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불매(古佛梅)와 장성호에서 하루

[와야]

고불매(古佛梅)와 장성호에서 하루

(2016년 3월 30일)

瓦也 정유순

   해마다 이맘때면 백양사에는 300년 이상 된 붉은 매화나무에 꽃이 핀다기에 오늘은 새벽부터 서둘러 달려간다. 그 매화나무가 호남5매(湖南五梅)의 하나인 백양사의 고불매(古佛梅)이다. 이 꽃을 보기위해 차에서 내려 주차장을 지나 쭉 올라가다보면 먼저 보이는 게 백암산(741m) 백학봉이 시선을 압도한다. 그리고 작은 연못에 비치는 쌍계루(雙溪樓)도 빼 놓을 수 없다.

<백암산>

   쌍계루 2층 마루에 올라가면 이색, 정몽주, 정도전, 김인후, 박순, 송순 등 고려 말부터 조선조와 대한민국 한은총재와 경제부총리 그리고 민선 서울특별시장 등을 지낸 조순(趙淳)까지 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곳을 찾아와 백학봉과 쌍계루의 풍광을 노래하고 기문을 남겼을 정도로 자연경관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명승지이다.

<쌍계루>
    雙溪樓(쌍계루)

포은 정몽주(圃隱 鄭夢周, 1337∼1392)

   求詩今見白巖僧(구시견승백암승, 지금 시를 써 달라 청하는 백암사(현 백양사) 스님을 만나니)

   把筆沈吟傀不能(파필침음괴불능, 붓을 잡고 생각에 잠겨도 능히 읊지 못해 제주 없음이 부끄럽구나)

   淸叟起樓名始重(청수기루명시중, 청수스님이 누각을 세우니 이름이 더욱 중후하고)

   牧翁作記價還增(목옹작기가환증, 목은선생이 기문을 지으니 그 가치가 도리어 빛나도다)

   烟光縹緲暮山紫(연광표묘모산자, 노을빛 아득하니 저무는 산이 붉고)

   月影徘徊秋水澄(월영배회추수징, 달빛이 흘러 돌아 가을 물이 맑구나)

   久向人間煩熱惱(구향인간번열뇌, 오랫동안 인간세상에서 시달렸는데)

   拂衣何日共君登(불의하일공군등, 어느 날 옷을 떨치고 그대와 함께 올라보리)

  고려 당대 최고의 문장가 포은 정몽주선생이 백양사를 찾아와 고려 말의 어지러운 시기에 “어느 때 편안한 마음으로 임금님(그대)을 모시고 쌍계루에 오를 수 있을까?” 하며 임금과 나라를 걱정하는 시(詩)다. 개혁은 바랐지만, 역성혁명(易姓革命)을 반대한 고려의 마지막 충신의 고뇌가 배어 있다.

<쌍계루에 있는 포은 정몽주와 하서 김인후의 시>

<포은의 쌍계루 시에 대한 조순의 운시>

   목재는 바둑판으로, 열매는 구충제(驅蟲劑)로 잘 알려진 비자(榧子)나무를 따라 쭉 올라가니 천진암이 나온다. 비자나무는 따뜻한 남쪽지방에 자생하는 것으로 이곳이 자생 북방한계선이란다. 돌탑을 등에 얹은 거북바위가 같이 가자고 한다. 엉겁결에 천진암을 구경하고 고불매를 찾아 백양사로 안으로 들어가는데, 천리향이 만개하여 향을 천리사방으로 날려 보낸다. 

<비자나무 숲>

<거북바위>

<천진암>

<천리향>

   백제무왕32년(631년)에 창건된 백양사는 현 위치에서 100여m 떨어진 북쪽에 있었는데, 1700년경부터 스님들이 매화나무를 심고 가꾸어 왔다고 한다. 그러나 1863년 대홍수 때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면서 홍매와 백매를 한 그루씩 옮겨 심었는데 백매는 죽어버리고 홍매만 남았다고 한다.

