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년~1926년)
모네는 파리에서 태어나, 다섯 살 무렵 항구 도시 르 아브르로 이사했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수평선의 구름과 햇살에 반짝이는 파도, 바위에 깨지는 하얀 포말, 배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것을 보며 자랐다.
열여덟 살이 되자 부친의 만류를 뿌리치고 파리로 나갔다. 당시 보통 화가들은 전형적 코스인 파리 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하여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모네는 달랐다. 그는 진보적 예술인들을 찾아다녔다. 그들에게서 전통과 거리가 먼 화풍을 배웠지만, 주류 매체와 미술계의 혹평을 들어야 했다.
19세기 이전까지의 풍경화는 주로 신화의 목가적 배경이나 이상적 전원생활 등이었으며 야외 풍경화는 그리지 않았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야외 풍경화를 무시하기까지 했는데,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야외에서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바로 인상파 화가들이다. 모든 물체에 고유한 색이란 따로 없으며, 빛의 작용을 받으면 색이 변하는 자연에 고유한 빛깔이란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과는 빨갛고 바나나는 노랗고 초원이 푸르다는 것은 고정관념일 뿐, 모든 사물은 미묘한 빛의 변화에 서로 다른 빛깔이 된다. 석양빛을 받으면 풀잎도 붉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네는 주저 없이 물체에서 반사해 나오는 빛의 작용을 색깔의 세계로 전환해 화폭에 담았다. 물체로부터 빛이 튕겨 나오는 그 순간, 그 빛깔은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는다.
바로 빛이 연출하는 ‘찰나의 미학’에 모네는 빠져들었다. 더 많은 자연을 보며 빛의 영감을 얻고자 모네는 1886년 풍차와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로 갔다. 넓은 벌판에 튤립꽃밭이 끝없이 펼쳐있고 그 가운데 풍차가 우뚝 솟은 것을 보았다. 그 자리에서 스케치하고 귀국해 〈네덜란드의 튤립〉을 그렸다.
이 무렵 힘겨운 화가의 길을 걸어가던 그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여인이 등장한다. 1865년, 자신의 그림 모델을 찾다 만나게 된 카미유 동시유(Camille Doncieux, 1847~1879)였다. 당시 열여덟 살이었던 카미유는 가난한 모델이었다. 스물다섯 살의 모네 역시 가난할 뿐 아니라 주류화단에서 배척까지 받고 있던 앞날이 보이지 않는 화가였다. 그림 속엔 자신이 세 들어 살던 집의 뜨락에서 꽃을 꺾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네 명의 여인은 모두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포즈를 잡은 카미유였다.
높이 2.5미터가 넘는 대작은 완성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윗부분을 그릴 때는 뜰에 도랑을 파고 이젤을 그 아래로 내린 체 그림을 그렸다.
당시는 모델을 매춘부와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던 때였다. 모네가 카미유와 함께 사는 것을 알게 된 모네의 부모는 두 사람의 결혼을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런데도 카미유가 아이를 가지게 되자 그나마 보내주던 생활비마저 끊어 버렸다. 모네는 다시 카미유를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버지를 달랠 겸, 아버지가 모델인 〈생타드레스(Sainte-Adresse)의 정원〉을그렸다. 항구도시 르 아브르 부근의 바다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 속에는 두 개의 깃발이 나부끼고 가운데 남녀가 서 있다.그 앞에 앉은 아버지로 보이는 노인의 시선이 사각 정원에 대각선으로 향해 있다. 그 시선은 두 남녀를 비켜 수평선 멀리에 떠 있는 범선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 그림이 원근법을 무시한 대표적 작품이다.
생활고에 조금도 굴하지 않는 모네의 아방가르드한 패기를 보여 주고 있다. 모네의 아내 카미유와 아들 장(Jean)이양귀비가 흐드러지게 핀 들판의 나지막한 언덕길을 걷고 있다. 바람 스치듯 걷고 있는 모자의 허허로운 한 찰나가 화려한 적색과 녹색으로 화폭에 찍어 넣듯 담겼다. 빛과 그림자의 순간을 그리려면 카메라 렌즈처럼 순간적으로 대상의 색채와 모양을 파악해야 한다. 모네는 자신의 영원한 모델 카미유와도 빛처럼 만나고 그림자처럼 헤어진다.
가난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가던 모네였지만, 카미유의 잦은 병치레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팔리지도 않는 그림을 그리는 남편 덕에 카미유는 남편의 모델이 되는 틈틈이 어린 장을 업고 빚을 얻으러 다녀야 했다. 집세를 낼 여유가 없자 주인이 모네의 그림까지 압수해갔다.
친구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보다 못한 에밀 졸라가 바지유 등 동료 화가를 비롯한 후원자들을 모아 센 강 부근에 있는 작은 집 한 채를 얻어주었다. 르누아르는 젊은 귀족 부인인 고디베르의 초상화를 그릴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다.
