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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배는 이 비무를 단순히 황제의 장난 정도로 여기고 상대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친위대의 공격에 섞이어 날아온 현엽의 주먹을 가볍게 팔로 막는 순간---.
'뚝'
뼈 부러지는 소리가 오배의 몸에서 터지고, 한쪽 팔이 덜렁거리는 상태에서 오배는 진짜 실력을 발휘해야 했다. 조금 전까지는 단순히 팔과 다리로만 공격하던 황제와 친위대의 손에는 무기가 들려지고 정말로 목숨을 노리고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황상, 이 몸을 죽이려는 게요?!"
오배는 몸을 풍차처럼 회전시키면서 공격을 받아내고 뒤로 훌쩍 물러나 성난 고함을 터트렸다.
"네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아는데 내가 가만있겠느냐?!"
황제의 입에서도 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 수십개의 칼이 오배의 몸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갔다.
오배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면서 공격을 피하고 이를 악물고 부러진 팔의 뼈를 스스로 맞추었다.
"으윽."
오배의 꽉 맞물린 이빨 사이로 작은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전쟁터에서는 이보다 더 위험한 상황도 많았었다.
'젠장, 어쩔 수 없지. 먼저 황제를 처치하고 뒤를 수습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속으로 그렇게 고함을 내지르는 오배의 눈에는 흉흉한 살기가 감돌고, 그의 머리를 노리고 내리쳐지던 검은 그가 몸을 옆으로 움직이면서 그의 손에 들려졌다.
지붕 위에 서 있던 소구는 그제야 움직일 생각이 들었는지 엉덩이를 털며 지붕에서 일어났다.
"흐흠--, 저자가 진짜로 싸울 마음이 생겼나 보군."
소구가 여유를 부리고 있는 동안 밑에서 싸우고 있는 황제 현엽은 미칠 것 같았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드는 칼날을 피해 땅바닥을 구르고, 친위대가 몸으로 막아 자신을 살려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악마 같은 소구 숙부, 조카가 언제까지 당하는 모습을 구경하려는 것이지?! 내 친위대도 벌써 절반이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내궁의 연무장은 피로 흠뻑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자신을 노리고 날아드는 검을 피해 도망치면서 현엽은 속으로 외숙부 소구가 한시라도 빨리 와 주기를 소리치고 있었다.
현엽의 머리 위로 검이 떨어지고, 현엽은 죽음을 생각하면서 눈을 감았다.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현엽이 눈을 감고 부르짖을 때 소구의 몸은 현엽의 바로 등뒤에 나타났다.
오배는 놀란 눈으로 태부의 복장을 한 젊은 관리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의 전 공력이 담긴 일격을 단지 두 손가락이---, 황제의 머리와 불과 반치의 간격을 두고 오배의 검은 그 젊은 관리의 두 손가락 사이에 잡혀 있었다.
'씨익'
하얀 이를 드러내며 소구는 오배를 향해 웃어 보이면서 말했다.
"놀이는 이제 그만."
다음 순간 오배는 자신이 들고 있던 검이 가루로 변해 바람에 흩날리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 다음엔 소구의 손이 어느세 황제의 앞으로 이동해 오배의 전신을 번개 같이 가격했다. 사지(四肢)의 근맥이 끊어지고 단전이 파괴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반항 한번 못하고 당해서 무릎을 꿇게 된 오배는 놀란 눈으로 소구를 바라보고 더듬거리며 물었다.
"너--너는 누구냐?"
"복장 보면 몰라? 난 그냥 이름 없는 태부야 태부."
오배를 향해 그렇게 말한 소구는 재빨리 오배의 수혈을 짚었다. 이제 이 공간에 깨어 있는 것은 조카와 자신뿐이었다.
"이놈아, 언제까지 눈만 감고 있을 거냐?"
뒤를 돌아보며 소구가 혀를 차며 말했다.
놀라서 정신이 반쯤 나가 있던 현엽은 간신히 눈을 뜨고 아직도 벌렁거리는 심장이 있는 가슴을 손으로 쓸어 내렸다.
"도와주실 거면 진작 도와주실 것이지---, 정말 죽는 줄 알았단 말입니다!"
