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처럼 잘 지내던 날이 지나면서
승 대표와 정ㅅㅁ, 나ㅎㅈ 그리고 나까지 넷이서
산이든 어디든 가는 날이면
승 대표가 항상 다쳐서 응급실이든
병원을 가는 날이 많아졌다.
두어 번은 응급실 간이침대에 누워있다가
도망 나오는 일도 있었고
어떤 날은 진료를 받기도 했었지만 그런 가운데
치료비를 내지 않았던 날도 있었다.
승 대표가 도망 나오면 잡겠다고 다 따라나오느라
진료비를 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부 수유리와 뚝방으로 이어져 있던 쌍문동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유리에 있는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며 나에게 말을 전해주었다.
병원비를 내라는 전화였다.
그런데 그 병원은 전혀 가보지 않았던
병원이었다. 나중에 나ㅎㅈ이 다치면서 갔었던 병원인지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내가 치료받으러
간 병원도 아니었다.
아무튼 그 전화를 받고 나에게 들려준 말과 표정은
마치 나에게 병원비를 내야 한다고 말하는 뉘앙스였다.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그런 의미로 비쳤다.
아니면 승 대표가 저질렀으니 정ㅅㅁ가 아닌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로 되었든 그 일은 이해할 수
없었던 일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 일이 그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내가 책임지고
병원비를 내는 것으로 서류가 작성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최근 몇 년 전까지 있었던 일들을 생각한다면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승 대표가 우리라이스를 할 때 기부하던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나에게 떠넘기면서 강제로 기부하도록 해놓고
돈을 뜯었다고도 할 수 있다.
불우이웃을 돕는 일이니 계속해서 해야 한다는 당위성까지
붙여서 강제가 아닌 의무로 만들었던 것이다.
문득 열린 의사회가 떠오른다. 오지 마을이나 가난해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진료를 한다는.
그런데
무료로 진료해 주면서 누구에게 그 비용을 청구하고 있었을까.
기부금에서 하는 것일 텐데 그 기부금의 일부를 강제로
나에게서 뜯는 것은 없었을까?
내 친정아빠가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돈 달라고 또는
내 식구와 같은 무언가를 달라며 병원에서 진 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없을 때는 병실을 난장판으로 만들면서
아빠를 괴롭히고 어떤 젊은 남자는 뒤에서 밀치기도 했다.
그런 일들을 이유도 모른 체 전부 내 식구가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예를 든다면
친척 장례식장에서 식사를 하는 중에 누군가가 인사를 하며
들어오더니 친정아빠 옆, 내 앞에 앉아서 내가 먹는 것마다
따라 먹기를 계속하던 일이 있었다.
마지막 한 개를 내가 먹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젓가락을
내려놓던 남자였다.
아빠가 생각할 때는 나와 관련이 있나 했을 테고
난 나대로 아빠와 아는 사람인가 보다 했었다.
그러나 아빠도 나도 전혀 몰랐기에 어리둥절해 하다가
그 사람이 나가면서 잊어버린 일이다.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일이 나와 승 대표 간에 약속이나 동의가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 나와 승 대표가 연락이 되지 않으면서
다른 누군가와 계약을 하고 내가 동의한 것처럼 누군가가
나를 엮어 넣은 일이었다.
빨리 오라는 전화가 와서 수유리로 갔던 날 전철에서 내 폰이 먹통 되면서
연락이 되지 않자 오해로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분명 내가 간다고 하고서 사무실까지 갔었음에도 불은 꺼져 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그 시점이었다.
내가 우리라이스와
관계를 끊고 김ㅊ민과 일을 하리고 했다고 믿으면서
벌어진 일이었으니 일종의 앙갚음 같은 일이었고 그래서
정ㅅㅁ와 ㄴㅎㅈ이 나에게서 승 대표를 떼어놓기도 했었다.
나로 인해 승 대표가 힘들어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나와 있으면 승 대표가 망가진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승 대표가 우리라이스를 하면서 했던 계약을 나에게
떠넘기면서 모든 책임을 내가 지는 것처럼 된 일이었다.
달리 설명할 방법도 그 외에 어떤 증거도 만들 수 없는 일이다.
나에게 청구되었던 비용들은 전부 내가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었다.
다시 말해 나와 내 식구는 그 일을 명분 삼는 자들에게 떠밀려
그들의 말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