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위식도역류질환의 환자 수는 크게 늘어났다. 2001년 이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의 수는 49만1000명이었으나 2009년에는 255만 명으로 증가했다. 무려 5. 19배가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본태성 고혈압 진료인원이 2.11배, 혈관운동성 및 알레르기 비염 진료인원이 1.98배 증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문제가 상상 외로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장과 식도가 만나는 곳에 있는 하부식도괄약근의 조여 주는 기능이 약화되면서 일어난다. 이 괄약근은 평상시에는 일정한 압력으로 닫혀 있어서 위장내용물이 역류하지 않도록 밸브 역할을 한다. 근데 이 부위에 이상이 생기면 위장에서 식도로 위산이나 다른 내용물들이 역류하게 돼 증상이 나타난다. 식도에 닿은 위산은 궤양을 유발할 수도 있다.
환자들의 말을 빌리면 대개 위식도역류질환의 증상은 신물이 확 올라오는 느낌을 받거나 속이 쓰리고, 식도가 화끈거린다는 등으로 표현된다. 또 입이 쓰다거나 가슴이 쓰리다라는 등의 증상도 있다. 이들 가운데 전형적인 것은 흉부작열감과 역류 증상이다. 일단 이런 느낌을 받는다면 위식도역류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흉부작열감은 앞가슴의 뒤쪽 부분에 타는 듯한 느낌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리에 누우면 증세가 심해지고 제산제를 먹으면 완화된다. 역류증상은 위장 내용물이 목 쪽으로 넘어오는 것으로 시고 쓴 맛이 난다. 그렇지만 이런 증상이 내시경 소견에서의 점막 손상 정도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술과 담배, 임신, 당뇨, 비만, 음식(커피나 탄산음료, 기름기가 많은 식사), 약물 등은 위식도역류질환을 악화시키는 인자들이다. 특히 잦은 술자리를 갖는 직장인들의 경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하루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비만은 증세를 악화시킨다
심장질환에 의하지 않은 흉통(비심인성 흉통)도 협심증 증상과 유사하지만 위식도역류로 인하여 생긴다. 이 증상은 앞가슴 아래부터 타는 것 같은 통증이 생겨 등이나 팔로 전해지기 때문에 심장병에 의한 흉통과 혼동을 하는 수도 종종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에 의한 흉통은 식사 후에 통증이 악화되고 이 때문에 잠에서 깨기도 하며, 증상이 수일간 지속되기도 한다. 또한 저절로 호전되거나 제산제 복용 후에 상태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심장병에 의한 흉통과 다르다.
3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기침 환자의 10~20%가량도 위식도역류질환에 원인이 있다. 따라서 오랫동안 원인모를 기침이 지속된다면 내시경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에서 발생하는 기침은 주로 낮에 서있을 때 심하고 마른 기침인 경우가 많으나 다량의 가래가 나올 수도 있다. 가끔 목의 통증이나 발성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이 질환을 진단하는 방법으로는 위내시경검사, PPI 테스트, 24시간 식도산도검사 등이 있다. 약물 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경고증상(음식물을 삼키기 어렵거나 출혈, 복부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 빈혈)이 있다면 내시경 검사가 필수적이다.
위식도역류질환 발생은 생활습관과 많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습관만을 고친다고 해서 증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까닭에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증상 치료에는 위산분비를 억제하거는 약물들과 식도 및 위장의 운동기능을 향상시키는 약물, 안정제 계열의 약물 등이 사용된다.
비만인 환자는 체중감량을 해야 한다. 또 과다한 운동은 역류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증상이 심할 때는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과 같은 행위를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흡연은 하부식도괄약근의 압력을 떨어뜨리고 식도로 역류된 위산을 씻어내는 기능도 약하게 해 식도염 악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잠을 잘 때 베개만 높이는 것은 증상치료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역류는 식후에 발생하므로 과식하지 않고 식후 3시간 동안 눕지 않는 것이 치료와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된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치료 중단 후 6개월 정도 지나면 10~25% 정도 재발하는 수가 있다. 그러므로 꾸준한 치료와 생활 습관의 교정, 주기적인 경과 관찰만이 이 질환의 완치와 재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도움말=이재승 부산성모병원 소화기 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