현엽은 볼멘 소리로 투덜거리며 말했다.
소구는 조카의 말을 들으며 씁쓸한 얼굴로 내궁을 돌아보았다. 그토록 아름답던 장소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이제 어쩔 거냐?"
"오배와 같이 무리를 결성해 저를 능멸하려던 자를 몽땅 잡아서 죽여야지요."
사람을 죽인다는 말을 거리낌없이 말하는 조카를 바라보며 소구는 말했다.
"난 이제 밀실로 돌아가 있겠다. 오배는 이제 힘을 전혀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니 죽이든 살리든 네 맘대로 해라."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소구의 몸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현엽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진족의 귀족이자 황후의 아버지인 송고투(=색액도(索額圖))는 황제의 부름을 받고 이미 궁내에 무장한 병사들을 대기시켜 놓은 상태였다.
얼굴의 눈 한쪽에 파란 멍이 새겨져 있고 입고 있는 옷도 찢어져 나풀거리는 상태에서 달려온 황제가 소리쳤다.
"어서 그자들을 잡아들이세요!"
"오배를 제압하셨습니까?"
"그자는 이제 꼼짝 못합니다! 그자의 패거리가 도망치기 전에 어서 붙잡으세요!"
숨을 헐떡이며 소년 황제는 장인을 향해 소리치고, 송고투는 바쁘게 병사들을 이끌고 대신들의 잔뜩 머물고 있는 휴게실로 달려갔다.
어전에 모여든 대신들은 모두가 두려움에 찬 얼굴로 옥좌에 앉아 있는 어린 황제를 바라보았다. 조정의 권력을 한손에 장악하고 있던 오배는 피투성이가 되어 어전 앞에 꿇어 엎드려 있고, 오배와 같이 붕당을 결성해서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조정대신들이 줄줄이 포박 당해 대전으로 끌려들어오고 있었다.
"황상! 우리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이오?! 억울하오!
"억울하오! 우리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수모를 안기는 것이오?!"
병사들에게 반항하며 몸부림을 치는 대신들의 입에서는 계속 억울하다는 고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황상, 이제 오배 일당은 모두 체포했습니다. 북경 밖으로 나갔던 일등시위 아남달 역시 체포되어 이곳으로 끌려오는 중이니 조금 있으면 도착할 것입니다."
송고투가 황제 현엽의 곁에 다가와 속삭였다. 황후의 아버지인 송고투에게는 재산도 권력도 있었지만, 오배 일당의 견제로 조정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오배 일당이 모조리 숙청을 당하니 송고투는 자신의 시대가 열리리라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휘파람을 불며 신이 난 상태였다.
체포될 자들이 모두 체포되었다는 말을 듣고 현엽은 밑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닥쳐라! 너희들은---. 선황께서 승하하시기 전에 맹세한 일을 지키지 않았다! 오배! 그 때 너는 무엇이라 맹세했느냐?! 네 입으로 말해 보라!"
오배는 힘없이 웃으면서 머리 위 옥좌에 앉아 있는 소년 황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충성을 다하고 생사를 함께 하여 황상의 정무政務)를 보좌하며, 붕당을 결성하지 않고 수뢰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소이다."
"그 중 한가지라도 지킨 것이 있는가?! 선황이 정한 네 명의 보정대신들은 내 나이 어리다는 이유로 국정을 전횡하고, 서로 권력을 다투더니 마침내는 서로를 모함하여 죽이기까지 하지 않았더냐?! 그 뿐인가?! 아무리 어리다 해도 짐은 황제이다! 신하가 된 자가 주군을 우습게 하고 오만 방자하기가 하늘을 찔렀다! 내 어찌 너와 같은 신하를 곁에 둘 수 있겠느냐?!"
황제의 입에서는 성난 질책이 요란하게 터지고 대신들은 숨을 죽이고 황제의 눈치를 살폈다.
"이제 너를 죽여 조정의 기강을 바로 잡을 것이다!"
오배는 허탈한 얼굴로 옥좌의 어린 황제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하루만 빨리 움직였으면 상황은 역전되었을 것이다. 조정에서의 싸움도 일종의 전쟁이었고 전쟁에 패한 자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오배는 입고 있던 관복을 갑자기 벗어 던지고 옥좌에 앉아 있는 황제를 쳐다보았다.
