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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중 다른 사내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어깨를 부여잡고 쓰러진다.
재영. 빗 맞췄다.
사내들 쓰러진 사내를 보고 빡빡이를 다시 보며.
사내1: 어쭈! 이 개새끼가 맞짱을 까네…….
사내들 빡빡이를 더 두들긴다.
재영, 고개를 갸우뚱하며 잘 안 된다는 듯.
다시 조준한다.
그러다간 눈을 땐다.
재영: 후, 안되겠다.
정우: 아, 정말…….
정우, 일어나서 내려간다.
씬 55. 맞은 편 골목.
정우 싸움판에 끼어든다.
사내1: 넌 뭐야!
정우 맞은편 옥상을 한전 힐끗 보곤…….
정우: 저기요……. 오늘 그 사람……. 어느 정도까지 때리실 거죠?
사내1: 뭐?
정우: 혹시 너무 많이 때려서……. 죽이실 계획까지 있나요?…….
사내1: 오늘 관 짜고 묻을라고. 하는데 왜? 관심 있냐? 관 좀 큰 거 짜서 같이 묻어주랴?
정우,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젓더니. 한숨…….
그리곤 정우 그 사내들과 엉긴다.
치고받으며 날쌘 주먹질로 사내들을 차례대로 눕힌다.
사내 몇 명 부축을 받으며 가고 나머지는 도망간다.
빡빡이 그제야 일어나 감격스러운 얼굴로 정우를 본다.
빡빡이: (비장하게) 고맙소, 어디 소속이시죠?
정우, 손으로 오지 말라고 하면서 거기 그냥 서있으라고 손짓한다.
빡빡이 말을 잘 듣는다.
감사의 미소로 여전히 감격스럽게 다소곳이 서있다.
정우, 옥상을 올려다본다.
작은 섬광. 빡빡이 쓰러진다.
씬 56. 작은 회의실.
조 검사와 김 반장. 어두운 회의실에서 스탠드 불빛을 켜놓고 사진들을 보고 있다.
과속 단속 카메라에 찍힌 사진이다.
그 사진엔 조 검사가 탄 호송 차량도 있고…….
몇 대의 차량들이 있다.
김 반장: (사진을 보며) 이렇게 저렇게 참 세금들은 많이 내는 것 같아요.
조 검사, 사진들을 넘겨가다가…….
어느 사진에 시선이 머문다.
사진들은 킬러들의 차다.
운전석에 앉은 상연은 경비원의 복장이다.
김 반장. 그 사진을 본다.
김 반장: 아는 친구에요?
조 검사: 만난 적 있죠…….
순간, 로비에서 스쳤던 상연의 얼굴이 또렷이 떠오른다.
조 검사: 차 번호 조회 좀 부탁드려요…….
김 반장: 네, 보고는 검사님이 직접 하시겠습니까?
조 검사: 저기요, 일단은 김 반장님 하고 저하고 둘이서 훑어보죠.
김 반장, 의미심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둘의 모습을 진 형사, 궁금한 얼굴로 유리창 너머에서 바라보고 있다.
조 검사 사진속의 상연을 유심히 본다.
씬 57. 아지트 욕실.
상연, 씻고 스킨을 바르며 거울을 본다.
그러다간 자세히……. 오늘따라 유난히 자세하게 자신의 얼굴을 보다간 화들짝 놀란 얼굴로 고함을 지른다.
상연: 야! 나 눈에 구멍 났다!
모두들 놀라 뛰쳐나와 상연에게 모였다.
상연. 자신의 한쪽 눈을 까뒤집으며…….
상연: 바늘구멍 같은 게 났어……. 이런 거 없었는데……. 다들 보다가는…….
재영: 눈물샘이잖아.
상연: 눈물 뭐?
재영: 눈물샘. 그거 원래 다 있는 거야. 새로 생긴 게 아니구……. 다른 쪽 눈에도 있어.
상연 다른 쪽 눈도 까뒤집어 본다.
상연: 진짜네. 왜 난 몰랐지?
정우: 몸에 신경을 안 쓰니까 그렇지.
상연: 이걸 눈물샘이라고 하는구나……. 난 그냥 시 같은데 나오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근데 이게 왜 있지?
정우: 그게 있어야 눈물이 나지. 그거 막히면 눈물이 안 나오지.
상연……. 그 눈물샘을 신기하게 다시 보고 있다.
기분은……. 새로운걸 알았다는 듯 좋아한다.
그 모습을 하연……. 뒤에서 본다.
하연의 내레이션.
하연: 형은 올해 서른여섯이다. 형은 서른여섯에야 자신의 눈에 눈물샘이란 예쁜 이름의 샘물이 있다는 걸 알았다. 형이 그걸 몰랐던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적어도 난 서른여섯의 형이 우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
킬러들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려 뒤를 도는데……. 순간 모두 정지다.
그들 앞에 당돌히 서있는 조그만 여자아이……. 문 앞에 여일이다.
여일 그들을 빤히 처다 보고 있으면서.
여일: 계세요?
킬러들……. 저 말은 너무 늦게 나온 거 아닌가?
화면 점프하면.
거실에 여일과 킬러들 앉아 있다.
얘기가 어느 정도 오고 갔는지…….
침묵.
사이.
상연: 어, 그래, 무슨 내용인지는 대강 알겠어. 근데……. 우리는 여하튼 그런 사람들이 아냐. 학생이 뭔가를 오해하고 있는데. 참 답답하네…….
갑자기 우는 여일.
킬러들 어쩔까?
그때 갑자기 여일 일어난다.
여일: 여자 화장실이 어디죠?
상연: 따로 있지는 않지만……. 저쪽. (화장실을 가리키며) 저기……. 가서……. 어. 중간 덮개를 내리면. 되거든.
여일 화장실로 간다.
모두 미친다.
정우: (상연을 보면) 젠 언제 만난 애야?
상연: 만나긴 누가 만나. 아니.
정우: 경찰 끄나풀이 아닐까? 학생증 보자고 그럴까?
재영: 근데 여길 어떻게 알았지?
하연: 학생은 좀 할인해 줘야 되지 않나?
모두 하연을 본다.
하연: 아니, 만약에 한다면…….
재영: 근데……. 그 선생님이란 사람이 저 어린애한테 그런 짓을 해?
정우: 어리긴 뭐가 어려. 고등학생이…….
상연: 조용히 해. 모두 아무 말 하지 마라. 우린 그런 일 하는 사람이 아니 거야.
모두: (표정, 그런 일?)
상연: 그러니까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거야. 내가 처리할 테니까. 다들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여일 나온다.
모두 후다닥 제자리에 앉는다.
여일: 생각해 봤거든요. 갈게요.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상연: 그래 학생이 그런 사연이 있다니 참 애석하게 생각하고 또 우리도 막 화가나. 근데……. 우린 그런 사람들이 아니야.
재영: 그래, 학생. 우린 누굴 죽여주고 그러는 사람이 아니야. 그래본 적도 없고.
정우: 그래, 우린 우리가 하는 일 같은 건 안 해. 말이 좀 이상하다.
화면 잠깐 점프되고.
문을 열고 여일이 나간다.
모두 문 앞에서.
여일: 제 힘으로 해 볼게요……. 미안합니다.
상연: 행여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상의 할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찾아와. 여기 문은 향상 열려 있으니까…….
여일 돌아간다.
상연 문 닫는다.
닫자마자 잠근다.
잠시 침묵…….
상연: 됐어, 앞으로 몸조심 입 조심들하고…….
그때, 돌 하나가 유리창을 박살내며 들어온다.
모두 놀라 엎드린다.
순간 정적…….
그리곤 재빨리 유리창 밖을 본다.
길 저기로 여일이 뛰어 가는 게 보인다.
씬 58. 도로.
차 안.
탁 문배 차에 탄 둘…….
주행 중인 자동차.
조 검사: 이 차는 뭐예요?
김 반장: 잠깐……. 빌렸습니다. 경찰차 같진 않죠?
조 검사: 네?
김 반장: 후후후……. 탁 문배 입건 할 때 압류된 차에요……. 잠복하고 미행할 땐 너무 경찰차 같은 건 안 좋아요…….
미끈한 드라이브.
잘 생긴 계기판…….
김 반장: 차가……. 끝내주네. 진짜……. 그런 자식이 이런 차를 탄다는 게 기분이 좀 더럽지만요……. 이런 차는 얼마나 해요?
조 검사: 글쎄 얼마나 할까?……. 한 일억은 넘겠죠?
김 반장: 예? 내 몇 년 치 연봉이야? 세상 참 뭐 같네. 확 가다가 긁어버릴까…….
