위해서 였다. 그거죠?
찬 석 : .....(변명하려다 관둔다)
세 진 : 것두 정말 재밌네, 정말 재밌다... 세상 참 재밌어.
#69. 거리
찬석, 생각을 떨치려 하며 고개 젓는데, 택시, 깜박이를 켜고 찬석앞으로 와 선다.
#70. 서울역 앞
사람들이 알아 볼까봐 모자를 푹 눌러쓴 다혜, 숨이 턱에 닿아 뛰어온다. 두리번 거리며 찬석을 찾다가 시계탑의 시계를 본다.
시계 1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다.
#71. 거리
찬석,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다. 몸을 많이 휘청거린다. (술이 많이 취한 상태다)
#72. 서울역앞
다혜, 계속 두리번거리며 동동거리다가 다시 시계탑을 본다. 시계 12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기차 출발을 알리는 기적소리 빠앙 들린다. 다혜, 울상이 된다.
#73. 세진방
세진, 상 펴놓고 스텐드 불 아래서 열심히 사시 공부 하고 있다. 수미는 한쪽에 잠들어 있다.
세진, 공부하며 문득 고개 들다가 수미를 보고 다가가 걷어낸 이불을 덮어준다.
이때, 밖에서 뭔가 쿵하며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세진, 흠칫하며 고개를 든다.
#74. 세진집앞
세진, 대문을 열고 나온다. 무슨 일이지 주위를 둘러보며 자기 방 창문이 있는 쪽으로 오다가 놀라는 표정이 된다.
찬석, 술에 취해 의식을 놓은 채 창문 아래 쓰러져 있다. 찬석이 부딪힌 듯 옆으로 플라스틱 박스가 엎어져 있다.
세진, 당혹스런 표정 지으며 찬석쪽으로 온다.
세 진 : (찬석앞으로 쪼그리고 앉으며) 이봐요...(찬석을 흔든다) 이보세요.
찬 석 : (힘겹게 천천히 눈을 뜨고 세진을 본다)
세 진 : (당황한 표정으로 보는데)
찬 석 : (술에 많이 취했다. 세진을 향해 연하게 웃어주고..) 사과 하구 싶어서 왔습니다....미안해요.
세 진 : ......
찬 석 : 그냥 그 말이...그 말이...하구 싶어 왔어요. (정신을 차리려하며 일어선다) 그럼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꾸벅 인사하다가 그대로 휘청하며 앞으로 쓰러지려 하는데)
세 진 : 어, 조심해요. (하며 안듯이 찬석을 잡아주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