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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03
S#1. 은수 원룸 / 한밤 중.
정신없이, 널 부러진 옷가지들을 장롱 속에 구겨 넣는 은수.
대충 방안을 훑어보고, 마지막으로 과자 껍데기는 침대 밑으로!
드디어 문간을 향해,
은수 들어와요. (찬장을 뒤지기 시작)
태오, 방안으로 들어서며, “와~” 소리. 태오가 거듭 “와~ 와~”, 하자,
은수 어쩔 땐 이거 보다 깨끗할 때도 있는데,.. 그만 좀 하죠~?
태오 와~.. 집, 너무 좋다~.
은수 (뭐가 좋단 거지? 하듯 둘러본다) 에이. (와인을 발견!)
은수, 와인병과 머그잔 두 개를 가지고 온다.
은수 (와인을 두고, 웃음) 기적적으로 발견!
태오 내가 할게요.
태오, 오프너를 코르크 안으로 돌려 넣는다. 그리고 당기는데,
태오 (안 된다.) 아니, 이걸 어떻게 따요?
은수 보기에 과히 아름답진 않지만, (태오의 두 발로 병의 목을 받치게 하고, 자기가 따는 것처럼 힘을 주는 말씨로) 땅~겨요! (태오, 당기면 나오기 시작하는 코르크) 된다, 된다. (웃음) 됐다아~. 제대루 된 거 하나, 산다산다 하면서두..
태오 (은수잔에 술을 따른다, 은수도 태오잔에. 건배.. 마시고..) 엇. 되게 맛있다.
은수 그래요? 다행이다. 안 비싼 건데.
태오 난 와인 잘 모르겠드라구요, 많이 안 먹어봐서 그런가. (웃음) 싼 게 더 잘 맞나 봐요, 제 입엔.
태오, 모자를 벗고 무심히 둘레둘레 방안을 보며, 천천히 머리를 쓸어 넘기는데, 그 몸짓엔 우아한 데가 있다.. 은수, 취한 듯이 태오를 본다...
태오 (둘레둘레 하다 연필통에 꽂힌 연필들 발견) 연필 쓰시나봐요...
은수 (취해있다 겨우) 어? 연필? 어. 써요. 교정볼 때 편해서..
태오 (혼잣말처럼) 와~, 연피일... 연필을 잊고 있었구나아...
은수, 티를 내지는 않지만 태오가 너무 예쁘다...
태오, 다시 은수의 안경을 발견한다.
태오 어! 안경써요?
은수 응. 집에서만.
태오 (은수 안경을 살펴보다가) 써봐두 돼요? (은수 웃자, 안경 쓰고 주변을 둘레둘레) 어릴 때 안경 쓴 애들 부러웠는데..
은수 왜?
태오 똑똑해보이잖아요. (은수, 말도 안 된다는 듯 웃는데) 써봐요.
태오, 벗은 안경을 씌워주려는 듯 은수 얼굴 쪽으로 다가온다,
은수, 침이 꼴깍, 다가오는 태오 얼굴에 숨이 막힌다
은수 (혼자 작게 부르르) 안 돼애!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면)
씌워진 안경 너머로 가까이 와 있는 태오의 고운 얼굴이 보인다,
시간이 멈춘 듯.
은수 (무너진다.. 절실..) 나, 정말, 이 아이가.....
태오 가만히 다가오면, 은수, 키스를 받으며.. 스르륵 눈 감으며..
은수 좋다..... 좋다... 좋다... //
새벽. 침대 위.
은수, 잠결에 몸을 돌리고 눈을 뜨면 태오의 손이 보인다.
빨갛게 피가 몰린 손이 가만히 쥐었다 폈다.. 를 하고 있다.
팔이 몹시 저린 듯. 은수,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킨다.
태오 왜요, 깼어요?
은수 (딱하다) 팔 저렸구나.
태오 괜찮은데.
은수 (너무나 딱하다) 빼지..그냥... 어떡해...
태오 정말 괜찮은데, (팔을 열 번쯤 빠르게 접었다 폈다하고는 배시시) 아~ 살겠다..! 이제 진짜 괜찮다! (활짝 다시 팔 벌리고) 이리와요, 안아줄게. (은수가 아니란 듯이 있으면) 어어~? 어서요오.. (은수 살짝 안기면, 이마에 입 맞추고 토닥토닥) 자요.. 어서.... //
아침. 은수, 눈뜬다. 일어나 살금살금 침대 밖으로...
S#2. 스노우 팰리스 앞 / 아침.
핸드폰에서 줄줄이 쏟아지는 문자 알림음.
재인, 재인, 엄마, 엄마, 집... //
은수, 음성메시지를 듣고 있다.
재인 E 야! 온수! 이거,이거,이거, 냅다 빳데리를 빼버리구, 이거,이거,이거,
서언을 본다드니, 어까지 보는 긴지, 이거이거이거.../
엄마 E (무지 걱정스럽게) 막내야, 무슨 일이야, 빨리 전화해.. 느 아부지, 난리두 아니다.. (아버지 소리 새들어옴 “그 따우로 할라면 당장에 들어오라그래!”) 아, 왜, 소릴 질러요.. 애, 놀라게.. 은수야, 너 어디야아, (혼잣말) 얘가, 진짜, 저녁때 온다든 애가, 걱정돼 죽겠네~, 경찰에 신고한다, 빨리 전화해..
S#3. 은수의 원룸 / 아침.
은수, 들어오면, 태오, 일어나 있다.
은수 깼구나.
태오 (눈 비비며) 잘 잤어요? 못 잤죠~?
은수 아냐, 잤어. 근데, 어떡하지? 나 집에 가봐얄 거 같은데..
태오 어딘데요, 집이?
은수 집? 아.. 분당.
태오 (옷 입으며)그래요, 가요.
은수 (설마 같이 가려는 건 아니지? 싶어서) 너두 집에 가야지?
태오 (활짝) 와! ... 너래!
은수 어?
태오 듣기 좋다, 너-. (돌연) 낙장불입!
은수 (푸) 낙장불입?
태오 응. 낙장불이입! 분명히 너라 그랬어요오? 지그음, 너어! 낙장불이입!
은수 (차아~하하하하.. 웃다가 에구우...) 그래애. 너어.
태오 델다 줄게요!
은수 (황급히) 어~, 아냐, 아냐아~, 괜찮아~, 진짜 괜찮아~
S#4. 분당 서현역 / 오전.
계단을 올라오는 은수와 태오.
은수 넘 많이 왔지~, 그러게 괜찮다니까아. (태오, 미소) 고마워, 잘 가아~.
태오 네에!
은수 (돌아서며) 가아~.
태오 (가라고 손짓하며) 네에.
은수, 걷기 시작하면, 태오 따라 걷는다.
은수가 돌아보면 태오, 어서 가라고 다시 손짓,
은수 걸으면, 태오 또 따라 걷는다.
은수 (약간 당혹.. ‘니가 그러면 내가..’) 어떻게 가..
태오 이렇게요오~.
은수, 당혹스럽지만 결국 웃을 수밖에 없다.
S#5. 유희의 집 / 오전.
오래된 단층 주택의 좁은 마당에서, 유희 엄마가 배추를 씻고 있다.
유희, 방안 창문에 붙어 서서 내다보고 있다. 심란한 표정.
S#6. 분당 아파트 단지 사이 길 / 오전.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거리를 두고 걷는 은수와 태오.
S#7. 유희의 집 마당, 늦저녁
유희, 엄마 앞에 와 쪼그려 앉는다.
유희 엄마, 나 있지이.... 회사 있지이..
엄마 (수도호스를 쥐어주며 마침 잘 왔다고) 잘왔네, 잡아. (유희 잡으면) 이쪽으루 대. (바지런한 몸짓으로 배추를 절군다)
유희 (배추가 너무 많으니까 버럭) 왤케 많아! 아씨, 또 짝은 엄마지!
엄마 (물이 밖으로 새니까) 이.. 다 새네. 담는 김에 하는 건데, 어때~.
작은 엄만 일 못하잖아.
