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레이몬드 현식♡ / 네이버 영화 매거진
1. 수지
수지: 예전에는 영화를 많이 보지 못해서 [건축학개론]을 준비하면서 촬영 전에 영화들을 찾아봤어요. 주로 사랑영화들로요. [번지 점프를 하다]도 그 중에 한 편인데요, [건축학개론]처럼 첫사랑에 대한 영화예요. 이병헌 선배님이 나오신 다른 영화 [그해 여름]도 봤는데 이 영화 역시 좋았어요.
수지: [8월의 크리스마스] 역시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보게 되었는데요, 제일 유심히 봤어요. 너무 좋았어요. 한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몇 번이고 봤어요. 처음에는 영화의 전체적인 걸 보다가 그 다음부터는 제가 캐치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해서 여주인공의 표정을 따라해 보기도 했어요. (웃음) 슬픈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영화예요.
수지: 1년 전쯤 본 영화인데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서로를 찾아 헤매면서 지하철 역을 막 뛰어다니던 장면이 기억나요. 전지현 선배님이 연기하신 여주인공이 참 예뻤어요. 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는 것을 싫어하고 강한 척하는 모습이 공감이 갔어요. (웃음)
수지: 최근에 본 영화중에서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슬픈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닌데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걸 좋아해요. 그렇게 눈물이 나는 영화를 찍어보고 싶어요. 평소에도 별 것 아닌 것에도 눈물을 잘 흘려요. 물론 사람들은 저를 눈물이 없다고 생각하죠. 왜냐하면 전 혼자 울거든요. 절대 남 앞에서 울지 않아요. 사람들 앞에서 절대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웃음)
수지: 얼마 전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예요. [오싹한 연애]라는 제목처럼 무섭기도 하고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순간도 많았어요. 소재도 독특하고 되게 신선했어요. 보는 내내 너무 재미있었고, 저도 언젠가는 이렇게 독특한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2. 아이유
아이유: [원스]에 나오는 음악도 정말 좋지만 전 그냥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왠지 나도 영화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내 이야기 같기도 하잖아요. 하하. 이번 제 앨범에도 '길 잃은 강아지'처럼 제 얘기를 하는 곡들이 있거든요.
아이유: 중학교 때 처음 이 영화를 봤어요. 그 이후로 진짜 한 40번은 본 것 같아요.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예요. 여자 주인공이 남편 장례식 끝내고 괜찮다며 웃다가 집에 오자마자 옷을 막 집어던지고 머리를 풀어헤치더니 이불에 쏙 들어가서 자동응답기를 듣는 장면이 정말 슬펐어요. 그리고 남편이 아내에게 주려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했던 마지막 편지가 엄마한테 있었잖아요. 엄마가 따뜻하게 편지를 줄 때 또 한 번 울었어요.
아이유: 그냥 동화 자체도 좋아하지만 냉소적인 동화 스타일을 정말 좋아해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완전 환장해요. (웃음)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윙카 초콜릿을 한 번만 먹어보고 싶어서 일본에서 사올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에요. 근데 제가 생각했던 맛이 안 나더라고요. 영화에 나오는 그 딱딱한 윙카 초콜릿을 한번 먹어봤으면 좋겠어요.
아이유: 배우 나탈리 포트만을 좋아해요. [뉴욕 아이 러브 유]도 어떤 영화인지 모르고 나탈리 포트만 때문에 보게 됐어요. 나탈리 포트만의 사랑 얘기는 참 짧지만 느낌이 확 와요. 약간 웃긴 부분도 있는데 나탈리 포트만의 민머리는 정말 예쁜 것 같아요. 마지막에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메시지가 나오는 부분도 참 좋았어요. 각 에피소드가 다 이어져 있는 거잖아요. 이 곳 저 곳에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딱 왔어요.
아이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완전 좋아해요. [벼랑 위의 포뇨]는 정말 100번도 더 봤어요. 대사를 다 외웠어요. 한국어 버전, 일본어 버전 다 봤어요. (웃음)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포뇨가 차를 타먹는 장면, 처음에 포뇨가 물병에 쏙 꽂히는 장면이에요. 마을이 물에 잠겨서 계단도 다 바다고 물고기들이 계단에 왔다 갔다 하는데, 와 이런 데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느낌이었어요. 바다 속이 다 보이잖아요.
