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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랑방
 
 
 
카페 게시글
―‥‥세계엔n 스크랩 지호 친구 가족의 갑작스런 방문, 그리고 미래의 며느리감...?
권종상 추천 0 조회 108 09.09.27 13:02 댓글 25
게시글 본문내용

토요일 아침입니다. 조금 있다가 출근해야 하는데, 아직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여유가 있는 것은 아무래도 평소보다 출근 시간이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45분 이상 걸릴 수도 있는 직장이 오늘은 30분 안짝으로 가 닿을 수 있을테니... 아침 시간 15분의 여유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짐작하실겁니다. 직장 가 닿을 때까지 약 5분 차이가 하루 기분을 완전히 틀리게 해 놓을 수 있으니까요. 평소에 그만큼 빨리빨리 준비하고 나가면 되는데, 이 엉덩이의 무거움이란 게 가끔은 제 자신을 스스로 자책하도록 만듭니다.

그래도 오늘 새벽엔 개도 데리고 나가 산책했고, 어제는 모처럼 운동도 했고, 일찍 잤고, 일찍 일어났습니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 속에 보이는 별들은 유난히 맑아보였고, 새벽의 내음은 나른함을 몰아내기에 딱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밥도 좀 먹고, 나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밥 먹기 전에 커피부터 한잔 적당하게 우려 마셨습니다. 여유 있는 날의 커피는 확실히 틀립니다. 충분히 시간 내어 우려주고, 그 깊은 맛 때문에 아무것도 넣고 싶지 않아집니다. 커피를 갈고, 프레셔에 붓고, 뜨거운 물을 그 위에 부은 다음 시간이 충분히 지난 후 프레서를 살살 눌러 마시는 프렌치 스타일 커피는 정신을 들게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마음의 여유를 채워주는 어떤 기전이 되는 듯 합니다.

 

아이들은 오늘 지호의 친구 캠든 생일이라고 그 집에 놀러갈 모양입니다. 캠든은 지호와 둘도 없는 친구였는데, 전학을 갔습니다. 하지만 요 며칠 전 캠든이 우리집에 놀러왔을 때, 저는 지호가 얼마나 커 버렸는지를 새삼스럽게 생각해야 했습니다. 캠든은 아직도 꼬마티가 철철 넘치고, 키도 우리 작은 넘 지원이보다 작고... 지호는 어느새 아빠만큼이나 커 버리고... 둘을 붙여 놓으니 이건 완전히 고목나무에 매미 달라붙은 꼴입니다. 그래도 둘이 친구라고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서... 그리고 캠든에겐 누이와 여동생이 있습니다. 누이인 앤드리아는 활발하고 거침없이 자기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성격이고, 좀 조용하면서 내성적인 막내 올리비아는 우리집에 놀러와서도 늘 얌전하게 앉아 아이들과 함께 TV 를 시청하거나 책을 읽으며 놉니다. 이 친구네 집 애들을 보면서, 가끔 우리도 '다문화 가정' 이 되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을 안 할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푸하하.

뭐... 올리비아 정도면 며느리로 삼는 거 생각해 보겠습니다만... 애가 원체 착해서.

 

아무튼, 캠든의 엄마인 캐서린이 올리비아와 캠든을 데리고 우리집에 놀러 왔습니다. 뭘 좀 내 놓아야 하는데, 마침 집에 재어 놓지 않은 갈비가 있어서 얼른 오븐에 구워서 우리 식으로 내 놓았습니다. 생고추에 상추도 좀 놓고... 여기에 콜럼비아 와이너리의 카버네 소비뇽을 맞췄는데, 꽤 잘 갔습니다. 아마 양념갈비였으면 더 좋아했겠지만, 이걸 와인에 맞추긴 좀 그러해서, 생갈비로 내어 놓았습니다. 물론 갑자기 이렇게 일이 되어 시간도 없었고... 여기에 시루떡을 쪄서 내 놓았는데, 와인과 재미있게 잘 갑니다.

