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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화
염 상 섭
네, 네. 어디세요? 네? 누구세요? 네?……네! 거긴 누구시냔 말예요?……
종로에요? 지금 안 계슈.”
따르릉 소리가 유난히 쨍쨍히 나더니 주인 아씨의 겁을 집어 먹은 듯한 허청 나오는 목소리가 들리다가, 저편이 누구인지 말씨가 곱지 않아지며 탁 끊는다.
‘흥, 그렇게 기다리던 전화가 그에 왔군! 하지만 안 계시다니? 뉘게서 왔길래 따 버리누?’
주인은 자기 방으로 쓰는 구석방에서 서류를 뒤적거리면서 혼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까 아씨가 마루에서 통통거리고 들어와서 방문을 펄쩍 연다.
“나 좀 보세요.”
아씨는 방 문설주에 기대어 서서 남편이 쳐다보기를 기다리다가 표독스러운 소리를 친다.
‘또 시작이로구나!’
주인은 이런 생각을 하며,
“응? 왜 그래?”
하고 인제야 고개를 쳐든다.
“지금 전화가 왔세요!”
또 한 마디 톡 쏘고 나서 어색한 빛을 감추랴, 복받쳐 오르는 웃음을 참으랴, 성을 내어 보이랴, 단순한 그러나 여러 갈피의 감정이 얼굴에 발리었을까 보아서 남편의 시선을 피하며 외면을 살짝 하였으나 꼭 다문 입술이 눈웃음과 함께 쫑긋쫑긋 하는 것이 주인의 눈에 스치어갔다. 주인도 슬며시 우스운 증이 나는 것을 참으며,
“전화가 왔으면 그런 반가울 데가 있나! 인제는 소원 성취했구려.”
하고 놀리다가,
“그래 뉘게서 왔습디까?”
하며 시치미를 떼고 묻는다.
“거기서 지금 전화가 왔다니까!”
주인 아씨는 겨우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 이런 답답한 양반은 처음 보겠다는 듯이 또 한마디 핀잔을 준다.
“거기가 어디야? 그래 뭐랬어?”
주인은 역정을 내어 보인다.
“안 계시다고 했죠.”
“왜?…….”
“왜가 뭐예요!”
주인 아씨는 다시 뾰로통한 소리를 지르며 눈초리가 촉 처진다.
“잘 했소. 하지만 미쳤나? 왜 멀쩡하게 들어 앉았는 사람을 전화로까지 따드랍? 제 아무리 그악한 빚장이기루 설마 전화루 멱살이야 들라구!”
주인은 꾸짖는 듯한 어조로 변하여 농쳐 버리고 말았다.
“미치긴 누가 미쳐요? 응…… 기껏 그 애를 쓰고 전화를 매어 놓으니까 온다는 전화가 그따위…….”
하며 화를 내어 보았으나 그래도 받고 싶던 전화를 받은 것이 난생 처음 해보는 전화처럼 신기한지 생긋하는 웃음이 상큼한 콧마루 위로 지나갔다.
“글쎄 왜 없다구 했어?”
“낸들 알 수 있어요. 생각해 보시면 아시겠지.”
남편의 얼굴을 눈으로 나무라듯이 말끔히 쳐다본다.
“그따위 소리가 어디 있드람? 전화 하나 똑똑히 못 받구. 전화 괜히 댔군!
겉 똑똑이야!“
그러나 젊은 주인은 그저께 밤에 요리 집에서 술을 먹다가 채홍이에게 자랑삼아서 그날 저녁 때 맨 전화번호를 가르쳐 준 것이 인제야 생각났다.
“누가 헐 소린지! 참 어이가 없어서!…… 어떤 망할 년인지 잠두 없던가봐!
식전 개동에 남의 집에다가 전화를 걸구 문안인지 밤 사이 그립던 말던 전 화를 못해서 지랄을 치니!…… 어서 나가시다가 그년의 집에 문안이나 가슈. 마누라 등쌀에 전화를 뭇 받으셔서 말라죽을뻔 했다구 하소연이라두 해야지!“
그래도 예사롭게 비꼬기만 하는 것이 다행하기에 주인은 깔깔 웃으며,
“아닌게 아이라 그렇지! 마누라 청이니 나가다가 어디 들려 볼까?”
하고 농쳐버리려니까,
“난 몰라요!”
하고 방문을 탁 닫아 버린다. 남자의 머리를 숙이게 할 별 재주는 없고 말은
막히니, ‘난 몰라요!’ 가 나오고 말았다. 군색한 피난처다. 절연체(絶緣體)로
문을 딱 닫은 모양이다. 그러나 방 속에 혼자 남은 주인은 픽 웃으면서, 출ll
‘공교하게두 새루 맨 지 이틀만에 처음으로 온다는 천화가 하필 그애에게 서 왔드랍!’
하고 속으로 또 다시 웃으면서도 어젯밤에 마누라가,
“전화가 왜 한 번두 안 오누?”
하며 해서 걱정을 하다시피 은근히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 던 생각을 하니 어쩐지 가엾기도 하다.
양복을 주섬주섬 Ep어 입고 안방으로 나오려니까 아내는 그저 뾰로통하여 경대 앞에 앉아서 열심으로 가르마를 타고 있는 모양이다.
“오늘은 언제 들어 오시랴우? 회삿시간이 늦어두 그년한태 좀 들러 보시지?”
돌려다 보지도 않고 연해 바가지를 긁다가 남편이 안방 문을 열고 마루로 나가려는 것을 거울 속으로 보고 놓칠까 보아 입을 잽싸게 놀린다.
“그 벌어먹을 전화, 내 있다가 떼어 버려야지! 기생년하구 새벽부터 시시덕거리며 이야기하자구 옷을 잡혀가며 맸드람? 참 기가 막혀서!…… 그럴테면 마루에 매지 말구 아주 저 방 속에다가 맬 일이지.”
하며 구석방을 돌려다 보다가 남편과 눈이 마주치자 외면을 하더니 반드르르한 머리 밑에 빨간 자름댕기를 감아서 보오얀 오른편 볼을 잘룩 눌러서 입에 물고 곁눈으로 거울을 들여다보며 머리를 땋기 시작한다. 주인은 한참 바라보다가,
“느느니 말솜씨로군!”
하고 방문 밖으로 획 나오면서 좌우 북창 사이에 달린 전화통을 건너다 보았다. 네모 반듯한 나무갑 위에 나란히 얹힌 백동(白銅)빛 쇠 종 두 개는 젊은 내외의 말다툼에 놀란 고양이 눈같이 커닿게 반짝한다.
2
X회사 이층에서 하물계 주임(荷物係主任) 나으리가 감숭한 웃수염 위에 뭉툭한 큰 코를 얹어 놓고 또 그 위에는 검정 대모테 안경을 끼어 놓고서 인천 운송점에서 도착한 하물표(荷物票)를 들여다보며 주판질을 하고 있으려니까 따르릉따르롱 하는 소리가 뒷구석에서 나더니,
“네, 네, 그렇습니다. 어디세요?…… 글쩨 누구세요?…… 네에, 그러세요!