둘. 웃는다.
씬 59. 아지트 앞.
킬러들 나온다.
김 반장, 고개를 숙인다.
조 검사: 썬팅 된 거예요……. 안 보여요.
김 반장, 다시 자세를 잡는다.
김 반장: 맞는 거 같은데요.
킬러들 다 같이 한차를 타고 움직인다.
조 검사: 저 친구들이 다일까요?
김 반장: 글쎄요…….
하연이가 문을 잠근다.
킬러들 차에 오른다.
상연 앞자리에 오른다.
그리곤 차가 출발한다.
조 검사: 반장님, 저 차 좀 부탁해요.
김 반장: 검사님요?
조 검사: 오랜만에 담 좀 타볼까요…….
조 검사 씨익 웃는다.
씬 60. 도로/달리고 있는 킬러들의 차안.
상연, 동전 폭탄을 만지작거리며 작동하는 연습을 하고…….
뒤에 앉은 정우는 새로 받은 총을 만지작거린다.
그리고……. 그 옆의 하연이가 정우가 만지는 총을 바라본다.
재영, 눈이 백미로 간다.
뒤에서 오는 검은 차.
재영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재영 핸들을 돌려 회전한다.
상연: 왜, 이쪽으로 가?
재영 자꾸 시선이 뒤차로 간다.
뒤차 따라 돈다.
재영: 형, 누가 자꾸 엉기는데. (킬러들 . 뒤돌려하자) 뒤보지 마.
재영, 슬쩍 사이드 미러를 움직이며 상연의 시선에 맞춘다.
상연의 눈에 들어오는 뒤의 검은 자동차.
정우: 경찰이니?
상연: 경찰 치곤 차가 좀 좋지?
재영: 렌트도 아닌데……. 너무 고급이지?
상연 뒤차의 번호판을 읽는다.
상연: 서울65 너 5846.
정우, 팬으로 자신의 손에다가 적는다.
상연: 가다가 다음 골목으로 들어가 봐.
차는 모퉁이를 돌아 일방통행이라 진입금지라고 써져 있는 골목으로 들어간다.
상연: 세워, 들어오니?
그러자 뒤차도 들어오려다가 발각되었음을 느꼈는지 재빨리 사라진다.
재영: 튀었다. 눈치 챘나?
상연: 그냥 있어.
킬러들의 차 정지한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 상향등을 켜고 크락션을 울린다.
주위를 본다.
맞은편 차의 운전자는 욕설을 퍼붓는다.
“야 미친 놈 들아 일방이라고 써 있는 거 안보여 죽여 벌라…….”
재영: 갔나?
상연: 대기해.
상연,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상연, 앞차로 다가가 욕을 퍼붓던 사내의 멱살을 잡고 머리통을 창문 밖으로 끄집어내서 주먹으로 몇 대 먹인다. 그리곤 주변을 둘러본다. 머리통이 부쉬진 사내는 기겁을 하며 우는 소릴 낸다.
사내: 일반 통행인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거꾸로 오시니까 제가 뭐라 그런 거죠……. 법규만 안 지키면 시민정신에 어긋나잖아요. 그리고 사실 아저씨가 딱지 끊길까봐 제가 어서 되돌아가세요 라고 그런 뜻에서 그런 거죠…….
상연, 주위의 구석구석을 보며 관찰한다.
차안의 킬러들도 엄호를 준비한다.
상연,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 반응이 없는걸. 확인한 뒤.
상연: (사내에게) 후진 중이에요.
상연 차에 탄다.
차 재빨리 후진한다.
씬 61. 아지트 안.
조 검사 몰래 들어와 있다.
텅 빈 아지트.
이리저리 살핀다.
씬 62. 아지트.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그저 평범한 집.
조 검사 거실로 들어와 이리저리 살피다가 냉장고를 연다.
음료수 몇 병……. 그리고 탄알과 콤포지션 뇌관으로 보이는 폭약 종류 몇 개.
조 검사 씨익 웃는다.
자기 권총을 꺼내어 그 권총에 맞는 탄알을 꺼내어 장전한다.
조 검사 컴퓨터실로 들어간다.
모니터 이상한 도형들을 본다.
조 검사 의자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상담실로 들어간다.
서류들……. 책상위 문서…….
거기서 몇 가지 일정이 적힌 메모…….
알아볼 수 없는 이상한 글씨다.
그 메모를 사진으로 찍는다.
그리고 옆에 놓인 사진첩. 본다.
의뢰인들과 찍힌 사진들을 본다.
하나하나.
조 검사 사진 보는 모습.
씬 63. 도로/차 안.
계속 운전한다.
차안의 킬러들 모두 분위기가 무겁다.
재영, 눈이 백미로우로 간다.
]네, 교수님.
씬 33. 관사 주방.
가스레인지 위에 삐삐주전자가 끊는다.
정인, 거실에서 공부 하다가 주방으로 가며.
정인: 저 삐삐주전자는 너무 성능이 좋은 것 같아. 집 무너지겠다!
커피 타는 정인의 손.
정인, 거실 탁자 앞에 커피 잔을 가져와 앉는다.
환유: 여기서 학교는 다닐 만 해? 힘들지 않아?
커피마시며 환유 바라보는 정인.
정인: 응, 괜찮아.
정인 얼굴.
정인: 난 아무래도 기차랑 인연이 깊은가 봐.
환유, 정인 얼굴을 한동안 바라본다.
환유너머.
정인: 왜?
정인 너머.
환유: 모든 게 다 신기해서.
정인, 본채 미소.
환유 얼굴.
환유: 으, 맛
씬 34. 관사 마당.
길에서 파는 나무주걱을 하나 산다.
때수건도 하나 사고.
상인: 골라 보세요.
정인: 아, 이거 사야 되는데.
환유: 야, 별거 다 있다
정인: 아저씨, 이건 얼마구, 이건 얼마요?
상인: 천 원 씩이요.
정인: 똑같아요?
환유, 정인: 어쩌구, 저쩌구
씬 36. 어느 중고가구점 앞.
중구가구점 앞을 지나치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멈춰서는 두 사람.
정인: 환유씨, 이거 어때? 색깔 너무 이쁘지 않아?
환유: 물어봐. 비쌀까? 신발장도 있구.
정인: 저거.
환유, 같은 것 가리킨다.
씬 37. 관사.
낑낑대며 의자를 들여놓는 환유와 거드는 정인.
환유: 으차. 잠깐만 조심조심 조심.
환유: 넣고 마라 이거 됐어?
정인: 조심!
씬 38. 관사 안.
왕처럼 버티고 앉은 등나무의자에 앉아보는 환유.
환유: 어때?
정인: 근사해. 왕 같아.
환유: 당신 한번 앉아 보구려.
정인: 어때?
환유: 잘 어울리는데? 여왕 같아.
정인: 비행기 태우지 말구 옥새나 줘.
환유: 뭘 달라고?
정인: 옥새! 여왕은 이제부터 빵꾸난 한 달 생활비, 뭘로 때울 건지 고민해야 된단 말이야.
환유: 이거 도로 갖다 무를까?
정인: 아니 우리 너무 웃긴다. 우리 두 시간동안 시장 돌면서 산 게 겨우 요거야.
나무주걱과 때수건.
이때 주방에서 삐삐주전자 이상한 운다.
삐삐 주전자, 꽥꽥 거리는 것이 딱 오리다.
정인, 환유를 쳐다보면 웃음을 터뜨린다.
환유: 집 무너진다고 해서 고친다고 고쳤는데 왜 저 모양이냐.
씬 39. 마당.
현관문을 나와 출근하는 환유.
정인 따라 나온다.
환유: 오늘 학교 안가지?
정인: 응. 잠깐 손수건!
환유: 들어가 그만.
정인: 나도 따라가고 싶다.
환유: 들어가.
정인: 다녀와.
환유, 보다가 돌아와 포옹하고 간다.
환유: 갔다 올게.
씬 40. 수목원 연구실.
환유와 서너 명의 연구원들, 에서 회의 중이다.
환유, 문득 고개를 돌려 창 쪽을 본다.
놀란 환유, 창에서 눈을 못 떼는데.
원장: 말씀해 보세요.
연구원E: 우리 수목원에서는
정인, 도시락을 흔들어 보이며 환유에게 키스를 보낸다.
정인에게 키스 보내다가 당황하는 환유.
직원들 그걸 보고 뭐가 있나 모두 창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씬 41. 수목원 초원.
정인이 가져온 점심을 풀어 놓는다.
환유는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그런 정인의 모습을 찍는다.
정인: 그만하고 먹자.
