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신석정]
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뱀이 부시시 눈을 떠보았다.
― 그러나 아직 겨울이었다.
하도 땅속이 훈훈해서
개구리도 뒷발을 쭈욱 펴보았다.
― 그러나 봄은 아니었다.
어디서 살얼음 풀린 물소리가 나서
나무움들도 살포시
밖을 내다보았다.
― 그러나 머언 산엔 눈이 하얗다.
핸 멀찌막히 `경칩(驚蟄)'을 세워 놓고
이렇게 따뜻하게 비췰 건 뭐람?
― 그러나 봄 머금은 햇볕이어서 좋다.
미치고 싶도록 햇볕이 다냥해서
나도 발을 쭈욱 펴고 눈을 떠본다.
― 그러나 `입춘(立春)'은 칼렌다 속에
숨어 하품을 하고 있었다.
* 내일이면 진짜 경칩이다.
어제까지는 햇볕이 다냥다냥 비추더니 오늘은 잔뜩 흐린 날씨.
비오고나면 젖은 땅들이 들썩들썩 들숨 날숨을 쉬겠다.
시를 사랑하는 마음도 못지않게 들썩들썩 가슴이 뛰겠다.
첫댓글 어머나 이뻐라
시가 이리 이뻐도 되나요?
ㅎㅎㅎ
이대흠의 시에 과냥과냥, 자응자응,이 나오잖아요.
그 비스무리하게 다냥다냥 발음해도 좋아요.ㅎ
단양여자가 생각나긴 하지만.^^*
이대흠의 시집 <귀가 서럽다>를 다시 찾아들었네요
차진 전라도 토속말을 비타민처럼 먹어야 겠습니다 ㅎ~
'광양여자' 대신 '단양여자'가 생각나시는군요^^
정말 좋은 시군요.
마음 따띃해집니다
ㅎㅎ 댓글이 더 따뜻하게 합니다.^^*
오늘 하루종일 햇볕이 다냥하지 못해 북카페에 앉아 책만 뒤적이게 되었네요 ㅎㅎ
곧 비가 내리겠네요. 봄비! ^^*
자음 모음 비가 하루종일 내렸겠네요
자응자응 모응모응
@시우(時雨) ^^*
다냥하다를 사전에서 찾아 보고 이쁜 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따땃해집니다. 다 JOOFE님 덕입니다 ^^*
마음이 데파졌다니 다행입니다.^^*
다 플로우님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