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첫째날 >
파리 현지날짜로 2004년 6월30일.
그날은 화요일이였다.
인천공항에서 전날 낮 12시 30분에 출발한 싱가폴항공
비행기가 싱가폴을 거쳐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한것은
다음날 이른 아침 6시 50분경이였다.
처음가는 유럽여행. 당연히 파리도 처음이였다.
직항이 아니라서 싱가폴을 경유한거까지 치자면
거의 20시간 가까이 걸려 도착한 파리의 아침은
분주하면서 시작됐다.
일단 짐을 찾는데 한참 걸렸고, 그 넓은 드골공항을
빠져나와 셔틀버스를 타고 시내전철(메트로)을 연결하는
교외선(RER-시외곽을 다니는 기차)을 타는데에 와서
표를 끊을려고하니 무료란다. 좋아한것두 한순간.
매표소근처 인포(지방이나 다른 나라로 가는 기차표를
끊고 여행정보를 주는 창구)에 가서 파리 다음 도착지인
스페인 마드리드로 가는 기차표를 끊으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매표소 여자에게 한국에서 미리 끊어간 유레일패스
(유럽여행을 할때 쓰는 기차표이다)를 보여주며 7월3일날
스페인 마드리드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러 왔다고 하니까
무려 384유로를 내라는 거다. 난 처음에 38.4유로로 알아들었다.
그런데 프랑스여자가 보여준 금액은 한사람당 96유로해서
4명이 총 384유로를 별도로 내야한다는거다. 이게 잴 싼거냐고
하니까 야간 침대차인데 예약을 반드시 해야하고 이게 잴 싼거고
이것밖에 없다는거다.
96유로면 한국돈으로 13만원이 넘는 돈이다.(1유로=1400원 정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밖에 없고 이게 잴 싸다고 하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내고 기차표를 4장 끊어서 시외선기차(RER)를 타고
다시 시내선 전철(METRO)을 탈려고 파리 북역에 내려서 유레일패스를 보니까
패스 개시일부분에 7월3일이 아니고 6월30일 이라고 스탬프가 찍혀져
있었다.
아까 분명히 7월3일날 출발한다고 했는데 표는 3일거를 끊어주면서 개시일을
당일날짜인 6월30일로 끊어준거였다. 유레일패스는 개시일과 종료일이 적혀
있어서 원래 개시일대로 하지않고 변동이 생기면 모든 여행계획을 새로
짜야하고 돈도 추가로 들고 암튼 여행일정이 뒤죽박죽이 된다.
일행 3명을 파리 북역에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나혼자 아까 표를 끊은 인포가
있는 역까지 40분걸려 다시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얘기하니까 이 프랑스여자의
말이 걸작이였다.
96유로씩을 내는 것은 요금표대로 당연히 받는것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개시날짜를 왜 오늘로 했냐고,이것은 당신잘못이 아니냐고 물으니까 이미 스탬프
를 찍어서 재발행이 안되고 어쩔수가 없다는거다. 한참을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도저히 안해주는 분위기고 오히려 자기가 더 고압적으로 나오는데다가
뒤사람들이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터라 어쩔수없이 물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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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역에서 기다리는 3명의 일행을 만나 상황설명을 대충하고 이미 한국 여행사에서
예약해준 호텔로 찾아가서 check-in을 했다. 그때가 오후 12시40분경.
이 호텔은 전철 메트로 13호선을 타고 파리 남쪽 외곽에 있는 별 3개짜리 호텔로서
유럽내의 체인호텔중에 하나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유럽도 모두 호텔을
별 갯수로 구분해 놓았는데 우리가 간 호텔은 말이 호텔이지 우리나라로 치자면
모텔수준정도의 여행자호텔이였다. '그래도 첫 숙박진데 좀 실망이군'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두가 피곤했던터라 그런거 오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트윈룸 두개를 배정받고 방에 들어가서 간단히 짐을 풀고 먼저 샤워를 했다.