잠간만 기다리세요!” l
하고 전화를 받던 아이녀석이 시퉁대는 소리로 말끝을 길게 빼다가 툭 재치는 어조가 저편이 여자인지 놀리는 수작 같다.
“이주사 나리, 전화 받읍쇼. 급한 전화랍니다.”
여드름 바가지의 사환 아이놈은 달뜬 목소리로 한 마디 외치고 나서 저편에 앉아 있는 출하계 주임(出荷係主任)인 김주사를 바라보고 콧날을 으쓱한
다.
이주사라는 하물계 주임은 놓던 주판을 가만히 내려놓고 눈살을 찌푸리며 전화통 앞으로 가서,
“네, 누구세요?”
하고 바쁜데 성이 가시다는 듯이 짜증을 내더니 금시로 눈살이 펴지며 목소리를 가다듬어서,
“응? 누구야?”
하고 등을 쓰다듬는 수작으로 돌변을 한다.
“……용……좀, 좀 볼 일이 있었어.”
저편에서 무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주사 나으리의 입가에는 헤에 하고 웃음이 떠올라왔다.
“……글쎄 알았어. ……응, 응, 아무쪼록 곧 가 뵙죠…….”
반말이 다시 공대로 변하더니,
“네, 네, 기다려 주세요.”
하고 뚝 끊는다.
“여보게! 나두 대 서 볼까?”
김주사는 하물계 주임이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 것을 건너다보며 놀린다.
“미친 사람! 가긴 어딜 간단 말인가?”
하고 이주사는 사치미롤 떼었으나 속으로는 아까 집에서 마누라가 종알거려 던 것을 생각하고 겸연쩍은 듯이 혼자 웃었다.
시계를 쳐다보니 아직 새로 두시다. 벼란간 일이 귀찮은 중이 와락 났다
3
두 시간 동안을 도지개를 틀면서 시계만 바라보고 앉았다가 네시를 치는 소리가 땡 하고 나자 이주사는 책상 위에 늘어놓았던 서류를 허둥지둥 휩쓸어서 서랍에 넣고 모자와 외투를 떼어 들어 미처 입을 새도 없이 뛰어 나왔다. 이 꼴을 바라보며 앉았는 김주사는 싱긋 혼자 코웃음을 쳤다.
이주사는 채홍이 집에 들어서며 늦지나 않았나 하고 시계를 꺼내 보았다. 네시 이십분이다.
“그래두 오시는구려. 십 분만 더 기다리다가 나가 버릴까 했더니!”
하며 채홍이는 어떻게 보면 냉소가 섞인 웃음을 띠어 보이며 머리를 빗고 난 손을 아랫목에 놓인 대야에 씻는다. 어쩐지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상기가 되고 어제 잠을 잘 못 잤는지 눈이 유난히 퀭하여 보인다.
“어제는 어디를 가셨길래 댁에도 안들어 가셨세요? 사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게 하구. 언제야 무슨 염치루 어슬렁어슬렁 기어드시는 거요?”
하며 커다란 수건에 손을 훔치다가 남자의 넓적다리를 꼬집는다. 그러나 채홍이는 웬일인지 남자의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 하며 하둥하둥 하는 눈치다.
“그만하면 다 알았세요. 멀쩡한! 기화가 바로 전에 와서 어제 밤새두록 놀았다구 제 입으루 그러던데.”
이주사는 헤에 하고 웃으며 혼자 속으로,
‘이건 드나 나나 이 성화야…….’
하고 매우 몸이 괴롭다는 모양이나 이런 괴로움은 날마다 당하여도 싫지는 않았다.
“글쎄 그런 법두 있나? 사람을 바람을 맞혀두 분수가 있지. 하지만 여보게 참 정말 전활랑은 아예 걸지 말게. 그러다가는 우리 집 마나님께 이혼당할까
무서우이.”
“흥, 자볼기가 되우, 무서우신 게로군.”
남자의 말을 들으면 아까 전화를 걸었을 제 집에 있었던 모양이니 기화가 저의 집으로 끌고 가서 잔 듯이 풍을 치던 말 눈치도 빨간 거짓말 같다.
그러나 어젯밤에 자기가 지낸 일을 생각하면 죄밑 같은데 지금 이 남자가 오라는 대로 다소곳이 온 것이 고맙다기보다도 가엾은 한편에 무슨 승리나 얻은 듯이 유쾌하기도 하다.
삼십 분쯤 앉았는 동안에 채홍이는 서계를 여섯 번은 쳐다보았을 거라.
“어디 지휘 받었나?”
남자는 아니 일어날 수 없었다.
“아직 괜찮아요.”
그러나 채홍이는 일어나는 남자를 붙들려고도 않고 따라 일어서며,
“그럼 있다가 지점으로 오시랴우?”
하고 남자의 어깨에 손을 건다. 유난히 섭섭해 하는 기색이다.
“글쎄, 기화나 간다면 가 볼까?”
남자는 이런 소리로 비꼬아 보면서 머리속으로는 빌린 요리 값을 따져 보았다. 마루 끝까지 나오려니까 채홍이는 쫓아 나와서 남자의 목을 얼싸안 듯이 하며 입을 귀에다가 대고,
“있다, 열한시쯤 해서 들르세요. 내가 없드래두 좀 기대려 주슈. 꼭 할 말두 있구 하니……네?”
하고 속살거리었다.
4
남자는 채홍이 집에서 나오면서, 일전에 김장 걱정을 하며 슬쩍 비치던 말
눈치를 생각하여 보았다.
‘적어두 오륙십 원은 들어야 해줄 텐데 집의 것하구 합하면 하불하(下不
下) 백원이로군.’
그는 자기 집과 채홍이 집의 김장 걱정을 하면서 종로로 나오다가 벌써 전등불이 환한 잡화상 앞을 지나다가 유리창 안을 기웃이 들여다보며 한참 생각한 뒤에 결단하고 들어섰다.
그는 분홍빛 부인용 속적삼 한 벌 하고 회색 장갑을 삼 원 육십 전에 사가지고 나왔다. 그것도 전화를 매느라고 전당을 잡히고 동서 대취를 하고 하여 가설료 삼백 원을 간신히 치르고 남은 잔돈푼 속에서 물게 하고 산 것이다.
‘이만 하면 아침의 전화 사건은 무사 타첩되겠지마는 오늘밤에 또 나가다
가는…….‘
하는 생각을 해보니 역시 걱정이다.
‘강짜를 하는 계집에게는 손수건 하나라도 사 들고 들어가라’는 것이 이 사람의 결혼생활의 철학이지마는 지금 이 남자의 머리를 어수선하게 하는 또 한 가지의 유혹은 아까들은 채홍이의 분부를 시행하느냐마느냐는 것이다. ‘오래간만이니 하루 저녁만 가주고도 싶지마는…… 그랬다가는 짐이 점점 무거워지는데…….’