유희 (답답하다) 진짜, 웃겨. 왜들 그래? 할 줄 모르면, 사다먹으라 그래! 진짜, 사람들이.. (열 받는다..)
엄마 (장난스럽게) 왜, 니 엄마 부려먹으니까 아까워?
유희 열 받잖아!
엄마 니 작은 엄마, 나 무시하는 거 같아두, 절대루 무시 못해. (유희 보고) 왠 줄 알아? 새끼들이 잘났거든? (다 했나보다) 됐다... 아고고고고..(허리 펴며, 꼬소한 얼굴로) 니 작은 엄마, 소원이 뭔데! 유준이 넥타이 매서 출근시켜보는 거야아~ (뻐긴다) 알기나해?
유희, 짠하디 짠한 얼굴로 엄마를 보는데...
엄마 (불쑥) 회사, 뭐.
유희 (멈칫) 어?
엄마 아까 뭐, 회사 뭐래지 않았어? (집안에서 전화벨소리 들리기 시작)
유희 어~. 회사~. 감사라 무지 쫀다고오.. (돌아서며) 엄마, 나 전화왔다!
S#8. 분당 아파트 단지 사이 길 / 오전.
걷고 있는 은수와 태오.
태오는 즐겁게 봄 길을 거니는 모습인데,
은수는 여전히 조금 불편한 듯. 문자가 온다.
액정보고, 태오 짧게 돌아보고, 문자 열면 ‘뒤꼭지 예쁘다...!’
태오 E 뒤꼭지 예쁘다..
문자 또 온다. 열어보면,
태오 E 돌아보지 마요! 이렇게 산책해요~..
은수, 미소. 문자를 쓴다.
은수 E 바보..... 그냥 가라니까...
태오 E 좋잖아요, (시원한지)아~~.... 와~ 꽃!
은수, 고개 들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
두 사람 봄날을 한껏 음미한다... 햇살이 눈부시다.
은수 E 나두, 너... 보면서 걷고 싶다...
태오, 빠르게 걸어 은수 앞으로 가며 문자 찍음.
태오 E 어때요? 이뿌죠? ㅋㅋ
태오, 다시 은수 뒤로 빽.
506호 아줌마 등장. 은수, 인사한다.
506호 집에 가나부네.
은수 (활기차게) 네! 안녕히 가세요!
아줌마, 지나가고 나면, 은수, 혀를 낼름. 어깨 으쓱하며 웃는다.
은수 E 휴우~, 506호 아줌마.. 근데... (멈춰 선다).. 어쩌지? ... 다 왔다..
은수, 고개를 들어 집이 있는 아파트를 올려다본다.
태오, 거리 둔 채 멈춰 서서 올려다본다.
태오 E 여기구나.. 몇 층이예요?
은수 E 11층... (뜸. 아쉬움..) 잘 가.. (돌아본다, 눈으로 잠시 인사)
태오, 손을 아주 조그맣게 흔들고 뒷걸음으로 몇 걸음..
은수, 발이 안 떨어진다. 느리게, 느리게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다.
S#9. 은수 분당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 복도/ 오전
엘리베이터에 타는 은수, 11층을 누른다.
3층에 이르렀을 때, 문자 알림음. 딩동. 문자 열면
‘보고..싶어요...’
은수 눈에 이는 빛! 초조하게 엘리베이터 숫자판을 본다. 7층... 8층,
9층... 드디어 11층! 땡! 문 열리자마자 뛰어나가는 은수.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창이 있는 계단참까지 뛰어 내려오는 은수.
창문에 이르러 밖을 내다보면...,
저 아래 서 있는 태오가 아득히 보인다.
은수를 보는 태오... 마지막으로 문자를 쓴다...
알림음. 은수, 천천히 열면..,
태오 E 나... 너무.. 끌려요...
은수, 태오를 보다가... 천천히 문자를 쓴다... 그리고 다시 태오를 본다..
은수 E 나두.... 그래애...
그렇게... 가만히.. 서로를 보는 두 사람...
은수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눈물이 나지는 않는데, 기분이)
태오, 이제 가만히 손을 흔들고 천천히 돌아서 걷기 시작한다...
멀어져가는 태오를 보는 은수...
(그 모습 위로 아파트 벨소리 선행.)
S#10. 분당 집, 오전.
은수, 들어서면 엄마, 눈을 흘기며 등을 찰싹 때린다.
은수 아.. 아프으..
엄마 (아버지 눈치 보느라 작게 씹어 삼키듯) 이 노무 기지배...
은수, 엄마에게 ‘이크~!.... 아니, 내가 뭐얼..?’ 너스레 표정.
아버지, 들고 있던 신문을 아주 신경질적으로 넘긴다.
은수 (모른 척 조카에게 가며) 이럴 땐 무조건 기어야한다..
은수 지호~! 지호,지호!
지호,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은수는 본둥만둥.
은수 (안아 올리며) 요놈, 고모가 오셨는데, 인사도 안 해?
지호 (플라스틱 공룡을 보이며) 공농. 고모, 타우자.
은수 싸우자! 싸우자! (내려놓고 마주 앉는다, 오빠 나온다.)
오빠 네, 이년! (그것두 농담이라고 푸식 웃으며 엄마를 두고) 당장에 가보자는 걸 갠~신이 말렸다. (느물느물) 잘했냐? 흐으~.
은수 (귀찮아서 대충)잘했어잘했어. (지호에게) 애게~, 내껀 요거야. (지호가 내준 은수 공룡 현저히 작고 후지다) 너무 짝아, 바꿔.
지호 (은수 공룡 입을 가리키며) 이빨. 육식공농이잖아.
은수 진짜? 진짜지? 앙! 다, 잡아먹겠다~ (건성으로 싸우면서, 베란다에서 양파를 들고 들어오는 올케에게) 잘 지냈어요?
지호엄마 (입 나왔다) 왔어요, 고모? (장난감 주우며 지호에게) 고만 어질러. //
cut to
식탁. 아버지, 숟가락 탁 놓으면,
엄마 짜요? (맞보고) 맞구만~. (은수에게)짜니?
은수 (괜히 그러는 거라는 표정)
엄마 (아버지 쪽은 보지도 않고) 봐, 안 짜고만.
아버지 소금.
엄마 아니, (맛 다시 보고 어처구니 없다는 듯) 싱거우?
대답 없이 퉁명스러운 아버지의 얼굴.
엄마, 끙 하고 일어서려고 하면, 은수 얼른 일어서며
은수 내가(할게).
은수 (소금통 들고 오며 밝은 목소리) 어릴 땐, 우리 집이, 드라마 속 화목한 집들이랑은 다르다는 게 부끄러웠다.
<인서트>
아버지, 보일러를 ‘외출’모드로 바꾼다.
은수 세무 공무원으로 재작년에 은퇴한 아버지는 ** 아파트, 1105호에서는 여전히 세무 공무원이다.
<인서트>
아버지, 돈을 세서 테이블에 놓는다./
엄마, 테이블의 돈을 채가듯 탁 집는다.
은수 생활비로 이십만원 이상의 돈을 한 번에 타본 적이 없는 게 우리 엄마다.
은수 오빠, 냉랭한 양친 사이에서 눈치 보다가, 무마할 겸
오빠 (한입 가득 김치 먹고) 아으, 울 엄니 그래두, 김치 하난 끝내줘.
아버지 (이때다 하고, 비웃음) 허~. 게 느 엄마 김치냐?
오빠 (웃음 난다. 엄마에게) 김포 아줌마네 꺼에요?
엄마 (끙)
아버지 봐라~, 배추가 맛이 없네, 고춧가루가 묶었네, (소리 작아지기 시작하며 아래 은수 말 시작) 그 친구는 어디 뭐 시장에서 안 사구 어디 농사져다 담나? 배워. 그렇게 붙어 다니면서 어떻게 김치 하날 못 배우나?
은수 (역시 밝게) 재인이네 아빠한텐 여자가 많았고, 유희네 아빠로 말하자면, 놀랍도록 돈을 못 버셨다... ‘드라마 속 가족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그러자, 부끄러움도 사라졌다... (뜸) 아님 말고!