3. 은정
함은정: 장진 감독님 영화는 다 좋아하는데 가장 베스트로 봤던 건 [아는 여자]예요. 너무 좋아해서 시나리오도 구해다 봤어요. [아는 여자]는 굉장히 행복한 영화예요. 센스와 위트가 넘치는데 저는 위트 넘치는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발에 깡통을 끼우고 걷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하던 버릇이어서 '이런 감성을 이해하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놀라기도 했죠. 말 없이 한 장면만으로도 다 설명이 되는 영화라 감탄하면서 봤어요. 저도 언젠가는 장진 감독님과 꼭한번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함은정: 홍상수 감독님을 좋아해요. 이 영화를 말하면 약간 파장이 있을 것 같은데 (웃음) [극장전]을 좋아해요. 다섯 번은 본 것 같아요. 영화가 굳이 꽉꽉 채우지 않아도 채워져 보일 수 있구나 라는 걸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보고 느꼈어요. 와, 이런 영화가 있구나. 처음 시작할 때 카메라가 남산을 줌으로 땡겨요. 전 거기서부터 이미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됐어요. 김상경 선배님이 걷다가 여자를 발견하는 장면에서 행진곡 음악이 나오는 것처럼 위트와 아이러니한 면에서 나도 이런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한참 배우로서의 생각이 생길 때 봐서 그런지 인상이 깊어요.
함은정: 기본적으로 위트가 있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여자 정혜]처럼 조용한 영화도 좋아해죠. 특히 [여자 정혜]는 너무 공감하면서 봤어요. 여주인공이 그냥 평범하게 물을 마시는 장면도 감정전달이 될 수 있구나, 저 사람이 지금 무슨 감정으로 마시는지, 왜 그러는 건지가 느껴지더라구요. 흥행작이나 버라이어티한 느낌의 영화도 좋아하지만, 이런 작품을 찾으면 보물찾기에서 보물을 찾은 느낌이에요.
함은정: [올드보이]도 꽤 오래 전에 본 영화인데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어요. 일단 너무나 좋아하고 훌륭한 선배님들의 연기가 다 있고, 특히 강혜정 선배님의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마지막에 "사랑해요, 아저씨"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와, 정말 대단하다' 하면서 감탄했거든요. 그렇게 오묘하면서 어느 한 쪽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느낌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뭔가 굉장히 애매한 느낌이랄까요? 미도라는 캐릭터가 정말 멋있었어요.
함은정: [써니]에는 웃음과 재미와 슬픔이 있는데 그 분배가 칼 같이 딱 떨어지고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가요. 참 똑똑한 영화인 것 같아요. 저 또한 그 타이밍에 매료가 됐던 것 같아요. 마냥 재미있기도 하고요. 당연히 센스도 있구요. 병실에서 환자들이 막장 드라마보다가 다 나가잖아요. (웃음) 그런 타이밍이 좋았아요. 영화를 자주 보지는 않는데 한 번 꽂히면 계속 보거든요. [써니]도 누가 보러가자고 하면 또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4. 김동완
김동완: 헤드윅은 아름답고 인간적이고 예술가적인 사람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몰두하고, 자신의 세계를 계속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내가 표현하게 될 헤드윅은 젊은 나이임에도 산전수전 다 겪은 나 같을 거다. (웃음) 이십대에 정말 다양한 일을 겪었고, 그런 상황에 처하면 정말 '혼자'라고 느낄 때가 있다. 헤드윅은 분명 더 심한 상황을 겪었겠지만 그런 면이 비슷할 것 같다. 크게 화내지 않고, 크게 슬퍼하지 않고, 담담하지만 늘 그 중심에는 고통의 시간들이 서려 있다는 점에서. 그래서 '용서'라는 메시지에 중점을 두고 싶다.
김동완: 오래 전에 나온 영화지만 [헤드윅]을 준비하면서 최근에 다시 봤다.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사상과 이념에 의해 탄압받는 과정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색, 계]도 그렇고 중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정말 많은 생각과 감정이 들게 하는 작품이지만 이 모든 것을 떠나, 참 아름다운 영화다.