 

좋은 저녁이 되어 주었습니다. 전형적인 풍성한 미국 아줌마 캐서린은 자기 직장 일이 끝나면 아이들 학교 자모회 임원으로 열심히 일하면서 학교에서 열리는 온갖 모금 행사들에 앞장서는 등 - 경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은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공립학교에 대한 예산지원이 줄어들면서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학교를 위한 모금활동을 해야 하는 일이 더 늘어났습니다 - 전형적인 열혈 '사커 맘(아이들 축구경기 하면 꼭 쫓아다니며 챙겨주는 엄마)' 입니다. 아내와 저에게도 학교 PTA(육성회)에 가입을 종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늘 완곡하게 거절하지만, 성당 일이 아니었다면 아마 저도 애들 학교 쫓아다니는 걸 해봤을 듯 합니다.

 

아이들은 여기저기 뒹굴며 푸질러져 놀고 있습니다. 아마 다민족사회인 미국의 힘은 여기서 나올 듯 합니다. 이렇게 서로 거리낌없이, 어떤 편견 같은 것 갖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미국도 물론 내륙지방에선 이러한 자연스러움을 찾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해안가 도시인 시애틀이나 캘리포니아주의 SF, LA 같은 곳이야 원체 '소수민족'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이 메이저이고, 또 오래 전 민권투쟁통해 이뤄 놓은 산물들이 지금같은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가능케 했겠지요.

 

아, 와인이 향기가 살아 줍니다. 콜럼비아 와이너리야 두 말 할것 없이 샤토 생 미셸과 더불어 '시애틀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들의 얼굴마담'이 되어줄 수 있는 곳이지요. 샤토 생 미셸의 바로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지만, 지금은 양조 시설을 워싱턴주 동부로 옮겨버렸기 때문에 조금 아쉬운 곳이 되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곳은 관광의 명소로서 각광받고 있기도 하죠. 캐서린은 저녁식사 내내 원더풀을 외쳐 주어, 대접한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어 줍니다.

 

아이들이 저렇게 함께 어울리는 여유로운 저녁의 모습에서, 그냥 흐뭇함 하나가 배어 나옵니다. 그래도 저렇게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늘 그렇게 친구들이 서로 떨어져 있어도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 문득 저는 제 오랜 친구들이 더 그리워지는, 그런 평화로운 저녁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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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9.27 17:12

    첫댓글 다정한 이웃과의 행복한 저녁이 연상되네요...

  • 09.09.27 17:14

    불갈비에 와인이라!!~~먹고 싶고 여유로움이 부럽네요...

  • 09.09.27 17:18

    이곳에선 주로 바이주와 맥주 위주로 술들을 마시는데...바이주는 보통 기본이 30도를 훌적 넘기는 술들이죠...너무 독한술들이 많아서 와인을 좀 배워볼가 하는데...

  • 09.09.27 17:18

    이곳에도 월마등 대형마트에 가면 와인을 파는곳이 많은데...와인은 처음 배울때 어떤식으로 접근해야 하죠??!!~~

  • 작성자 09.09.27 23:08

    일단은 조금 달콤한 화이트 와인으로 시작하면 좋아요. '리즐링' 같은 품종이 와인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지요. 그리고 나서 조금씩 달지 않은 화이트, 그러니까 '샤도네'라던지, '피노 그리지오' '소비뇽 블랑' 이런 품종으로 건너가보고... 그러다가 때가 되면 레드를 시작하시면 될 듯 합니다. 처음엔 피노 느와, 멀로... 이런 종류에서, 나중에 좀 무거운 카버네 소비뇽, 시라 등으로... 하지만, 꼭 이대로 지킬 필요도 없구요... 술인데요. 마시는거죠. 하하.. 대신 아주 천천히, 조금조금씩....