이때 딩동 울리는 문자 알림음.
오빠 (은수에게) 뭐 왔다.
은수 내꺼 아닌데.
엄마 (일어난다.)
오빠 (하! 놀라 웃으며) 엄마, 문자도 하셔?
엄마off 니 엄마 신식이다. 누굴 할망구 취급해.
S#11. 은수 방, 낮.
은수, 책장 제일 아래를 뒤지고 있다.
(은수 방은 요즘 반쯤 창고로 쓰는지 잡동사니, 박스들로 정신이 없다.)
엄마, 문을 연다. 외출복 차림.
엄마 식탁에 싸 논 거 가져가, 잊어버리지 말구!
은수 (자식들 왔는데 나가는 게 이상해서) 엄마, 어디 가?
엄마 (아버지 들으란 듯 크게) 김치 배우러 간다, 왜!
은수 (웃으며) 김포 아줌마~?
엄마 간다! (잔소리) 일찍, 일찍 다녀어~!
엄마 문 닫고 나가면, 다시 책장 아래를 본다. 찾았다!/
중학교 때 사회과부도. 표지에 2학년 7반, 32번 오은수.
세계지도 페이지 열면, 태평양 가운데 화이트로 그려져 있는 섬 하나.
볼펜으로 ‘은수 Island' 라고 씌어있다.
S#12. 은수 중학교 시절. 재인이네 집. F.B.
한 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집. 잘 꾸며진 소녀풍 방.
어린 은수(갈래머리)와 유희(쇼커트), 재인이 모여 사회숙제 중.
재인, 종이를 지도 위에 두고 베껴 그리고 있다.
유희 (재인에게) 티나. 대구그린 거.
재인 걱정을 하덜덜..(마..) 아씨, 젤 싫어, 이딴 숙제.
(은수 보며) 너두 그냥 대구 해. 그게 뭐냐.
그러고 보니, 은수 지도는 엉망.
은수 (화이트를 흔들며 재인 거에 한눈 판다) 티나.
(화이트가 태평양에 떨어진다) 아!
유희 하이튼 하재인!
재인 (태평) 긁어.
은수, 얼룩을 가만히 보다가 무슨 생각인지 얼룩을 더 크게 그린다.
재인 (화나서 그러는 지 알고) 야~, 미안해~.
은수, 입으로 화이트 호호 불고는 볼펜으로 쓴다. ‘은수 Island'
은수 (배시시) 내 땅.
유희 (오호!) 나두! 화이트!
유희도 그린다.
재인 우씨. 나두! (그린다. 섬모양이 하트다)크흐. (호호불고 섬이름을 쓴다)
유희 (재인에게) 야,야, 에쓰.
재인 (엉?)
보면, 재인은 잔뜩 멋 부린 글씨체로 ‘Jane's iland라고 써 놓았다.
유희 아일랜드. 아이(강조)‘에쓰’엘에이엔디. 공부 좀 하지이?
재인 우씨! 언제 생긴 거야, 에쓰가~. 화이트화이트. (유희 걸 보고) 넌 나뮤도가 뭐냐?
/ 나란히 놓인 세계지도 위 화이트 섬들.
'나뮤도', ‘은수 Island' ‘Jane's island.’
S#13. 다시 은수 방/ 현재. 낮. (애니매이션 포함)
자기만의 섬을 바라보고 있는 은수. 미소가 어린다.
카메라 섬을 향해 전진한다.
은수 오늘 그 섬에...
하얀 섬이 화면 중앙에 보일 때쯤, 애니메이션으로 전환.
하얀 바탕에 선 그림. 태오가 푸하푸하 섬으로 헤엄쳐 온다.
섬에 올라, 부르르 몸을 흔들어 물기를 턴다.
눈을 깜빡이며 섬을 보는 태오.
은수 한 아이가 찾아들었다..... 아무도 모르게...
S#14. 압구정 롤 앤 스시집, 저녁.
은수가 들어온다. 유희와 재인이 보인다.
재인 일찍일찍 다녀라.
유희 니 애인이나 좀 갈쳐라, 딴 약속 다 취소하고 왔드니. (재인, 심기불편,유희, 은수에게) 뭐가 그렇게 많아?
은수 엄니의 사랑. (재인에게) 바쁜 가보네, 타잔이?
재인 (아무렇지 않은 척) 갑자기 (굴린다) 이머전시 콜이 와서.
은수 (거슬리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좀, 늦겠구나..?
유희 늦는 게 아니라 못 오신단다.
재인 (표정 안 좋다)
은수 그래? (유희 얼굴 보고는) 오늘 삐딱선이다? (재인에게) 괜찮아, 생명이 중하지. 우리야 나중에 봄 되지 뭐~. (유희에게) 그치? (재인에게) 그치?
재인 그치, 뭐~. (누그러져서) 배고프지? 비싼 거 사주래, 오빠가. 너~무, 너무 미안해 하드라구~. 잘 좀 말해달라구 몇 번이나 그러드라구~,//
재인, 핸드폰 카메라로 자기 앞에 놓인 연어 크림롤을 찍고는,
됐다는 듯이 하나 먹는다.
유희 (보다가) 어우, 진짜 퓨전 싫다. 어우, 느끼(해). 대체 밥에다 마요네즈는 왜 뿌리니? 도대체가 정통성이란 게 없어.
재인 (눈썹이 움찔, ‘이게 진짜, 함 해보자는 거야’, 하는 표정이 되는데)
은수 (지겹다) 또 시작이다 또 시작이야. 이것들이..
(핸드폰을 쥐고) 눈 빠지게 기다리는 애인두 뿌리치고 왔구만,
은수 (무마하려 활짝 재인에게) 집은 구했어? 얼루 해애?
재인 어. 일산~. 시댁이 거기라 근처루 한건데~, (신통치 않다는 표정. 그러나 은근히 자랑) 그래두 40평대니깐 답답한대루 둘이 살만은 할 거 같은데~, 근데, 글쎄 전세다? 요즘 집값 넘 비싸다구 일단 전세루 해주신대. 솔직히.. 전세가 뭐니, 전세가.
유희 (퉁명) 시집에서 해 주는 거야?
재인 (눈 세우며) 그럼?
유희 그럼?
재인 (가시 돋힌다) 당연하지, 그럼, 우리 집에서 해가? 너 지금 내가 열쇠라두 주렁주렁 달구가야 된단 소리야?
유희 (헛웃음) 허어. 누가 니네 집에서 해가야 된대?
재인 (노려보며) 그러엄?
유희 결혼은 어른이랑 어른이 만나서 하는 거 아니야?
재인 근데?
유희 니 신랑, 의사면 벌만큼 벌 거고, 너두 그동안 용돈만 모았어두 니들
집은 니들이 하겠다.
재인, 기분 상한다.
은수 에이, 뭐어~, 해주면 좋은 거지이~.
유희 너, 시부모랑 같이 살긴 싫지? 부모 간섭은 끔찍이 싫으면서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웃기단 거야. 입으룬 독립독립 외치면서 부모한테 손 벌리는 건 당연한 거. 넘 한심하지 않니?
재인 (노려본다.)
은수 유희와 재인 사이 이런 다툼엔 유구한 역사가 있다...
은수 (분위기 바꿔보려) 얘들아~, 얘들아, 밥 먹자~.
재인 남유희, 너어~. 너, 잘나구 똑똑한 건 알겠는데, 넌 참 같은 말을 해두 특.별.히 기분 나쁘게 하는 재주가 있다. 아니? 너, 꼬인 거?
은수 아씨, 나 갈 거야. 고만 좀 해, 친구끼리.
재인 (발끈) 내가 뭘. 내가 시작했냐? 내가 시작했어? 이게 돋구잖아~.
두 사람 팽팽하다. 불꽃 튀게 부딪히는 유희와 재인의 시선.
은수 우씨, (별 기대 없이 마지막 카드) 선 봤구만, 궁금해 하지두 않구.
재인/유희 (뚝 그치고 동시에) 맞어! (은수에게 완전집중) 선!