환유: 이쁘다. 다 됐어.
정인: 자, 김밥.
환유: 여기 보구.
환유가 비디오카메라를 향해 김밥을 하나 들어 보인다.
환유: 이 정인이 싼 김밥!
정인
환유: 이정인, 김밥 싸는 연습은 더 해야 되겠다. 나니까 먹는다, 나니까.
정인: 정말?
흘기는 정인.
문득.
깡통 하나를 열려다 안 괘자.
정인: 이거 안 열려.
환유: 줘봐, 뭔데 이거?
한유가 그것을 어렵게 여는데, 거기서 갑자기 튀어 오르는 스프링 장난감.
씬 42. 초원.
넓은 초원에 소나무 하나가 서
환유와 정인, 들어선다.
정인과 환유.
환유: 자, 인사해. 인사!
정인: 안녕하세요. 이 정인입당신은 누구세요?
환유: 조환유입
정인: 환유라고?
환유: 내 이름을 따서 환유야! 몇 살이나 먹었을 것 같아?
정인: 한
환유: 4만 천 살!
정인: 4만 천 살이 어디 있어?
환유: 얘도 나랑 동갑이야.
환유 너머 정인.
환유: 아버지가 내가 태어나던 해에 심으셨거든.
정인: 아버지도 여기서 일하셨어?
환유: 응. 여기서 돌아가셨고.
정인
씬 43. 국문과 교수실.
정인, 꽃 화분에 물을 주고
전화 온다.
정인: 네, 국문과입나야, 환유씨. 수업? 조금 있다가 들어가려고.
씬 44. 수목원 환유 연구실.
사무실의 환유.
환유: 나 방금 생각이 났는데 말이야. 생일선물로 뭐 받고 싶어?
씬 45. 국문과 사무실.
통화하는 정인.
정인: 내 생일 때? 글쎄 아 편지.
씬 46. 수목원 환유 연구실.
통화하는 환유.
환유: 편지? 웬 편지?
씬 47. 국문과 사무실.
통화하는 정인.
정인: 어, 연애편지.
씬 48. 수목원 환유 연구실.
통화하는 환유.
환유: 나 편지 써 본적 도 없는데? 국군 아저씨한테 위문편지 써 본적도 없다! 딴 거 하믄 안 돼?
씬 49. 국문과 사무실.
통화하는 정인.
정인: 싫어. 난 그거 받고 싶어. 우린 서로 편지 써볼 기회도 없었잖아.
여학생E: 안녕하세요?
정인: 어, 잠깐만. 편지다! 알았지? (끊고) 어, 무슨 일이야?
씬 50. 관사 마당.
퇴근하고 대문을 들어서다가 우체통을 열어보는 정인.
거실로 들어선 정인, 불을 켜고 커튼을 연다.
창문을 활짝 열려는데, 갑자기 창가에서 들어서는 환유의 모습.
환유: 짠!
정인: 어머, 깜짝이야!
환유: 생일 축하해.
환유너머 정인, 꽃을 받으며.
정인: 고마워. 근데 편지는 어떻게 된 거야? 왜 안와?
환유: 여기 다 와있지.
정인 너머 환유.
환유: 눈 감아봐.
정인: 왜?
환유: 내가 읽어주려구.
정인
환유: 눈!
눈감는 정인.
헛기침 한번하고 편지 읽는 환유.
환유: 정, 저인에게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정인의 얼굴.
정인: 그게 뭐야?
환유: 이게 어대서, 끝가지 들러봐, 눈!
정인
정인 너머 환유의 얼굴.
환유: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 괴로움 속을 헤맬 때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환유너머 정인의 얼굴.
환유: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 잇단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정인: 엉터리! 이게 무슨 편지라고. 볼래?
환유, 주머니서 시집 한권 꺼내준다.
환유: 이거 찾느라고 일주일 동안 헤맸는데? 자, 즐거운 편지!
정인이 시집, 황동규의 <삼남에 내리는 눈>을 펼쳐본다.
환유를 껴안은 정인.
정인: 그래, 고마워.
정인, 환유에게 뽀뽀하는
씬 51. 관사 거실.
환유가 거울 앞에서 옷을 입고 있고, 정인이 옆에 들러 서자.
환유: 학교 안가?
정인: 어제 종강했잖아.
환유: 좋겠다. 종강이라도 있으니.
정인: 환유씨, 근데 우리 돈 다 떨어졌다!
환유
정인
환유: 사전에서 '환장하다'가 무슨 뜻인지 좀 찾아볼래? 시계가 어디 있지?
정인
씬 52. 관사.
정인, 주방에 서서 뭘 꽂고
정인: 흥, 환장하겠다 이거지?
환유E: 이정인, 나 왔어.
씬 53. 관사 앞.
정인 현관 들어서다 문득 멈칫하고 본다.
환유가 들어서더니 밖을 향해 손짓하며.
환유: 들어와.
명호: 안녕하세요.
환유: 들어오세요.
명호처: 오랜만이네요. 정인씨.
정인: 네, 어서 오세요.
환유: 뭐해. 손님들 오셨는데? 우리 식사 안했어.
명호: 걱정 마세요. 젓가락만 더 놔주시면 됩
세 사람, 거실로 들어선다.
환유: 우리 이렇게 산다.
식탁을 본 환유와 명호, 놀란 표정.
환유는 다른 쪽을 본다.
식탁 위 반찬 그릇위에 가격 깃대가 꽂혀
환유의 얼굴, 웃는 명호 부부.
집안의 눈에 띄는 물건들에 가격표가 걸려
화유, 명호와 명호처를 보며.
환유: 내가 아침에 싫은 한마디 했거든 종강했다더니 여유가 생겼나보네.
명호처: 재미있게 사시네요.
환유: 밥 한 그릇에 천 삼백 원이구나.
씬 54. 관사 거실.
네 사람, 둘러앉아 차와 과일 먹고
환유: 삼십오만 원, 이건 뭐야? 삼십오만 원 짜리가 뭐야?
명호: 암튼 재미있게 산다.
환유: 출판사 어때?
명호: 니가 안 도와주는데 잘 되겠니? 도와주면 어디가 덧나나. 정인씨!
정인: ?
명호: 이 친구 대학 다닐 때 번역해가지고 학비대고 생활비 대면서 먹고 산 거 아십니까? 재벌이었죠. 이 길로 가자는데 영 말을 안 듣는 네요. (책 주며) 미안한대, 너 바쁜 건 알지만 좀 급하거든. 번역 좀 해주라. 좀 두껍지?
환유: 그래, 맞춰보자. 자, 이정인. 이건 알바 붙일까? 얼마야, 얼마.
씬 55. 관사 거실/마당.
환유는 번역을 하고
정인,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 노트를 집어 훌렁훌렁 부치며.
정인: 아, 더워.
환유: 좀 쉬었다 안할래?
정인: 쉬어.
환유: 혼자 뭐하구 놀아.
정인: 안 돼 이거마저 해야 해. 방학좀 수월할까 했더니 나 다음 달까지 논문 끝내야 된단 말이야.
괘종시계에 밥을 주고는 마당으로 나가는 환유.
환유, 웃통을 벗어던진 채 호스로 지붕 위에 물을 뿌리고
마당 입구에 들어서는 병일 아저씨가 보이고
정인의 모습.
환유E: 이정인!
정인: 왜?
환유, 창밖으로 빨리 나와 보라는 손짓을 .
정인이 현관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그녀 얼굴에 쏟아지는 물벼락.
정인: 왜 그래 악!
정인너머 낄낄대는 환유.
졸지에 흠뻑 젖는 정인.
정인, 아무 말 쏘아보더니 집 들어가 버린다.
썰렁해진 환유.
환유, 약간 당황하고 들어가며.
환유: 미안해. 덥다길래 장난친 건데
그러던 환유, 갑자기 뛰어나오고 뒤따라 나온 정인, 세숫대야의 물 끼얹는데 물벼락을 맞은 이, 알고 보면 병일이다.
정인, 세숫대야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병일, 물을 뒤집어쓰고 뒤에 숨은 환유를 돌아본다.
수도호스를 집어 드는 정인의 손.
환유에게 물 뿌리며 즐거워하는 정인.
정인의 표정.
환유: 앗, 차가워. 잘못했다.
정인이 환유를 향해 물 뿌리며 따라온다.
환유: 사랑해, 사랑해! 그만!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병일의 흐뭇한 표정.
울타리를 넘어 피하려던 환유.
울타리에 걸린 환유의 바지.
울타리 너머로 넘어지는 환유.
환유: 으악!
놀라서 바라보는 병일.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정인.