<고불총림백양사>

   ‘고불(古佛)’이란 “부처님 원래의 가르침을 기리자”는 뜻으로 1947년에 백양사(白羊寺)를 고불의 도장 총림(叢林)으로 정하면서, 이때 홍매가 고불총림의 기품을 닮았다 하여 ‘고불매’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총림은 참선 수행 전문 도량인 선원(禪院)과 경전 교육 기관인 강원(講院), 계율 전문 교육기관인 율원(律院) 등을 모두 갖춘 사찰을 말하는데 해인사, 통도사, 수덕사, 송광사, 백양사 등 5곳이다.

<고불매(홍매)-차리님 사진>

   수령은 350년 정도이며, 매년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담홍색 꽃을 피운다. 밑 둥에서부터 세 줄기로 갈라져 있는 이 홍매나무는 고목의 기품이 있고 꽃 색깔이 아름다우며 향기가 은은하고 모양도 깔끔하다. 정진도량으로 이름 높은 백양사의 홍매는 그 역사성과 함께 학술적인 가치가 큰 나무로 2007년 10월 8일 천연기념물 제486호로 지정되었다. 호남5매는 고불매를 포함하여 전남대의 ‘대명매’, 선암사의 ‘고매(천연기념물 488호)’, 담양 지실마을의 ‘계당매’, 소록도의 ‘수양매’ 등이다. 그리고 돌아 나올 때 굽어진 소나무 등에 솟은 공이에 용의 여의주를 물린 형상이 상스럽다.

<고불매>

<소나무 등의 공이 조각>

   오후에는 꽃향기에 취한 채 장성호로 이동한다. 국민관광지로 지정(1977년)된 장성호는 백암산 골짜기에서 발원하는 영산강의 지류인 황룡강 상류를 높이 36m, 길이 603m의 댐으로 막아 조성된 호수로 총 저수량이 8,970만 톤에 이르고, 광주광역시를 비롯한 전남 서부지역에 생활 및 공업용수 등을 제공하는 다목적 호수라고 한다. 그리고 이웃의 백양사와 함께 관광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

<장성댐>

<장성호>

   준비한 도시락으로 시장기를 달래고 계단을 타고 댐 위로 올라가 관리사무소 옆으로 하여 호반 길을 따라 걷는다. 수면에는 각종 수초를 시험제배하는 시설이 물 위에 떠 있고, 알 수 없는 부표시설이 있는 것으로 보아 호수의 연구에 필요한 시설 같다.    

<수초재배시설>

   임도로 가다가 데크로 만든 오솔길을 따라 물가 가까운 곳으로 들어간다. 이미 싹이 돋은 것도 많지만 새순을 내기 위해 참나무 소나무 등 각종 나무들이 물기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얼마 가지 않아 물가에는 흑염소와 한우를 키우는 농장이 나온다. 청정수질을 보전해야할 곳에 축산농장이 있어 상당히 의문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일단 행정당국과 농장주인의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다.

<장성호반의 염소농장>

<한우목장>

쉬엄쉬엄 지정된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며 장성호의 봄기운을 만끽한다. 죽은 소나무 기둥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버섯이 예쁘게 돋아난다. 손으로 만져보니 말랑말랑하다. 진달래는 소나무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환하게 웃는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팔각정에서 숨을 고르고 임도를 따라 댐으로 다시 내려와 올라갔던 길을 뒤돌아보니 멀리 백암산이 그윽하게 보인다. 따사한 봄날에 꽃길과 숲길을 오가며 꿈같은 셀프 힐링을 맘껏 해봤다.

<죽은 소나무에 난 버섯>

<진달래>

<백암산이 보이는 장성호>

[와야]

죽은 소나무에 난 버섯은 "소나무한입버섯"으로
장성이 고향이신 분께서 알려 왔습니다.
술에 담가 드시면 향이 아주 좋다고 하네요.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야금]

선암사 600년생 고매는 아직 피지 않았던데 백양사 고불매는 만개했군요
와야선생님덕분에 그 귀한 고불을 앉아서 보는 호강을 하네요 감사합니다 퍼갈께요 감사감사

[와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민]

와야 선생, 잘도 다니십니다. 덕분에 앉아서 귀한 구경을 합니다.
이제 날씨도 따뜻해졌으니 와야 선생의 생불 닮아가는 용안 좀 봅시다. ㅎㅎ

[와야]

아이고 죄송합니다~
싸 질러 다니느라고 안부 한번 제대로 전하지 못 했네요.
건강하시죠? 다음 주쯤 날자 잡아서 연락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