긴 시간 비행에다가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으니 얼마나 땀에 쩔었겠는가?
샤워후에 1층 식당에 내려가서 한국에서 가져간 햇반과 컵라면 그리고 고추장과
김,참치캔을 꺼내 거하게 점심을 먹고 일단 잠을 청하기로 했다.
달콤한 낮잠을 자고 일어난 시간이 오후 5시반쯤.
간단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맨처음으로 찾아간 곳이 데팡스지구에 있는 그랑다르쉬
였다. 데팡스지구는 중세건물들로 가득찬 여느 파리시내와는 다르게 신식건물들로
가득찬 곳으로 주변에 에어프랑스를 비롯한 대형회사들과 고층빌딩들이 즐비한
곳이다. 그랑다르쉬는 이곳에 36층짜리 흰색건물로서 제2의 개선문 또는 신개선문
이라 불리며 프랑스의 건축수준을 잘 보여주는데 이곳 계단에 서면 일직선상으로
멀리 개선문이 보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사진을 몇장 찍고 전철을 타고 콩코드광장으로 갔다.
파리의 중심에 있는 콩코드광장에 가면 잴먼저 광장 가운데 우뚝 쏟은 오벨리스크를
볼수있다. 이것은 이집트통치자 메흐메트알리가 프랑스에 선물한 것으로 무려 3250년
이나 된것이라고 한다.콩코드광장근처에 튈트리정원이라고 큰 정원이 있어서 들어갈려
니까 8시가 넘어 입장은 불가하다고 수위가 말해주었다. 바깥에서 보니 별것은 없어
보였고 중국전시회같은것을 하는 모양인지 온통 붉은 깃발이 나붓겼다.
우리가 한국사람들이라고 하니까 그 흑인수위가 '현다이,현다이'하면서 현대자동차를
안다고 하길래 반가워서 같이 기념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콩고드광장에서 직선거리로 보니 멀리 개선문이 보였다. 거기까지 가는 거리가 바로
유명한 샹젤리제 거리로서 광장에서 약 2km정도 떨어져 있다고했다. 광장옆에는
세느강이 흐르고 그 세느강을 가로지르는 이쁜 다리가 있어서 가보았더니 그 다리가
바로 세느강에서 제일 이쁘다는 '알렉상드로3세교'였다. 다리 양쪽으로 황금조각상이
우뚝 서있고 이쁜 가로등들이 서 있어서 밤이되면 정말 아름답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서서히 9시반을 넘어가고 있었고 우리는 샹젤리제거리에 하나둘 이쁜 불빛이
들어오는걸 보면서 천천히 걸어 개선문까지 갔다.샹젤리제거리 양쪽에는 벤츠,루이뷔통,
시트로앵자동차,세포라 화장품숍,시티은행등 각종 명품샵들로 즐비했고 샹젤리제거리를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 이쁜 노천가페들이 곳곳에 일렬로 나열돼있어서 낭만이 절로
흘려내렸다. '참 아름다운 곳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는 세포라화장품 맞은편에 있는 노천카페에 들어가서 파리의 명물인 홍합요리(물루)를 시키고 난 맥주한잔을 추가로 시켜서 먹었다. 물루는 홍합과 와인,마늘,치즈등을 넣어 끓인것으로 국물맛이 향긋해서 파리에오는 관광객들은 꼭 먹어보는 음식이다.
가까이보이는 개선문의 야경을 보면서 샹젤리제거리 노천카페에서 물루에 맥주를 먹으며
재미있게 서비스해주던, 모나코가 고향이라는 남자웨이터와의 익살스런 대화를 뒤로한채
우리는 12시가 다되어서야 호텔로 돌아와서 파리에서의 첫날밤의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첫댓글 저는 파리가 마지막 나라여서 개선문, 콩코드 광장, 알렉상드로3세교. 사이요궁,에필탑 그리고 루브르박물관등을 돌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