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가 늘어난 만큼 할 일이 많아지는가?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온 그들인데 성찬은 아니더라도 밥이라도 맛있게 먹어야 하지 않는가?
어찌 되었건 비가 온다는 날씨를 핑계 삼아 일정을 조정하여 매물도에서 욕지도로 방향을 바꾼다.
지리산 중산리 계곡에 자리 잡은 우체국 수련원이 참하게 손님을 반긴다.
통영을 가기엔 다소 멀기는 해도 그래도 제일 가까운 숙소가 아닌가?
1박에 1만원이면 공짜에 비하면 많지만(?) 아무튼 고마운 일이다.
이미 문을 닫은 백령도 수련원을 제외하곤 웬만한 수련원은 다 돌아보는 셈이다.
<중산리계곡에 자리 잡은 산청 지리산 수련원>
<욕지영동고속호에서 돌아본 삼덕항>
세상에 공짜는 없다.
헐레벌떡 달려와서는 엉뚱한 경남해운 안내판을 보고 앗차 했는데
뒤돌아보니 우리는 영동해운 배가 아닌가?
아침 일찍 서두른 보람으로 생긴 30분의 여유! 참 감사할 일이다.
장사꾼이야 늘 장사속이 있기 마련인데 빈 곳이라고 아무나 주차할 수는 없는 일
주섬주섬 간식거리를 챙겨 넣고 주차 허용(?)을 받아낸다.
어디를 가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일이니까.
차를 두고 오길 잘했다.
애매한 매표소 여직원의 미소에 깜밖 했다간
억울한(?) 거금을 들여 차도선에 승용차를 실었을 터인데 두고 오길 정말 잘 했다.
1천원과 1시간의 시간 투자면 욕지도 일주 농어촌버스가
분위기 있는 노랫가락과 함께 욕지도를 신나게 안내를 하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배 시간에 딱 맞춰 어김없이 운행하니 쓸데없는 불안은 내려놓을 일이다.
그냥 퉁명한 경상도 말씨의 억장 뒤집는 안내를 잠시 멀리 한다면~~~
초행인 등산객 무리(?)가 우리를 따라 나선다.
그들이야 욕지도를 발로 둘러보는 등산이 목적이라면
우리는 맑은 공기에 좋은 풍광을 볼 수 있는 자리로 목적이 바뀌지 않았는가?
수목이 울창하고 온갖 약초가 뒤엉킨 골짜기마다 사슴들이 많이 살았다고 하여
녹도(鹿島)로 불리던 섬이 욕지항 안의 작은 섬이
거북이 모양으로 목욕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여 욕지(浴地)라 하였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욕(浴)이 아니라 욕(辱)이 맴도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워매! 좋은거>
<우선 밥통부터 채우고 봐야지>
<거북이 모양으로 목욕한다는 옥섬>
<옥동 정상을 바라보며>
등산 들머리인 일출봉(190m)에서 시작하여 욕지항으로 되돌아오는 전체코스는
11.7Km로 5시간이면 족하지만
느긋한 산행을 하자면 아무래도 1박을 하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리라.
우리는 천왕봉(392m)을 올라보자는 애초의 계획도 접고
출렁다리 방면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불편한(?) 다리를 핑계로 풍광 좋은 장소를 골라 점심밥상을 차리고 만다.
오늘 하루 여기서 맑은 공기나 실컷 마시며 눈요기나 제대로 하자고~~
한 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을 핑계로 주섬주섬 자리를 걷고
1시간 먼저 욕지도를 뜨자고 욕지항 터미널로 향한다.
비록 오르지는 못했어도 욕지영동골드고속호에 잠시 몸을 맡기니
멀리서 바라보는 욕지항과 천왕봉(392m)이 정겹게 다가온다.
<욕지항에 접안중인 욕지영동골드고속호>
<욕지항 원경>
<천왕봉(392m) & 호랑바위(169m) 원경>
<욕지도 원경>
귀소본능이 아니더라도 돌아가야 한다.
내리는 빗줄기는 그칠 것 같지 않고 그마저도 금요일까지 계속된다는 기상예보다.
바다날씨도 장담할 수가 없다.
하여, 일정을 접고 서울로 향하기로 하고 4인이 어울려 맛집을 찾기로 한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낼 일이지만 한상을 제대로 차릴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비록 하연옥 본점에서 맛본 어제의 진주냉면에 다소 실망을 했지만~~~
오늘은 빗속을 뚫으며 아주 느긋하게 구형왕릉을 먼저 들리기로 했는데
나비부인은 엉뚱하게도 중산리에서 꼬불꼬불한 고개를 넘는 산길로 어지럽게 안내를 하니
핸들을 잡은 이야 아무렇지 않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이는 머리가 뱅글뱅글 어지러운 모양이다.
지리산을 꿰뚫고 온 것이 아니라 에돌고 휘돌아서 구형왕릉으로 왔다고나 할까~~
<가락국 마지막 왕릉으로 추정되는 傳구형왕릉>
<늘봄가든의 점심밥상>
잠시 구형왕릉에 눈길을 주고 왕산을 오르고 유의태 약수터를 둘러보는 것은
기약 없는 다음으로 미루고 최치원이 놀고 갔다는 함양 상림 근처의 늘봄가든으로 향한다.
제법 많은 차량들이 비오는 날씨임에도 소문을 듣고 몰려와서는 우글거린다.
이런저런 산나물이 섞여 나오는 오곡밥상이다.
그런대로 싫지 않은 눈치이니,
우중충한 날씨에 만원으로 이만한 밥상이면 나쁘지는 않은 셈이다.
다시 부지런을 떨며 느긋하게 입소문이 자자자한 곤지암 최미자 소머리국밥집을 찾았는데
‘오늘은 쉬는 날’이란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도 오늘이 되니 아주 문을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맛집을 찾아 더 기웃거릴 것도 없이
저녁밥상은 은마상가의 정오식당에서 삽겹살로 마무리하며
우중으로 짧아진 2박3일의 여정을 가벼운 소주 한 잔으로 빠듯한 하루를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