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8. 14(일) 색다른 투어 cafe의 아침편지
나중은 오지 않을지도...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모르고 지나치는 하루
그 매일 매일이
특별한 날입니다.
특별한 순간입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해봐야지
"돈이 생기면, 여행을 떠나야지
이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것은
곧 순간을 버리는 일입니다.
나도 모르게
내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놓치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해보세요.
'만약' '언젠가' 하지말고
지금 그대로 해보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세요.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지금 이 순간
신나는 곳을 찾아가 보세요.
내일은
오늘을 지나칩니다.
버려진 오늘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내일하면, 되지 하고
무심코 오늘을 외면하지 마세요.
언젠가는 해야지
아껴두지 마세요.
가족, 친구, 이웃에게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말하세요.
나의 삶에
그리고 누군가의 삶에
웃음과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을 미루지 마세요.
매일, 매 순간이 특별합니다.
나중은 이미
지나가고 없습니다.
아니, 나중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좋은 글 중에서 -

토요일 아침이라 오랫만에 아들녀석을 살살 달래어 목욕탕에 갔습니다. 실로 수개월만에 아빠와 아들이 목욕탕에 같이 간 것이 무지 감격스러웠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던 아들녀석이 아빠의 제안에 흔쾌히 응한 것은 용산에 있는 아들녀석의 사무실을 정리하는데 아빠가 돕겠다고 했고, 집기를 운반하려면 땀을 많이 흘려야 되니깐, 아침에 용산 사무실에 가 집기를 옮기고 난 후에 땀범벅이 될꺼니깐 마포 공덕동의 '풍림사우나'를 가자고 했던 것이지요. 이렇게 하여 아들과 함께 오전 9시 용산상가에서 짐정리로 땀을 흠뻑 흘린 후 오전 10시 30분에 사우나탕으로 직행했습니다.

그리고 집을 나온 김에 간만에 여의도 IFC에서 머리도 식힐겸하여 영화 한편을 관람했지요. 보고 싶었던 영화는 '인천상륙작전'이었으나, 미리 예약을 해 놓지 않은 관계로 곧바로 볼 수 있는 영화는 '터널' 뿐이라 어쩔수 없이 선택을 했는데, 정작 감상을 한 후에 느낀 점은 시의 적절한 때 본 아주 의미있는 영화라 만족감이 매우 높았습니다.

터널은 배우 하정우와 배두나, 오달수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인데, ‘터널’의 주내용은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리얼 재난 영화입니다. 무너진 터널 안과 밖의 대비되는 모습이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평범한 퇴근 길에 갑자기 무너진 터널에 갇힌 이정수(하정우)의 막막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그의 연기가 정말 뛰어난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얼굴 표정 연기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터널이 무너져 내리면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고립된 이정수(배우 하정우)는 철근 구조물로 꽉 막혀 자유롭게 움직일 수조차 없는 비좁은 공간에서 공포감을 느끼면서도 "나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라는 것을 핸드폰으로 외부에 알리면서 무너진 터널에서 벗어나 생존을 원하는 절실한 마음을 그의 얼굴 표정으로 전하고 있었습니다.

딸아이의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사들고 집으로 향하던 길에 졸지에 터널이 무너진 황당한 사건! 처음 시작은 주유소에서 2만원어치만 기름을 넣으려고 했는데, 아르바이트 노인이 실수로 만땅코를 넣어서 주유소 쥔장에게 혼나는 모습이 씁슬했는데, 그 노인은 감사의 마음으로 하정우(이정수 역)에게 생수 2병을 넣어주는 것으로 부터 시작되지요.

자동차 판매사원인 그가 터널에 막 진입할 때에 때마침 큰 계약이 성사되어 기뻐하는 모습과 함께 곧 터널 붕괴가 이루어 지면서 겪는 일들이 펼쳐지지요. 주유소의 노인 아프바이트생으로 부터 받은 생수 2병과 딸아이에게 줄 생일 케이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핸드폰으로 119에 재난 신고를 하면서 터널 밖에서는 일상 공간인 터널이 무너져 내려 혼란에 빠진 재난 현장을 리얼하게 보여줍니다.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린 터널 입구는 금세 구조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정수의 마음과 달리 심각하게 붕괴되어 있었습니다. 그 긴 터널에 혼자만이 갖혀있는 줄 알았는데, 킁끙거리는 강아지 소리에 주변을 파헤치다가 함께 터널에 갖힌 소녀를 발견하곤 그녀의 운명을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를 살리고자 자신이 갖고 있는 생수를 아낌없이 주는 인간적인 그의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무너진 것은 터널만이 아니었습니다”바로 터널 밖에서 벌어지는 무너진 세상을 보았으니깐요. 독점 기사를 쓰기 위해 핸드폰으로 터널 속에 갖혀있는 이정수(하정우)와 통화를 몰래 시도하는 기자의 얼굴에 대고 핸드폰 밧데리가 떨어지면 그를 구조할 수 없다며 기자에게 욕설을 퍼붙는 오달수(119 현장책임자)의 그 책임감 뛰어난 직업의식도 가슴이 찡하게 저렸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는 붕괴된 터널의 속보다 더욱 지저분하고 또 어지러웠습니다. 예고된 재난임을 입증하는 사례가 속속들이 나타났습니다.

부실공사의 근거 그리고 무엇보다 무너진 터널 속에 갖혀있는 이정수(하정우)를 찾고자 터널 설계도에 환풍기 위치를 보고 수직으르 굴착했으나 엉뚱한 방향으로 수직구멍이 통과한 것으로 보아 설계도면에 위치한 환풍기의 숫자도 줄인 엉터리 터널 공사였습니다. 그리고 신문방송에 대대적으로 구조현장을 소개하면서 정작 곧 구조할 것 처럼 떠들다가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현장은 마치 우리가 겪었던 세월호 참사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붕괴 현장에 나타나 사진만 찍는 정치인과 많은 고위층의 모습은 늘 보아왔던 현재 우리네가 몸담고 있는 세속의 전경이 었습니다.

구조 시간이 자꾸 지연되면서 결국 대의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경제적 실익을 얻고자 새로운 터널을 뚫기 위해 구조를 포기하는 정부의 방침은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지요. 그러나 터널에 갖힌 이정수(하정우)와 구조약속을 지키기 위해 119 현장소장(오달수)이 보여준 그 집념과 책임감이 있기에 그나마 그 버팀목으로 우리 사회는 지탱하고 있다는 것에 눈물나게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재난 사고에 대한 예방주사 역할을 하는 교훈적인 영화였습니다. 고위층의 여자 각료가 입은 재난복장과 그 언행이 어쩌면 그렇게도 잘 어울리는지... 많은 것을 시사한 의미있는 영화를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영화관람을 마치고 IFC 건물을 나와 신수동 근처 채선당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4시쯤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집에 와서는 마나님께 영화 감상하고 오느라 늦었다고 절대 말하지 않았습니다.
- 오늘의 일기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