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delssohn,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Felix Mendelssohn 1809-1847
Viktoria Mullova Violin
Sir Neville Marriner Conductor
The Academy of St. Martin-in-the-Fields
이 바이올린 협주곡은 멘델스존의 작품 가운데서 가장 기품 있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여겨진다. 4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꼽는다고 하는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네 작품 가운데 다른 작품은 D단조인데 멘델스존의 것은 유일하게 E단조를 취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더해 5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하기도 한다. 브루흐의 작품은 G단조이다.) 흔히 멘델스존의 곡을 바이올린 협주곡의 여왕이라 부르고, 베토벤의 곡을 왕이라 부른다. 여왕이라는 표현이 썩 잘 어울리는 것은 이 작품에 가득 차 있는 낭만성과 귀에 잘 들어오는 부드러운 멜로디 때문이 아닐까?
멘델스존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를 작곡하기 시작한 것은 1838년(29세)인데, 마친 것은 6년 후인 1844년(35세)이었다. 빨리 작곡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이토록 오래 걸린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다. 신혼생활에 빠져 있었다는 것, 라이프치히 음악원 설립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던 것, 버밍엄 음악제와 베를린 예술아카데미 지휘자로서 연주활동을 한 것 등 차분히 일에 몰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멘델스존이 바이올린 협주곡을 쓰게 된 데에는 독일 바이올린 학파의 거장이자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의 오케스트라 악장을 역임한 페르디난트 다비트(Ferdinand David, 1810-1873)의 영향이 컸다. 그는 멘델스존에게 바이올린 협주곡을 써보도록 권했을 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기교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해 주었다. 또한 곡이 완성된 이듬해 1845년 3월 1일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에서 초연할 때는 다비트가 과르네리 바이올린으로 솔로를 연주했으니 멘델스존이 그에게 이 작품을 헌정한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지휘는 당시 건강을 헤쳐서 프랑크푸르트에 가 있던 멘델스존 대신에 닐스 가데(Niels Gade, 1817-1890)가 맡았다. 덴마크 출신의 가데는 멘델스존의 추종자로 당시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 부지휘자였다.
1847년 멘델스존이 그린 수채화, 스위스의 루체른 풍경
구조적으로 보았을 때 이 작품은 이전의 바이올린 협주곡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방향이 보인다. 멘델스존의 작품이 고전적인 틀을 존중하고 있지만 독특한 시도를 한 곳이 여러 군데 보인다. 예를 들어, 곡의 처음 부분에 긴 오케스트라의 서주에 뒤이어 바이올린 독주가 이어지는 전형적인 방식과는 달리, 이 곡은 단지 두 박자만 기다리다가 바로 바이올린이 나오기 시작한다. 또한 협주곡에 포함시킨 카덴차도 기교 과시용이 아니라 협주곡의 구조를 통합하는 부분으로서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확실히 눈에 보이는 것은 세 악장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인데, 1악장에서 2악장으로 갈 때는 바순이 한 곳에서 지속된 음표를 잡고 있고, 2악장에서 3악장으로 갈 때는 간결한 인테르메조(이탈리아어 intermezzo 간주곡_인터메초는 스펠이 같은 영어 발음에서 온 듯합니다^^)가 있다는 것이다.
초연 2년 뒤인 1847년 11월 4일 멘델스존이 사망하면서 이 작품은 그의 음악적 초상으로 기억된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연주자들에게나 음악애호가들에게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한번 들으면 머리에 쏙 기억되는 멜로디, 로맨틱한 분위기 등 이 작품은 19세기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고의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제1악장 Allegro molto appassionato
소나타 형식. 아주 정열적이고 빠른 악장이다. 처음부터 독주 바이올린에 의해 얼마간 감상적인 제1주제의 로맨틱하고 우수에 감도는 선율이 연주된다. 멘델스존의 이름과 더불어 누구나 상기하는 주제다. 경과구를 거쳐 제2주제는 우선 오케스트라로 연주된 후에 독주 바이올린에 인계되는데 아주 표정이 풍부한 선율이다. 전개부에서는 주로 제1주제가 활약하며 카덴차가 연주되는데, 이와 같이 전개부와 재현부 사이에 카덴차를 삽입한 것은 그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었다고 한다. 그런 다음에 독주 바이올린이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는 동안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선율을 타고 제1주제가 재현된다. 그리고 코다로 들어가서는 독주 바이올린이 종횡무진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며 템포도 점점 빨라져서 정열적인 끝맺음을 한다.
제2악장 Andante allegro non troppo
3부 형식. 제1악장의 최종화음 중에서 파곳의 한 음이 계속하여 남으면서 제2악장이 우아하게 노래된다. 이 부분은 멘델스존의 곡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꼽히고 있다. 관현악은 독주 바이올린에 반주만을 하는 정도로 간간히 이어지다가 중간부에 이르러서 한 번 장중하게 울린다. 그런 뒤 독주 바이올린이 이를 다시 받아서 채색하면서 변주로 이끌어 간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다시 바이올린이 최초의 주제를 은은히 반복하는데 이때 그 동안 조용하던 관현악이 비로소 약간의 활기를 띤다. 느릿한 이 악장은 아름답고 맑은 선율이 서정적으로 연주되는데 바이올린이 지닌 노래하는 듯한 성격을 잘 살려서 매우 아름답다. 마치 멘델스존의 음악적 혼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듯한 부분이며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감동을 주는 악장이기도 하다.
제3악장 Allegro non troppo - Allegro molto vivace
소나타 형식. 여기서도 앞 악장과 연속적으로 연주되는데 독주 바이올린은 경쾌한 리듬을 타고 정열적으로 박력 있게 진행되며 거의 쉴 틈이 없이 활약할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도 높은 음에서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멘델스존의 재치가 최고도로 발휘된다. 코다는 극히 화려하며 독주 바이올린이 홀로 긴 트릴을 낸 뒤, 갑자기 활기 있고 힘찬 트레몰로를 연주하면서 전 관현악을 동원하여 곡을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