그는 이런 속다짐도 해 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전당이니 빚이니 하는 것은 그만두고라도 오늘 저녁에 채홍이 집에 발을 다시 들여놓는다면 채홍이 집의 김치 짝두기는 말할 것도 없지마는 마누라 입을 틀어막기에만도 이번에야말로 속샤쓰 나부랑이나 장갑짝쯤 가지고는 그 등쌀에 견디어 내지 못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단념해 버리기는 아깝다.
‘ …·그놈의 전화나 팔아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코웃음을 쳤다. 매던 맡에 며칠이 못가서 떼어내기가 동네에 창피하고 섭섭도 한 일이요, 또 일 년인가 얼마 기한이 지나야 팔 수 있는 것이다.
집에 들어와 보니 안방 웃목에서 김을 재이고 앉았던 아씨가 아직도 직성이 덜 풀렸는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I
“오늘 내 큰마음 먹구 큰돈을 썼는데…… 꼭 갖다가 줄 데가 있건마는 사 가지고 나와서 생각을 해 보니 그래두 어디 그렀습디까? 아무래두 우리 댁 아씨 생각이 더 간절하거던…….”
하며 종이에 싼 봉지를 아내 앞에 던지고 옷을 벗기 시작한다.
“응—.”
하고 아씨는 안간힘을 쓰더니,
“누가 갖다 주지 말랍디까? 그런 건 입으라구 고사를 지내두 입을 년은 없으니까!”
하고 아씨는 여전히 종알거리다가,
“괜히 그따위 객적은 짓 하느라구 살림이 이 꼴인 줄은 모르구!”
하며 한숨을 쉰다.
“그래 싫단말야? 공연히 좋거든 그저 좋대! 일금 삼백 예순 댓량을 분발해 서 구해 온 것인데…… 좀 펴보구냐 이야기를 해요.”
젊은 주인은 웃목으로 내려가서 봉지를 자기 손으로 풀더니,
“자아, 이만하면 하이카라지! 기생집 가려는 남편두 붙들어놀 만하구……
또 이 장갑 좀 봐요. 활동사진 구경가시려 밤 출입하실 제 똑 알맞지. 내……가 입었으면 똑 좋겠지만……그래라 이왕 마음 먹구 시온 거니 주어 버려라! 자아 좀 입어나 봐요.”
젊은 이주사는 실없이 얼렁거리며 아내의 뒤로 가서 검은 때가 묻은 옥색
명주 저고리 위에 분홍 샤쓰를 덮어 놓는다. 전등불 빛을 받은 연분홍 빛이
한층 더 환하니 고와 보였다.
아내는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아랫 입술을 악물며 발갯깃올 놓고 잔등이의 붉은 속적삼을 집어서 저리로 팽개를 친다. 그러면서도 옆에 놓인 장갑이 궁금해서 살짝 곁눈질로 거들떠 보았다.
“아씨, 또 수가 나셨읍니다그려.”
화로에 불을 담아 들고 들어오던 아이년이 흐트러진 장갑짝이며 샤쓰를 부러운 듯이 집어 본다.
“나리께서 입으실 거란다.”
하고 아씨는 그예 웃고 말았다.
“아, 이 분홍 샤쓰를요?
하고 아이년은 탑이 나서 차마 놓지를 못하며 깔깔댄다.
“왜, 난 분홍 쩍삼 못 입는다던? 아씨가 싫다니 너나 입으련?”
“주시면 입죠.”
“입는 사람두 많으이. 어서 갖다가 그년이나 주어요.”
아내는 또 톡 쏟다.
“아씨두 욕심이 많으셔. 뺏길까 봐서 염려십니까? 나리께서 설마 갖다 주
실 데가 있으시면 가지구 들어 오셨을라구요?”
“네 말이 옳다. 그년그년 하니 갖다 줄 년이 있기나 했으면 좋겠다. 암만 해두 그 샤쓰는 네 차례가 되나보다.”
나으리는 이런 소리를 하면서도 채홍이가 은근히 귓속말을 하던 것이 잊혀지지를 않아서 가슴속이 근질근질한 것 같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제가 이런 걸 몸에 걸쳤다가는 살이 부르트게요!”
하고 아이년은 샤쓰를 개킨다.
“요년은 입만 깠어! 넌 뭘 안다구 납실거리는 거야?”
아씨가 핀잔을 주는 통에 아이년은 ‘에그머니나!’하고 나가 버렸다. 아씨는 계집애년이 나으리 앞에서 알씬대고 새롱거리는 것도 덜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바람에 아씨의 역정은 부지중 풀리고 말았다. 김을 다 재어가지고 나간 아씨는 창에다 대고,
“지금 진지상 들여갈까요? 약주 한 잔사오랄까요?”
하고 은근히 술을 사오려는 눈치였다.
5
주인이 밥상을 받고 마누라의 시중으로 술을 두어 잔 기울이고 앉았으려니까 전화가 따르릉 운다. 오늘로—아니 전화를 맨 뒤로 두번째다.
“네, 네, 누구세요? 계십니다.”
이것도 속적삼의 보람이라 할지 이번에는 따지지도 않고 그 덕에 주인이 자기 집에 앉아서 처음으로 전화를 받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여자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누구야?”
“회사의 김주산가 봐요.”
같은 전화이건마는 아씨의 말씨가 무척 곱살스러웠다.
“누구요? 응, 응……혼자야?……난 지금 밥을 막 먹는 중인데.……응, 그럼 가지.”
주인은 빠져나갈 길이 막연하던 판에 마침 잘 되었다고 은근히 좋아하였다. 전화 덕 보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왜 그래요? 지금 어딜 가신다는 거예요?”
아내는 마루에서 전화를 받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방으로 들어오는 남편을 쳐다본다.
“저녁을 먹으러 오라는데 안 간댈 수가 있나. 가마구 했지.”
따라 놓았던 술잔을 들어 마시고 부득부득 나갈 차비를 차린다. 아내가 모처럼 마음 먹고 받아다가 준 술을 좋은 기분으로 맛있게 먹던 판이나 요리집가서 정종을 먹지 하는 생각을 하니 술맛도 금시로 씁쓸한 것이었다.
“또 요리집이겠군요? 또 술로 밤을 새실 테니 진지를 좀 뜨시구 나가시구려. 참 원수의 전화를 달더니 밥상 받고 있는 이까지 불러 내가구 별일이 다
많군!”
아내는 눈살이 찌푸러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가 없는 이 아씨는 더구나
밤에는 남편을 내놓기가 무엇보다도 싫었지마는 오늘은 애를 써 차려놓은 저녁상을 받고 마악 재미있게 먹으려는 판에 그놈의 전화가 간신히 마음을 잡고 들어앉았는 사람을 들쑤셔 끌어내가서 전화 탓이 저절로 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주인은 들은체 만체 하고 두루마기를 꺼내라 해서 입고 나가 버렸다.