김동완: [헤드윅] 출연을 결정하고 난 뒤 어떤 분의 추천으로 보게 된 작품이다. 클럽에서 여장을 하고 공연하는 남자들의 로드 무비인데 화장 안 하면 야수 같이 생긴 남자들이 분장을 하고 무대에 서면 굉장히 고혹적인 표정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의 무대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김동완: 십대 시절부터 록 음악을 좋아했는데, [벨벳 골드마인]은 음악과 배우들이 너무 강렬해서 오히려 스토리는 잘 기억나지 않는 영화다. 커트 코베인을 캐릭터의 원형으로 잡았다는 느낌이 들어 더 푹 빠져서 봤다. [헤드윅] 역시 록 음악이 주가 되는 작품인데 내가 '잘' 할지는 모르지만 늘 좋아했던 분야라는 것만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김동완: 사실 좋은 영화를 보면 왜 좋은지 한 가지를 꼽기가 어렵다. 미술부터 캐릭터까지 모든 면이 좋고 잘 어울리기 때문에 좋은 영화가 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메종 드 히미코]는 잘 만든 영화인 동시에 성적 소수자들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일본 여행에서 바 같은 데 가 보면 가장 섬세하면서도 여유로운 사람들은 예쁜 여자들이 아니라, 남자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마마'들이었던 경우가 많다. 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굉장히 마음 편하고 즐거운데, 이 영화 역시 그런 느낌이다.
5. 토니안
토니 안: [매트릭스]는 시리즈 전체를 좋아해요. 개인적으로는 그 중 2편이 가장 별로였지만. 우리의 삶이 사실은 매트릭스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시나리오 자체도 훌륭하고, 1편 이후 계속된 영상 혁명도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3편에서 기계와의 대규모 전쟁 신은 정말 최고죠. 특히 마지막의 엔딩이 최고였어요. 우리의 삶은 계속 매트릭스처럼 반복된다는 설정을 주인공이 결국 깨는 거잖아요. 그 메시지가 굉장히 좋았어요.
토니 안: [무간도] 역시 1편뿐 아니라 시리즈 전체를 좋아해요. 경찰은 조직에, 조직원은 경찰 내부에 잠입한다는 설정과 탄탄한 구성도 좋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스토리의 반전 역시 인상적이었어요. 제목 그대로 무간도에 서있는 사람이 얼마나 절박할 수 있는지도 볼 수 있었고요. 그 절박함을 보여준 양조위와 유덕화라는 최고 홍콩배우들 덕에 과거 느와르의 향수를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어요.
토니 안: 영화를 보고 마지막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내가 너무 작고 소심해 보이는 거예요. 비록 픽션이지만 저 작은 아이도 자신의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꾸는데 나는 어떤가 싶고. 그만큼 느낀 게 많은 작품이에요.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영화 같아요.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도 최고였고요.
토니 안: 이 영화도 시리즈 전체를 좋아해요.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말이 필요 없는 작품이죠. 사나이의 의리와 액션이 담긴, 임권택 감독님 최고의 영화라고 봐요. 김두한과 김동회의 우정이라든지, 김두한과 쌍칼의 오랜 의리 같은 것들이 남자들에게는 굉장히 기억에 남는 것이잖아요. 특히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에서 그런 강직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 멋진 것 같아요.
토니 안: 시리즈 전체는 아니고 1편과 2편, 5편을 좋아해요. 복싱 세계의 뒷이야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남자의 성공과 실패, 사랑, 가족의 의미를 잘 묘사한 작품이잖아요. 그래서 단순히 1편만으로 얘기하기는 어려워요. 1편에서 불굴의 의지를 보여줬지만 결국 패배한 록키가 2편에서 다시 도전해 챔피언이 되고 5편에서 은퇴와 몰락을 경험하지만 소중한 가족을 찾으며 행복해지는 과정은 시리즈 전체를 봐야 이해할 수 있죠.
여기서부턴 아이돌은 아니지만 가수들이 추천한 영화
6. 장재인
장재인: 이 영화를 고른 거는 제가 비틀스 팬이라서 그런 것도 당연히 있어요. 하지만 그런 거를 다 떠나서라도 [아이 엠 샘] 영화음악은 다들 인정하실 거에요. 사운드트랙이 정말 최고잖아요. 비틀스의 음악을 그런 식으로 상쾌한 느낌으로 편곡해 냈다는 것도 정말 대단해요. 게다가 그렇게 뽑아 낸 노래들이 각 장면마다 너무 잘 어울리는 것도 대단해요. 넘어감이라고 해야 하나? 노래 한 곡 한 곡이 기분 좋게 넘어가는 거 같아요.