은수 (엥?)
재인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났다) 어땠어어땠어?
유희 목욕재개까지 하더니이~.
재인 목욕재개애? 허어. 얌전한 뭐시기가 뭐시기에 먼저 뭐시기한다드니.
은수 (아니, 이것들이 순식간에 왜들이래..? 하는 표정)
유희 그래, 영수는 해볼만 하대?
은수 그게에,
재인 (말 듣지도 않고) 뭐하는 사람이래?
은수 (괜히 뺀다..) 그게에...
은수, 두 친구의 집중된 시선 속에 얘기 시작.. 점점 신이 나는 듯.
재인의 “프레쉬 캣? 그거 우리동네두 있는데”, 유희의 “괜찮네.”
재인의 “좋겠다, 시엄마 미국에 있으면..” 등등의 소리 들리며..
은수 어느새 김영수씨는 어디 하나 빠지는 데 없는 왕자님이 되어가고
있었고,
재인 그래서,그래서?
은수 차 마시구 헤어졌어.
재인 밥두 안 사줘?
은수 (뺀다) 사준다는데에~, /(점프)
재인/유희 (빽!) 야!!! / 작작 튕겨라!
은수 ... 나로 말하면, 왕자님의 구애를 야멸차게 뿌리치고 온 공주가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은수 (약간 뻐긴다) 느낌이 없다니깐, 느낌이.
재인 (안됐다는 듯 약간 동조하며) 그렇게 못생겼어?
은수 (얼른) 아니이, 잘 생겼어~, 무지이~.
재인 (다시 빽!) 야!
은수 아, 왜애! 아, 왜 잘 생기긴 했는데~, 안 땡기는 사람 있잖아~,
이~상하게 같이 있음 분위기 뜨으~해지구.. 맞어, 반만 웃는 사람.
재인과 유희가 보면, 은수 무표정에서 반만 어색하게 웃는 흉내.
은수 (그 표정에서) 이렇게, 반만. (표정 풀고 가슴에 손) 반응이 영~ (절레절레. 은근 자랑) 씨이오에, 응? 생긴 건 잘~생겼는데, 말이야아~, 응?
재인 (유희에게 열 받는다는 듯) 얘, 지끔, 은근 자랑하는 거 맞찌이?
유희 (푸하하 웃는다)
재인 (웃으니까 발끈) 뭐가아~, 맞잖아, 자랑하는 거어~
유희 (여전히 웃으며) 아냐, 아냐, 맞어, 맞어. 온수, 은근~히 자랑하는 거 맞어.
은수 아니라니까. 진짜 쫌 글타니까. 아저씨야, 아저씨.
재인 은수야, (안타깝다는 듯 충정에 넘친 설득) 솔직히, 내가 이런 말 함 너넨 놀라겠지마안, 남자 이쁜거 다 소용없다? 솔직히 남자는 나이가 좀 있어야 돼애. (덧붙여, 작게) 돈두.
유희 (못 참고 다시 푸하하! 웃는다.)
재인 (버럭!) 왜애! 뭐 또오!
유희 (웃으며) 아유~, 하재인! 이래서 귀여워! 재인아~, 우리 안 놀랬다. 저언혀, 안 놀랬다. (다시 웃는다)
은수 (웃는다. 핸드폰 문자가 온다.)
재인 (우씨.) 암튼. 까놓구 말해서, 잡아, 그 남자! 니 인생에 그런 남자~ (절래절래) 솔직히, 낫살이나 먹어서 지가 아직두 소년인 줄 착각하 는 모질이들 보단 훨나, 아저씨가,
재인이 열변을 토하는 동안, 은수는 문자 확인. 입이 찢어지는데,
재인 ... 훨!훨!훨! 나! (답문 찍는 은수 보고) 어? 이거 봐라? 사람 말하는 데, (달려들며) 영수구나아? 봐봐!
유희 (달려든다) 오호! 영수구나아!
재인 (사정없이, 더욱 달려들며) 봐봐, 봐봐아! 아저씬지 아닌지 딱 봐 줄 테니까 인내 봐봐아!
은수 (위와 동시에 다급!) 아니! 아니라니까! 안돼! 안돼! (안 되겠다, 불쑥) 남유! 회사 때려치니까 좋아?
재인 어?
은수 (급해서 말은 뱉었으나, 실수 직감. 좌중 급냉각)
유희 (은수에게 눈총 쫙)
은수 (흠짓)
재인 (뚝) 뭐야. 지금. 남유가 뭘 때려쳐? ... 뭐 있구나? 니들.
은수 (어쩔 줄을 모른다.) 어, 그게에, 재인아~,
재인 (완전 맘 상했다.)
유희 .... (잠시 뜸) 나, 회사 관뒀다.
재인 (진짜아? 하듯 눈 커졌다가 그러나 서운함이 너무 커서) 너무들 하 네, 진짜... 그런 일을.. 지들끼리만... 허유, 참... 알겠다...
은수 (어쩌면 좋아) 야아~.
재인 됐다, (아까 쌓였던 거까지 터질 것 같다. 울 것 같으니까) 니들 그 런 거 어제오늘 일두 아니구...
은수 재인아아~,
재인 니네가 무슨 나를 친구루나 생각하니? 그만하자. (계산서 들고 일어선다) 가야겠다.
은수 야아~, 둬~, 우리가 할게~.
재인 돌아보지도 않고 카운터로 간다.
어쩔 줄 모르겠는 은수와, 가거나 말거나, 표정의 유희.
S#15. 롤 앤 스시집 앞, 밤.
은수와 유희 멀뚱멀뚱 서있다.
은수 남유. (유희 말없다.) 미안하게 됐다아. (뜸) 그치만.. 재인이두우..
유희 (말 끊으며)잘했어. (뜸) 어차피 알건데 뭐..
은수 남유우~.
유희 잘했다구우.
은수 남유! 쫌 살살해라.
유희 뭐가아.
은수 재인이한테. 왜 클케 예민하게 그래.
유희 꼬여서 그래. 알잖아.
발렛요원이 유희 차를 뺀다. 내려서 키를 준다.
유희 고마워요. (은수에게)내가 예민한 거두 알구, 쟤 철은 없어두 꼬인데 없이 착하구 순진한 거두 아는데, 아유, 진짜! 난, 어떤 때, 쟤, 진짜 소화가 안 된다.
S#16. 맥도날드. 고등학교 F.B.
은수와 유희, 입이 딱 벌어져 재인을 보고 있다.
재인, 손가락을 열 개 펴고 다시 다섯 개를 더 편다.
은수 (히익!) 배액, 오십만원?
재인 (끄덕)
은수 다 해서?
재인 (고개 저음)
은수 (헉!) 한 과목에? (재인, 긍정) 영수?
재인 영.수.국.
유희 (은수와는 또 다르게 뭔가 심하게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재인 아씨, 몰라몰라, 아빠가 하래잖아, 나두 지겨, 과외.
은수 (입 벌어져서) 와~...
유희 (혼잣말) 한 과목에 백.. 오..십..
은수와 재인, 유희를 보면
유희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너네 집이.. 너네 집이.. 그렇게... 부자야...?
말하던 유희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 후두둑.
은수와 재인, 놀라서 유희를 본다.
은수/ 재인 남유~. / 야아~ 왜 그래애~
유희 (훌쩍훌쩍 울면서) 미안. 미안~. (자기도 이유를 모르겠다) 아! 나, 왜 이러지? 왜 이러지? (웃는다) 하하. 미안, 나 진짜 웃기지? (그 러나 다시 더 깊게 울음이 올라온다)
은수 유희는 억울했다고 한다.... 그 순간, 뭔가가.. 다..
S#17. 청담동 까페 골목-까페 안, 밤.
젊은 여자애 둘이 서 있고, 미니쿠퍼가 주차장에서 빽해 나온다./
은수, 까페 창밖으로 빽하는 미니쿠퍼를 보고 있다.
잠시 후, 미니쿠퍼 안에서 태오가 내리는 게 보인다.
여자애에게 키를 주는 태오.