옥좌에 앉아 있는 현엽은 갑작스런 오배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오배의 몸 곳곳에 나 있는 깊은 상처의 흔적이 드러나고, 그 상처가 가진 의미를 현엽은 알고 있었다. 일찍이 전장에서 강희제의 할아버지인 청태종 홍타시와 함께 전장을 누비며 얻은 상처였고, 현엽은 할아버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오배가 육탄으로 막아 할아버지를 구원해 주었다는 일을 알고 있었다.
그 상처를 보면서 현엽은 마음이 약해져 도저히 오배를 죽일 수가 없었다.
"오배 그대가 세운 과거의 전공을 생각해서 사형만은 면하게 해주겠다. 그러나 그대가 지은 죄가 무거우니 처벌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대의 지위를 모두 박탈하고 평생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금형에 처한다."
그렇게 오배와 그 일당에게 벌을 내리고 조정과 병권을 장악하느라, 현엽은 잠도 못 자고 이틀 밤을 보내고 나서야 소구에게 찾아 갈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소구가 한 일은 뻔한 것이었다. 천생의 잠꾸러기 소구는 이십년 동안이나 잠을 못 잔 것이 너무나 억울해서, 틈날 때마다 잠을 자는 것이 일과였다.
이제 명실상부한 진짜 자금성의 주인이 된 현엽은 밀실에 들어서서 자고 있는 숙부의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숙부가 하는 일은 언제나 똑 같았다. 깨어 있는 시간은 하루에 한두시진에 불과했고 나머지 시간은 늘 자고 있었다.
"정말 엄청난 잠꾸러기 숙부님이야."
현엽은 큰 대자로 팔과 다리를 뻗고 잠들어 있는 소구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묵묵히 소구를 내려다보며 깨어나길 기다리는 동안 현엽 역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현엽 역시 며칠 밤을 지새운 상태인지라 쏟아지는 졸음을 막을 길이 없었다.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소구가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반나절은 족히 더 흘러서였다. 삼일동안이나 깨어나지 않고 잔 소구였다.
그래도 여전히 졸린 지 소구의 눈은 반쯤 감겨져 있었고, 그 눈은 밀실의 침상 옆에 있는 의자에 고정되었다.
가볍게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조카의 모습이 보였다.
"며칠이나 지났지? 배가 고픈 걸 보니 며칠 잔 것 같은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소구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조카를 향해 다가갔다.
"현엽아, 일어나라."
소구가 조카의 몸을 흔들면서 잠을 깨우는 이유는 배가 고프기 때문이었다. 이제 자금성에서 떠날 때였지만, 밥은 먹고 가자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현엽은 자신을 몸을 흔들어 깨우는 손길을 느끼고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 악마와 동격인 소구라는 이름의 숙부가 화를 내는 순간이 발생하게 하면 안되었다.
왜? 황제라는 신분도 아랑곳하지 않고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얻어터지는 경험을 이미 한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기침 하셨습니까?"
"그래, 배고프니 식사를 가져오너라."
소구에게 현엽은 황제가 아니라 누나의 아들이었다. 황제가 심부름을 한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지만, 현엽은 반드시 심부름을 해야했다.
'말 안 듣는 얘한텐 매가 약이지.'
현엽이 말을 안들을 때마다 소구가 한 말이었고, 현엽은 한번 맞아본 것만으로 충분했다. 또 한번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맞을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소구가 때린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경기를 일으키는 현엽이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식사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현엽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 이미 준비해 놓았던 음식을 들고 밀실로 돌아왔다.
"시간이 많이 지나 음식이 식었는데--, 다시 해 오라고 할까요?"
현엽은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보면 소구 외숙부와 상대하는 일 또한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 외숙부가 가진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현엽도 이제 파악한 상태였다. 혹시라도 이성을 잃고 난동이라도 부린다면 자금성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죽을 것이다.
"됐다. 기다리기 귀찮으니 그냥 먹겠다."
그렇게 말하면서 탁자에 앉은 소구는 그 위에 현엽이 갖다 놓은 음식을 먹으면서 물었다.
