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세상 속으로’]새끼 젖 떼자마자 강제로 발정시켜… 1년에 3번까지 임신
입력 : 2013-03-01 21:23:07
ㆍ‘꿀꿀이’가 말하는 공장식 축산
나는 한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3년째 살고 있는 어미돼지 ‘꿀꿀이’입니다. 새끼를 낳기 위해 사육되는 어미돼지들은 평생 폭 60㎝, 길이 210㎝의 스톨(금속제 틀)에서 삽니다. 몸을 일으켜 세울 수는 있지만 걷거나 방향을 돌리진 못하죠. 평생 벽만 보면서 살려다보니 스트레스도 심할 수밖에요. 옆에 누워있는 친구들은 무의미한 반복 행동을 하면서 무기력증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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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임신기간은 114일이고 젖을 먹이는 기간은 20일 정도인데, 18일이 지나면 강제로 발정을 시킨답니다. 그래서 보통 저와 친구들은 매년 2~3번 임신을 했고, 10마리 정도씩 새끼를 낳았어요. 제가 3년 동안 낳은 새끼만 벌써 60~70마리 정도 됩니다. 아직도 처음 새끼를 낳았던 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 낳은 예쁜 새끼들을 지켜보려 하는데 사육사가 많이 약해보이는 새끼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군요. 그리고는 저와 다른 새끼들이 보는 앞에서 그 아이를 마구 때려서 죽이고는 들고가버렸어요. 안락사를 시키려면 수의사도 부르고, 약물 사느라 돈이 들어가니까 그렇게 한다는 거예요. 제가 나이가 들고 몸에 이상이 생기면서 약한 새끼들은 더 많이 나왔고, 그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운명을 겪었습니다.
아실는지 모르겠어요. 저희를 기르는 분들 중에도 꼭 저희의 생명이 소중하다거나 불쌍하다고 느껴서가 아니라위생적으로 꺼림칙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느날 동물보호단체 활동가와 함께 막사에 들어온 사육사 아저씨 한 분이 그러더군요. “나는 목살은 가능하면 안 먹어. 목에다 항생제 주사를 하도 많이 놔서 더 주사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거든. 인체에는 해가 없다고들 하는데 그래도 목살만은 먹기가 싫더라고.”
저희는 도축장에서 평생 처음으로 샤워를 합니다. 샤워를 마치면 사람들이 저희 몸을 날카로운 쇠붙이로 찔러 피를 빼내게 되는데 이때 저희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전기충격을 준답니다. 하지만 일부는 충격이 약해 의식이 멀쩡히 유지된 상태로 칼에 찔리고, 피가 서서히 빠져나가는 경험을 하게 되지요. 끔찍한 일이지만 저 ‘꿀꿀이’에게도 곧 닥쳐올 일입니다.
저희 못지않게 고통당하고 있는 것이 닭들이에요. 알을 낳기 위한 목적으로 길러지는 암탉들은 A4용지 반장 크기 우리에서 평생을 보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암탉들의 소원은 ‘한번이라도 땅을 걷고 싶다’는 것이더군요. 제 소원은 한번만이라도 땅에 코를 묻고 열심히 파헤쳐보는 건데 말이에요. 닭 사육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도 저희가 겪는 일만큼 무서운 일들이 많아요. 저희들의 꼬리와 이빨을 자르는 것처럼 비좁은 곳에 갇혀 살면서 겪는 스트레스로 인해 다른 닭들을 쪼지 못하도록 부리 끝을 잘라버리기도 한답니다. 부리가 잘못 잘린 닭들은 평생 염증을 앓거나 부정교합으로 먹이도 제대로 못 먹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참혹한 일은 강제 털갈이를 위해 열흘 정도 사료도, 물도 주지 않고 컴컴한 막사에 가둬두는 것이에요. 암탉들이 생후 65주가 되면 알을 낳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털갈이를 시켜 다시 산란율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갈증과 굶주림, 공포 속에서 열흘을 지나다보면 견디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부지기수지요.
저 꿀꿀이가 스톨에서 평생 갇혀 사는 삶과 소규모 농가에서 코로 흙을 파며 본성을 존중받는 삶을 택할 수 있다면 어떤 걸 택할지 말 안 해도 아실 겁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살다 덜 고통스럽게 죽은 돼지나 닭의 고기가 식감은 물론 건강에도 더 좋다는 것도요. 저는 곧 평생 지내온 스톨을 떠나 도축될 운명이지만 앞으로 태어날 돼지와 닭들은 그런 운명을 겪지 않도록, 아니 그런 운명을 겪는 돼지와 닭이 조금이라도 줄도록 도와주세요.
