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을 돌아가면서 정리를 하고 있다.
오늘은 씽크대 윗쪽에 잘 사용하지도 않는 그릇을 전부 꺼집어 내었다.
결혼할 때 가져왔던 하얀 도자기 접시세트가 묵은 때가 끼인 채 있었다
아주 먼 시간을 나랑 같이 있었다.
친구가 말했다
내가 이사를 자주 안 다녀서 정리가 안 된 것이라고...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 28년을 가만히 살고 있었으니까
중간 중간 정리를 하기도 했지만
아깝기도 하고 버리기도 그래서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릇에도 변화의 시간들이 있었다.
그 옛날에는 모든 행사를 집에서 했기 때문에 접시랑 많은 그릇이 필요했었다.
아이들 첫돌 잔치며, 생일, 가족들의 모임, 좋은 일에는 친구를 불러서 맛있는 것도
같이 해 먹기도 했었다.
어느 날 부터 모든 행사는 밖에서 진행되었다.
이제는 남의 집에 가는 것도 어려워 졌고 허락을 받아야 갈 수 있었다.
식사며 차마시는 것 까지 맛집이랑 이쁜 카페가 많이 생겨 집에서 하지 않고 있다
세트그릇들은 그냥두고 가끔 이쁜 그릇을 몇개 사서 사용했었다.
세트 찻잔도 거의 깨지고 커다란 머그잔들이 차지를 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다 보니 씽크대 맨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게 되었다.
금이 갔거나 조금 깨어져 있는 것 별 쓸모가 없는 것은 다 정리를 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만 손이 닿는데 깨끗하게 씻어서 두었다.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한 것이 오래동안 기억되었다
그릇이 깨어지면 '이 그릇의 인연이 여기까지 구나'라고 하면 된다고 했다.
수없이 많은 그릇들과의 인연을 되새기며 그릇을 정리한다.
씽크대안이 환해졌고 여백이 생겼다. 정리정돈이 잘 된 것 같다
채우는 시간이 있으면 비우는 시간도 오는 모양이다.
첫댓글 정리한다는 게 쉽지는 않더라구요
저도 요즘 조금씩 정리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인연이 여기까지이구나
좀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는 깨진 그릇도 즐겨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문화차이도 있는듯
그건 좋은 문화같은데요~~~
@아침바다 중국 여행에서 보니, 깨진 그릇이 일반화 되어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