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묘봉∼토끼봉 속세를 떠나 자연의 숨결 느끼다
충북 보은과 괴산,그리고 경북 상주와 문경은 내로라 하는 산의 도시다. 국립공원 속리산은 바로 이 도시들에 둘러싸인 산속의 산이다. 오죽했으면 산의 이름까지 세속과 동떨어진 속리(俗離)라 불릴까. 첩첩한 산의 두께를 가늠조차 어려운 곳이다. 실제로 문장대(1,054m)나 천황봉(1,058m)에 올라보면 그러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것이 장엄한 파노라마이기도 하고 홀로 남겨진 짙은 외로움이 되기도 한다.
▲ 속리산 묘봉~토끼봉 코스는 관광지로 전락한 기존 산행로에선 느껴보기 힘든 속리 진경의 속살들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운무가 살짝 내려 앉아 신비감을 더해주는 첨탑바위 부근. 토끼봉 아래 소나무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어쨌든 속세를 떠나 세속을 내려다보며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은근한 여유'는 속리산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권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속리산의 이러한 매력은 갈수록 빛을 잃고 있다. 등산로가 관광지로 변했기 때문이다. 법주사∼문장대로 대표되는 교과서적 코스를 따라 올라보면 극성을 부리는 상업성이 여간 아니다. 게다가 코스까지 단조로워 산을 찾는 마음까지 심란하게 만든다.
묘봉(874m)과 토끼봉 국립공원 서북릉의 한 구간을 차지하고 있는 이 코스는 교통편이 다소 불편한 것이 단점이지만 그런 이유로 쉽게 만날 수 없는 속리산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손때가 덜 탄 자연 그대로의 풋풋한 모습이 싱그럽고 큰바위와 노송의 멋진 조화도 곳곳에서 진풍경을 연출한다. 인적마저 드물어 즐길 수 있는 호젓한 산행은 이 코스의 덤이다.
이 코스는 그러나 암릉구간이 많아 다소 위험한 게 흠이다. 하지만 곳곳에 우회로가 확보돼 있고 로프가 설치돼 있어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별다른 위험이 없다. 다만 몇년전부터 '충북알프스'란 이름으로 점차 알려지기 시작해 휴일에는 제법 붐빈다는 점이 옥에 티로 지적된다.
▶ 산행은 상주시 화북면 운흥 2리를 출발점으로 산에 올라 운흥 1리로 내려오는 원점회귀형 코스다. 기점과 종점사이의 거리는 1·5㎞ 정도다. 경로는 용화정류소~미타사 주차장~절골 지능선~북가치~묘봉~상학봉~이씨묘~토끼봉~마당바위~사지매기재~서부상회 순이다.
순수 산행시간이 4시간20분쯤 걸리는 이 코스는 산행자의 사정에 따라 역순으로 올라도 무방하다. 보은군에서 이정표를 잘 만들어 놓아 찾아가기가 한결 수월하다.
운흥2리 용화초등학교 내리면 산행 들머리는 도로 건너 마을 안쪽 용화정류소쪽으로 열려있다. 마을을 지나 미타사로 올라가는 그 길을 따라 25분쯤 올라가면 미타사 앞 주차장에 닿는다. 주차장에서 다시 절길을 따라 20m쯤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물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면 합수머리를 만난다.
통상의 경우 지능선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위치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지만 비가 오는 날이나 그외 사정이 있을 때는 지능선으로 해서 북가치로 올라갈 수 있다. 길은 양쪽 다 반듯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어갈 수 있다. 계곡으로 올라가면 북가치까지 40분 소요. 능선으로 올라가면 1시간쯤 소요된다. 주능선에 닿으면 북가치에서 묘봉(874m)까지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이 흙길을 밟고 올라서면 하늘이 열리면서 커다란 마당바위가 나온다. 바로 묘봉이다. 서북 능선의 주봉답게 주변 조망은 압권이다. 맑은 날이면 속리산 북쪽 끝자락인 군자산 막장봉과 월악산까지,남쪽으론 구병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물론 용틀임하는 속리 주능의 모습도 황홀경으로 다가온다.
묘봉을 내려오면 토끼봉 분기점인 765m봉까지는 암릉이다. 수십m 높이의 직벽을 오르기도 하고 지리산의 통천문 같은 석문과 한 사람 겨우 빠져 나갈 수 있는 개구멍도 통과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 세가지를 한꺼번에 이어나가기도 한다. 곳곳에 로프가 설치돼 있어 큰 어려움은 없지만 하도 오르락내리락 하는 바람에 체력이 약한 사람은 꽤 힘이 부친다. 하지만 날등 곳곳에 벼랑으로 솟아있는 암봉에 올라 까마득한 바닥을 내려다보는 기분은 짜릿한 전율 그 자체다. 대단히 위험한 일부 암봉은 우회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묘봉서 100분 소요.