장재인: 어쩐지 또 비틀스 음악이 들어 간 영화를 뽑게 되었는데, [아이 엠 샘]하고는 다르게 뮤지컬적인 요소가 많았어요. 극 중 상황과 비틀스의 가사가 완전히 맞아 떨어지는 데, 그런 식의 접근이 재미 있더라고요. 비틀스의 노래들이 대사를 대신하는 거잖아요. 정말로 절망 끝에 부르는 'Let It Be'라고 생각해 보세요. 편곡은 [아이 엠 샘]에서보다는 좀 더 하드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식으로 비틀스를 풀어냈다는 게 정말 재미있었지요.
장재인: 첫 장면부터 음악이 영상하고 참 잘 어울렸죠. 영화가 영상부터 시작해서 표현 방법들이 참 독특하잖아요. 레지나 스펙터의 인디적인 느낌이 약간은 빈티지한 느낌의 영상에 잘 맞았던 거 같아요. 레지나 스펙터의 음악이 흐르면서, 피아노가 반복적으로 리듬을 치는 동안 화면에선 남녀의 사진이 대비되는 장면도 그렇고. 독특한 영상이 그렇게 맛깔 나는 독특한 음악들과 잘 만나서 영화의 느낌들이 더 살았던 것 같아요.
장재인: 새벽에 자다가 일어나서 TV를 켰어요. 그런데 때마침 보려고 했던 영화가 하고 있더라고요. 공장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장면은, 조금은 공포스럽고 어떻게 보면 기괴한 공장의 기계음들이 흘러 나오는데, 영상도 칙칙한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서 비요크의 목소리하고 조화를 이루는데, 그런 뮤지컬적인 요소가 너무 좋았어요. 사운드도 정말 훌륭했던 거 같아요. 다시 생각해 봐도 참 좋은 영화였어요.
장재인: 음악 하는 언니가 보여준 유투브 동영상을 보고 알게 된 영화에요. 로봇들이 여자를 화장해주고 옷을 갈아 입혀주면서 카펜터스의 'Close To You'를 부르는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그 화음하며 기계음들이 완벽하게 맞물려서 돌아가는 게 정말로 최고였어요. 어쩌면 그렇게 편곡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몽롱하면서 깨끗하게 편곡을 했더라고요. 그 장면을 보고 반해서 영화를 제대로 봐야겠다 싶어서 찾아서 봤어요. 영화의 색채도 아름답고 몽환적이고 좋았는데, 역시 'Close To You'를 부르는 장면이 제일 좋아요. 하하.
7. 요조
요조: [희극지왕]은 정말로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예요. 사우하고 피우가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헤어질 때도 많이 울었고, 마지막 장면에서 또 울었구요. 주성치는 정말 멋진 배우인 것 같아요. 요즘의 중후한 모습도 멋지지만 [도학위룡] 같은 초창기 영화를 보면 젊었을 땐 또 너무 귀엽잖아요. (웃음)
요조: 예전에 사진 촬영을 하면서 트래비스의 음악이 나왔는데 사진작가분이 [파리 텍사스] 봤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거기 주인공 이름이 트래비스라고. 전 당연히 밴드로 알고 있었는데 [파리 텍사스]를 본 그 밴드가 영화가 너무 좋아서 주인공 이름을 밴드 이름으로 삼은 거더라구요. 주인공이 아내 제인과 부스를 사이에 두고 전화통화로 얘기하는 대사가 너무 좋아서 그걸 가사로 곡을 써보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장면을 아껴요.
