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추위에 떨다가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오니 해는 이미 바다를 뚫고 솟아 올랐다
짙게 덮힌 구름 사이로 바다를 향해 내리 쏘이는 아침 햇살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9:13 산포3리 출발
차를 타고 어제의 종착지였던 산포3리로 되돌아와 2일째의 여정을 시작한다
어제밤 야영을 하였던 송림숲
거북바위
망양정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오른다
9:50 망양정(望洋亭)
390년간 있었던 옛 망양정(기성 망양정)에서
1860년(철종11)에 울진현령 이희호가 임학영과 더불어
지금의 자리인 근남면 산포리 둔산동(屯山洞)으로 이건하였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광복의 격변기를 거치면서 주춧돌만 남은 것을
1959년 9월에 중건, 1979년 11월에 보수, 1994년 9월에 재보수하였으나 다시 퇴락하여
2005년 기존 정자를 완전히 해체하고 새로 건립한 것이다
망양정에서 내려다 보이는 동해의 망망대해
왕피천과 망양정해수욕장 전경
관동팔경(關東八景) 중 제7경인 망양정은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 망양해수욕장 근처 언덕에 있는 조선시대 정자로서
불영계곡 물길이 왕피천과 합류하여 바다로 들어가는 곳 남쪽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정철이 망양정에 올라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가 물보라를 일으키는 장면을 노래하였다
“하늘 끝을 못내 보지 못하여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고
가뜩이나 노한 파도 그 누가 놀라게 하였기에, 물살을 불거니 뿜거니 어지럽게 구는 것인가
집채만 한 파도 깎아내어 온 세상에 흘러내리듯, 오월 아득한 하늘에 하얀 물보라 웬일인가”
정철 <관동별곡> 중의 ‘망양정’ 대목
정자에 빙 둘러 걸려있는 신인묵객들이 노래한 현판
망양정에서 해맞이공원으로 통하는 길
그러고보니 이 망양정으로 오기 전에 저 해맞이공원을 거쳐서 와야 하는데
그냥 패스를 해 버린것 같다
저기 보이는 저 정자가 울진군에서 연말연시에 해맞이행사 때 제야 타종식을 하는
울진대종(蔚珍大鍾)의 종각인 모양이다
왕피천을 따라 내륙 쪽으로 가는데 저 위로 케이블카가 왕피천 위로 부지런이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이 한 명도 타고있지 않은 빈 케이블카였다
관광객들이 케이블카를 즐기기엔 조금 이른 시각이기도 하지만 오늘이 일요일인데......
왕피천 주위에는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텐트를 칠 수 있는 나무평상까지 설치되어 있다
망양정해맞이공원 입구를 지나고
벚나무 숲을 낀 데크길을 따라, 봄철 벚꽃이 만개한 풍경을 상상하며 기분좋게 걷는다
노음교차로 / 직진하면 성류굴과 불영계곡으로 갈 수 있다
10:20 수산교(守山橋)
수산(守山)이라는 지명은 옛날에 왕피천이 범람할 때
강변의 산(山)이 급류를 막아 마을이 침수되는 것을 면하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수산교를 건너 30분 걸어 올라가면 울진 시외버스터미널이다
왕피천(王避川)
왕피천은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하여 울진군 근남면에서 동해로 흘러들어가는 하천이다
옛날 실직국(悉直國) 왕이 피난왔다고 해서 마을이름을 왕피리라 하였고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을 왕피천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왕피천 주변 둔치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고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는 주민들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 왕피천공원 쪽으로 간다
10:27 왕피천공원
2005년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가 개최된 이후 울진엑스포공원으로 불리다가
왕피천공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왕피천케이블카 하부 승강장
저기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는 망양정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10:50 은어다리
2015년 건설된 길이 243m, 폭3m의 울진은어다리는 동해 울진 앞 바다와 만나는 남대천 하구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은어 서식지로
산란철이면 바다에서 강으로 회귀하는 반짝이는 은어 떼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이 다리의 이름과 모양도 은어에서 따왔다
반짝이는 은어 두 마리 형상이 서로 마주보고 있으며
밤에는 화려한 경관 조명으로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다리 위에서 조망되는 울진항
마침 울진군민 건강걷기대회 행사가 있어 수많은 인파가 다리 위를 오가고 있다
울진읍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남대천(南大川)과 울진시가지의 아름다운 조화
울진 남대천(蔚珍 南大川)은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응봉산 남쪽에서 발원하여
울진읍을 남동류하여 동해로 유입하는 하천으로
같은 이름의 강릉 남대천(南大川)과는 다른 강이다
강릉 남대천은 강원도 태백산맥(太白山脈) 동쪽 사면에서 발원하여 강릉시를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강을 끼고 있는 도시는 깨끗하고 풍광이 아름답고 정결스럽게 느껴지는데
울진 또한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고
더군다나 바다까지 접하여 있으니 울진은 복받은 도시라 여겨진다
울진군에서는 많은 예산을 들여 오랜 기간의 공사 끝에 남대천을 지금처럼 정갈하게 가꾸었다고
한 시민이 자랑스럽게 설명을 하는데 고개가 끄떡여지며 공감이 간다
조금전 지나온 왕피천 둔치공원과 왕피천공원에서도 그런 인상을 받았는지라 더욱 그러하였다
11:26 연호공원(蓮湖公園)
연호공원이 건강걷기대회의 시.종착점인지 대회마무리가 한창이다
화창한 일요일에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가족, 친구들과 건강달리기로 아침을 시작하는 울진읍민들이 부럽다
호수 한 가운데의 월연정(月蓮亭)
연호정(蓮湖亭)
호수를 제 집처럼 한가로이 즐기는 백조(고니)
백조(白鳥)와 대비되는 색깔의 물닭도 사랑스럽다
울진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뒤로하고 연호공원을 떠난다
해파랑길은 바다를 향해 동쪽으로 진행한다
강렬한 노란색의 모과
조용한 어느 동네를 지나 고개를 넘으니 이제 저기 바다가 보인다
11:57 연지3리(대나리)
13:25 온양2리
걷는 사람들을 배려한 오솔길
봉평1리 골장항
13:55 봉평해수욕장을 지나고
이제부터는 죽변(竹邊)이다
죽변면사무소
수령 500년이 넘은 울진 후정리 향나무(천연기념물)와 성황사(城隍祠)
사람들은 이 향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향나무 둥걸의 결이 신비하게 보인다
멀리서도 눈길을 끄는 울진죽변수산업현동조합 건물
14:28 죽변항에서 26코스를 마감한다 / 19.3km, 5시간 15분
죽변항로표지관리소와 죽변등대(竹邊燈臺)
울진 죽변등대는 울진지역에서 최초로 건립된 등대로서
1907년 일본군이 러시아군의 침략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립되었다
프랑스인이 설계하였으며, 1910년 11월 24일 최초로 점등되었다
한국전쟁 중 폭격으로 인해 등대 기능을 잃기도 했으나 1951년 10월 보수하였고
이후 1970년 안개 시 보내는 소리 신호기를 설치하여 안개나 폭우 속에서도 선박의 항로를 인도할 수 있게 되었다
등탑의 높이는 16m로 백색의 팔각형 콘크리트 구조로 되어 있으며
불빛은 20초에 한번 반짝이며 약 37㎞까지 불빛이 전달된다
등탑 내부 천정에는 태극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원래는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인 오얏꽃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