  • 09.09.28 01:54

    이곳에 와서 60도가 넘는 술도 마셔봤는데...한모금만 입속으로 넣어도 목이 타는듯한 느낌을 받더군요...ㅠㅠㅜㅜ

  • 09.09.28 01:56

    술도 잘 못마시는 사람이 20도도 안되는 한국 소주 마시다 독주를 입에 대니 처음엔 기절 하는줄 알았습니다.

  • 09.09.28 02:01

    중국은 한국과 같은 소주 없습니다...32도 정도 하는 바이주 마시다 보니 이젠 왠 만큼은 적응이 된것 같아요...맥주와 석어만 마시지 안으면 소주병으로 반병 정도는 괜찮은것 같거든요!!~~...

  • 09.09.28 02:03

    종상형의 글과 사진을 접하다 보면 왠지 바이주 같이 독주를 마시는 사람은 시대와 문화에 뒤 떨어진 사람같이 느껴지네요...

  • 09.09.28 02:05

    저도 앞으로 품위있게 주종을 와인으로 바꾸고 싶은뎅~~~...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이 적응할지 모르겠네요!!~~ㅎㅎㅎ

  • 09.09.28 07:09

    저는 30도 넘는 음료는 얼음에 레몬즙 넣어서 마십니다... ㅎ

  • 09.09.27 21:14

    애기들이 접시를 깨끗~이 비웠군요....모두들 귀엽습니다.

  • 작성자 09.09.27 23:25

    큰넘이 더 크려고 하는지... 요즘 무섭게 먹습니다.

  • 09.09.28 07:10

    저러다가 지호 씨가 이 미터 넘는 거 아닌가...??? 헉~~~ ><

  • 09.09.28 12:06

    그럴 것 같아요...애들 클 나이에 막 먹는 애들이 확실히 크기도 크더군요..

  • 09.09.28 00:20

    세상 풍류를 아시는 분의 솔직담백한 이웃과의 이야기...언급하신 며느리 이야기는 언중유골인듯 싶으네요...읽는 동안 편안했습니다. 그리고 잔잔한 여운을 즐깁니다...

  • 09.09.28 07:12

    아들 둔 아빠들... ㅎ -ㅁ-

  • 09.09.28 06:05

    백인들을 사위로 두어보니 좋은 점 많습니다. 형질이 우수한 백인들의 Gene Pool 이 우리 민족에 보태져서, 근골 장대하고, 창조성 뛰어난 품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비 앙글로 계통 백인과 혼혈을 적극 추천합니다. 미국에 백인중 반이상이 비 앙글로입디다. 앙글로의 피는 배신의 피라서, 언제 죽이려 들 지 모르니..피했습니다만...

  • 09.09.28 15:43

    가끔씩 zapata 선생님의 글을 보면 섬칫!! 해질 때가 있기도 하고 ..갸우뚱 해지기도 하고 친절하신 모습도 보이시곤 합니다. 모두가 미래의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언할 수 없지요..솔직하신 분이라는 생각도 들고요...행간의 의미를 보다 보면 도움을 주시고자 하는 친절함이 녹아 있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 09.09.28 14:27

    우리 못 난 민족도 독립을 유지하는 나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저의 일관된 주장, 관심일 뿐이라...그 냥 놔 두면 없어 질 나라가 되서리...

  • 09.09.28 22:01

    헉~ 시루떡이 있네요? 만드신거예요?...

  • 작성자 09.09.28 22:09

    하하... 저희가 만들 수도 있지만, 벅차잖아요. 마켓에서 샀죠.

  • 09.09.28 22:29

    마켓에서 시루떡까지 팔면 한국 음식생각은 덜 하시겠네요...좋은 세상입니다..^.^

  • 09.09.29 05:34

    미쿡에 가면 없는 게 없다는... ㅎ ><

  • 09.09.29 19:38

    그러게 말임다...그래도 시루떡까지 있다니...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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