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모임이 끝나고 영섭이
“나 오늘 바쁜 일이 있어 먼저 가야 하니 너희끼리 뭉쳐라.”
그러자
“나도 오늘 바쁜 일이 있는데.”
하고 보영이 응수한다.
“나는 정말 바쁜 일이 있어 시골에서 아버님이 올라 오신데.”
하는 영섭의 말에
“나도 정말 바빠 나는 오늘 시골 가야 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현영이
“나도 집에 가야 하는데 같이 가자.”
“나는 시골 간다고 했지 집에 간다고 안 했어.”
“그래! 그럼! 오늘은 헤어지자.”
이런 말을 하며 일주일만에 만남이 무산되는 것에 뒤틀리는 심사를 현영은참았다.
다음 월요일 방과 후 현영이 보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응답이 없다. 다음 날 중간에 강의가 없는 시간을 이용하여 법정대 법학과로 보영을 찾아갔다.
그러나 보영이 강의를 받는 중이라 만나지를 못했다.
이틀 후에도 강의 중이라 그냥 돌아서야 했다.
그날 법학과를 찾아가 커리큘럼을 확인하고 이틀 후 다시 찾아간 현영은 교정의 풀밭에서 서너 명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보영을 만날 수 있었다.
“보영아!”
반가운 마음에 현영이 보영을 불렸다.
현영을 본 보영은 다소 놀라는 것 같았으나 곧 침착하게
“현영이구나. 웬일이니? 여기를 다 오고.”
“너를 좀 만나러 왔어?”
현영이 이 말을 들으며 보영은 현영이 찾아온 이유를 뻔히 알아 피하고 싶었으나 현영이 일부러 찾아온 이 상황에서는 더구나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피하면 현영에게 너무 무안을 주고 심하게 하는 것 같아
“그래 잘 왔다. 이리로 와서 앉아라.”
하고 조용히 권했다.
현영이 다가오자 같이 앉아 있던 친구들이 자리를 떠나려는 것을 보영이 그들을 잡으며
“애들아! 괜찮아, 가지마! 여기는 내 친구 현영이야. 우리는 초등학교 동창이야.”
하고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데 악센트를 주며 현영을 소개하곤
“그리고 이쪽은 우리 과 친구들.”
자기 친구들이 떠나기 전에 서둘러 소개를 한다.
이 말에 현영이 할 수 없이
“안녕들 하세요? 윤현영입니다.”
하고 인사를 하자.
“네! 안녕하세요?”
여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받는다.
“내 친구니까 너희들 친구도 되지 않니? 그러니 같이 앉아 이야기하자.”
이렇게 이야기하는 보영을 불만스럽게 보는 현영, 그러나 보영의 친구들은 또 한 번 이구동성으로
“그래도 돼?”하는 친구에 “그래도 괜찮아?”하고 묻는 친구도 있다.
“그럼! 우리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일 뿐이라니까.”
여자애들은 현영이 헌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에 반해서 보영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 들었다.
그 들은 현영의 마음을 알 수 없으니까
그날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보영을 그녀의 친구들과 같이 만나 속의 마음을 말하지 못한 현영이 그 후에도 몇 번 법정대로 보영을 찾아갔지만, 현영과 만남에 곁을 안 주려는 보영의 의도적인 행동으로 언제나 보영의 친구들과 같이 이였다.
간혹 현영이 보영과 둘이 만 만나고 싶다고 의사표시를 해도 보영은 못 들은 척하고 행동하여 현영은 속만 태우다 돌아왔다.
이렇게 현영이 자주 찾아가 그들을 만나게 되자 보영의 친구들은 현영을 자기들의 친구처럼 대하고 특히 보영이 현영과의 관계가 친구 이상이 아니라는 강조로 개중에는 현영이에게 호감을 갖고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여자들로 생겼다.
전화도 안 받고 법정대로 찾아간 것도 별 효과가 없자 현영은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서 보영을 만나기로 작정을 했다.
그리곤 보영이 귀가할 때쯤 하여 전에 보영이가 내리던 돈암동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렸다.
이렇게 해서 현영이 보영을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기다림이 시작됐다.
그러나 보영의 귀가 시간을 정확히 모르고 또 보영이가 내리던 정류장이 다른 곳인지 몰라도 며칠을 기다려도 보영을 만날 수가 없었다.
실은 보영 귀가하여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려다 우연히 거기서 기다리는 현영을 보고,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려 돌아서 집으로 들어간 것을 현영은 모르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에도
영섭과 현영과 보영은 거의 매주 토요일에 있는 동아리 모임에서 만났고 가끔은 동아리 활동의 한 일정으로 하는 일요일 등산을 하면서 만났다.
등산반 동아리에는 암벽등반을 주로 하며 전문 등산가를 꿈꾸는 그룹과 심신단련을 위해 일반적인 등산을 즐기는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영섭이네는 전문적인 등산가가 될 생각이 아니므로 모두 일반적인 등산을 하는 그룹에 들어 있었다.
동아리에서 등산하는 날에
암벽등반반이 인수봉 등에서 암벽등반 훈련을 하는 동안 일반등산반은 서울 근처의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수락산, 청계산 등을 등산하였다.
