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인상의 신기숙 소장님은 어디서 많이 본듯한 편안한 얼굴이었다. 그 인상처럼 강의도 차분하게 했다.
생각해 보니 학교 다닐때 이후로 제대로 된 성교육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그냥 언론이나 책에서 보고 들은 귀동냥 수준
강의를 듣고 나니 체계적으로 정리가 된 느낌이었다
부부의 성이란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는데 얼굴이 조금 붉어지는 질문들인데도 엄마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주어서 모두들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대답하지 않은 엄마들도 나를 포함해서 각자 부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부부의 성도 대화가 중요한데 우리가 놓치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강사님이 숙제도 내주었다.참석한 엄마들만아는 비밀스런 숙제.
숙제는 다했는지 몰라.
다음으로 아이들과 성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지 연령대별로 강의를 해 주셨다.
성에 대한 호기심에 눈 들때인 취학전이나 초등 저학년 일때는 정확한 신체부위 명칭으로 설명 해주어야 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쓰고 있는 명칭들이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명칭들이란 사실도 알았다
이때 까지는 책을 통해 아이들과 이야기 하기 때문에 별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부모들이 당황할 때가 구체적인 것을 물어 올 때이다
중요한건 아이들이 어떤 질문을 하든지 그걸 반갑게 생각하고 부모님의 편한 태도가 아이들을 건강한 호기심으로
이글 수 있는 것이다.
엄마들이 힘든 건 청소년기의 남자에겐 쉽지가 않다 . 경험상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청소년이 되면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부모에게 물어보지 않는다.도래 친구들과 야한 사이트를 보면서 성에 대한 궁금증을 푼다.
호기심으로 한 두번이면 괜찮은데 중독성으로 점점 빠져들어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는 것이다
소장님이 실제로 성폭력 가해 청소년과 상담해 보면 야한 동영상물을 보고 정말 그럴까 하고 해 봤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 쉽게 노출되어 있어 전혀 안 보게는 할 수 없는데 문제는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도 중요한 것 같다
내 경험상 우리 아이가 야한 동영상을 보는 걸 나한테 처음으로 들킨 적이 있었다
그 당시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너무 충격이었다. 이 순간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가야 하나 머리가 순간 복잡했었다
침착하자,침착하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쿨하게 아이와 야한 동영상물이 왜 나쁜지 차근 차근 이야기 해 주었다
그 다음 부터는 한 번씩 아들의 방을 들어가 '티슈 필요하면 말해'
그러면서 아들과 한 번씩 웃었다.지금까지는 그렇게 지내고 있다
또 다른 주제인 아동 성폭력에 대한 강의는 우리를 분노케 했다
특히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조두순 사건. 하지만 이제껏 반짝 호기심이 끝나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이 잊혀진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법의 심판이 너무 가볍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입증하는 것도 힘들고.
성폭력가해자들의 사례를 들으면서 우리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고 있을 때 누군가는 숨어서 아이들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지켜줘야 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아이를 지키는 것 뿐만아니라 그런 어려운 일을 당한 아이가 있으면
따듯하게 안아 줄 수 있는 이웃이 되는 것이다. 오해와 편견으로 두번 울지 않게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