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관리자
지난 1월 십자가 종탑 네온사인 교체
헌금한 분의 뜻을 헤아려 연락했다.
우리 교회 건물 수리 담당한 분이
십자가 탑에 올라가 점검하고 갔다.
하루가 급한데 사다리 챙겨 오겠다는 사람이 함흥차사였다.
‘바람이 불어 따뜻하면 고친다’는 말을 뒤늦게 들었다.
더 기다릴 수 없어 동서가 추천한 업체에 사장을 불렀다.
나주 현장 일을 마치고 생각보다 빨리 오신 장로님이었다.
‘목사님, 저 십자가 제 첫 작품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나는 길에
철골 상태 보고 싶었는데 안 계셨어요.’
옥상으로 모셨다.
물탱크 위에 세운 종탑이라 녹슨 부분 페인트칠을 권했다.
‘목사님, 맨손으로 종탑 사다리 타고
올라 간 모습 보면 어질어질할 겁니다.
내려가 변압기 스위치 끄고 계시면 전화할게요.’
17미터 십자가 높이의 네온사인 상태를 점검하고 내려왔다.
‘목사님, 손이 닿지 않아 작업하기 어렵네요.
5톤 크레인 불러야 되겠어요.’
기본이 40만 원, 인건비, 재료비까지 만만치 않았다.
미룰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크레인이 골목 막고 장로님을 올려 교체 작업이 쉽게 끝났다.
철거한 레온은 중국산으로 간격이 컸다.
저녁 시간 십자가 불빛을 올려다봤다.
유난히 밝게 동네를 비췄다.
속이 다 후련하고 묶은 빚 갚은 심정이었다.
기회 되면 자연재해 위험의 예방 차원에서 철거하고 싶었다.
대신 건물 모서리에 작은 십자가 하나
세우면 만족할 것 같았다.
교회 건물 수도 누수도 오래되었다.
수도 요금 감당하기 버거워 낮에는 메인 수도관을 잠갔다.
불편을 감수하며 누수를 막았다.
전문가로 자처한 통장부터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
저마다 탐지기로 3층 건물을 오르내리며 탐사해도 허사였다.
옆 건물 오리 도매상 대형 실외기 소리 방해로 찾기 어렵다는 분,
또 수도관 주변 땅을 파야 한다며 무리한 공사비를 요구한 분.
책임 시공을 장담했지만 변심하여 약속을 어긴 분도 계셨다.
수도 계량기 통로가 좁고 배수로가 협소해 공사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래 차일피일 미루다 세월이 갔다.
12일간 저녁 기도회 마치고 권사님이 전화번호 두 개를 내밀었다.
수도 설비공사 업체였다.
전화 통화 후 위치를 알렸다.
‘탐사하고 바로 공사해야 지요.’
자신감을 보이며 바리바리 장비를 챙겨 왔다.
계량기 멈추게 할 조건으로 70만 원 요구했다.
‘지금부터 화장실, 세탁기, 부엌에서 물 쓰면 안 됩니다.’
조건을 내 걸고 1층 변기와 수도부터 옥상까지
샅샅이 뒤지며 진땀을 뺐다.
‘오수 배관 찾지 못하겠다’고 혼잣말을 하며 다녔다.
배관과 상관없는 장고와 뒤뜰도 탐지 막대를 짚었다.
성실하게 헤집고 다닌 자체에 신뢰가 쌓였다.
헐렁한 옷차림으로 안내한 날 보고 사찰 집사로 여겼다.
‘사장님! 건물 구조가 복잡하고 미로네요.’
그냥 웃음으로 넘겼다.
한참 동안 지켜보더니 ‘이 교회 목사님이시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였다.
가스 탐지기를 활용해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
1층 건물로 들어가는 땅속 배관에서
누수 음이 크게 들린 모양이다.
해머로 바닥을 깨고 긴 삽으로 땅을 팠다.
옹색한 곳이라 쉽지 않지만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였다.
노후 배관이 복잡하게 얽혀 정리 대상이었다.
에어컨 실외기 밑을 지난 배관을 점검하려면
인부 한 사람이 필요했다.
배가 출출한지 자장면 한 그릇 원했지만
귀한 일꾼이라 산들애 식당으로 모셨다.
점심시간이라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 많아도 청국장을 시켜 드렸다.
식사 후 어느 정도 공사가 진행되었다.
계량기가 멈추었다 거꾸로 돌아갔다.
‘이물질로 막힌 배관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
며칠 두고 보자’며 철수했다.
‘공사비 어떻게 하지요. 아직 안 끝났습니다.
확실하게 잡는 날 주세요.’
흙 묻은 도구를 물로 씻고 차에 올리며 재공사 날을 잡고 갔다.
교회 승합차 정기 검사 통보를 받았다.
자동차 종합 검사소를 찾았다.
티켓을 받아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신문 보는 동안 검사가 끝났다.
‘오일 팬 부위 누유’ 시정 권고를 내렸다.
수도관만 세는 것 아니라 꾸척스럽게 오일도 누유가 났다.
돈 떨어지고 쌀 떨어진 격이었다.
10년 지난 연식이라 노후되어 가는 현상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났다.
부품 교환 위해 이웃 카센터에 들렸다.
밸브 카버, 흡기 매니폴드, 인젝트 EGR 밸브,
파이프, 엔진 오일 견적을 냈다.
누수 공사비보다 많이 나왔다.
하지만 성도들 안전한 운행을 위해 맡겼다.
이틀에 동안 수고하여 고쳐 놓은 차 열쇠를 받았다.
‘목사님, 보닛 열고 수리하면서
쥐 두 마리가 죽어 깨끗하게 청소했네요.’
감사의 뜻을 담아 수리비를 드리고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가 부드러웠다.
걱정을 덜어 마음 편했다.
이런저런 일로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부활절 절기 헌금은 예전과 같이
선교사님 자녀 장학금으로 보낼 계획이다.
요즘 기도회 열기가 수요, 금요 예배로 이어졌다.
찬양하고 말씀 듣고, 안수기도 받은 자리다.
대부분 몸이 고장 난 분들이 참석한다.
어쩌면 베데스다 연못가에서 물이 동하기를 기다리며
먼저 들어가 나으려는 열정을 가졌다.
영성과 믿음 유지, 자신을 지키는 일은 말씀과 기도밖에 없다.
짧은 생애 때로는 네온이 꺼지고,
누수가 생기고, 오일 누유가 나는 일과 같다.
아프면 병원 가서 진단하고 치료받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다.
청춘도 봄꽃처럼 달아나 버리고 남은 건 질고뿐인 분들이다.
자녀들은 도울 생각보다 받아 내려는 판국이다.
영력이 몸을 붙들고 서길 주님께 구하여
헛된 삶의 누수 막아 귀하게 쓰임 받길 원한다.
2023. 4. 8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
첫댓글 아멘
미니 천사님!
천사 닮은 마음으로
귀한 흔적 남기심 고맙습니다.
주말 저녁 행복한 시간 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