그날 밤으로 주인이 나간 뒤에 전화가 또 두 번이나 왔다. 처음 한 번은 주인이 나간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침에 걸던 여자와 같은 목소리로 안 계시다
하여도 부득부득 대어달라고 하는 것이 성이 가시기에 한바탕 몰아세우고 딱 끊어 버린 것은 슬며시 화풀이도 되고 통쾌도 하였거니와 그 다음에 밤이 이슥하여 온 것은 남편이 요리집에서 건 것이었다.
부부가 전화로 이야기를 해 본 일은 처음이라 목소리가 반갑기도 하여 혼자 전화에 대고 부끄러운 듯이 웃음도 저절로 나왔고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판이니 이런 때는 전화도 쓸모가 있다고 고맙게도 생각하였지마는 술 취한 목소리로,
“난 오늘 못들어 가겠는데 그래두 상관 없겠소?…… 그년한테 가는 길야!
문 꼭 닫고 잘 주무시죠…….”
어쩌고 하는 주정 비슷한 소리를 하는 것을 듣고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처분대로 하라고 끊어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취중에도 그동안 어디서 전화가 오지 않았더냐고 묻는 것을 보면 그 좌석에는 아까 전화를 걸던 그 기생이 없는 것은 알쪼다.
‘허지만 그년하구 오늘 저녁에 만나자는 약조가 있었기에 서루 전화질들을
하구 찾느라구 야단들이지.’
하는 생각을 하니 아까 샤쓰 쪼각 장갑 나부랑이로 어벌쩡하고 나간 것이 밉살맞기도 하고 또 속은 것이 분하다.
‘김주사하구 둘야 짜구서 옷을 갈아 입으러 들어와서 할 말이 없으나까 저녁을 먹는 체하다가 전화로 불러내게 한 것일 게다.’
이런 추측도 하여 보았다. 그는 그렇다 하더라도, 새 두루마기를 입혀 내보낸 것이 더욱이 아깝고 화가 난다.
그래도 전화를 건 저 한 시간쯤 지난 뒤에 주인은 고주가 되어서 인력거를 타고 들어왔다. 아씨는 일변 반갑고 안심이 되면서도 술김에 속을 좀 뽑아보느라고,
“아침에 전화 걸던 그 색씨가 또 전화걸었던데 왜 못 만나셨소? 못 만났길래 허는 수없이 기어 드셨겠지마는…….”
하고 비아양거렸다.
“응? 응? 정말 전화가 왔어? 그래 뭐, 뭐라구 했소?”
“뭘 꿔라구 해요. 요리집에 가셨는데 아마 나중에 댁으로 가신다나 보드라 그랬지.”
“흥, 그런데 왜 내, 내게루 전화를 결지 않구?……그년 곤장을 맞을 년야. 오늘 열한시에 만나자구 꿀떡갈이 마췄더란 말야. 그런데 그년이……음 그 안 됐다. 김장을 해줘야 할 판인데……에에 그 안됐다!”
혀꼬부라진 소리로 큰 낭패나 된 듯이 입맛을 쩝쩝 다신다.
“안됐거던 어서 가 보시구려? 당신이 안 가시면 김장을 못할 거니 김장을 거들어 주러 가신단말이군요? 어서 그년의 집 가서 무나 씻어 주시구려.”
마음이 좀 풀렸던 아씨는 어이가 없어 옷도 안 벗기고 고개를 외로 꼰다.
“씻어 주나 마나! 씻는 건 나중 일이요, 사주어야 할 판야. 이거 왜 정신 없이 되지 않게 강짜만 하는 거야? 오십 원은 들여야 우리 채홍이 김치 깍두기를 담가 멕일텐데…….”
“흥, 당신댁 김치 짝두기는 마련됐답디까? 기껏 정신이 있어 이 모양요?”
“우리 집야 마누라가 오죽 잘 알아 할라구. 나더러—적어도 장래 사장더러 고까짓 걱정까지 하라는 거야?”
하고 나중에는 어기(語氣)가 부풀어지며 소리를 꽥 지른다.
“이거 왜 이러는 거요? 기쓰우? 기써? 냄새 피우는 괭이 새끼들 모양으로
오밤중까지 전화질들을 하구 갈팡질팡 찾으러 다니구 하다가 변변치 못하게
저이끼리 만나지 못한 화풀이를 왜 내게다 하는 거요?”
아내는 악을 바락바락 쓰고 덤빈다.
“그 무슨 말을 그렇게 상스럽게 해! 적어두 × ×회사 장래 사장(社長) 실
내마님의 체모가 있지!”
부스럭부스럭 옷을 벗어 걸며, 좀 정신이 드는지 이렇게 농치며 나무란다.
“응, 장래 사장 체면 보시느라구, 기생년과 전화질 하느라구, 계집년의 깝
데기를 벗겨서, 시급히 전화를 매달았군!”
“그 전화 동티 무섭다! 오늘은 마누라가 왜 이리 더 악바리가 됐는지? 신새벽부터 전화 전화하구 상성이니……그러지 말아요. 그래두 전화 덕에 불려가서 한잔 잘 먹구 오지 않었나?”
주정꾼은 유착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자리 위에 픽 쓰러지더니,
“기다릴 걸? 우리 채홍이가 눈이 빠지게 기다릴 걸 생각하면 차마 애처러
워 눈을 불일 수가 있나!”
하고 콧노래 삼아 씨부렁거리다가 그만 눈을 스르르 감는다.
6
이튿날 아침 꼭두 식전이다. 이번이야말로 주인 아씨의 바가지 긁는 소리에는 유산태평 (遊山泰平)인 주인도 꿈쩍을 못하고 자는 척하고 누웠릏 수밖
에 없다. 분홍 속샤쓰나 회색 장갑이 뾰로통해진 그 입에 반창고만한 효험도
없는 것을 생각하면, 삼 원 육십 전만 올려 보낸 것이 앵하다면 앵활지 모른
다.
어젯밤에 술김에 무슨 소리를 다 하였는지 조금도 생각이 아니 나지마는 위선 식전 댓바람에 김장타령이 나온다. 아씨의 가정학상 견지로 보면 김장이라는 것온 입동 전후 삼일에 해 넣어야 사람도 편하고 물건도 물건다운 것이 걸리는 것인데 올에는 더구나 친정아버지의 환갑이 끼었으니까 그 전으로 해 치우지 않으면 큰 야단이라 한다.
그는 그렇다하고 환갑 놀래에 뒤따라 나오는 큰 문제는 옷걱정이다. 하다못해 삼팔로라도 바지 저고리, 안팎 꼽지른 두루마기, 공단 마고자, 거기에 버선 한 죽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전만 혜도 정 할 수 없으면 버선 한 죽만 하지하는 남편의 의견에 그리 반대도 아니 하였고 조르지도 않기에, 마음을 놓았었는데 그년의 채홍이의 김장 노래를 섣불리 내놓은 죄로 기생집 검장 해 줄 돈으로 우리 아버지 환갑 빔 해 내라는 최후통첩이다. 김장 들여오기 전에 늦어도 내일 안으로는 옷감을 끊어 들이라는 분부다.