여자애, 태오에게 팁을 주는 듯.
태오, 팁을 받고 밝게 인사하는 게 보인다.
은수,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는데,
차 빠지고 나자, 태오, 은수 쪽을 보고 활짝, 손을 흔든다.
은수도 작게 손을 흔들어 응답.
cut to 활짝 웃으며 찻집으로 뛰듯 들어오는 태오.
자리에 앉으면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온다.
은수 물잔의 물 시원하게 마시고, 종업원에게,
태오 나갈 거예요. (은수에게) 밖에 되게 시원해~!
은수 (종업원 살짝 의식하고 태오에게) 그래!
S#18. 청담동 거리, 밤.
태오와 은수가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은수 언제부터 한 거야?
태오 발렛이요? 두 달? 선배 형, 알반데, 땜빵으루 하는 거예요. (뭐가 생각났는지, 웃고는) 난 첨에, 발렛파킹, 그러는데, 뭔가 했어요. 발레파킹? (발레 포즈, 한 다리 들고) 발레? 한다리 드는 건가? 그믄 개구리 주차잖아! (길가에 보도블럭에 한 다리 걸치는 몸짓) 게 발렛파킹인지 알았다니까?
은수 (같이 한 다리 들고) 하하. 발레~파킹? (다시 걸으며) 돈은 많이 줘?
태오 시간당 오천원?
은수 팁두 받나봐?
태오 응. 안 줘두 되는데, 주는 사람두 있어요.
은수 집 부자야?
태오 (나? 하듯 쳐다보곤 바로 아무렇지 않게) 아니? 부잔 아니죠.
은수 자긴, 억울하지 않아? 새파란 여자애들 외제차 끌구와서, 팁 주구 (그럼?)
태오 (딴데 반응) 와~, 낙장불이입!
은수 (뭐가 또오, 하듯이 보면)
태오 자기이~! 분명 지금 자기랬다아~?
은수 (허허! 웃으며) 어구, 진짜, 말을 못한다.
태오 (좋아서 박수치며) 하하! 아하하!
은수 (귀여워서 웃으며) 묻는 말은 듣지두 않구!
태오 (장난스레) 왜요~, 자기~? (강조) ‘자긴’ 내가 억울할 거 같아요?
은수 (웃고) 아니이, 뭐 그럴 수도 있으니까아. 그냥 궁금해서어.
태오 아뇨?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웃음)이게 직업병일 수도 있는데요, 난 뭘 해두 이게 다 영화 만들 때 필요할 거라구 생각하거든요? 요거, 요거, 요렇게요렇게 잘 봐둬야지~, 기억해 둬야지~..
은수 직업병이라.. (웃음) 괜찮네, 그 병?
태오 응! 얼마나 좋은데요! 자긴, 친구들이랑 재밌었어요?
은수 그냥, 뭐~. (웃음) 좀.. 전투였어.
태오 전투우?
은수 (웃음) 응. 그럴 때 있잖아, 괜히 서로들 예민한 날.
태오 (은수의 손을 잡아 자기 주머니에 넣고는) 그렇구나아, 우리 ‘자기’가 전투에서 돌아왔구나아!
은수 어유~, 그 자기 소리!
태오 왜요? 자기가 나보로 자기라 그러구, 자기랑 만나서 자기랑 손잡고, 자기랑 걸으니까, 난 너무 좋은데, 안 그래요? 자긴?
은수 (웃는다) 아고~...
태오 크흐. 자기! 내가 용돈줄까?
은수 용돈?
태오 응. 오늘 월급 받았는데, 내가 용돈 줄게요.
은수 푸~ 무슨 돈을 줘~.
태오 어때요! 자기 만나고 첨 탄 월급이니까, 주고 싶어, 용돈하라구.
은수 얼마 줄 건데.
태오 (가방에서 흰 봉투를 꺼내 들여다 본다) 많이. 장장... 오만원!
은수 푸우~ 됐어~!
태오 (정말 만원짜리 다섯 개를 꺼내 내민다)
은수 (받지 않은 채로, 이걸 정말 받으라구? 하듯) 으응?
태오 (따라한다)으응?
은수 (마지못해 받으며) 무슨 용돈을 줘어~.
태오 자기이, 이걸루, 친구들이랑 맛있는 것두 사먹구? 예쁜 옷두 사구우? 또 보자아.. 보구 싶은 책두 사보구우? 또..
은수 (풋! 웃으며) 삘딩두 하나 사까?
태오 (거드름을 피우며) 맘.대.로! 자기 하고 싶은 거 다!
은수 (만원 짜리들을 내려다보다가) 좋아! 딴말하기 없기다아? (보란 듯이 지갑에 돈을 차곡차곡 넣으며) 용돈두 받구, 좋네!
태오 (좋아서 어깨 한껏 들고 거드름 걸음걸이. 무지무지 귀엽다)
은수 (크게 웃으며) 아~, 진짜~ 미치겠다. 진짜, 바보 같애.
태오 (거드름 걸음을 걷다 뚝 그침. 어딘가를 봤다)
은수 (왠가 하고 보면)
태오 (어딘가를 가리킨다) 저기!
은수 어? (보면, 첫날 갔던 그 모텔. 허걱.) 엇.
태오 (손으로 모텔간판을 정확하게 가리키며 뿌지직 웃음) 성.지.
은수 성지이?
태오 음. 우리들의 성지.. 크흐! 나중에 우리 저기 꼭 다시 가요!
은수 (뭐 이런 게 다 있나... 하듯 웃는다.. 여전히 귀엽다..)
태오 네?
은수 (불쑥) 궁금한 게 있는데. (뜸) 이상한 여자 같지 않았어? (태오가 보면) 나. (뜸) 그날 말이야. 나, 좀 이상해보였지?
태오 언제요? 저기 간 날? 아뇨오? 뭐가요?
은수 (태오를 보다가) 아냐. 그냥 해본 말이야. (잠시 뜸. 불쑥) 태오야!
태오 응?
은수 (그냥 웃기만)
태오 왜요오.
은수 (웃음기, 장난기 머금고 불쑥) 우리~, 오늘은 같지 자지 말자?
태오 응?
은수 오늘은, 꼭, 같이 자지 말자구!
태오 (재밌다) 왜애?
은수 그냐앙!
태오 재밌다. 알았어요, 근데, 왜애?
은수 .... (웃음기 있으나 진지한 말이다) 겁나잖아.
태오 (다정하게 은수를 보다가 웃으며) 알아요.
은수 알긴 뭘 알아! 하나두 모르면서!
태오 (진지하게) 알아요오!
은수 정말?
태오 (끄덕)
은수 알지이?
태오 알아아. (돌연 장난스럽게) 꼬옥! 절대로 자지마요! 오느을!
은수 (역시 장난스럽게) 절대로오!
태오 (확인) 절대로오!
은수 (확인) 응?
태오 (확인) 으응?
은수와 태오, 시원하게 소리내 웃는다.
태오 (웃다가) 챠~, 그렇게 못 믿어요, 날?
은수 (자길 가리킴. 파! 웃으며) 나! (웃으며) 니가 아니구~, 나아! 못 믿겠는 거! (다시 웃음)
S#19. 은수 집 앞, 골목, 밤.
손잡고 나란히 서서 은수 방을 올려다보고 있는 두 사람. 아쉽다..
은수 서운해?
태오, 고개 젓는다. 그리고 은수를 본다. 그렇게 가만히 보다가,
태오 겁내지 말아요. 나, 자구 안자구 그런 거 상관없어.. 난, 자기랑 헤어지는 거 늘 아쉬워요. (뜸) 언제 헤어져두. (뜸. 가슴에 손) 여기.. 저릿할 만큼. (서로를 응시하다, 낮은 목소리로 겨우..) 들어가요...
은수 (..천천히 끄덕끄덕. 손잡은 채 한걸음 물러섬. 손 놓지 못하고 흔들고만 서있다 겨우..) 간다아.
태오 (여전히 손 못 놓고 비져나오는 소리로 겨우) 응... 가요...