(이 글은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카라’의 증언과 도움말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12123075&code=9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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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12123125&code=940701
공무원들 구제역 소리만 들어도 경기…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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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충격 금방 잊고 공장식 사육 되레 느는 것 보고 소송 결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12124385&code=940701
“광우병·구제역으로 동물생명권 인식 싹터…‘도구주의’적 발상 근절돼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12123435&code=940701
첫댓글 이 비슷한 동물 일인칭 나레이션 같은 것들을 볼 때면, 비슷한 거였어도 매번 볼 때마다 또 새롭고 그렇더라. 아마 그건 이렇게 읽을 때나 잠깐 공감하고, 돌아서고 나면 쉽게 잊어버리고 그래서인 것 같아. 머리로만 백 번 이해하면 뭐할까. 공감하지 못하고, 억지로 상상력을 끌어올려야만 살짝 그러다 말아버리니. 요즘 평화라는 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데, 그건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감수성이라는 말이 참 맞는 것 같아. 요즘 류은숙 선생이 쓴 '사람인 까닭에'라는 책을 보다가도 인권이니 연대니 하는 그 소중한 말들이, 타자의 처지를 공감할 수 있는, 약자의 아픔을 내가 그 당사자가 되어 상상할 수 있는, 그 감수성이 정말로
기본이 아니겠나 싶더라. 아참, 나는 요즘 새로운 곳에 들어와 일을 하면서, 여기에서 먹고자고 하면서 안 먹어야지 하던 걸 더러 먹을 때가 있다. 혼자 지내고, 혼자 백수놀이 할 때는 어려울 것 하나 없었는데, 이렇게 낯선 공간에 들어와 낯선 사람들하고 우르르 지낼 땐 그게 참 어렵네. 불국사에서 일할 땐 삼시세끼를 공양간에서 먹어서 일판에 나와 있는 거래도 어려울 게 없었는데. ^^;;
세상과 담 쌓고 지내는게 아니라면, 어울려가면서 해야지. 나도 가끔 밖에서 먹을 때 달걀 부스러기를 먹거나 고기 닿은 국물에 손대거나 그럴 때 있더라고. 원칙은 지키지만, 즐겁고 짐이 되지 않게!
그나저나 냉이의 돈벌이를 아주 아주 바랐던 우리 바끼통 떨거지들을 위해서 언제쯤 쏠겨? 시간 지나면 맛이 떨어지는 법인데...
나 이런 말에는 망설이지 않고 댓글 잘 달아요 - ㅁ - 언제언제 아우성 아우성!
고기를 엄청 좋아하진 않는데, 부서 옮기고 고기를 진짜 많이 먹게 됐어요. 남자들이 많은 곳에선 어떤지 모르겠는데 - 여자들이 많을 땐 안 먹거나 안 마시면 '너 혼자 날씬해지려고 안 먹는 거냐.', '저거 이뻐질라고 저런다' 소리를 엄청 들어요. ㅎㄷㄷㄷㄷ 상당한 스트레스입니다.
그럴 땐 이렇게 얘기하면 어떨까요? '저야 날씬해지고 이뻐져야 언니들 반이라도 쫓아가죠. ㅎㄷㄷㄷㄷ'
사람들 보고 싶은 건 아마 내가 더할 거야. 낯선 객지에 나와 이러구 지내는 걸. (아, 원하는 건 내가 아니라 쏘는 거겠구나, 암튼.) 이건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긴데, 여기에 와 어디에도 정을 못붙이다가 결국 정붙인 데가 어디냐면 도서관이야. 하루종일 실컷 노가다 하고 나서는, 꿀꿀한 숙소에 들어가느니, 도서관 불 끌 때까지 가 있다 들어가고 그래. 새벽에도 도서관에서 한 시간 정도 있다가 현장으로 나가고. 거참, 마흔 다되도록 도서관 근처는 가보지도 않던 애가 수험생 몇 년 하더니 이젠 젤 편하고, 익숙하고, 아늑한 데가 되어버리다니. 아무튼 뭐 그래. 이라크전 10주기 되는 320 전후 주말로 시간을 낼 수 있을까, 하고
회사 수첩을 뒤적여보기는 했는데, 일이 어떻게 될지는 하루이틀 전에나 알까, 어떻게 될지를 모르겠어서 말 꺼낼 처지가 못되네. 하루이틀 전에나 알 수 있으려나. 혹시 갑자기 짬이 나거나 그러면 번개하듯 그렇게나 볼 수 있지, 달력에 동그라미 쳐놓고 날짜 비워두고 하는, 그러기가 쉽지가 않네. ㅜㅜ
어쨌든 시간나면 꼭 시간내! 기다릴테니...
금요일 일마치고 올라가면 아홉 시에서 열 시. 그럼 너무 늦겠지.
내가 꽤 바쁘잖아! 그래서 나는 좋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