“그건 고사하구, 첫째 대문 밖에 발을 내놓으려두, 뀔 게 있어야지. 나들이 옷이란 옷은 좀 반반한 것은 모조리 몰아다 넣고…… 참 어이가 없어서! 옷만 해두 백 원이 넘겠지! 게다가 비녀 가락지 뒷꽂이까지 싹싹 쓸어 내 갔으니 이를 어쩌잔 말이야 그 빌어먹을 전환지 난장맞은 것인지 그 원수윗 것이 없으면 행세가 꺾인담? 입에 밥이 안 들어 가던가? 저까진 나무통하구 쇠방울 두 개가 무엇으로 삼백 원 탬이 되더람?”
갖은 푸념의 화풀이가 결국에는 또다시 애꿎은 전화통으로 갔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 아씨의 옷가지 금붙이가, 때때로 무엇에 놀란듯이 때르릉 때르릉 하며 어제 온종일 사람의 부아를 돋아 놓고 밤중까지 잠도 못자게 한 저 전화통이란 괴물이 집어삼켰으니 이 아씨가 아니기로 잠자코 있을 리가 없다.
“……어쨌든 난 몰라요. 오늘루 죄다 찾아줘요. 자식두 없는 년이 밤낮 할 것 없이 혼자 웅크리구들어 앉어서 갈보년의 전화 시중이나 들구.……이 집에 전화 교환수루 들어왔습디까? 난 갈테요!…….”
최후의 무기인 간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말았다.
주인은 이불속에 눈을 감고 쥐죽은듯이 누워서 듣다듣다 못하여 벌떡 일어나며,
“인젠 더 할 소리 없어?”
하고 소리를 쳤다.
“무얼 어쨌단 말예요? 그래 벌거벗구 앉아서라두 기생년하구 아침 저녁으로 씩둑거리는 것이나 찍소리 없이 듣구 있으란 말예요?”
아내는 여전히 화로 곁에 앉아서 야죽거린다. 그러나 전화가 시앗이나 되는 듯시피 하두 전화 전화하고 신이야 넋이야 하니 이주사는 가뜩이나 작취미성(昨醉未醒)으로 띵한 머리가 욱신욱신한다.
“다 찾아 줄텐데 왜 이 모양야. 김장도 곧 들여다 주고, 환갑에는 옷 한 벌 해 갔으면 그만 아닌가. 그것도 누가 전화 매구 싶어 맸나! 추첨에 빠졌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한 노릇이지. 하지만 지금이라두 팔면 제 값어치는
있는 거였어. 공연히 멋두 모르구 무슨 걱정야.”
어제 취중에 무슨 추태를 부렸는지 애가 씌우느니만큼 슬슬 달랬다.
“삼백 원 들여서 삼백 원에 팔면 그 동안 전당 변리는 손 아닌가? 기생한테 자랑하자구 몇십 원씩 날려 보내요?”
셈속이 빠르다. 그러나 전화—전당——기생—김장—하고 맴을 도는 것이 듣기에 지굿지긋하여 무어라든지 너 해라 나 듣는다 하고 잠자코 앉았다.
오늘 아침도 또 그놈의 전화 타령으로 불쾌한 입씨름에 지쳐서 주인은 부리나케 빠져나오려니까 아내는 그래도 미진한 듯이 또 한 마디 비양거린다.
“채홍이 집엘랑은 오십 원어치만 김장을 들여보내 주고 들어 오슈, 부디.”
콧날을 혼자 째긋하고 유리구멍으로 마루 끝에서 구두를 신는 남편을 내다본다. 전화를 다시 팔아서라도 전당도 찾고 환갑 빔 해주마고 선선히 하는 말에 젊은 아내는 마음이 풀리고 자기의 강짜가 승리를 하였다고 유쾌한 기분이다.
“채홍이 집은 식구가 많으니까 한 백 원어치 해 줄까 하는데!”
채홍이란 이름을 부르고, 오십 원이라고 명토를 박는 것이 취중에 객설을 판 모양이나 이주사는 짓궂이 이렇게 대꾸를 하여 주고 빙긋 웃는다.
“왜 안 그렇겠세요. 당신두 저녁 한끼씩은 가서 잡쉬 주셔야 할 거니까 백훤어치두 적은 셈이지.”
이런 객담을 뒤에 남겨놓고 나온 하물계 주임온 그날도 회사에 들어가 앉아서 채홍이가 전화나 걸어오지 않을까 하고 은근히 기다렸다. 그러나 파해 나올 때까지 전화는 아니 왔다. 혹시 노하지나 안하였나? 하고 나오는 길에 싫다는 김주사를 끌고 들러보니까 집에도 없다. 그러나 김주사에게 대한 채홍이 모의 태도가 유난히 으근한 것이 그의 눈에도 띠었다. 좀 고개를 기웃하며 다시 생각하여 보았다. .
“여보게, 채흥이 눈치가 좀 다르네. 날은 추워지고 이렇게 세월은 없고 그만 식구에 여간 꿀리지 않는가 보데. 게다가 김장 미쳐지! 장작 바리라두 들여놔야지…….”
김주사는 채홍이 집 문을 나서며 이런 소리를 하고 천구의 눈치를 유심히 바라본다. 그는 가슴이 뜨끔하며 까닭없이 혼자 빙글빙글 웃었다.
“그러지 않아도 내게 기대는 모양이던데, 낸들 요새 같애서야…….”
하고 이주사는 채홍이가 자기 것이라는 자랑 반 걱정 반으로 이런 소리를 하였다.
“자네두 속 좀 차려 보게. 이 사람아 김치만 먹고 삼동을 난다던가?”
김주사에게 핀잔을 만난 그는 돈 궁리에 얼이 빠져 걷다가,
“그는 고사하고 요새 나는 우리 마누라하구 전시상태에 있네.”
하며 말을 돌린다.
“채흥이한테 너무 대어 서니까 왜 안 그렇겠나.”
“그런게 아니야 전화를 매는 맡에 공교히도 그애가 어재 아침에 전화를 걸었겠지.”
그는 역시 자랑삼아 설명을 하였다.
“어제 아침에? 응, 그래 어쨌나?”
김주사는 속으로 웃으며 무슨 짐작이 나선 듯이 정색을 하고 묻는다.
“뭐, 야단 났지. 최후 통첩이 왔다갔다 하구, 국교단절을 선언하구, 오늘은 추방령까지 내릴 뻔하였네.”
역시 젊은 기운이라 공연히 과장해서 떠들어 놓는다.
“이래저래 잘 됐네 그려. 내친 걸음에 어쩐다고, 홧김에 채홍이에게로나 가서 안방 차지를 하고 며칠 버티어 보게 그려. 누가 먼저 백기를 드나 해보지.”
하고 김주사는 간사스럽게 콧날을 으쓱하며 충동인다.