거리는 한껏 벌어져 있지만, 여전히 잡은 손을 놓지 못하는 두 사람..
은수 (손 조금 놓으며..) 간다~
태오 (조금 더 놓으며..) 응..
은수 (이제 간당간당한 손 끝, 그러나 발은 안 떨어지고..)
태오 (간당간당한 손끝이 드디어 떨어지려는데, 돌연 깊이 손을 끌어 잡으며) 허어~ 안 되겠다! (웃으며) 산책 한 바퀴 더! 오케이?
은수 (냉큼 팔짱을 끼며) 오케이! 한 바퀴 더!
둘이 걷기 시작. 멀어지는 뒷모습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태오 (골목 둘러보며) 깜깜하다아. 혼자 다니긴 무섭겠다.
은수 (얼굴을 들이밀고) 무기.
태오 (냉큼 수긍) 그러네.
은수 죽어어~.
태오 젤 먼 데가 어디예요. 젤 크게 돌아요, 멀리루...
S#20. 수자원공사 앞, 주차장. 오전.
주차장에 승합차 서고, 우르르 내리는 프렌즈 직원들.
건물로 향한다. 서류 흘리곤 급히 줍는 은수. 분주하다.
음악 선행한다.. (S#24까지 이어짐.)
S#21. 뮤지컬 아카데미, 연습실, 오전.
<인서트> - 아카데미 건물 전경. //
뒷 벽에 ‘** 뮤지컬 아카데미 제 5 기 개강식’ 플랫카드가 붙어있다.
젊은이들 사이에 앉아있는 유희
진행자 보컬을 맡으실 *** 선생님, (선생 인사. 학생들 박수) 무용에 *** 선생님... 액팅에..
S#22. 재인의 공방, 오전.
문 앞, ‘임대’라고 붙어있다.
부동산 남자가 여자 둘을 데리고 들어와 가게를 둘러보고 있다.
그 곁에 재인, 이것저것 설명.
S#23. 수자원 공사, 회의실, 오전.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장미경. 흘러가는 느낌.
장미경 저희 프렌즈는 수자원공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물, 그리고 자연, 사람’이라는 컨셉을 맑고 투명하게 이어가면서도.... (프로젝트를 가리키며...)....
은수, 장미경의 설명에 맞춰 노트북을 조작하고 있다.
S#24. 뮤지컬 아카데미, 연습실. 오전.
돌아가며 학생들 자기소개를 하는 분위기. 역시 흘러가는 느낌.
수아 아~ 진짜, 첨으루 할래니까, 쩌네~, (기운 북돋우며) 이름은 이수아구여, 나이는 스물, 아니다! 빠른 구공이니까 열.아홉이구여, 제가 젤 어린 거 맞져? 이런 말하면 좀 쩔지두 모르지만, 어릴때부터 끼는 좀 있는 편이구여, (보란 듯이 웨이브 한번 땡기고) 춤 열라 좋아하구, 조승우랑 같이 연기하는 게 꿈이예여, (지 혼자) 다했나? 아, 쩔어~. /
자리에 앉아 보고 있는 유희. 몇몇 학생의 소개 흘러간다./
지욱 (경상도 사투리 섞여있음. 말 좀 느림) 부산에서 연영과 다녔구요, 서울서 제대루 한번 시작해 보려구 하구요, 네. 아! 이름은 김지욱이구요, 이상입니다. (수아OFF - 나이~!) 아! 나이이~. 스물 여섯입니다. 이상. /
유희, 나와서 선다. (음악 그치고)
출근 복장이어선지 앞에 앉은 애들과 무지 비교된다.
유희 반갑습니다, 남유희구요. 인생 뭐 있나, 사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지, 용기내 시작했구요. 시작한 이상 열심히 할거구요. 춤, 노래, 연기 다, 제대로 배우는 건 처음이구요, 뭐 나머지는 차차 알아가면 되니까, (또랑또랑 보고 있는 수아를 의식) 근데 왜 다 나이를 말해요? 해야 돼요? 서른 하난데, 잊어버리세요!
자리로 돌아가는 유희.
진행자 자, 그럼 편의상 반장을 뽑아야 되는데, 누가 하시면 좋을까요..
학생들, 약속이나 한 듯 유희를 쳐다본다. 유희, ‘왜 날 봐’, 하는 표정.
S#25. 쌀국수 집, 점심시간.
유희 (욱!해서) 아니, 진짜.. 나이 많은 거두 서러운데, 무슨 반장이야, 반장이이!
은수 (풋!) 니가 또 반장 선거에 강하잖아~.
유희 우씨, (자기 옷을 보며) 옷만 아니었어두! 글케 늙어보이냐?
은수 아니~. (뜸) 서른 하나같이 보여.
유희 늙었단 소리지이!
은수 (유희 얼굴 들여다 보며, 주름들을 콕콕 찝는다)요기.요기.요기.요기. 요기~. 주름~.
유희 (콕콕 찝을 때 마다 “어. 어. 어라. 어라...” 하다가 주름 소리에)주거어~?
은수 히이~. 사람 다 가만 보면 지 나이로 보여. 안 그럼 징그럽지이~. (말마치고 뽀시시 미소... 아마 태오 생각을 하겠지?)
유희 (얘가 왜 이래?..하듯 본다)
은수 히이~. 엄마한테 말 못했구나?
유희 (숨 내쉬듯) 어우~ 입이 안 떨어지더라, 입이. 아우... 아니, 백수의 특권이 뭐냐? 늦잠이지이~. 이건, 새벽같이 출근하는 척 나와서 피씨방이나 전전하구... 아구.....
은수 고생이 많다, 남유.
유희 (기지개켜듯) 아냐, 아자아자, 힘내자! 할 수 있다! (시계보고 계산서 들며)어우! 이십분 전이다. 직장인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보내줘야지.
은수 (자리에서 일어나며 계산서 뺏으며) 백수야~, 내가 하께~.
유희 고맙다~, 친구~. 피티는. 잘했어? 딸 거 같애?
은수 (계산대, 카드 내밀며) 모르지 뭐~. 일단 분위기는 괜찮았는데, 황부장 말에 의하면, 경쟁피티는 역시 단가싸움이래니까.. 우씨, 안되면 ‘내 그럴 줄 알았다~’, 그 얼굴 또 어케 봐 주냐...
S#26. 은수 회사, 다른 날 오후.
안이사 방에서 나오는 황부장, 나오면서 고개를 심각하게 절래절래..
은수 어케 봐 주긴...,
황부장 (거드름) 역시 이 피티는 단가싸움이야~? (콕 찝어) 안 그래, 오대리?
은수 (애매한 웃음 지으며) 꾹! 참고 보는 거지...
은수, 자기 자리로 얼굴 돌리며, 웃음기 거두는데, 황부장 다시 부른다.
황부장 오대리! (느끼하게 보며)어떻게 된 거야~? 한 껀 했네? (안이사 방을 가리키며, 가보라는 고갯짓)
은수, ‘무슨 한 껀..?’ 하는 표정으로 일어난다.
S#27. 안이사 방, 오후.
은수, 노크하고 들어서면,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 고개를 돌린다.
김영수다.
안이사 앉아요, 앉아, 오대리. (싱글벙글) 아는 사이지?
은수 (당황...) 네에... 안녕하셨어요?
영수 안녕하셨어요?
안이사 우리 후레시캣에 김사장님께서, 요번에 회원들 소식지를 의뢰하셨는데, (영수에게) 우리 오대리가 아주우~ 유능해요. 고객사가 원하는 콘셉트 기획의 귀재예요. (은수에게) 오대리가 우리 후레시캣 비젼에 맞게 기획안 짜구, 처음 만드시는 거니까 여러 가지 궁금하신 거 좀 잘 알려드리구. 응? 응? 아주, 이 프로젝트는 오대리가 전담을 하라구. 응? (은수, 정신이 없어 보인다..) 어째 두 분이 좀 닮았네? 내 눈에만 그런가..? 흐으~...
S#28. 은수회사 회의실, 오후.
녹차를 한 잔 내밀고, 그간 만든 책들을 보여주는 은수.