정인: 환유씨, 환유씨!
씬 56. 거실.
병일, 환유의 무릎에 생긴 상처에 약초를 발라주고
정인: 그건 뭐요?
병일: 우리 숲에서 자란 약초요. 효과가 그만이죠.
환유: 아저씨는, 약초전문가야. 한의사 빰쳐. 면허증은 없지만.
병일, 바르고 남은 약초를 병에 담아 정인에게 건네며.
병일: 이거 두고 갈 테니까요, 잘 보관했다 몇 번 더 발라주세요 이건 잘 바르면 약초지만 마시면 독약 이요. 옛날엔 사약으로도 사용했죠.
정인, 그 약초 병을 들고 책장 쪽으로 간다.
환유E: 그래요?
정인, 병일이 건네준 약초 병을 책장 한쪽에 조심스럽게 넣어둔다.
씬 57. 관사 마당.
환유, 자전거 한 대를 끌고 들어선다.
물 뿌리던 정인, 환유를 본다.
정인: 자전거네?
환유: 어, 병일 아저씨한테 얻었어.
정인: 새 거다.
환유: 좋지?
정인: 근데 자전거 탈 줄 알아?
환유: 타!
정인: 싫어.
환유: 타! 타봐.
정인: 정말 탈 줄 알지?
환유: 그럼, 꼭 붙들어. 간다!
정인: 조심해!
씬 58. 근교.
원수목원 너머로 보이는 모습.
환유E: (휘파람 홴 더 나이트 해즈 컴
철길 아랫길을 달려 나오는 자전거의 그들.
환유E: 앤 더 랜드 이즈 다크, 앤 더 문
자전거를 타는 두 사람의 신나는 표정.
정인E: 앤더 나이트
환유E: 앤더 나이트가 아니고 홴더 나이트, 홴더 나이트!
정인E: 잘났어
가로수 길을 달리는 두 사람.
그들의 즐거운 표정.
씬 59. 양수리/물가.
자전거 바퀴너머로 보이는 두 사람.
환유: 달링, 달링, 스탠, 스탠 바이미
정인: 스탠 바이미가 번역뭐야? 내 옆에 있어주?
환유: 내 곁에 있어주! 내 곁에 있어주!
정인: 말도 안 돼.
환유가 일어나 바닥에서 돌을 주워 강물에 던지고 나서 풍덩 들리자.
환유: 돌이 잘 있으라고 텀벙, 그러네.
정인: 아냐. 안녕하냐고 퐁당, 그랬어.
정인도 돌을 던진다. 이때,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떠는 환유.
정인: 환유씨, 왜 그래?
환유: 물가라 그런지 춥다.
정인
씬 60. 학교 도서관.
로비의 색인함에서 카드를 찾는 정인, 누군가 지나가며.
남: 논문
남자와 정인.
남: 잘 되가?
정인: 네, 그럭저럭요.
씬 61. 수목원 입구/버스 정류소.
시외버스 정류소 표시판이 서있는 정류소에서 환유, 우산 들고 서
디졸브.
발장난하며 정인을 기다리고 있는 환유.
디졸브.
드디어 시외버스가 한대가 오더니 선다.
버스에서 내리는 정인.
환유: 앗, 차거.
정인: 언제 나왔어?
환유: 좀 아까. 책 나 줘.
정인: 무거운데.
환유: 엄청 무겁다. 가방도 줘.
정인: 환유씨, 잠깐만!
뽀뽀하는.
환유: 조심조심 조심.
씬 62. 관사.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정인과 환유.
환유: 다 젖었다.
정인: 지친다.
환유: 커피?
정인: 응, 고마워.
정인, 욕실로 들어가 문은 열려놓은 채 손 씻으며.
정인: 휴우 발 씻을 힘도
뒤돌아보는 환유.
정인E:
환유, 욕실로 가서.
환유: 나와 봐.
정인: 응?
환유: 나와 봐 글쎄.
정인, 뻥해서 나오면 등의자에 앉힌다.
환유의 행동을 지켜보는 정인의 표정.
정인: 뭐 하는 거야.
환유: 가만 있어봐.
환유, 세숫대야에 물을 채워와 정인 발 앞에 놓더니.
환유: 발.
정인의 표정.
환유E: 너무 무리 하지 마.
정인의 발 씻어주는 환유.
환유: 난, 교수님보다 마누라가 더 좋다.
정인, 멋쩍기도 기쁨에 눈물 나려.
정인: 정말 억울하다!
정인 올려다보며.
환유: 뭐가?
환유 바라보며.
정인: 당신을 왜 이제야 만났을까?
환유의 표정.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실안의 그 모습.
씬 63. 주택 전경.
비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천둥 번개와 함께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다.
씬 64. 거실.
책을 보다 바닥에 쓰러져 곤히 잠든 정인.
환유도 가슴에 책을 얹은 채 소파에 다리를 걸치고 쓰러져 자고
씬 65. 수목원.
밤새 물기 머금은 나뭇잎들이 더한층 푸르게 빛난다.
씬 66. 거실.
자고 있는 장인.
오리 주전자 희미하게 들린다.
정인, 눈을 뜨다가 놀라 일어나 앉는다.
환유, 커피를 타고 정인에게 간다.
환유: 일어났어? 커피 타 가지고 깨우려구 했는데. 감기 안 들었지?
정인: 응, 비가 그쳤네. 새벽에 천둥 들었어?
환유: 아니 못 들었어.
정인: 당신 머리 좀 봐!
환유: 왜? 대책이 안 선다, 대책이
환유, 정인에게 커피 잔을 건네다 잔을 놓친다.
깨지는 커피 잔.
정인, 걸레 가져다 닦으며.
환유: 앗 뜨거. 안 뎄어? 휴지, 휴지.
정인: 조심해. 발 들어.
환유: 뭐야, 이거. 당신 앞에선 긴장 하는 거야?
정인 바라보면 갑자기 구역질하며 뛰어가는 환유.
욕실 변기통을 붙들고 구토하는 환유.
정인: 왜 그래?
씬 67. 관사 침실.
정인이 침실로 들어서는데,
정인: 아직도 그래? 채했던 거 아니야?
환유: 감기가 오나?
정인: 그래? 약 좀 찾아볼까?
환유: 아니, 괜찮아.
씬 68. 거실.
환유, 헬쓱한 표정으로 나온다.
정인, 공부하고
정인: 왜?
환유: 나 머리가 안 가라앉아.
걱정스럽게 환유를 바라보는 정인.
정인: 아무래도 약을 좀 먹어야 갰다.
환유: 아니, 커피 줘.
정인: 약을 먹어야지 커필 먹음 어떡해.
주방으로.
커피를 타러 가던 정인 환유 쓰러지는 달려온다.
정인: 환유씨!
씬 69. 거리.
달리는 구급차.
씬 70. 병원 벤치.
시티 촬영하는 환유 모습.
혼자 멍하니 뒷모습을 보이며 앉아있는 정인.
의사E: 뇌종양입더 안 좋은 건 악성이구요. 상태가 이 정도면 자각증상이 을 텐데요 가령 두통이 심하다던가 운동신경에 이상이 있질 않았습니까?
초점 잃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정인.
의사E: 왜 이제야 오셨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씬 71. 병원.
링거를 꽂고 누워있는 환유.
환유: 논문은 냈니?
환유너머 침대 밑에 앉아 있던 정인.
환유: 다음 학기에는 강의 나갈 수 있대?
정인: 환유씨. 지금 시간강사가 중요해?
환유얼굴.
환유: 난 괜찮아.
정인 표정.
환유E: 그리고 약속 지키고 싶어.
환유얼굴.
환유: 강사자리 포기이고 그래서 내 상태가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
씬 72. 병원 복도/원장실 앞.
정인이 원장실을 나온다.
의사E: 원이면 수술을 해볼 순 있지만 성공가능성은 희박합
간호사: 괜찮아요?
옆에 있는 벤치에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인다.
씬 73. 다시 병실.
환유, 누운 채 시선을 돌리며.
환유: 의사 님 말 들었지. 가능성이 없다잖아.
정인: 그래도 이대로 포기 할 순 없어.
정인너머 다시 돌아보며.
환유: 당신, 내가 정말로 수술받길 원해?
정인, 고개를 끄덕이고 환유를 바라보는 눈에 눈물 흐른다.
환유 품에 안겨 운다.
씬 74. 병원 수술실 앞.
마취 상태에서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들어가는 환유.
침대차에 누워있는 환유, 옆에서 따라가며 보는 정인.
환유의 침대차가 들어가다 수술실 입구에 멈춘다.