“글쎄, 나는 채홍이 집에 드러누웠고 채홍이는 전화만 걸고 하면 우리 마누라는 사흘이 못가서 백기(白旗)를 들걸. 그러나 저러나 그 전화 누가 가져가지 않으려나?……”
그는 은근히 딴 생각이 있어 비추어 보았으나 김주사는 채홍이나 기화의 집에 옮겨 매라고 실없는 소리를 한다.
“그럴 지성이면 자네집에 옮겨 매고 누웠겠네.”
“몸 괴로우이. 우리 마누라까지 선전포고를 하란 말인가?”
“아, 참, 팔기라두 해 버려야지 하겠어. 사실 쓸데없는 것을 매달아 놓고 통화료를 물어가며 성화를 받을 묘리야 있나.”
하고, 그는 은근히 김주사의 눈치를 보았다.
“번호가 몇 번이던가?”
“1223!”
“응, 그만하면 상당하군. 지금 팔아두 사오백 원은 나갈껄!”
이번 추첨에 빠지지를 않아서 분해하던 김주사는 비위에 당기는 모양이다.
“자네가 맨다면 거져라두 떼 가게.”
그는 속으로는 잔뜩 당길 힘이 있으나 선선히 이런 소리를 한다.
“나 역시 쓸 데는 별루 없지만…….”
김주사는 위선 이렇게 변죽을 올려놓고 헤어졌다.
7
그 후 이삼 일 지난 뒤에 회사에서 점심을 먹다가 김주사는,
“그래 그 전화를 요정을 낼텐가?”
하고 묻는다.
“왜 자네가 가져갈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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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쎄 말야.”
“누구든지 상당한 값에 가져간다면 내놓지.”
“그럼 자네, 오백 원에 산다는 사람이 있으니 그렇게 하려나?”
그는 오백 원이라는 소리에 귀가 번쩍 띄었다.
“오빽 원 좀더 내진 못하겠나?”
매우 마음에 싸지 않은 듯이 버티어 보았다.
“지금 시세루 그것두 번호가 좋구, 자네니까 그렇게 하자는 거지, 단 며칠 동안·에 이배 원이 얼마인가?”
“글세…… 대관절 누가 사겠대?”
“그런게 아니라 집의 아버지께서 점방에 전화를 매시구 싶어 하시기에 말씀을 했더니 오백 원이면 좋겠다구하시는구먼.”
하며 김주사는 다시 실없이,
“그는 하여간에 채홍이 집 김장도 급하지 않은가?”
하고 웃었다.
“자네 댁에서 쓰신다면 아무려나 하게. 하자만 조금만 더 묵히면, 철팔백 I원은 넉넉히 받는 것인데…….”
사실 그런 줄은 뻔히 알면서도 마누라 짜증에 그는 더 참을 형편이 못되었다.
이튿날 김주사는 역시 점심 시간에 다른 방으로 가방을 들고, 이주사를 데리고가서 지폐 뭉치를 꺼내더니 오백 원올 헤어주고 나서 몇 백 원이나 남았는지 나머지는 다시 가방에다 넣으며,
“있다가 한잔 내게.”
하고 어깨를 탁치면서,
“우리 새에 영수증이고 뭐고 할 것 있나마는 이전 수속에 도장이나 찍어 주게.”
하고 헤어졌다.
근자에 백 원 돈을 모가서 주머니 속에 지녀보지 못하던 그는 별안간 오백 원이나 주머니에 넣으니 마음이 느긋하여졌다. 일을 하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 떠올라 왔다.
—우선 , 오십 원은 채홍이 집 김장값, 또 오십 원은 자기집 김장에, 이 백 원은 전당 찾고, 빚 깊을 것 , 삼십 원은 장인 환갑에 옷 해갈 것…… 이 만하면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도 쑥 들어가겠고, 합계 삼백 삼십 원 제하고 일백 칠십 원으로 당분간 술잔 먹고 월급 때 까지 용돈 쓴다면 잔돈냥이 꿀릴리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느긋한 김에 있다가 채홍이하고 기화를 불러 놓고 놀 생각이 불현듯이 나며 신바람도 난다.
네 시를 채치기도 전에 김 주사도 몸이 다는 조건이 있는지 허둥지둥 앞장을 서서, 같이 가자고 끈다. 두 청년은 우선 채홍이 집에부터 들렀다. 마루 끝에서 씩둑씩둑 하다가 김 주사가 눈짓을 하며,
“자네 영감이 오늘 한턱 낸 다네. 기화하고 피로연이라네…….”
하며 인력거를 보내마 하고 나왔다. 그러나 그는 김 주사가 채홍이 한테 눈짓한 것 도 못보고 또 그때 채홍이가 웃는 입가며, 김 주사를 보고 눈웃음을 치는 그 눈치도 놓쳐 버렸다.
요리 집에서 김 주사가 채홍이 불러온 뒤에 기화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김 주사 몫으로 기생을 또 하나 부르라고 하였으나 김 주사는 간죠난다(돈 든다)고 한사코 말리었다. 채홍이도,
“속 좀 차려요. 돈을 그렇게 쓰구 자볼기 맞을려구.”
하며 가장 위하여 주는 듯시피 천연스럽게 말리면서 김 주사를 건너다 보 고는 생글 글 웃는 것이었다.
기화는 방에 들어서다가 좌중의 기분을 코로 맡듯이 휘 둘러다 보고 이 사람 저 사람의 눈치만 보다가 겨우 인사를 하고 멀찌막이 떨어져 앉는다. 지금 그는 뉘게로 가까이 가서 앉아야 좋을지를 몰랐다. 자기 생각 같아서 는 남자들 중에 한 사람이 없거나 자기네 기생집에서 하나가 바꾸어 오거나 하여야 자리가 편 할 것 같았다. 그것은 어저께 김 주사와 놀 제 채홍이의 태로 짐작하였지마는 같이 왔던 은회가 그 자리에 귀뜸을 해주던 것으로도 확실히 이상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기화는 속으로 ‘흐흥…….’하고 채 홍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어저께 나리 어디 가셨세요?”
상이 들어오니까 기화는 이주사에게로 가까이 다가 앉으며 말을 붙인다.
“가긴 어딜 가. 마누라 감시가 무서워서 꼭 붙들려 앉었었지.”
이주사가 마음에도 없는 딴전을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하니까,
“이건 다 무슨 수작이슈. 내가 모르는 줄 알구?”
하고 채홍이가 말을 가로 막며 기화에게 눈을 찌푸려 보인다. 어제 이야기는 말 말라는 뜻이다.
술이 어지간히 취하니까, 김주사는 먼저 가겠다고 일어섰다. 이주사는 김주사를 붙들다가 마지못하는 체하고 보내 버렸다. 일전에 열한시의 약조를 지키지 못한 뒤로 채홍이와 한 자리에서 노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주머니가 묵직한 김에 오늘은 제 집으로 데리고 가서 김장값도 주자는 생각이다. 그러나 김주사가 자리를 뜨니까 채홍이도 전화를 받으러 간다 하고 나가서 꿩 구워먹은 수작이다. 이주사가 연해 채홍이를 불러들이라고 보이를 시달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 앉았던 기화는 딱한 생각이 들었던지,
“속 좀 차리세요!”