요조: [어웨이 위고]도 음악도 좋고, 특히 남자 주인공이 너무 귀엽죠? (웃음) 영화를 보고나면 일단은 이런 사랑스런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여정이 있는 로드무비니까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에피소드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어요. 저도 결혼이나 아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나이니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요조: [아멜리에]를 보면서는 '아멜리에처럼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강하게 했어요. 그냥 되게 평범한 삶인데도 너무 재밌게 살잖아요. 남들은 너무나 당연해서 신경도 안 쓰는 걸 캐치하면서 누구는 핸드백을 다 엎었다가 다시 하나씩 정리 하는 걸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곡식자루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재미있어 하고. 저도 영화를 보고나서 사소한 걸 관심 있게 보는 버릇도 생겼구요. 실제로 아멜리에처럼 즉석사진기 밑을 뒤지려고 전철역에 가본 적도 많아요. (웃음)
요조: 일단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상이 너무 예쁘죠. 캐릭터들도 하나하나 다 너무 웃기구요. 특히 삼형제가 엄마를 만난 다음에 나란히 서서 주문을 외우는 장면에선 너무 웃겨서 죽는 줄 알았어요. (웃음) 또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자극도 받았구요.
8. 이적
이적: 우디알렌이냐 멜브룩스냐 하면 저는 멜 브룩스의 코미디 영화를 더 좋아해요. 우디 알렌은 초창기 작품은 좋지만 요즘은 그의 글이 더 좋구요 (웃음) [블레이징 새들스]같은 작품을 특히 좋아하는데, 굉장히 지저분하고 멍청한 코미디를 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정교하게 이야기를 뒤틀고 패러디하는 솜씨가 있어요. 장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한 거죠. 언제 어떻게 뒤틀어야 사람들이 뜻밖의 반응을 보일지 안다는 점에서 대단한 감독이에요.
이적: 일본사람들은 특유의 감수성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마음을 갖고 있어도 직접적으로 설명을 안하는 거죠.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더라도요. [걸어도 걸어도]에 나오는 가족들도 모두 그런 상태에요. 주인공의 가족에게 기둥이나 다름없던 형이 죽고, 형의 기일마다 가족들이 모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각자가 마음 속에 품은 한을 꾹꾹 누르면서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정말 쓸쓸하고 짠해요. 그 점에서 [사랑]의 정서와도 비슷한 데가 있는 것 같구요.
이적: 봉준호 감독은 정말 천재인 것 같아요. [살인의 추억] 보면서 저 사람 천재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 [마더]는 정말로 치밀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이 영화의 모든 걸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죠. 오히려 너무 똑똑한 게 영화에 보여서 어떤 관객들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이요. 정말 대단해요.
이적: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 둘 다 좋아하는데 특히 [비포 선셋]이 더 마음에 들어요. 연애 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번 앨범의 정서와 비슷한데도 있고. 젊은 시절 연애를 하고나서 다시 만났는데 "이걸 어떻게 하지?" 이런 느낌 (웃음) 정말 해가 지는 거죠 (웃음)
이적: [업]은 역시 첫 시퀀스가 인상적이죠. 할아버지 할머니의 인생을 한 번에 보여주는데, 아마 어른들은 다 울었을 거에요. 저는 그 할아버지의 반도 안 살았지만, "아 그렇구나"하게 되는 게 있었어요. 저도 아이를 낳은 뒤로는 내 아이가 어떻게 자랄지, 아이가 자랐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기도 했구요. 지금 저에게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에요.
9. 김창완
김창완: 최근 무성영화들을 굉장히 흥미롭게 다시 보고 있어요. 뭐랄까? 영화의 순정 같은 게 느껴지거든요. 특히 [제너럴]은 너무 너무 신나요. 흥분될 정도야. 열차 안에서 성룡도 못 따라 할 액션을 하는 버스터 키튼을 보고 있으면 현재 사람들의 상상력이 얼마나 제한적인가를 느끼게 해줄 정도죠. 요즘 영화는 '가상현실'에 너무 마음을 많이 빼앗기고 있는 게 아닐까요. 영화의 힘이 아니라 아이디어의 힘으로 진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김창완: 몸이고 마음이고, 늙음 그 자체가 서글픈 게 아니고, 늙은 몸을 늙은 마음이, 혹은 늙은 마음이 늙은 몸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어려운 일 같아요. 그걸 얼만큼 감당 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하물며 죽음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의 노화도 못 견디는 사람도 있는 거죠. 우연히 찾아든 이방인들, 난생 처음 눈뜬 음악이라는 즐거움이 [더 비지터]의 주인공에게도 결국 그 무료한 삶을 바꾸게 만들었던, 감당하게 해준 힘이었던 거죠.