환유가 정인의 손을 잡는다.
정인: 잠깐만요!
환유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환유: 같이 들어가자.
정인, 눈물을 흘리며 잡은 손을 놓지 못.
정인: 님, 저도 들어가면 안돼요?
의사E: 곤란한데요.
수술실로 들어가며 멀어지는 환유의 침대차.
의사: 자, 빨리 들어갑시다.
수술실 입구에 서서 바라보는 정인, 수술실 문이 닫히고.페이드아웃.
씬 75. 관사 마당.
병일의 자동차가 마당으로 들어선다.
병일, 정인의 부축 받으며 내려지는 환유.
의사E: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 얼마나 시간이 남은 건지 장담하기 어렵 일주일이 될지, 한 달이 될지 입원을 계속 하셔서 치료를 받으시는 게 어떨까요.
정인E: 그이가 퇴원을 원해요.
병일: 계단 조심해.
정인: 조심조심
환유: 아저씨, 퇴원기념으로 소주 한 잔 해야 되는 거 아니요?
병일: 그러자고.
씬 76. 관사 마당.
먼 산을 바라보는 환유의 시점숏.
현관 앞 베란다에 앉아서 먼 산 보다가 정인을 보는 환유.
환유 너머, 빨래 줄에 빨래 널던 정인, 눈 마주치자 웃어준다.
환유를 바라보는 정인의 표정.
씬 77. 초원의 소나무.
환유 나무가 보이고 정인이 환유가 탄 휠체어를 밀고 들어선다.
씬 78. 관사 거실.
황 교수와 통화하고 있는 정인.
정인: 전화 자주 못 드려서 죄송해요, 교수님 네? 제가 강의를요? 근데 교수님, 좀 어려울 거 같아요. 네. 번거롭게 해서 어쩌죠? 죄송합강의는 천천히 할게요. 교수님. 여러 가지로 네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요 시기 좀. 네. 네. 죄송합
침대에 누워 있다가 통화 듣고 있는 환유.
씬 79. 거실.
옷장에 옷 걸고 있는 정인.
정인: 싫어, 글쎄, 나 강의 안 나가.
환유E: 왜 그래? 아까운 기회 놓칠 수 없잖아.
정인: 강의고 뭐고, 이 판에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환유E: 이판이 어떤 판?
침대에 앉아있는 환유 곁에 앉는다.
정인: 미안해.
환유: 난 당신이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어.
정인: 그럼, 당신은 어쩌구 당신 밥이랑 약은 누가 챙겨주는데?
환유: 그거야, 병일 아저씨가 해주면 되잖아.
정인: 지금 그걸 내가 들을 거라고 얘기하는 거야?
환유: 들어줘. 내 마지막 부탁이 될지도 모르잖아 나는 당신이 전에처럼 공부하는 모습 보고 싶어. 전에 처럼 꼭 이렇게까지 힘들다는 거 알아 날 위해서 해줘. 응? 해줄 수 있는 거지?
씬 80. 베란다.
환유가 현관문을 열고 나온다.
정인은 강의준비를 하고
정인: 왜 나와, 여태 안 잤어?
환유: 이정인 공부 잘하고 있나 보려고.
정인, 환유 부축해 의자에 앉힌다.
환유: 강의 준비하는 거야?
정인: 응.
환유: 내일부턴 교수님이네. (미소)
정인: 겁나. 잘할 수 있을지.
환유: 잘할 거야.
정인: 들어가자, 환유씨. 쌀쌀하다. 나 다 끝났어. 왜?
정인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는 환유.
환유: 지금 눈감으면 내일 아침에 다시 눈 뜰 수 있을까?
정인 안타깝게 환유를 안는다.
환유: 내가 떠날 시간을 내가 결정할 수 으면 좋겠어.
가만히 서로를 느끼는 두 사람.
정인: 안아줘. 더 꼬옥. 가지마. 가면 안 돼, 환유씨. 안 보낼 꺼야. 언제까지나 같이 있을 거야.
서로를 힘겹게 안는 두 사람.
씬 81. 경강 역 앞.
병일의 차가 들어선다.
내리려는 정인의 손을 잡는 환유.
환유: 첫 강의 잘 해.
차에서 내리는 정인.
정인: 알았어. (병일에게) 번번이 미안해서 어떡해요?
자동차 건너편에 서있는 병일, 정인에게.
병일: 그럼 말씀 마세요.
정인: 약 5시간마다인거 잊지 마세요. 부탁드립(환유에게) 갔다 올게.
역 들어가다가 돌아보는 정인.
정인을 향해 웃어주는 환유.
씬 82. 기차 안.
차창에 기댄 채의 표정 잃은 정인.
역에 들어서는 기차.
안내방송: 이번 역은 00역입니다
서행하다가 멈추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보고 있는 정인.
안내방송: 내리실 분은 빠진 물건 안녕히 가십시오.
기차에서 내려 지나는 사람들 저쪽으로 공중전화 박스가 하나 보인다.
안내방송: 당역 정차 시간은 1분입
물끄러미 보던 정인, 갑자기 짐을 들고 일어난다.
씬 83. 간이역.
막 출발하기 시작하는 기차에서 내린 정인.
떠나는 기차를 뒤로하고 철길을 건너 전화를 건다.
안내방송: 열차 출발하겠
씬 84. 관사.
벨이 울린다.
작동되는 자동 응답 테이프.
정인, 환유E: 이정인과 조환유의 집입메모 남겨주세요.
씬 85. 간이역.
공중전화 수화기를 들고 있는 정인.
정인: 나야, 환유씨. 오랫동안 당신한테 못했던 말이 생각났어. 사랑해.
씬 86. 학교 교정.
교정을 힘 걷고 있는 정인.
씬 87. 관사 안방.
환유가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다.
씬 88. 학교 강의실.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정인: 여러분은 이 시간을 통해서 시의 본질과 구조, 시의 이미지, 시의 은유와 아이러니 등에 대해서 공부하게 될 거요. 하지만 제 바람은 여러분 모두가 시를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입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처럼 (잠깐 사이) 항상 시를 가까이 이면 강의 시간이 보다 즐거울 거요. 그럼 다음 시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시 한편을 발표하고 그 느낌에 대해서 얘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때요? 첫 강의라 조금 서툴렀을 거요. 한 학기 동안 잘해봅시다.
씬 89. 수목원 한 곳.
병일, 환유의 휠체어를 밀고 들어선다.
환유와 병일.
환유: 저, 부탁이 있어요.
병일: 말해 봐요, 뭐든지.
환유: 저 나중에 화장해서 제 잣나무 옆에다 좀 뿌려주세요. 우리 정인이 공부하는 것 빼놓고는 철부지 애하고 다를 바 없어요.
병일
환유: 제 무덤이 있으면 아마 평생 혼자 쩔쩔대며 살 거요.
씬 90. 경강역.
플랫폼에서 정인이 사람들에 섞여 내려온다.
개찰을 하고 나오던 정인, 문득 걸음을 멈춘다.
병일E: 정인씨!
휠체어에 앉은 환유, 미소 지으며 가슴에 안고 있던 반으로 접은 종이를 펼쳐들면 '이정인 교수님! 첫 강의를 축하합니다!'
천천히 환유에게 다가가는 정인.
환유: 축하해.
환유의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정인: 이, 바보야
환유: 내가 왜 바보야
씬 91. 관사 거실.
침대위에 잠들어있는 두 사람.
정인, 살며시 눈 뜨고 일어나 환유의 상태를 살핀다.
씬 92. 관사 마당.
창가 베란다에 걸린 화분들이 바람이 여리게 흔들리고
씬 93. 관사 거실.
여왕의자에 앉은 환유.
환유: 정인아.
공부하고 있던 정인, 고개 들며.
정인: 응?
의자에 앉아있는 환유 너머로 정인이 보인다.
환유: 그 편지 좀 읽어줄래?
정인: 무슨 편지?
환유: 즐거운 편지
정인이 환유 곁에 앉아 시를 읽는다.
정인: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 괴로움 속을 헤맬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는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정인의 손을 꼭 잡는 환유.
정인, 환유를 한번 바라본다.
정인 계속 시를 읽는다.
정인: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눈감은 환유의 얼굴 위로 눈물이 흐른다.
정인E: 한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환유를 보는 정인의 표정.
정인 너머 환유.
정인E: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눈물 흘리는 정인.
정인의 손을 잡고 있던 환유의 손이 힘 풀려 떨어진다.
눈물 흘리는 시를 읽는 정인.
정인: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씬 94. 인서트.
텅 빈 물가.
정인E: 뿐이다.