하고 혼자 웃으며 꼭 의논할 이야기가 있으나 자지 집으로 가자고 한다. 그러자 채홍이가 들어와서 입원해 있는 동생이 다 죽게 되었다고 애걸복걸하고 빠져 달아났다.
그날 밥 그는 자기 집에 못 들어가고 말았다. 이튿날 아침에 눈을 뜨고 보니 기화가 곁에 누워 있었다.”
“인젠 약주가 다 깨셨세요?”
하고 기화는 옆에서 바스럭거린다. 어떻게 된 셈판안지 얼떨하였다.
“어제 어떻게 된지 아세요?”
“몰라……?”
이주사는 아직도 속을 못 차리는 꼴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김주사는 채홍이와 자리를 옮겨간 것이라 한다.
이주사는 천연히 웃어 보이면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질투라기보다도
너무나 의외요 괘씸하다. 깜빡 속아 넘어 간 것이 분하다.
기화의 이야기를 들으면 채홍이가 자기 집에 처음으로 전화를 걸어서 그 풍파를 일으키던 전날 밤에 요리집에서 헤어진 뒤에도 김주사는 채홍이와 또 어울려서 이차회를 하였고, 김주사가 전화로 불러내서 밥먹다가 말고 가던 날은 김주사가 은근히 채홍이를 위해서 꾸민 놀음인데 당자가 다른 데로 가서 못오게 되니까 김주사는 취한 이주사를 따돌려 보내고 열한시나 되어 채홍이가 가 있는 데로 쫓아갔던 것이라 한다.
“망할 것들! 년놈이 똑같지만, 사람 그럴 수야 있나. 어디 두고 보자!”
이주사는 실없는 듯이 이렇게 별렀으나 하여간 불쾌하였다. 김장값, 장작바리에 몸이 달아서 그랬다 하더라도 같이 다니는 김가 이가를 놓고 이 등쳐 먹고 저 등쳐먹고 하는 채홍이란 년은 치지도외요, 김가란 놈이 더 괘씸하였다.
그날 회사에 들어가서는 피차에 어제 일은 입 밖에도 내지 않았다. 이주사
는 모든 것을 모르는 척해 버렸다.
김주사는 웬 돈이 별안간 생겼는지 양복장이를 불러다가 새로 양복을 맞추고 법석을 하는 눈치였다.
“……저 놈이 전화값이나 떼먹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며 이주사는 눈살이 흐려졌다.
그날 낮에 이주사 집에는 김장 바리가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기화의 집에도 채홍이의 집에 들어갈 김장 짐이 집을 잘못 찾았는지 꾸역꾸역 들어갔다. 그러나 채홍이 집에도 기화 집만큼은 김장이 버러졌었다.
그 이튿날 파사 뒤에 이주사가 집에 들어가니까 뜰에서 김장을 해넣느라고 부산히 돌아다니던 아내가,
“아침에 전화를 떼 갔죠!”
하고 앓던 이나 빠진 듯이, 그러나 일대 사변이나 일어난 듯이 남편을 보는 맡에 보고를 하면서 그래도 매우 서운한 기색으로 선웃음을 친다. 마루 위를
쳐다보니 딴은 전화통을 받쳤던 나무 판만 허dug게 담벼락에 붙어 있다. 이주
사도 좀 섭섭하였다.
“그런데 우편국 사람을 데리구 왔던 사람이 이런 편지를 두고 갔세요.”
하고 아씨는 남편을 따라들어와서 묻어 보고 난 편지 한 장을 내어준다.
“뭐야?……”
“글쎄 보세요.”
하고 아내는 말뚱히 남편의 기색만 살피는 양이 수상하다. 채홍이란 년이 부부 쌈이나 붙여 놓으려고 장난으로 편지를 한 것이나 아닌가 하는 겁도 나고 불쾌한 생각이 나면서 꺼내보니 김주사의 부친이 한 편지다.
자기 아들에게 여러 번 채근을 하였으나 전화값 칠백 원의 영수증을 왜 아니 써 보내느냐? 또 아들의 말을 들으면 그 전화는 일 년이 지난 뒤에 명의 변경하는 규정이라니 팔고 사는 형식은 취할 수 없을 것인즉 전화를 담보로 하고 칠백 원을 취해 가는 차용증서를 곧 써보내라는 것이다.
편지를 보던 이주사는 눈이 뚱그래지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전화값이 칠백 원이래죠? 그래 이백 원은 어디 갔셰요?”
편지를 먼저 본 아내는 남편을 한바탕 해 낼 작정을 눈독을 잔뜩 들이고 벼르고 앉았다.
“글쎄 말야! 이놈이 떼어 먹은 게로군!”
“그게 무슨 어림 없는 소리에요. 오백 원이고 칠백 원이고 돈을 받았으면 영수증을 써 주셨겠죠?”
“우리 새에 영수증 여부가 있느냐기에 돈만 받구 영수증은 안써 주었어.” I “그런 흐리멍텅한 일이 있을 리가 있나! 돈만 받구 전화 안내주면 어쩌게! 조화가 붙은 거에요. 그 돈 이백 원 어서 마자내 놓슈.”
“뭘 내 놓으라는 거야? 이런 주책 없는!”
주인은 어이가 없어 웃어 버린다. l
“무에 주책이 없세요? 채홍이 년의 입으루 들어갔지 뭐에요.”
“잘 알았소. 채홍이 년의 입으루 들어갔던지 코루 들어갔던지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어쨌을 듯싶어? 이백 원 떼어 쓰자면 칠백 원 영수증 써 넣고는 못 쓰겠기에! 영수증에는 임자의 도장을 찍어야 하니 임자를 속이겠을까?” l
듣고 보니 딴은 그렇다. 아내는 얕은 생각에 남편이 정녕 자기를 속였으리라고만 단순히 생각한 것이 열적기도 하다.
“그래두 김주사하구 짜구 떼어 쓰셨지 뭐야?”
“짜구 쓰기루 김주사 어른에게 영수증야 못 써 들여 놓을까.”
그도 그렇다. 아내의 낯빛은 좀 어색해졌으나, 다시 생기가 들면서,
“그럼 됐구려. 그 이백 원은 내가 받아 올테니, 영수중만 써 주슈. 이 펀지하구 지금이라두 가지구 가서 부자를 한 자리에 앉히구 따져서 당장 받아 올테니!”
그도 그럴 듯하고 자기가 나서서 맞대해 놓고는 아무래도 거북하니까 그 편이 도리어 좋을 것 같다.
“아무려나 해보구려.”
하고 영수증을 써 주었다.
“그 이백 원, 받아 오면 그건 내 거예요!”
아내는 옷을 부덩부덩 갈아 입는다.
“아무려나 처분대로 하우. 그 대신 인제는 바가지나 긁지 않는다는 다짐은
받아야 헐걸!”
하고 남편은 웃었다.