모네는 스물두 살 젊은 부인의 초상화를 최대한 우아하게 그려냈다. 부인의 심리적 묘사를 최대한 자제하기 위해 부인이 옆으로 서서 고개를 살짝 돌리게 했다. 그리고 인물보다 의상을 더 세심히 그렸다.
모네는 ‘해돋이’ 작품에 ‘인상’이라는 단어 하나를더 붙여 전시했다. 한 미술 담당 기자가 이 협회전을 둘러보고 비난과 조소가 가득한 기사를 쓰면서 ‘인상주의자들의 전람회’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때부터 그들을 지칭하는 말로 ‘인상파’라는 악명이 만들어졌고, 세상에 알려졌다. 팔레트에 물감을 섞지 않고 색별로 점을 찍어 그린 안개 자욱한 해돋이 풍경은 모든 형태가 희미해 미완성처럼 보인다. 그래서 신성하기까지 해 존엄한 감동을 준다. 마치 천지가 처음 열린 그 첫새벽처럼.
〈인상: 해돋이〉를 조롱하는 바람에 악명이 드높아질 무렵, 오히려 모네의 작품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팔리기 시작한다. 당시 파리는 일본 문화가 소개되면서 일본 열풍이 불고 있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유럽에 들어온 일본 상품들의 포장지가 인상파 화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모네 역시 일본 열병을 앓으면서 카미유에게 기모노를 입힌 뒤 〈일본 옷을 입은 마담 모네〉라는 그림을 그린다.
금발의 카미유와 화려한 기모노는 잘 어울렸다. 부채를 들고 있는 카미유 뒤로는 여러 종류의 부채가 벽을 장식하고 있다. 그림이 팔리면서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그림 안에 들어갈 소품들을 마련할 수 있는 여력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무렵부터 모네는 기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모네는 아예 생 라자르 역 근처에 방을 얻고 오가는 기차를 상세히 관찰하며 〈파리의 생 라자르 역〉을 그린다. 푸른 증기를 내 뿜는 기차가 유리지붕을 받치고 있는 삼각형 철골사이로 서서히 들어온다. 이미 들어와 정지해 있는 기차와 막 들어온 기차의 수증기 뒤로 역 건물들이 보인다. 햇빛이 유리 지붕과 창문, 탁 트인 철골구조문의 입구를 통해 쏟아지며 무수한 음영(陰影)을 만들고 있다. 모네는 이 음영을 여러 색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역 안과 밖에 작고 희미한 사람들을 통해 몽환적인 장면들을 완성해냈다.
바람 부는 언덕에서 양산을 든 카미유
1878년, 둘째 아들 미셸(Michel)을 낳은 카미유가 점점 더 약해지고 있었다. 진단을 받아보니 자궁암이었다. 남편이 기차역을 그리는 동안 카미유는 이 사실을 숨겼다. 이제 겨우 화가로서 빛을 보게 되었는데, 그녀는 오히려 어둠 속 그림자로 묻히고 말았다. 그런 카미유를 보낸 뒤, 모네는 오래 같이 지낼 수 없는 안타까움을 그림 속에 담았는데, 그것이 〈파라솔을 든 여인-카미유와 장〉이다. 병약한 아내와 아들을 바람 부는 언덕에 세웠다.
마침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바다의 용오름처럼 펼쳐있다. 카미유와 아들 장이 서 있다. 카미유는 꼭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려는 사람만 같다.
카미유가 땅에 묻힌 후 화실에 홀로 앉아 그린 그림이〈임종을 맞은 카미유〉이다. 오른쪽 창문에서 카미유의 얼굴에 부서지는 햇살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그 변화를 감지하여 황금 빛깔로 표현했다. 빛도 찰나이고, 사랑도 예술도 인생도 찰나이다. 이 세상에 찰나가 아닌 것이 무엇이겠는가. 가장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카미유는 결혼 10년 만에 모네 곁을 떠났다. 카미유를 보내고 13년이 지난 1892년이 되어서야 모네는 알리스 오셰데(Alice Hoschedé)라는 여인과 재혼한다.

63-1 Mount Kolsaas with Pink Reflections 1895

64 The Houses of Parliament London 1889-1901

65 Evening in Venice 1908

66 Palazzo Contarini 1908

67 The Japanese Bridge 1899

68 Spring 1886

69 Poppy Feild in a Valley near Giverny 1885

70 The Barque 1887

71 Girls in a Boat 1887

72 Boat on the River Epte 1890

73 A Path in the Artist's Garden 1901

74 The Japanese Bridge 1900

75 Irises 1914

76 Irises in the Artist's Garden 1900

77 Waterlilies Water Landscape Clouds 1903

78 Waterlilies 1897

79 Waterlilies 1917

80 Waterlilies 1919

81 Waterlilies 1916

82 Waterlily Pond Evening 1916

83 The Japanese Bridge 1922

84 Claude Monet Studio

85 Paul Durand-Ruel

86 Monet's Garden

87 Monet's Garden

88 Monet's Garden

89 Monet's Ga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