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일파티
싱싱한 고래 한 마리 내 허리에 살았네
그때 스무 살 나는 푸른 고래였지
서른 살 나는 첼로였다네
적당히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잘 길든 사내의 등어리를 긁듯이
그렇게 나를 긁으면 안개라고 할까
매캐한 담배 냄새 같은 첼로였다네
마흔 살 땐 장송곡을 틀었을 거야
검은 드레스에 검은 장미도 꽂았을 거야
서양 여자들처럼 언덕을 넘어갔지
이유는 모르겠어
장하고 조금 목이 메었어
쉰 살이 되면 나는 아무 것도 잡을 것이 없어
오히려 가볍겠지
사랑에 못 박히는 것조차
바람결에 맡기고
모든 것이 있는데 무엇인가 반은 없는
쉰 살의 생일파티는 어떻게 할까
기도는 공짜지만 제일 큰 이익을 가져온다 하니
청승맞게 꿇어앉아 기도나 할까
(문정희·시인, 1947-)
첫댓글 손잡고 가던 세월이 어느순간 저만치 가 있고
따라잡을려고 하면 할수록 멀어져가네요
쥰님의 환상적인 음악과 좋은글에 항상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즐겁고 행복한 날만 되세요.
네 맞습니다.
무심히 가는 세월 그어찌 막을수가 있을까요
공감하며 훈훈한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봄이오는소리 님의 가정에 많은 축복과
행운이 함께하시길 ~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