"그래 이제 일은 다 끝났느냐? 이제 내가 떠나도 될 듯 싶은데----."
"예, 오배의 무공을 사라지게 만든 고수가 제 뒤에 있다는 걸 알고, 모두들 절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절 우습게 여기는 자는 없습니다."
"쩝 쩝--, 그래 다행이로구나. 꿀꺽--. 내가 가르쳐 준 것을 날마다 부지런히 연습하면 너를 해칠 만한 자는 많지 않게 될 것이다."
입안에 넣어둔 음식물을 목구멍 사이로 넘긴 후, 소구가 뒤로 고개를 돌려 침상에 앉아 있는 현엽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 제가 강해야 절 우습게 여기는 자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말씀하시지 않아도 날마다 수련을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말이다---. 전에 관리라는 자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별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과더구나. 네가 관리들의 대장이니---, 네가 부지런히 일을 안하고 논다는 소문이 퍼지면 다시 자금성으로 찾아 올 테니 그리 알아라."
소구의 말을 듣고 현엽은 질린 얼굴이 돼어 대답했다.
"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아주 열심히 할게요."
일 안하고 논다는 말이 들리면 자신을 두들겨 패기 위해 이 소구 외숙부가 찾아온다는 말을 듣고 현엽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켜야했다. 이제 자신의 위에 아무도 없으니 일 하고 싶으면 일하고 놀고 싶으면 놀 수 있다고 생각했더니---, 상황은 더 나빠진 것이다.
조금이라도 게으르다는 소문이 퍼지면 틀림없이 자신을 찾아와 두들겨 팰 것이 뻔한 소구였기에, 현엽은 속으로 울상을 지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이제 밥도 다 먹었으니 가야겠다."
소구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면서 그렇게 말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탁자 위에 있던 음식은 몽땅 소구의 배속으로 들어가 빈 접시만이 탁자 위에 있었다.
"잠깐만요!"
밀실을 벗어나려는 소구는 의아한 얼굴로 조카 현엽을 바라보았다.
"무슨 할 말이 있느냐?"
"이것 가지고 가세요."
"이게 뭐냐?"
"어사패요. 전에는 제가 힘이 없어서 관직을 임명하고 박탈하는 권한이 없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나보고 네 신하가 되라는 것이냐?"
소구는 약간은 성난 얼굴로 조카를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그럴 리가--."
두 손을 내저으며 대답한 현엽은 황급히 말을 이었다.
"숙부님이 소림사 출신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가지고 등봉현으로 찾아가십시오. 이것은 임명장이고, 이것은 소림사의 승려들에 대한 수배령을 해제한다는 명령서입니다."
조카의 말을 듣고 소구는 기뻐하며 질문했다.
"그럼 소림사의 봉쇄령이 풀리는 것이냐?"
"예. 그리고 이 서류는 소림사에 지급되는 땅의 목록이고, 이 서류는 국고를 풀어 무너진 소림사의 건물들을 다시 복구하라는 명령서입니다."
어사패와 함께 옥새의 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 서류더미가 소구의 손에 들어왔다.
"하하, 네가 황제는 황제인 모양이로구나!"
소구가 기뻐서 그렇게 말하고, 현엽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렇게 말씀하지지 않아도 저 황제 맞습니다. 지금까지는 허수아비 황제였지만--'
잠시 뒤 밀실의 입구 바로 앞에 선 소구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명심해라. 네가 일 제대로 안 한다는 소문이 들리면---, 알지?"
"예, 알고 있어요. 알고 있습니다."
연신 머리를 끄덕이며 현엽이 말하는 사이 소구의 몸은 꺼지듯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휴우--, 정말 큰일이네. 소구 숙부한테 맞지 않으려면--, 으악! 그 많은 서류를 다 어떻게 확인하란 말이야?!"
현엽은 집무실에 쌓여 있는 수백장의 문서들을 떠올리고 비명을 내지르며 소리쳤다.
"치, 자기는 놀고먹기만 하면서 이 불쌍한 조카는 일만 하고 살라는 말인가---?"
현엽은 투덜거리면서 밀실을 벗어나고 잠시 후 자금성의 지하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 뇌려타곤 3 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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