상학봉(862m)과 개구멍을 거쳐 765m봉 앞 안부에 닿으면 가평이씨 무덤을 만난다. 토끼봉은 이 무덤에서 1분쯤 더 걸어가 오른쪽 갈래길로 열려있다. 활목고개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여기서 헤어진다. 갈래길을 따라 북쪽 방향으로 15분쯤 가면 하늘로 치솟아 있는 선바위들을 만난다. 토끼봉은 이 바위들 중 하나다. 자세히 보면 머리에 선 모자같다고 해서 모자바위라고도 불리는데 바위의 풍채나 조망,그리고 주변과의 조화가 압권이다. 특히 바위 위에서의 조망은 천하제일경인 금강산과 중국 황산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수백m 직벽으로 쏟아져 내린 벼랑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기암들이 수백년 세월의 노송을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은 동양화의 정수를 보는 느낌이다.
토끼봉은 바위를 왼쪽으로 돌아 마당바위로 내려서는 바로 그 지점에서 바위 위쪽으로 생긴 조그만 굴을 통해 올라갈 수 있다. 토끼봉이란 이름도 토끼굴같은 이 굴을 통해야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지어졌다. 바위 위 벤치바위와 공기돌 바위도 볼거리다.
산행종점인 운흥 1리는 토끼봉 아래 마당바위와 또다른 아기자기한 암릉을 거쳐 사지매기재로 내려서면 마을앞을 흐르는 계류를 따라 만난다. 토끼봉에서 50분 소요.
▶ 속리산 묘봉~토끼봉 산행수첩 산행기점과 종점사이의 거리가 1·5㎞밖에 되지 않아 원점회귀산행이 가능하다. 경부고속도로나 구마고속도로를 통해 경북 구미를 지나 김천가기 직전 김천분기점에서 상주방면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탄다.
상주에 닿으면 요금징수소를 빠져나와 상주시내를 우회해 보은 방면으로 향하는 25번 국도로 갈아탄다. 이 길을 따라 30분쯤 가면 화서면 내서리 상곡삼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우회전 하면 다시 보은으로 넘어가는 49번 지방도에 접어든다.
이 도로를 타고 다시 25분쯤 더 가면 갈령재와 속리산 문장대 입구를 지나 산행기점인 운흥리로 올라가는 용유리 삼거리에 닿는다. 용유리 삼거리는 특별한 표식이 없어 주위를 잘 살펴야 만날 수 있는데 문장대 입구인 시어동에서 5분 거리에 있으며 주변에 SK주유소가 있다 주유소에서 용화초등학교까지는 15분쯤 걸린다.
대중교통편은 상주를 경유하는 것보다 보은으로 들어가는 길이 자주 있고 시간도 단축된다. 보은은 대전시외버스터미널에서 30~4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4천300원. 1시간20분 소요. 보은에 닿으면 매시마다 운행되는 시외버스를 탄다. 첫차 오전8시,막차 오후 7시20분. 2천500원.30분 소요.
귀가 차편 역시 보은을 통해 부산으로 내려오면 한결 용이하다. 운흥리 용화여객 주차장에서 보은으로 되돌아가는 시외버스도 하루 12편이 운행된다. 오후 시간대는 1시부터 막차 7시까지 시간마다 있다. 이 버스는 산행도착점인 서부상회 앞 정류소에 정차한다.
대전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는 수시로 있고 늦어질 경우 야간 우등고속도 이용이 가능하다. [부산일보]
◆ 충북 알프스 충북알프스는 충북 보은군이 코스가 단조롭고 짧은 국립공원 속리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변의 산과 하나로 묶은 뒤 단절된 부분에 등산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연결한 확대 산군이다. 이름은 영남알프스나 일본의 북알프스에서 따왔으며 지난 99년 상표등록을 하듯 특허청에 업무표장까지 마쳤다.
능선은 속리산 남쪽 구병산(876m)에서 출발, 형제봉∼천황봉∼문장대∼관음봉∼묘봉∼상학봉으로 이어지며 활목고개에서 끝을 맺는다. 전체 길이는 43.9㎞. 능선의 평균 고도는 800m대이며 지리산에서 느낄 수 있는 고래등같은 육중한 산맥미와 설악산으로 대표되는 골격미를 번갈아가며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이 능선을 종주할 땐 통상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리 고시촌을 기점으로 잡거나 아니면 종점인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 활목고개를 출발점으로 잡기도 한다. 건각의 경우 1박2일만에 주파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2박3일이나 3박4일쯤 잡아야 완주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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