물가에 서있는 두 사람.
정인E: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고
텅 빈 수목원 숲길.
정인E: 또 눈이 그치고 할 것을 믿는다.
수목원 숲길에 있는 두 사람.
어둠이 내린 기차역.
기차역에서 서로 부 치는 두 사람.
텅 빈 가로수길.
자전거를 올라탄 정인의 즐거운 표정.
자전거를 타는 환유의 즐거운 표정.
씬 95. 수목원 초원.
환유의 장례식.
정인의 허망한 표정, 유골을 초원위에 뿌린다.
페이드아웃.
씬 96. 관사 거실/주방.
침대 위에 앉아있는 정인, 멍하니 앉아
어지러운 집안.
물이 끓는다.
식탁 의자에 쪼그리고 올라 앉아있는 정인.
두 개의 잔에 커피를 따르다가 멈칫하는 정인.
일그러지는 정인의 표정.
씬 97. 거실.
정인 손으로 문을 열고 약초 병을 집어 바라본다.
정인E: 사랑이란 언제나
유서를 쓰는 정인의 손.
정인E: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는 전까지는 그 깊이를 알지 못하는 거라고 했다.
정인, 독약 병을 앞에 놓고 유서를 쓰고
정인E: 지금 나는 내 사랑, 그 깊은 뿌리를 보고
환유 수첩 속에 밝게 웃고 있는 정인의 사진 들어
수첩을 접어 상자에 넣고 환유의 결혼반지를 끼워보는 정인.
정인E: 서로 낯모르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짧은 시간을 나눈 사랑의 깊이가 이토록 크고 감당하기 벅찬 것일
국기 게양대의 T셔츠를 반듯하게 접어 환유 옷가지와 함께 포개어 놓는 정인.
정인E: 줄은 미처 몰랐다. 이제 나는 그 사랑의 버거움을 혼자 감당할 길 없어 그를 찾아 떠나려.
여왕의자에 가만히 앉아보는 정인.
정인, 조용히 일어나 시계추 잡으면 거실 밖으로 비어있는 국기 게양대가 보인다.
씬 98. 관사 마당.
우체부가 와 대문간에 편지 한통을 꽂아놓고 간다.
디졸브.
씬 99. 다시 마당.
우편함에 꽂힌 편지, 그 위로 비가 내린다.
디졸브.
어둠에 쌓인 우체통.
디졸브.
햇빛 속의 우체통.
씬 100. 거실.
거실에서 본 현관.
요란하게 문을 흔드는 .
두드리는 .
병일: 정인씨!
씬 101. 현관 앞.
병일, 현관문을 흔들다 반응이 없자 집 뒤로 돌아간다.
병일: 정인씨!
씬 102. 관가 거실.
뒤뜰로 통하는 문을 부수 열고 들어오는 병일.
병일: 어디 있어요!
전화코드를 꽂는 병일.
커피 잔.
멈춘 괘종시계.
화장실로 달려 들어가는 병일.
병일: 이런! 이봐요. 눈 좀 떠봐요, 정인씨! 정인씨!
씬 103. 거실.
병일과 명호.
병일: 며칠 채 먹지도 않고 나 봐요.
명호: 같이 올라갑시다, 정인씨.
허탈한 정인과 명호 처.
명호 처: 그러는 게 좋겠어요.
씬 104. 관사 마당.
명호와 명호 처, 정인을 데리고 나와 정인을 태운다.
명호: 없는 동안 가끔 좀 들여다 봐 주세요.
병일: 염려 말아요.
명호 처: 그럼 안녕히 계세요.
병일: . 여기 걱정말구 잘 좀 돌봐주세요.
차 떠난다.
명호 처 우편함 쪽을 보더니 뭔가를 발견하고.
명호 처: 명호씨 잠깐만. 편지가 와있네.
명호 처 편지를 꺼내 차에 다시 탄다.
씬 105. 국도/달리는 명호 차 안.
명호 처, 편지를 정인에게 준다.
명호 처: 정인씨한테 온 거요. 읽어봐요. 명호씨, 어디로 가야 빨라, 응?
운전하고 있는 명호.
명호: 어, 이 길이 지름길이야.
씬 106. 달리는 차 안.
편지를 읽다 놀라는 정인.
환유E: 정인이, 나야. 수 불러왔던 이름이지만 새삼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 사롭게 부를 수가 없어 당신한테 처음 쓰는 편지가, 이런 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
정인이 읽고 있는 편지.
환유E: 당신이 이 편지를 받아보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정인, 편지를 읽다가 울음이 새어나온다.
환유E: 좋을까 내가 지금 당신한테 하려는 말들을 당신 옆에서 얘기할 수만 있다면
명호 처 정인을 본다.
명호 처: 왜 그래요, 정인씨? 응? 왜 그래?
명호 처 편지를 뺏어 읽어본다.
명호 처: 명호씨, 명호씨! 환유씨가 편질 보냈어! 명호씨 차 좀 세워봐.
씬 107. 도로.
명호 차가 도로변에 멈춰 선다.
뒤돌아보는 명호, 정인을 바라본다.
명호: 무슨 일이죠?
정인: 돌아가야겠어요.
명호 처: 네?
정인: 가야해요. 편지가 또 올 거요. 명호씨! 차 좀 돌려줘요.
씬 108. 관사 거실.
정인이 거실을 서성이며 다시 편지를 읽고
환유E: 지금 내심정은 바람 한 점 없는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 당신을 내던지고 떠나온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어 변명 같지만,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건너야 할 자신만의 사막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닐까? 난 당신이 당신 자신의 사막을 사랑하길 바라.
정인, 읽고 나더니 정인의 숙인 어깨가 조금씩 들먹이기 시작.
환유E: 어쩌면 당신은 그 사막을 건너는 법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변명 같지만
씬 109. 우체국.
우체국 창구로 다가가는 정인.
우체국 문을 나서 멈칫 거리는 정인.
씬 110. 수목원 약초밭.
정인의 뒷모습.
병일 다가오며 말.
병일: 그런데, 그게 정말 환유씨가 보낸 편지 맞아요?
정인: 네, 틀림없는 그이 편지요. 우체국에도 가봤는데 거기서도 모르겠네요. 혹시
병일: 아뇨, 저 아닙저도 궁금한 건 마찬가지요.
씬 111. 관사 거실.
마당 입구에 보이는 노란 우편함.
열린 창가에 서서 그것을 보고 있는 정인.
정인, 등의자에 앉는다.
약초병과 유서.
씬 112. 관사 마당.
우편함에 우체부가 와서 편지를 꽂아놓고 간다.
거실에 있던 정인이 달려 나와 편지를 뽑는다.
마당에서 편지를 읽는 정인의 모습.
환유E: 안녕, 또 나야. 오늘은 당신에게 부탁 좀 할 게 내 책상에 보면 명호에게 전해줄 원고가 있는데. 그것 좀 출판사에 전해줘 마무리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러고.
씬 113. 인서트.
거실 에 앉아 편지 쓰는 환유.
정인을 물을 주고
환유E: 그리고 서울 간김에 바람 좀 쐬고. 집에 틀어박혀 꼼짝 않 할 당신 모습이 선하다.
씬 114. 거실.
원고를 찾는 정인.
서랍을 하나씩 열어본다.
원고를 꺼내다 뭔가가 바닥에 떨어진다.
집어 드는 정인의 손.
동전을 들여다보는 정인.
동전을 뒤집어보면 앞면만
정인의 얼굴에 작은 미소 번지면서 뺨을 타고 눈물 흐른다.
정인E: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씬 115. 초원.
정인, 여전히 푸른 환유 소나무 앞에 다가선다. 그리고 환유의 소나무를 끌어안 안는다.
정인E: 당신이 왜 나한테 편지를 보내는지.
정인의 표정.
정인E: 이제 누가 대신 보내주는 건 중요하지 않아 언젠가 끝나게 되 나, 당신 편지 기다릴게.
씬 116. 관사 화장실.
세면대 위로 떨어지는 독약 병의 내용물.
불에 타는 유서.
씬 117. 관사 거실.
벽의 괘종시계, 다시 움직이
씬 118. 관사 마당.
우편함이 보이고.
정인, 마당에 앉아 편지 기다린다.
오토바이
일어나 대문으로 달려가는 정인.
우체부가 편지를 전해준다.
우체부: 편지 왔
정인: 고맙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정인.