동아리 활동 중 보영은 현영과 둘만의 시간을 만들지 않으려고 할 뿐 일부러 현영을 피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협조할 일이 있으면 협조를 한다. 즉 일반등산반 동아리의 동료로서 대하기 때문에 외견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러한 보영의 태도가 더욱 현영을 안타깝고 곤욕스럽게 한다.
자기가 사랑하고 있는 보영을 눈앞에 보며 정다운 말 한마디 정겨운 몸짓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어쩌다 현영이 그러한 표현을 하면 외면하는 그리고 싸늘해지는 보영의 태도가 현영을 괴롭고 안타깝게 한다.
그런 보영이 영섭에게는 표나지 않게 정답게 굴고 보영과 현영의 관계에 무덤덤한 영섭이도 수시로 보영이 앞에서 환하고 다정하게 웃는 얼굴을 보면 내가 보영이를 좋아하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내 앞에서 보영이와 그렇게 다정할 수가 있나 하는 생각에 한 대 갈겨 주고 싶도록 영섭에게 미움과 질투심이 났다.
아니 그 질투심은 영섭은 보영을 초등학교 동창으로 대할지 모르지만, 보영이는 어쩜 영섭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현영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어서 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영섭의 잘못이 아니라는 보영의 몫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기에게 마음이 닫쳐있는 보영이 보다도 죄 없는 그리고 오히려 때때로 현영과 보영의 사랑을 도와주려 하는 영섭을 미워하게 되니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눈을 멀게 하는 모양이다.
여름방학이 되었다.
등산반 동아리의 일반등산반은 두 동아리의 우의를 다진다는 명목으로 그동안 자매결연을 맺고 있던 고려대의 등산반 동아리와 연합으로 3박 4일의 지리산 등산 일정의 계획이 잡혔다.
등산코스는 구례 화엄사를 시발로 하여 노고단-뱀사골-연하천-벽소령 -세석평전-장터목-천왕봉-치밭목 산장-대원사코스로 종주하는 지리산 종주 코스 중에 최 장거리 코스로 정해졌고 일정에는 가다가 도중에 적당한 곳에서 하루 정도 산에서 야영을 하는 계획도 있다.
이번 산행에는 모두 25명이 동행을 한다.
한양대가 15명 고려대가 10명 남자가 15명 여자가 10명
처음에는 영섭이네는 세 사람이 모두 같이 가는 것으로 계획하였으나
출발하는 날 아침 6시쯤 화장실 가시던 영섭의 아버지가 갑자기 고혈압으로 쓰려지시는 바람에 영섭은 등산 출발하는 대신 적성으로 내려가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다.
보영은 벌써 나와 동아리 활동을 같이하는 보람이라는 같은 과 친구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출발시간이 가까웠는데도 영섭이 나타나지 않자 전같이 끈끈한 우정은 아니어도 그래도 아직은 영섭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현영이 영섭에게 전화했다.
그렇게 해서 영섭의 사정을 알고 난 현영은 어쩜 보영과 둘이서 자리를 같이할 수 있는 하늘이 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섭의 사정을 보영이 알게 되면 혹시라도 보영이 지리산 등산을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보영에게는 알려주지 않고 인솔자에게만 영섭의 사정을 말했다.
보영에게는 차가 출발하고 나면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이제나저제나 하고 영섭을 기다리던 보영은 등산 일정이 잡힌 동아리 모임에는 언제나 이삼십 분 먼저 나오던 영섭이 차가 출발하기 10분 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자 영섭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영섭이니? 나 보영이야!”
“보영이구나.”
“그래! 그런데 너 오늘 지리산 등산하는 것 잊었니? 오늘은 왜 이렇게 늦니? 지금 어디쯤 오고 있어?”
보영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영섭은 현영이가 보영이에게 자기의 사정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현영이 왜 보영에게 알려주지 않았는지 궁금해하면서도 보영에게
“바빠서 너에게 전화하는 것도 잊었구나, 아버님이 오늘 아침 고혈압으로 쓰러지셨어, 나 지금 병원에 있어.”
하고 대답했다.
그 말에 보영이 놀라며
“그랬구나! 걱정이 많겠다. 아버님 병환은 좀 어떠시냐?”하고 물었다.
“그래! 걱정해 주어서 고마워! 다행히도 쓰러지시자 곧바로 119의 도움으로 응급조치를 받고 일찍 병원에 도착해서 치료를 받으셔서 병원에서 며칠 안정하고 치료를 받으면 큰 탈은 없을 거래.”
“참 다행이다. 위문을 가야 하는데 산행을 하고 있으니 미안하구나.”
“아니야, 잘 놀고 와, 걱정하지 말고.”
“그래! 다녀와서 보자.”
전화를 끊고 아무래도 현영도 이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아 현영을 찾은 보영이 영섭의 사정을 이야기 했다.
현영은 처음 듣는 것처럼 놀라며
“그래! 영섭이 걱정이 많겠구나. 우리가 위문을 못가고 산행을 하게 돼서 영섭에게 미안하다.”
“영섭의 아버님이 그렇게 위급하시지는 않다니까 산행을 마치고 위문가도 될 것 같아.” 이렇게 대답한 보영은 돌아서서 인솔자에게로 가서 영섭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첫댓글 즐~~~감!
잘 보고 갑니다
즐독입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