영수 고맙습니다.
영수, 책 넘겨본다... 은수, 영수를 의심스럽게 쳐다본다...
은수 .....(설마...) 나.. 때문에~?
영수 (갑자기 고개 든다) .... 상당히.. 고급스럽네요.
은수 (냉큼 표정복구) 사보든 사외보든, 기업이미지가 있으니까.. 유가지들보다 오히려 좀 그래요..
영수 종이가... (종류를 묻는 것)
은수 아, 그건 스노 화이트지예요..... 보통들 스노 화이트지나 아트지같이 고급스러운 종이들을 원하세요.
영수 네에.. (다시 넘겨본다... 은수.. 다시 영수를 가늠하듯 보는데..) 회사는 다 다른데, 내용은 대충 비슷하네요?
은수 (복구!) 아, 네. 그렇죠, 뭐. 요즘엔 워낙들 웰빙에 관심이 많으니까, 어떤 경우든 음식, 건강, 여행은 빠지질 않아요...
영수 네에... (다시 책을 꼼꼼히 살펴본다..)
은수 (영수에 대한 가늠이 끝났는지, 스스로에게) 에이~, 아니지이~.
영수 (여전히 책에 시선 두고 불쑥!) 돌잡인 뭐 잡았어요?
은수 (딴 생각하다.. 엇!) 네?
영수 친구 애기 돌잔치...
은수 (알았다. 화들짝) 아~, 돌잡.. 돈이요!
김영수 (은수를 보고) 하하, 돈이요?
은수, 순간 ‘어어~?’ 미심쩍은 표정. 그러다 바로. ‘흠흠’.
은수 (미소) 그럼 제가 기획안해서 들어갈게요. 어느 분한테 연락하면... (영수, 무슨 소린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보면) 아~, 프레쉬캣 홍보 담당자분이 어느 분이신지..
영수 저한테 하시면 돼요. 제가 제일 한가하니까.
영수, 웃고 은수, ‘아니, 이 사람이?’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영수 잘은 모르지만 저희 책은 재생질 썼음 해요.
은수 재생지요?
영수 네, 해리포터 마지막권을 재생지로 출판해서 살린 나무가 십 만그루래요. 월드컵 경기장, 4배의 숲을 살린다잖아요.
은수 아, 네에. 알겠습니다. 알아볼게요.
영수, 다 됐는지, 일어선다. 은수, 단정한 커리어 우먼의 태도로 일어나, 영수를 따라 나서는데,
영수 (불쑥 돌아보며) 다음엔 우리 밥 먹어요.
은수 봐!!
은수 (속말과 동시에) 네?
영수 전에 식사두 못드시구.. (미소)
은수 아, 네에.
<회의실 앞>
인사 나누고, 영수, 회사 밖으로 나간다.
자리로 돌아오던 은수, 고개를 갸웃.
영수가 나간 쪽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데, 장미경 관심만발
장미경 누구.. 누구야아?
은수 아. 아~ 그냥 건너 건너 아는 사라암.
S#29. 공원, 저녁.
간이 영사막 앞에 태오가 서 있다.
태오 서울시 좋은 영화 감상회, 열두 번째 시간, 오늘 보실 영화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즙니다. 1936년에 만들어진 무성흑백 영화구요, 채플린은 이 영화에서 감독, 각본, 주연 뿐 아니라, 음악, 제작까지 담당했으니, (미소)대단하죠? 근데 그게 끝이 아니구요, 채플린은 (객석 어딘가로 시선을 준다) 또 이 영화를 만들면서 사랑까지 했어요. (태오가 바라본 곳에는 은수가 앉아있다.) 마지막 부둣가 장면에 나오는 소녀, 폴렛 고더드와 사랑에 빠지구 결혼까지 했으니까요...
(음악 흐르기 시작하며)//
모던타임즈 시작한다.
은수, 설레는 얼굴로 영화를 보기 시작.
태오, 가만히 은수 옆에 와 앉아 같이 영화를 본다.
유쾌하게 박장대소하는 관객들..
은수와 태오도 크게 웃는다. //
관객이 모두 떠난 객석에, 혼자 팔을 괴고 앉아 앞을 보는 은수.
장비들을 정리하는 태오가 보인다.
은수를 보고 웃으면 은수도 살짝 손을 흔들어 화답한다.
S#30. 공원, 밤.
은수와 태오, 봄밤을 만끽하며 데이트한다. (음악 그치고)
은수 너무 좋다~ (자기 보고 좋다는 줄 알고 태오가 기대에 차서 보면 일부러 딴청) 영화~. (또 보면) 여기~, (또 보면) 히이~ 봄밤~..
태오 (삐진 척.)어어?
은수 (미소. 드디어) 너어~.
태오 (거드름. 어깨 으쓱. 웃고는) 젤 좋아하는 일이예요.
토토가 된 거 같애. 시네마 천국에 나오는.
은수, 웃다가 멈칫. 은수 앞 쪽에 고진석과 색시 지나간다.
은수와 고진석, 서로 모른척. (태오, 은수의 미세한 반응을 살짝 알아챔)
은수, 진석과의 마주침이 준 기분 털어내고 몇 걸음 걷다가,
은수 (불쑥) 연애 몇 번 했봤어?
태오 두 번?
은수 어떤 사람이었어?
태오 (생각한다) 좋은 사람?
은수 둘 다?
태오 응.
은수 근데 왜 헤어졌어?
태오 글쎄.. (웃음)
은수 비밀이구나?
태오 (웃음) ... 다 말할 수 있어요. 그치만, 안 할래.
은수 왜.
태오 그 시간에 대한.. (미소) 예의..? 듣구 싶어요?
은수, 고개를 젓고는 태오와 맞잡은 손을 더욱 꼭 쥐고, 걷는다.
은수 (음미하듯) 예의.... 예의..
기분이 시원한지 손을 휘휘 저으며 걷는 은수.
그러다 불쑥 멈춰서서 태오를 가만히 본다. 태오가 ‘왜?’하듯 보면,
은수, 태오의 뺨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은수 옛날 남자친구야..
태오, ‘그랬구나’ 하듯 고개 끄덕이고 미소.
둘이 다시 걷는다. 좋은 봄밤.
S#31. 아카데미 화장실. / 오전.
출근 복장의 유희,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문 잠그는 소리.
S#32. 프레쉬 캣 / 오전.
작은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은수가 들어온다. 처음 오는 곳인 듯.
정원을 가로질러 현관계단으로 들어서면, 현판 ‘프레쉬 그린캣’이 보인다.
입구에 들어서다 마주친 40대 초반의 남자, 홍이사다.
홍이사 어떻게 오셨어요?
은수 아. 커뮤니케이션 프렌즈, 오은수라고 하는데요, 사장님 좀 뵈러 왔는데요.
홍이사 (알겠다는 듯) 아~. 사장님 근처에 잠깐 나가셨는데, 금방 오실 거예요.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은수, 신발장에서 폭신한 실내화를 하나 꺼내 신고 홍이사를 따라 들어선다.
S#33. 아카데미 화장실/ 오전.
화장실 문이 열리고 캐주얼로 변신한 유희가 나온다.
들어서는 수아.
수아 (눈이 살짝 휘둥그레.. 고개 까딱) 안녕하세여.
유희 (산뜻) 안녕?
S#34. 프레쉬 캣 사장실 / 오전.
농장 사진들이 훑어 지나간다. 은수 사진들을 보고 있다.
흙에서 무를 하나 뽑아들고, 누군가의 장난 때문인지, 활짝, 아주 활짝 웃고 있는 김영수의 사진이 보인다.
유심히 보는 은수. 반만 웃는 웃음을 흉내. 이어, 사진 속 영수처럼 마저 활짝 웃고는 다시 사진을 응시.
은수 (작게 혼잣말) 이렇게 웃기두 하는구나아..
홍이사 들어오는 기척에 은수 소파에 앉는다.
홍이사 드셔보세요. 저희가 담근 오미자차예요.
은수 고맙습니다.
