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독일은 당대 기준으로 상당히 선진적인 민주주의를 도입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부터 다시 경제를 재건하기 시작한 독일은 대공황의 위력을 실감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코스모폴리탄 느낌이 나는 나라였습니다.
최첨단 시설과 자유분방한 문화예술 등으로 빛났던 독일은 니얼 퍼거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An America in Europe'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10년만에 민주주의 독일국가는 파시즘의 광기에 휩싸이게 되었고 그 참혹한 결과는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었습니다.
이번 서북청년단 해프닝을 보면서 현재 대한민국도 그러한 비극을 되풀이할 것 같다는 생각에 상당히 걱정됩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물질적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정신적 빈곤 상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패배주의, 허무주의와 함께 반지성주의, 그리고 극단주의가 우리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죠.
정신적 빈곤과 경직된 정치적 구조는 변화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변화는 커녕, 지금까지 민주주의와 관련된 모든 성과과 걷잡을 수 없이 퇴보할 것입니다.
우선,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젊은이들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가족이 딸린 기성세대는 잃을 것이 많고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이 생긴 이상 눈 앞에 어떤 부조리가 펼쳐져도 이를 무시하고 돈벌이 열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하자면 (꼰대라고 욕먹을 수 있겠지만), 현재 대학생들은 80년대 대학생들에 비해 반지성적이며 깊은 사유와 성찰을 할 수 없고 따라서 변화를 주도할 수 없습니다.
반면 80년대 대학생들은 그 이전 세대나 그 이후 세대에 비해 가장 많은 독서량을 자랑하였고, 시대와 사회 그리고 자신에 대한 성찰을 가장 진지하게 했던 세대였습니다.
(지금도 외삼촌댁 서재에는 대학시절 읽었다던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 제국주의론, 칸트, 헤겔, 서양정치사상사, 동양철학사, 일본경제론, 에리히 프롬 등.... 그리고 발자크, 위고, 도스토예브스키, 톨스토이 등의 작품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
그러나 이는 그들이 잘나서 그랬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 우리 세대가 그러한 독서와 사색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부터 유리되고, 또는 그러한 능력을 완벽히 거세당해버렸기 때문이죠.
당장의 취업과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우리는 시대와 사회에 대한 사색은 커녕 당장 어떻게 취직할지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이는 심지어 학문의 전당, 학문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sky대학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현실이며,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허무주의에 빠지고, 이에 대한 반발심으로 약자를 괴롭히고 이를 통해 자존감을 재확인합니다. 일베와 같은 집단은 그러한 허무주의와 자존감의 공허에서 탄생한 것일테죠.
현실/현재에서의 고통을 당장 해소하기 위해 젊은이들은 게임, 연예인, 그리고 나아가 일베에 빠지게 됩니다.
다른 한편 지배층은 더욱 정교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통치하고 있죠. 오프라인, 온라인 모두에서 말이죠.
새누리당의 (공식적, 비공식적) 수많은 외곽단체들은 기독교 단체, 어버이연합, 뉴라이트, 탈북자 단체, 경제인 단체로 구성되어 있고 이는 그들의 정치적 기반을 단단한 반석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인 연합세력을 통해 그 위력을 보여주고 있죠. 즉, 국정원, 군대, 고급관료, 검찰과 연합한 결과, 정상적인 선거가 유린당하고, 군인이 본분을 잊게 되었으며, 위헌이 합헌이 되는 진풍경이 목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유독 새누리당이 힘을 쓰지 못했던 공간이었습니다. 왜냐면 인터넷에서는 각종 단체와는 달리 자금도 인맥도 리더십도 필요 없고 그저 글을 쓸 수 있는 사이버 공간만 있으면 되니까요...
그러나 최근들어 모누리당은 일베로 대표되는 세력을 통해 사이버 공간 또한 잠식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일베라는 '외곽단체'를 우군으로 삼고, 여기에 더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버 모욕죄'를 무기 삼아 온라인 공간 또한 지배하고자 합니다.
간첩이 조작되고, 망자가 모욕당하고, 국정원-검찰-군대, 그리곡 궁극적으로 청와대가 한통속이 되어 국가를 집어삼키는 와중에도 그 누구도 앞장 서서 이를 저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과거 학생운동은 과거의 낭만, 또는 부끄러움이 되었을 뿐이고, 사람들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집결시켜 정치적 힘이 되게 하는 구심점 또는 리더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위 social movement라고 일컬어지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2008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거세된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다음 선거 때 심판을 할 것인가?
절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왜?
1.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고
2. 사람들을 현혹할 수단은 많이 남았으며 - 각종 뉴스 및 물타기
3. 막강한 힘을 보유한 국정원과 군대는 여전히 私的 또는 편향적 이익에 편승하고 있고
4. 각종 외곽단체가 집권여당의 친위대가 되어가고 있고 (기독교단체, 서북청년단, 일베...)