김창완: 히치콕 영화 중에는 [오명]도 좋지만 [레베카]는 정말 떨리는 영화예요. 요즘은 영화의 순위가 오로지 관객 동원으로 평가가 되는데, 그것보다는 얼마나 영화에 헌신했는가, 하는 것이 새로운 기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일회용 티슈처럼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영화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히치콕의 영화를 봐요, 세월이 가도 언제나 아니 세월이 갈수록 좋은 영화잖아요.
김창완: 얼마 전 [언어의 진화]라는 책을 보면 사람이 얼마나 언어적인 동물인가, 언어란 것이 정말 소중하다는 걸 느꼈어요. 하물며 음악은 어때요.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티스트가 음악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음악 스스로 찾아와 주는 그런 만남을 기대하고 있어요.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이래도 안볼 꺼야? 하는 영화들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요. 물론 [크레이지 하트]는 절대로 그럴 수 없는 영화였고요
10. 박진영
박진영: 사랑에 대한 제 마음을 제일 잘 표현한 영화예요. 저는 사랑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커요. 일도 완벽한 내 짝, 운명적인 사랑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서 열심히 하는 거예요. (웃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도 실제로 처음 본 사람인데 목소리만 듣고 그 사람인 걸 알아보잖아요. 첫눈에 반하고,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 이게 핵심이에요. 저도 여전히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기다려요.
박진영: 우리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 보여주는 영화죠. 기억을 지우고 싶어하지만 또 막상 지우려니까 싫고. 정말 너무 나약한 거죠. 너무 아파서 지우고 싶은 동시에 그 추억을 놓지 않고 싶어하는 인간들. 시간 앞에서 너무 무력하고, 사랑 앞에서 무력하죠. 특히 미셸 공드리 감독의 기억을 지운다는 그 기가 막힌 표현 형식과 아이디어가 놀라웠어요.
박진영: 스탠리 큐브릭이라는 노장 감독이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예술혼에 충실하게 만든 영화 같아요.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떠나서 감독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 대표적인 영화 아닐까요? 감독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이 컷이 너무 긴가, 이 컷이 너무 지루하지 않나' 이런 불안일 텐데 그런 것들에서 초탈해서 나오는 대로 자신감을 갖고 만든 것 같아요.
박진영: 한국 영화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예요. 우선은 스토리가 정확해요. 두 번째는 비주얼적인 스타일리시가 있었어요. 리듬이나 대중성은 좀 약했지만 1, 2번이 굉장히 좋았어요. 너무나도 치밀하게 계획된 설계가 놀라웠죠. 영화를 보고나서 마음에 일어난 느낌의 원인을 찾다보면 자연스레 분석하게 돼요. 아무래도 전 우리 동네 평론가니까요. (웃음)
박진영: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예요. 모든 장르를 완결하는 영화죠. 제가 말하는 완벽한 영화의 네 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있어요. 하나는 정확한 스토리, 두 번째는 미술적인 스타일리시함. 세 번째는 리듬. [매트릭스]는 이 모든 것을 갖췄음에도 대중성까지 겸비했잖아요. 봐도 봐도 끝없이 볼 수 있는 영화예요. 음악도 [매트릭스]처럼 끝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찾다보니까 아이돌들은 별로 없길래 그냥 가수들도 넣었어!
|
첫댓글 오 나랑 취향 맞는사람 한명도 없다
김동완 취향 나랑 비슷함ㅋㅋㅋㅋ
김동완 비슷!
수지랑 아이유랑 추천하는거 참.....ㅎㅎㅎㅎ 확차이낰ㅋㅋㅋㅋㅋㅋ
아 이터널선샤인 완전 레전드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도 이별도해본적없는데 영화보면서 내가 열번도 사랑과이별을경험해본기분이었어 ㅜㅜㅜㅜ
근데 이적 아이유 취향 겹치네
아이유도 비포시리즈 재밌게봤다고하고 좋아하던데 ㅋㅋㅋㅋ 미드나잇인파리 비포시리즈같이 잔잔하게감동남는거좋아
이 글 진짜 재밌다ㅋㅋㅋ 영화 취향이 각자의 인생관과 직결 되는것 같아
여시야고마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