아씨는 전당국에서 나온 두루마기에, 외투에, 여우 목도리를 걸치고 남편이 저번 날 사온 회색 장갑을 끼고 고양이같이 신이 나서 나갔다.
어떻게 되누? 하고 이주사는 안방에 누웠으려니까 두어 시간이나 거래를 하더니 또 풍우같이 들어온다.
“가다간 이런 일두 있어야 살 재미가 있는 거야.”
아씨의 심기가 이렇게 좋기란 결혼 이후에 처음일 것이다.
“그래 아무 소리없이 내놉디까?”
“마침 아들(김주사)두 나와 있겠죠. 영감은 일이 이렇게 된 줄은 모르고 전화를 안 내놓거나 하면 돈만 뜰까봐 겁은 나구, 아들은 못 믿겠구 해서 뒷구멍을 알아 보느라구 이리 직접 편지를 했던가 봅니다. 그러나 아들이 칠백
원에 홍정이 된 거라고 고집을 부립디다마는 그러 무르자고 야단을 쳤드니 결국 영감이 수그러지드군요. 칠백원이래두 저희는 이가 되기에 선뜻 또 다시 이백 원을 내놓겠지.”
“홍, 자식이 떼먹은 것이니까 창피한 생각도 들어서 내놓은 것이겠지만, 그 영감 결국 채홍이에게 아들의 해웃값 무리꾸럭 해준 셈이군.”
하고 슬며시 아내더러 들어 보라고 이런 소리를 하였다.
“그럼 채홍이 집 김장은 김주사가 해 줬구려? 홍, 그래?”
인제야 안심이 되었다는 듯이 아내는 생쭉 웃다가,
“여보, 우리 어떻게 또 전화하나 맬 수 없소?”
하고 옷도 채 못 벗고, 턱밑에 다가 앉아서 조르듯이 의논을 한다.
남편은 하 어이가 없어서 웃기만 하며 아내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1925년)
염 상 섭
(廉想涉, 1897~1963)
본명은 염상섭(廉想涉)이다. 종로구 적선동에서 6남 2녀 중 셋째로 출생하여 보성소학교를 거쳐 1912년 일본 동경 아사부 중학을 마치고 1917년에 게이오 대학에서 문학을 배웠다. 유학 시절에 일본 유학생을 중심으로 벌어진 3.1 운동에 적극 가담한 혐의로 투옥되었으며 그 길로 대학을 그만두고 귀국하여 막 창간된 〈동아일보〉에서 정치부 기자로 활동하였다. 이때부터 염상섭은 자신의 인생 가운데 절반을 현역 언론활동으로 채우기 시작하였다.
주간지 〈동명〉, 〈시대일보〉, 〈매일신보〉 등을 거쳐 잠시 오신중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만주로 건너가 〈만선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하기도 한 염상섭은 오랜 기자생활에서 듣고 본 다양한 이야기를 자신의 소설 소재로 훌륭하게 활용하였다. 그가 서울 중인계충의 생활 습관과 언어에 탁월할 수 있었던 까닭도 기자생활에서 서울중인계층의 생활을 자주 취재하였기 때문이다. 염상섭은 「임꺽정」을 쓴 홍명회와 함께 가장 많은 어휘력을 지닌 작가로 유명하다.
1963년에 염상섭은 지병인 고혈압과 신경통으로 사망하였다. 평소에 고집이 세고 말술을 마다하지 않은 성격이라 오랜 문단활동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지낸 문우가 별로 없었다. 염상섭은 자신의 호를 횡보(橫步)라고 지었는데 이 호에는 말술을 마시고 휘청휘청 옆으로 걷는다는 뜻도 있지만 모두들 출세를 향해 앞만 보고 걷는 데 비해 자신만큼은 사람살이의 이모저모를 둘러보러 옆으로 걷겠다는 작가의식이 내재되어 있다.
염상섭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서구 작가는 에밀 졸라였다. 1920년에 〈폐허〉 동인으로 문단에 발을 디딘 후 처음 발표한 작품 「표본실의 청개구 리」가 에밀 졸라 풍의 자연주의 단편이란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염상섭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베껴내는 자연주의에서 한걸음 나가 사실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사실주의로 옮겨갔다.
염상섭은 1955년 〈서울신문〉에서 자신의 문학관을 이렇게 말하였다.
“산문학에 있어, 문학사상으로서 자연주의와, 표현수법으로서의 사실주의의 관문을 통하지 않고는 진정한 문학은 수립되지 않는다.(------)자연주의 이후, 자연주의에서 벗어난 모든 현대의 작품도 사실 정신적이 아니라면 그l것은 작품으로 서지 않는다.(------) 나는 사실주의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고, 문예사상에 있어 자연주의에서 한 걸음 앞선 것은 벌써 오랜 일이 l
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염상섭은 초기에 자연주의에서 출발하였으되 서서히 사실주의로 옮겨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는 이를 보다 구체화 시키기 위하여 단편에서 장편으로 작품길이를 늘려나갔다. 「표본실의 청개구리」이후 「만세전」(23년), 「제야」(23년)를 지나「삼대」(32년), 「무화과」(32년)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경향은 자연주의에서 사실주의로의 이행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의 사실주의 경향은 본격적인 전형적 인물의 설정과 경험에서 얻은 설득력 있는 내용, 객관성을 확보해 나가는 구성 전개 등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이 특성들은 장편「삼대」에서 잘 드러나있다.
그가 신문학사에 남긴 업적은 첫째, 3.1 운동직후에 〈폐허〉동인으로 신문학 개척에 앞장섰으며 둘째, 창작과 더불어 1920년대에 평론에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셋째, 사실주의에 입각한 본격 장편소설로 근대조선의 생활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는「표본실의 청개구리」이후 사망할 때까지 28편의 장편과 148편의 단편, 그리고 100여 편의 평론과 246편의 잡문을 남겨 지칠줄 모르는 문필력을 과시한 성실한 작가였다.
<주요작품>
1920년 〈폐허〉동인으로문단활동시작 |
1921년 단편「표본실의 청개구리」를〈개벽〉8월호에발표 |
1923년 잡지〈동명〉편집장 |
1923년 「만세전」을동아일보에발표 |
1925년 단편「전화」를〈조선문단〉2월호에발표 |
193l년 장편「삼대」를조선일보에 연재시작 |
1931년 「삼대」의속편인장편「무화과」를〈매일신보〉에 연재시작 |
1935년 장편「목단꽃필때」를〈매일신보〉에 연재시작 |
1956년 「짖지않는개」로아세아문학상수상|
<작품해설 >
이 작품은 당시에는 매우 신기했을 전화(電話)가 중요한 소도구가 되어 어느 평범한 가정에서 겪게 되는 이삼일 간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지적 I
(全知的) 서술자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으나, 그것이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되어, 작중인물의 외적인 행위와 심리·적인 상태가 뚜렷이 드러난다. 이 주사와 그의 아내, 또 이주사와 김주사를 서로 대조해 놓고 읽으면 작가의 주체의식에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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