환유E: 그리운 당신 오늘은 온종일 혼자서 이렇게 불렀다. 요즘 내 마음은 온통 당신 생각뿐이야. 자려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아침에 눈을 떴을 때도, 창밖에 흔들이는 나뭇잎을 도, 난 당신을 생각해. 모든 게 엉망이지? 혼자 밥 먹는 거 싫어 아이구, 밥은 잘 챙겨먹고 있는 건지, 아침에 못 일어나 지각은 안 하는지 그래도 어떡하니? 참고 견뎌야지.
정인: 바보 난 잘 있어.
씬 119. 관사 거실.
밥을 푸다 임신 사실을 알고 기쁜 정인.
씬 120. 거리.
활기차게 걷고 있는 정인 얼굴.
걷고 있는 밝은 표정의 얼굴.
길가의 레코드점 앞에서 멈춘다.
'스탠바이 미'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밝게 걷는 정인.
아기 용품점 앞에서 물건을 바라보는 정인.
씬 121. 관사 거실.
정인이 창문을 활짝 연다.
불 위의 주전자.
정인, 집안을 청소.
씬 122. 대학 교정.
정인과 황 교수 교정을 걷는다.
교수: 밝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는구먼. 잘 생각했어. 딴 걱정 말고 건강이나 신경 쓰라구. 응? 그리고 강의는 언제고 시작할 수 있도록 해 볼 테니까.
정인: 고맙 교수님.
교수: 그래.
씬 123. 관사 마당.
정인, 관문을 잠그고 돌아서다 문득 보면 병일이 서
정인: 오셨어요?
병일: 네. 어디 가세요?
정인: 네. 명호씨 출판사요. 환유씨 원고 갖다 주어요.
병일이 사과를 준다.
정인: 이게 뭐요?
병일: 지금 막 딴 거요. 환유씨 닮은 놈이라면 좋아할 겁
병일 너머 정인.
병일: 잡숴보세요.
정인: 감사합
씬 124. 경강역.
역장이 개찰을 하고
정인, 걸어와 표를 사들고 개찰구를 나서다 문득 멈춰 선다.
개찰구 앞에 놓여있는 꽃화분들.
정인, 그걸 본다.
마치 환유를 본 듯 놀라고 반갑다.
역장E: 오랜만에 나가십
정인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역장.
정인: 네, 안녕하셨어요?
역장: 우리 역엔 이렇게 화분이 있는 게 어울리죠.
정인: .
정인, 화분 하나 들고 플랫폼으로 가다가 문득 멈춰서더니 돌아보며.
정인: 저, 혹시
씬 125. 역무원실.
역장, 정인에게 소포 하나를 내민다.
역장: 죄송하게 됐 남편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이게 마지막 편집
씬 126. 관사 거실.
정인, 탁자위에서 소포 꺼내보면 비디오테이프를 들어
테이프를 비디오 테크에 넣고 정인, 등의자에 앉아 리모컨으로 높인다.
비디오 화면.
장난감 깡통을 꺼내다 놀라는 환유의 옛 모습.
정인, 입가에 작은 미소.
찌지직거리는 화면 환유가 나온다.
놀라는 정인.
환유E: 으음 나야 어, 참! 되게 쑥스럽네.
티브이 모니터 속의 환유.
환유: 나 괜찮아 보여? 요즘 거울보기가 좀 그래 거울을 보면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는 게 힘들어.
정인의 표정.
환유E: 지금 당신 학교간 사이에 나 혼자 있고
환유, 카메라를 보며 얘기.
환유: 방금 병일 아저씨가 데려다 주고 갔고, 약도 먹었고 나중에 내 편지를 받게 된다면 많이 놀라겠지? 요즘에는 팔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편지쓰기가 좀 그랬는데.
티브이 모니터 속의 환유.
환유: 이렇게 좋은 방법이 있다는 걸 몰랐네.
정인의 표정.
환유E: 내가 편지를 보내야겠다고 맘먹은 건
모니터 속의 환유.
환유: 나 도 씩씩한 이 정인을 보고 싶어서야. 그렇다고 너무 빨리 잊진 말구.
이때 전화벨 울린다.
환유, 고개를 돌린다.
작동되는 자동 응답 테이프.
전화: 이정인과 조환유의 집입메모 남겨주세요.
삐- .
정인의 목듣고 있는 환유.
환유, 녹화중이라는 것을 있는 듯 긴 침묵 끝에 오래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린다.
정인E: 나야. 오랫동안 당신한테 못했던 말이 생각났어. 사랑해.
비디오 화면을 보는 정인, 눈물이 글썽이고 모니터 속의 환유.
환유: 왜 나지? 왜 우리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죽기 싫어! 정인아, 나 무서워!
오열하는 환유.
환유: 난 도 내가 멋있다거나 잘 생겨다 거나 훌륭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하지만 당신과 만난 다음부터 당신과의 사랑을 최고로 만들고 싶었어. 그리고 당신을 최고로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무지무지 사랑하고 싶었어.
정인, 애써 눈물을 참지만 눈물을 흘러내리고.
환유E: 정인아, 우리 마음속에
모니터 속의 환유.
환유: 우리의 기억이 남아있는 동안까지는 이별하지 않는 거라 생각하자 그리고 나중에 (다시 목메어) 나중에 이 다음에 이다음에 시간이 많이 흐른 담에 다시 만나자. 꼭 다시 만나자.
환유의 긴 침묵,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정인 바라보며.
환유: 이정인, 나도 사랑해
정인 눈물을 흘리며 보다가 TV 앞에 다가간다.
모니터를 안고 우는 정인.
화이트 인.
씬 127. 수목원 초원/현재.
화이트 아웃.
정인, 하늘을 올려다보며 서있다가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고개를 내려 앞을 본다.
정인E: 언젠가, 남편이 그랬다. 사람은 누구나
정인, 잣나무 아래 가져온 노란 꽃다발을 내려놓고 나무를 부드럽게 만져 보며 안는다.
정인E: 스스로 건너야한 자신의 사막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사막을 건너는 길에 난 짧은 오아시스를 지나 환유가 정인을 안고 미소를 띠며 바라본다.
정인E: 나는 이제 그 사막을 건너는 법을 안다. 한때 절망으로 울며 건너던 그 사막을 나무를 안고 미소 짓고 있는 정인.
정인E: 나는 이제 사랑으로 건너려 . 어린 새의 깃털보다 더 보드랍고, 더 강한 사랑으로
영훈: ( 엄마!
정인은 아들의 목 돌아본다.
영훈이 병일과 함께 초원을 달려오고
병일은 오다가 서있고, 영훈 혼자 달려온다.
정인, 미소를 지으며 달려온 영훈을 안 포옹.
정인: 어이구, 왔어? 자, 악수해봐. 안녕하세요. 뽀뽀
나무 주위를 뛰어 다니는 영훈을 쫓아가는 정인.
바라보는 병일,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
정인은 영훈을 안아 잣나무 앞에 앉힌다.
정인: 이리 와봐. 안 아파? 모자 거꾸로 쓰고 이게 무슨 나무야?
영훈: 소나무.
정인: 잣나무.
영훈: 장나무.
정인: 나무 크지?
영훈: 우와, 되게 커.
정인: 되게 커? 몇 살일 것 같아?
영훈: 음 마흔 열 살!
정인: 마흔 열 살이 어딨어.
끝
편지(letter)
주요 인물
조환유(30): 박신양
이정인(27): 최진실
병일(40대): 최용민
명호(30): 송광수
명호처(28): 남상미
황 교수(40대 후반) 박종철
역무원(40대): 이 상우
정인모(50대): 이인옥
영훈(6): 이준섭
정인(21): 태유림
정인(20대): 안영준
승무원(30대): 김영대
택시기사(40대): 한 춘일
간호사: 상은정
레지던트: 차효주
씬 1. 프롤로그.
어두운 배경에 저인의 들린다.
정인E: 나 이제 무사히 사막을 건너온 걸까?
1초원에 들어서는 정인.
정인E: 언젠가, 남편이 그랬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건너야할 자신의 사막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어두워지고 정인의 계속 이어진다.
정인E: 남편을 만나러.
정인이 환유의 소나무 앞에 서
정인E: 갈 때면 언제나 내 자신에게 되묻곤 . 난 지금 사막 어디쯤 서있는 걸까.
화면 다시 어두워지고.
정인E: 이제 무사히 사막을 건너온 걸까.
씬 2. 꽃집 앞거리.
꽃집 앞에 사람들이 오고가고 정인이 꽃을 사들고 나온다.
한 아름 장미꽃을 사들고 자동차 뒷좌석의 영훈에게 다가가는 정인.
영훈: 으와! 쁘다!
정인, 숄더백과 함께 꽃을 앞좌석에 두고.
정인: 뻐? 엄만 니가 더 이뻐. 영훈아, 너 쉬야 안 해도 되겠어? 뽀뽀!