5. 시민운동은 이미 죽었으며
6. 야당은 능력이 없고
7. 무엇보다 국정원, 군대, 외곽단체, 언론 등을 무기로 보유한 집권여당이 절대 패배해서는 안 될, 다시 말해 반드시 승리해야할 강력한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권이 교체하는 순간, 이명박 정권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수많은 범법행위와 월권, 그리고 위헌적 행동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또는 그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는 그들 입장에서 무엇보다 두려운 것이죠. 따라서 이를 어떻게든, 반드시 막아야합니다. 절대적인 지상과제이지요. 축구경기에서의 승패가 아니라 now or never, life or death의 문제입니다.
지난 정권, 또는 현재 정권동안 정상적인 정권운용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에 대한 책임을 문책받기 싫은겁니다.
특히 부정선거와 같은 무지막지한 행위를 저지른 결과, 더 이상 돌아갈 곳은 없습니다.
There is no turning back이란는 것이죠.
물론 1930년대 독일처럼 정말 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그러한 일을 벌인다면 바로 아웃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더 과격하고, 더 권위적이게, 더 많은 불법 또는 꼼수, 그리고 더욱 더 극단적인 세력과 연합하여 사람들을 현혹하고, 또는 겁을 주면 다음 선거에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사실상 일당독재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일테죠.
적당한 정도의 공포와 회유, 그리고 속임수는 통치에 제격이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었던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은 끝이겠죠.
뭐 아무리 이렇게 한탄해봤자, 저 또한 오늘 내일 하루하루 먹고살 궁리하는 소시민에 불과합니다.
암담한 현실입니다.
첫댓글 길게 볼때 여당이 원하는 정치상황은 일본의 자민당같은 상황일겁니다. 분명이 다수 정당제이지만 그 많은 군소 야당들이 힘을 합쳐도 자민당이라는 거대 여당을 절대 이길 수가 없고, 결국은 자민당 내에서 계파간의 경쟁만 하면 되는 그런 상황이겠죠. 하지만 법적으로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사용하기에 아무 지장이 없기에 여당에게는 천국같은 상황일겁니다. 다음번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도 일본같은 정치구도가 고착화될겁니다. 그리고 2~30년은 그 프레임이 유지될겁니다. 돈, 빽, 권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진정한 헬게이트가 열릴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바로 그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서북청년단이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베나 서북청년단이나 크게 다를바 없지만 그들이 써서는 안될 서북청년단이라는 명칭까지 쓰고 나선 것은 이제 이렇게 해도 된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예전 서북청년단처럼 살인이나 폭행등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것도 상황만 조성된다면 얼마든지 등장 가능합니다. 폭행 사건이 나도 어차피 쌍방 폭행으로 몰고가고, 배후에서 벌금 대납해준다면 크게 걱정할 바 아니죠. 설사 운이 안좋게 살인이 일어나거나 일방 폭행이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와도 그거야 해당 하부 조직원만 잠시 꼬리자르고 조직이나 배후 자체에는 큰 문제 안될겁니다.
이미 이 나라의 사법부는 정부, 여당, 재벌들과 한 편이거나 그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뭘 두려워하겠습니까? 이 나라의 시작이 잘못 되었고, 그 잘못된 구조가 전쟁과 이념대립이라는 환경때문에 너무 오래 뿌리를 내렸습니다. 이제는 2차대전 때의 독일처럼 엄청난 충격요법이 아니고는 그 틀을 깨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만에 하나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그 새로운 정권에서 이런 구조와 뿌리를 끊을 수 있는 과거 청산이 일어난다면 충격요법이 없어도 되겠지만 상당히 어려울 겁니다. 전 국민의 반을 적으로 만들어도 좋다는 그런 대통령, 과연 가능할까요? 그리고 그런 대통령을 그들이 가만 놔둘까요?
@푸른 장미 진짜로 충격요법외엔 답이 없지요
@갤러해드 간단히 저희 부모님 세대을 비롯해 60~80 세대가 사라지지 않은이상 닶없습니다여 현실서 그 분들의 하는 정치 사회적 이야기를 들으면 닶이 없습니다여,,,,,,,,,
" 10억이상의 재산도 없는 쓰레기 주제의 나이먹어서 말이 많네,,,,,,,,,,,,,,,,,,,,,,,, : "
본인의 주관적 생각일뿐입니다여...................
히틀러와 똘마니들처럼 막나갈만큼 미친건 아니고, 뒷주머니채우는걸로 만족하는 쫌생이들이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의 나라 사례에 모든 것을 다 비교할수는 없습니다. 각자 만의 길이 있는거죠. 독일처럼 될지는 알수가 없어요. 나중에 돌아봐야 알게될 겁니다. 지금의 혼란은 진정한 민주국가로 가려면 피할수 없는 길이기도 합니다.
국민 스스로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깨닫기 전까지는 직접 부딪치는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