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김”의 한자어는 ‘청태, 감태, 해우(海羽), 해의(海衣), 해태(海苔)’라고 불렀습니다. 성종 때에 나온 성현의 『용재총화(慵齋叢話)』에는 ‘감태(甘苔)’로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태(苔)’는 이끼를 뜻하는 한자어인데 김 종류가 바다에서 자라는 이끼로 분류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려서 본 김 상자에는 분명 ‘해태(海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우리 고향에서는 김을 세는 단위를 첩(10장), 톳(100장), 동(1000장)으로 했는데 보통은 100장 단위인 톳으로 많이 거래했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한국어 ‘김’의 옛 형태가 나타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정약용의 『경세유표』(1817)인데 여기에는 김의 이름이 ‘진(眹)’으로 기록되어 있고,(“俗名曰海衣,方言曰眹”) ‘진(眹)’은 임금님이 쓰는 말인 ‘짐(朕)’을 피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1880년의 『한불자전』에는 ‘김’과 ‘짐’이 둘 다 실려 있다고 합니다..
저는 늘 ‘김(고향 사투리로 짐)’을 먹었으면서도 왜 이름이 ‘김’인지는 몰랐는데 전남 광양에 사셨던 ‘김여익’이라는 분의 이름에서 왔다는 얘기도 민간에서 전한다는 것을 오늘서야 알았습니다.
김이야 우리나라 서해, 남해애서 많이 나지만 김의 대명사로 불리는 곳이 저의 고향인 광천입니다.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광천 김’만 먹습니다. 다른 곳의 김을 먹을 일이 없는 것은 제가 먹는 김은 전부 광천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간혹 음식점에서 나오는 김을 보면 광천 것이 아닌 것도 있는데 그것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김을 먹은 기록은 14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경상도지리지에는 김을 '해의(海衣)'라고 해 토산품으로 기록돼 있다. 1478년 나온 동국여지승람에는 김이 광양의 토산품으로 임금에게 진상됐다는 기록이 있다.
김이 양식된 시기도 1640년부터로 알려져 있다. 전남 광양 태인도에서 ‘김여익’이라는 사람이 대나무 섶을 꽂아 김을 생산하는 방식을 조안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김'이라는 명칭이 김 양식법을 개발한 김여익의 성을 따온 것이라는 설도 있다. 바꿔 말해 우리나라는 최소 600년 전부터 김을 소비하고 400년 가까이 양식해온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양식하는 김은 방사무늬김과 잇바디돌김, 모무늬돌김 등 3종이다. 방사무늬김은 얇고 부드러워 주로 김밥용으로 쓰이고 전체 양식량의 70%를 차지한다. 잇바디돌김과 모무늬돌김, 즉 '돌김'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양식하는 종이다. 생김새가 창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곱창김'이라고도 불리는 잇바디돌김은 특히 씹을수록 구수하고 특유의 단맛이 나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품종이다.
참김은 현재 북한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생산 중이다. 엽체가 얇아 부드럽고 특유의 향이 있어 고품질로 알려져 있다. 남한도 과거 참김을 양식했으나 방사무늬김의 우수한 환경 적응력과 번식력 탓이 상대적으로 양식에 불리한 참김이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김의 또 다른 모습은 수출 효자 상품이다. 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경제적 가치가 높은 해조류로 수산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5년 9838톤(t), 15억 원어치 양식생산을 했으나 △1994년 27만 톤 △2000년대 21만 톤 △2010년대 45만 톤 수준으로 생산이 늘었다. 2020년에는 52만6000톤, 5600억 원어치를 생산했고 지난해 54만8000톤 4750억 원어치를 생산해, 최근 5년간 평균 56만 톤가량을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김은 저칼로리 건강식으로 유명해지면서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은 2010년 64개국을 상대로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이후 지난해 단일 품목으로 114국에 6억93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K-푸드의 대표 상품인 라면(6억8000만달러), 인삼(6억7000만달러)을 넘어서는 기록이다. 김은 농수산식품 중 1위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으며 '바다의 검은 반도체'로 불리고 있다.
한때 서양인들에게 김은 고문도구로 비쳐지기도 했다. 특위의 검은 색상과 종잇장 같은 모양 탓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 재판에서 일본의 포로학대 문제를 지적할 때 '일본군은 포로들에게 음식이 아닌 '검은 종이'를 먹였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한다.
김은 분류학적으로 '김파래과(Bangiaceae)' '김속(Pyropia)'에 속하는 홍조식물이다. 학명은 종류에 따라 △방사무늬김 Pyropia yezoensis △잇바디돌김 Pyropia dentata △모무늬돌김 Pyropia seriata이고 영어로는 'Laver', 일본말로는 'Nori(のり)', 중국말로는 '자채(紫菜)'로 불린다.
대부분 조간대 갯바위에 붙어서 서식하고 여름은 실모양의 '사상체'로 지내다가 겨울철이 되면 우리가 흔히 아는 잎사귀 모양의 '엽체'가 된다. 찬 바다를 좋아하는 '한해성 해조류'로 주로 겨울철에 양식하고 김이 살기 좋은 수온은 8~22도(℃)이다.
김을 양식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뿐이다. 우리나라는 △방사무늬김 △잇바디돌김 △모무늬돌김 등 3종을 양식하고 중국은 방사무늬김과 하이타넨시스김을, 일본은 방사무늬김을 양식한다. 북한은 참김과 방사무늬김 등 2종을 양식하고 있다.
김을 양식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종자인 사상체를 배양한 뒤 잘게 잘라 굴껍질에 이식해 6개월 정보 기른다. 이후 씨앗 주머니에서 나온 '씨앗'을 김발에 붙여 바다에 설치한 후 두 달 정도 키우면 물김을 생산할 수 있다. 수확한 물김은 마른 김으로 가공한 뒤 바로 판매하거나 조미 김으로 가공해 식탁으로 보낸다.
종자에서 가공품까지 과정은 1년가량이 걸린다. 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김은 주로 11월부터 맛을 볼 수 있다. 세계 1위 마른 김 생산국인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물김은 연간 45만~50만 톤으로 마른 김으로 생산 시 120억~130억장 정도다. 지구를 68바퀴 돌 수 있고 여의도 면적의 179배, 국민 1인당 250장을 소비할 수 있는 물량이다.>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김에는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는데, 마른 김 5장에 들어 있는 단백질 양이 달걀 1개에 들어 있는 양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필수 아미노산을 비롯하여 비타민도 많이 들어 있으며, 소화도 잘 되기 때문에 아주 좋은 영양식품으로 알려져 있고 다시마, 미역, 파래, 멸치등과 더불어 요오드 함유식품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김에 든 수용성 식이섬유인 포피란(porphyran)이 동맥경화와 고혈압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진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주고, 장의 활동을 원활하게 해 배변을 잘 되게 해준다고 하니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한 때, 김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염산을 부어서 처리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지만 현재는 염산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며, 유기산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염산 및 유기산 처리를 하지 않은 무산(無酸)김은 주로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제조되고 있는데 생산량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하면 ‘광천 김’입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늘 많이 먹고 있는데 다른 충청도 근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김은 보통 ‘광천 김’으로 통용이 됩니다. 원래는 원산도와 삽시도, 장고도 등 오천만 앞의 섬에서 나오는 것들이 광천 김입니다.
예전에는 김이 무척 귀해서 제사상이나 생일상에만 올랐지만 지금은 다량으로 재배가 돼서 아무 때나 먹는 흔한 음식재료가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인정을 받은 우리나라 김을 많이 드시기들 바랍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