씬 3. 거리를 달리는 차안.
복잡한 시내를 달리는 승용차의 시점 숏.
영훈: 하양꽃 노랑꽃
영훈, 앞을 보며 노래하는 천진한 모습.
영훈: 하양 나비 있어요. 우리 집 하단에 쁜 꽃들 있어요
정인: 우리 영훈이, 노래 너무 잘하네? 아빠가 들으면 너무너무 좋아하겠다.
씬 4. 강변 국도/달리는 차안.
차의 시점 숏.
뒷좌석에 영훈이 잠들어
영훈을 뒤돌아보고 빙그레 웃다가 카 스테레오를 켜는 정인.
씬 5. 양수리 강변길/타이틀 백.
달리는 차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강변길.
차를 운전하는 정인의 추억에 잠긴 듯 한 표정.
씬 6. 수목원 입구/타이틀 백.
앞 차창너머 운전하는 정인의 모습.
울창한 숲길로 들어가는 차의 시점 숏.
수목원 길을 달려오는 정인의 차 정면.
정인 어깨너머 늘어선 나무 사이로 난 길의 시점 숏.
운전하는 정인의 추억어린 표정.
화이트 인
씬 7. 메인타이틀.
"편지"
씬 8. 수목원 사무실 앞.
병일, 개를 데리고 부지런히 건물 들어선다.
씬 9. 사무실 안.
병일 목 돌아보며 일어서는 정인.
병인E: 어이구 이게 누구십니까?
정인에게로 다가오는 병일, 영훈과 여직원이 놀고
정인: 안녕하셨어요?
병일: 언제 왔어요?
정인: 방금 왔어요.
병일: 어디 보자. 우리 장군 얼마나 컷나!
정인: 영훈아, 아저씨한테 인사 드려야지.
아이: 안녕하세요!
병일: 많이 컸구나.
여직원: 우리 나가서 놀자.
병일: 녀석, 갈수록 즈이 아빠네. 엉?
아이는 여직원과 함께 털북숭이 개를 데리고 나간다.
정인: 멀리 가지 마.
영훈: 네.
병일: 앉으세요.
정인: .
병일: 그렇잖어두 어제 문득 생각이 나길래 그 친구한테 다녀왔어요.
병일 너머 정인.
정인: 네, 그러셨어요? 한산하네요.
창문 너머 밖의 한가한 전경.
병일E: 주말엔 붐벼요.
정인 너머 병일.
병일: 이젠 제법 입소문이 퍼져놔서 옛날이 좋았죠.
웃는 정인.
정인 너머 병일.
병일: 지난번 왔을 때보다 좋아 보이네요.
병일 너머 정인.
정인: 그래요?
일어서는 정인 너머 병일.
병일: 가보시게요?
정인: 네.
씬 10. 수목원 숲길.
울창한 수목의 나뭇잎들이 물방울처럼 찰랑이며 햇살을 반사시킨다.
정인이 뒷모습을 보이며 수목들을 올려다보며 걷다가 문득 뒤돌아본다.
화이트 인 아웃.
씬 11. 경강역/과거.
작은 기차역의 개찰구.
50대 중반의 역장이 개찰구에 서서 검표하고
뒤늦게 달려온 정인, 역장에서 목례하고
작은 꽃 화분들 중 하나를 들고 간다.
기차가 멈추는 .
정인, 기차 쪽을 보더니 얼른 달려간다.
플랫포홈, 정인이 기차를 향해 달려가고 그 맞은편으로 환유가 달려온다.
환유와 부딪히는 정인.
정인: 죄송합
환유: 아, 괜찮아요.
기차를 향해 달려가는 정인, 승강구에 얼른 올라탄다.
이때, 기차는 서서히 출발하고 그런 정인을 바라보는 환유, 문득 바닥에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바닥에 떨어진 손지갑과 열차표.
손지갑과 열차표를 주워들어 보고 기차 가는 쪽으로 다가서는 환유.
멀어지는 기차를 보다가 얼른 개찰구로 뛰는 환유.
역장에게 표를 건네며 개찰구를 빠져나가는 환유.
환유: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씬 12. 달리는 기차 안.
정인이 창가에 자리를 잡고 화분을 놓고 앉아 한숨을 돌리다.
뒤를 보는 데, 정인, 문득 표를 찾지만
씬 13. 국도/달리는 택시 안.
총알택시를 타고 가는 환유.
환유: 아저씨, 따라 잡을 수 있는 거요?
기사: 걱정 마쇼. 운전경력 30년이야.
씬 14. 달리는 기차 안.
표를 찾는 정인, 점점 가까워지는 승무원.
씬 15. 철로/인접국도/달리는 택시 안.
환유가 탄 택시가 저 앞에 가는 기차를 발견.
환유: 아저씨!
옆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정면을 향해 치는 환유.
환유: 아저씨! 빵빵.
기사: 오케이!
환유: 기차요, 기차! 잡았어요! 더 빨리,빨리
기차의 옆모습.
정인의 모습을 발견한 듯 기차를 향해 지갑과 열차표를 보이고 흔들며 쳐 불러보는 환유.
환유: 아저씨, 천천히 천천히! 어이, 여기요! 여기요!
택시 시점으로 기차안의 정인과 다가서는 승무원의 모습이 보인다.
환유E: 나 좀 봐요!
씬 16. 달리는 기차 안.
창가에 앉아 여전히 가방을 뒤지는 정인.
바로 옆 국도에서 택시안의 환유가 이쪽을 보며 치는 게 보이지 않는 듯, 환유의 택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승무원을 올려다보며 어쩔 줄 모르는 정인.
이때 승무원의 허리가 들어서며.
승무원: 표 없어요?
정인: 아니
정인과 승무원.
정인: 없는 게 아니라 아저씨 저기요!
정인, 환유를 발견하고 창밖을 가리킨다.
승무원: 아이 참
환유가 택시에서 얼굴을 내밀고 웃은 채 손지갑과 열차표를 들고 흔든다.
환유: 여기요! 이거, 워!
씬 17. 국도.
기차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정인과 승무원의 모습.
씬 18. 카페.
카페 앞 공중전화에서 전화 걸고 있는 정인.
정인: 죄송해요, 교수님. 네 지갑은 찾았어요. 다음 기차로 바로 갈 거요. , 이따 뵙겠
전화 끊고 카페를 향해 걸어가는 정인.
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정인.
으로 다가오는 정인을 일어서서 맞이하는 환유.
환유: 안 혼났어요?
정인: 네.
환유: 커피가 식은 것 같은데 다시 시킬까요?
정인: 어으, 아니요.
정인, 자리에 앉으며.
정인: 더운데요. 뭐.
쑥스러워하는 환유의 표정.
환유 너머 정인.
정인: 암튼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지갑 잃어버리고 다시 찾은 건
정인 너머 환유.
정인E: 이번이 첨이거든요.
환유: 이 꽃, 역에서 가져오시는 거죠?
정인, 반가운 얼굴로.
정인: 어머, 아시네요? 어떤 사람이 나눠주고 있는 건지 정말 궁금해요. 이 화분을 받기 시작 한주의 시작이 즐거워졌거든요.
환유 얼굴.
환유: 그래요?
환유 바라보고 있는 정인.
정인: 근데 음료수 한잔 갖고 보답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환유 빙그레 웃으며.
환유: 아, 안 돼죠.
정인, 웃으며 쳐다보며.
정인: 어머, 그럼 어떡해요?
정인 바라보고 환유.
환유: 수목원에 한번 놀러 오세요.
환유 바라보는 정인.
정인: 수목원이요?
환유 얼굴.
환유: 네.
씬 19. 국문과 사무실.
혼자 남은 정인, 책상 위에 놓인 화분을 기분 좋게 바라보다가 옆 에 옮겨놓는다.
그대 들어와 정인 앞에 리포트를 내미는 여학생.
여학생: 언니!
정인: 어, 수영이 왔니?
여학생: 늦어서 죄송해요, 리포트.
정인: 그래, 다음엔 좀 빨리 내라.
여학생: 꼭 제때 낼게요. 근데, 언니 오늘 되게 좋은 일 있나 봐요?
정인: 그래 보이니?
여학생: 네.
씬 20. 수목원 잣나무길.
정인과 환유가 길 저쪽에서 걸어오고
환유: 여기는 잣나무숲이구요, 그 다음이 전나무 숲이요. 저기, 저기 보이는 게 이기다 소나무요.
정인: 네.
환유: 혹시 소나무하고 전나무하고 어떻게 다른 줄 아세요?
정인: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