홍이사 소직지 땜에 오셨죠? 기획의 귀재시라구.. 사장님이...
은수 아녜요, (머쓱하게 웃으며) 아닌데... (사무실을 둘러보며) 좋네요, 사무실이.... 아늑하구..
홍이사도 동의하듯 은수와 함께, 새삼 사무실을 둘러본다..
(프레쉬 캣은 주택을 개조해 사무실로 쓰고 있어서, 아늑하다.)
홍이사 (창밖을 보며) 오시네요.
은수, 창밖을 보면, 마당으로 들어서는 영수가 보인다.
S#35. 뮤지컬 아카데미, 댄스 강의시간 / 오전.
여자 강사의 리드에 따라 음악에 맞춰 스트레칭 댄스를 하는 학생들.
유희, 열심히다. 그리고 잘한다.
S#36. 프레쉬 캣 / 오전.
영수와 은수, 기획안을 상의중.
은수 그럼, 딸기밭 체험을 테마 꼭지루 쓰면 되겠네요.
영수 네, 제작년부터 했는데, 참가자두 많구 호응두 좋은 편이예요. 담 달, 매실 체험두 그렇구요.
은수 잘 됐네요. 좋을 거 같아요, 그림두 그렇구. 아, 그리구.. (책자를 꺼내 보여주며) 이게 말씀하신 재생지를 쓴 책이예요.
저희 껀 아니구.. 저희두 재생지는 처음이라 다른 데서 구해온 건데.. 어떠세요?
영수 (손으로 지질을 쓸어보며) 예쁘네요... 따뜻하구. (뜸) 소박했음 좋겠어요. 회원분들, 정말 소식지로 쓸 수 있게요.. (약간 수줍게) 너무 세련된 웰빙, 그런 거 말구, 그냥.. 서로 뭔가를 나눌 수 있게요.. ‘교복 물려받으실 분..?’ 그렇게요.
은수 네에~. (대충 미소)
영수 (불쑥) 배 안 고프세요?
S#37. 청국장 집, 오후.
골목 깊숙이 자리한, 오래된 기와집을 개조한 밥집. 손님이 많다.
아줌마가 반찬을 상위에 내 놓는데, 정성스레 만든 집 반찬 같다.
반찬이 놓일수록 은수 얼굴 점점 감동.. ‘맛있겠다아~’..
꼭 며칠 굶은 사람처럼...
아줌마 우리 사장님 좋아하는 갓김치예요~.
영수 잘 먹겠습니다.
은수 (감동어린 혼잣말) 밥이다..
영수 네?
은수 (속말이 튀어나온데 무안하여) 아. 저기. 맛있겠다구요...
은수 밥에 감동한 덴 이유가 있다...
S#38. 패스트 푸드, 몽타쥬
<김밥천국>
김밥천국으로 들어서는 태오.
은수, 따라 들어가며 간판을 올려다보고, 끙~.
<맥도날드나 KFC나>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태오.
은수, 깨작깨작 먹는다.
은수 김밥에, 햄버거에.... 태오와 만나면선 오천원 넘는 밥은 구경두
못해봤다.....
<회사 야근>
테이블 가득 놓인 분식들. 김밥, 떡볶이, 순대 기타 등등.
최대리 (좌중을 향해) 먹고 합시다!
은수 (책상너머로 불쑥 고개 내밀고 억울한 목소리로 빽!) 김밥! 떡볶이! 순대! 튀김! 햄버거! 안 먹어욧! (고개 다시 원위치)
최대리, 벙찐 얼굴로 은수 쪽을 본다.
S#39. 다시 청국장 집, 오후.
은수, 맛있게 먹고 있다.
아줌마, 차를 내온다.
아줌마 맛있게 드셨어요?
은수 (너무 진심이어서 세게, 그래서 좀 웃기다) 네에~.
아줌마와 영수, 반사적으로 눈 마주치고는 유쾌하게 웃는다
S#40. 영수의 차안 / 오후
은수 지하철 타두 되는데, 괜히 저 땜에...
영수 아녜요, 근처에 둘러볼 매장두 있구요.
은수 네에.. (잠시 정적. 정적을 무마하려) 항상 교통방송 들으시네요.
영수 아~, 네.. 그냥 익숙해서요..
은수와 영수, 잠시 침묵...
침묵이 지속되자 은수, 또 불편해진다..
은수, 앞에 책이 한권 보인다.. 오래돼 보이는.
은수 봐두 돼요?
영수 네.
은수, 책을 넘겨본다. 쌩떽쥐베리의 ‘인간의 대지’다.
앞장엔, 다음과 같이 씌어 있다.
‘모든 생명 있는 것은 위험 속에 산다‘
우리는 다시 만날 것입니다. 91년 12월. 홍정헌.
은수 (따라 읽는다) 모든 생명 있는 것은 위험 속에 산다...
영수 시래요.. 어떤 시인의... (뜸) 그 말이.. (미소) 가끔.. 위로가 돼요.. 이상하리만치...
은수 오래된 책 같아요..
영수 제일 아끼는 거예요. 좋아하는 사람이 준 거 거든요.. (뜸) 아까 보신 홍이사님..
은수 (책을 넘겨보며) 아~, 두 분 아신지 오래되셨네요.. 91년이면..
영수 네..
은수 (책 열면 세로쓰기) 세로쓰기네요. (잠시 읽으려다가 풋!) 줄을 못 찾겠어요.
영수, 미소를 짓더니, 불쑥, 은수가 들고 있는 책을 90도 돌려준다.
길쭉하게. 그리고 다시 모른 척 운전. 그러고 보니, 글자들은 누워있지만 가로쓰기처럼 읽을 수 있다. 은수 웃음이 난다.
은수 하. 하하. (책 다시 보고) 와~... 하하!
영수, 머쓱하게 웃는다.
은수, 그런 영수를 조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S#41. 뮤지컬 아카데미, 보컬 강의 시간 /오후.
보컬강사 (피아노 앞에 앉아)호흡의 중심은 어디에? (배를 가리키며)항상 아래에~. 자아 (발성연습 반주 시작하며, 입털기 시범)부르르르 르르르르~ 부르르르 르르르르~ (반주 이어가며) 자아~, 수아!
수아 (일어서서 입털기) 부르르르르르르 부르르르르르 (잘은 안 된다) 부르르르 르르르르~
강사 지욱이!
수아 (앉으며) 아, 쩐다.. (강사에게) 어려워요~.
강사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지욱에게 반주) 자, 부르르르르...
지욱 (잘한다) 부르르르르르르르 (강사 만족, 학생들 부러워한다) 부르르르르르르 부르르르르르
강사 (반주 이어가며) 좋아~! 자, 다음 유희씨! 부르르르르르르르
유희 (진짜 안된다) 푸르르르 부르르르..
강사 (반주 멈추고) 자, 유희씨, 부르르르르. 입에 힘빼고 (자기의 양볼을 가락을 잡으며) 이렇게 잡고 해봐요, 힘빼고! 자, (입)털어! 부르르르르.
유희 (조금 낫지만 역시 어렵다) 부르르르르르.. (안 되니까 답답하다)
S#42. 지하철 & 노래방 안 / 늦저녁.
유희와 전화 통화하는 은수.
은수 어디라구? 혼자 무슨 노래방엘 가. (전화기 안, 시끄러운 반주 새나옴)
유희 (크게) 빨 와! 나 불러야 돼. 오늘 노래 못 부름, 나 죽으꺼 같애애!!
S#43. 노래방 / 늦저녁.
노래방으로 올라가는 은수.
방들 사이 복도를 기웃거린다.
찾았다. 유희의 열창이 새어나오는 방.
‘으구..’하는 표정으로 문을 밀고 들어가는 은수.
노래하던 유희 “왔구나!” 인사하는데,
은수 눈에 들어오는 건, 유희 보단 유준이.
은수, 허걱.
<인서트> - 청혼하는 유준.
유준 - ...결혼 말이야.. / 우리 둘이 해버릴까? //
은수 뚝, 정지한 듯 서 있는데,
유준 (평상) 하이! 은수!
은수 (겨우) 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