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울 엄니와 오늘도 웃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1.
사돈댁에서 온 무 배추로 어젯밤에
김치, 동치미 한 통씩을 담아서
식탁 위에 올려놓고 아침에
간이 잘 스며들었는지 맛을 보니,
소태다.
어제 분명 살짝 짭짤했는데...?
어라?
식탁 바닥에 맛소금이 흩뿌려져
있네.ㅠ
나 몰래 김치통에 맛소금을
양껏 뿌려 놓은 엄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울 엄니 모른 척 시치미 떼시네.
할 수 없이 무 한 개를 토막 쳐서
짜디짠 김치통 여기저기 박아두는
걸로 급처방.
2.
며칠 전 엄니의 사촌 여동생이
치매가 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올해 75세 된 내게는 이모.
아직 젊은데 벌써 치매가 와서 어쩌냐고 탄식 하시는 울 엄니는
당신은 11년째 치매인 줄 모르신다.
가끔씩
'내가 너 보다 똑똑하다'신다.
'너는 거짓말도 잘한다'.
이러신다.ㅎ
3.
아들이 할머니 방에
'스마트 쓰레기통'을 사 보냈었다.
근처에 가면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고
쓰레기가 차면 비닐이 자동으로
묶이며, 또 새 비닐을 자동으로
끼워주는 제품이다.
십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의
샤오미 스마트 쓰레기통.
그런데, 근처만 가면 뚜껑이 열린다고
엄니가 두들겨 패시니
이젠 근처에 사람이 없어도 자기
맘대로 열렸다 닫혔다 한다.
할 수 없이 엄니 방에서 철수하고,
거실에 두고 작은 책자로
감지 센서를 덮어버렸더니
스마트하지 않은 쓰레기통이 되었다.
4.
갑자기 추워진 초겨울 같은 가을이
변심한 애인같이 떠나려 하네.
어머니 오시기 전엔 산으로 들로
날쌘 다람쥐같이 잘도 쏘다녔건만,
이젠 언감생심이다.
가을되면 집 앞 천변엔 갈대가
무성하다.
사촌쯤 되는 억새는
영남알프스와 오서산에 가면
볼 수 있었으니,
어느해 가을 새벽에 올랐던
영남알프스의 억새 군무는
장관이기도 했다.
물기 하나 없이 마르고 긴 억새는
가을 햇살을 품고 땅속 깊숙히
묻어 둔 그리움을 오롯히 담아
가녀린 허리를 꽂꽂이 세우고
바람을 타고 춤을 췄다.
시크하고 도도하게.
마치 첫사랑처럼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이 그립다.
오서산 억새
영남 알프스 억새
영남 알프스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울진 앞 바다.
첫댓글 ㅎㅎ 어머니께서 치매로 귀여운 짓을 이렇게 글로는 이렇게 쓰셨지만 곁에서 보는 식구들은
힘드실텐데 다들 대단하십니다 쓰레기 통이 열린다고 자꾸 때리셨군요 ㅎㅎ 이모님이 75세 인데
치매시라니 어쩌나요 그 병은 약도 없다는데 참 남의 일이 아닙니다 가을 빛 깔 아직 한 낮에는
남아 있는데 리진님 어머니 에게 묶이셔서 어쩐대요 멋진 아름다운 가을 여인 하셔야 하는데
글 써 달라 졸랐더니 이렇게 감사 황공무지로 소이다 ㅎㅎ 잘자요 이쁜 사람..
운선님께서 첫사랑 이야기 하셔서
별의미 없는 이야기 짜집기 해봣어요.
감사해요. 늦은밤 첫뎃글 주셔서.
굿밤 되세요.^^
리진친구가 수고가 많네...
묵묵히 격려의 박수 보내며 ...화이팅~!!
고마우이 갑장친구.
잘지내리라 믿어요..
친구도 홧팅~~^^
글을 참 잘 쓰시네요 리진님
차도녀 (차갑고 도도한 여인) 인줄 알았는데, 시도녀 (chic하고 도도한 여인) 이었네요. 강건(康健)하세요
잘 쓰시긴요.
그냥 주절거린 글이죠.
차도녀는 싫은데요.
시크녀는 조금 낫네요. 요즘 댓글에서 종종 뵙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새벽녘에 잠깨
리진님 글 읽습니다
11년째 당신이 치매인지를 모르신다는 어머니
우리집에도 한 사람 있네요
매일 하루에도 몇번씩 같은 말을 해도
돌아서면 잊어먹는 ......
측은지심으로 살려고 애 써 보지만
사람 환장하게 만들때가 한 두번이 아니니
이쁜 리진님
고생하십니다
요요님도 힘든시간 보내시는가 봅니다.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위로를 보태드립니다.
힘내시길요.
배낭 크기를 보니
최소한 1박2일은 될 것 같네요.
그때 발로 부지런히 가을을 만끽했으니
지금 마음으로나마 가을을 느끼시는것이겠지요
저 배낭 크기에 비해
무게의 절반은 공기입니다. ㅎ
그 시절은 공허했던 시간을
살기 위해
꾸역꾸역 올라갔건만,
지금은 그때의 그 산들이
그리움이 되었군요.
신불산에서 간월재 내려오는 길이지 싶습니다
등짐 크기와 볼륨으로 보건데 비박채비 하신듯 하구요 등산 제대로 하시는 포쓰 입니다
잡티없이 뽀얀 피부가 돗보이십니다
어머님 모시느라 욕 보십니다~^
맞아요.
딱 알아보시네요.
저 날은 심한 목감기로 약을 먹고 갔는데 많이 힘들었어요.
영축산이 억새는 더 장관이었다지만
갈 힘이 없어서
신불산에서 몇몇은
하산하던 길이었지요. 뽀얀 피부?
ㅎ 잡티를 잡아내지 못한
카메라 덕분입니다.^^
지금도 가녀리고 예쁜 줄 알고있지만
저 때는 아효.~~~
너무 멋지고 아름답네요.
계속 웃으며 읽다가 스마트 쓰레기통에서 빵 터졌습니다.
커피 마시다 사래들 뻔.
요양원에서 고래고래 고함치셔서 쫓겨난 울 아버지 이야기 들었을 때, '역시 울 아버지야~~'라며 눈물 쏙 빠지게 웃었는데...
그 직후 그 눈물이 진짜 눈물이 되더라구요. 소식전해 준 전화기 붙들고 한 참 울었지요.
힘든거 알고있는데
유머스럽게 소식 전해 주시는 넉넉한 리진님의 맘에 감사해 지는 아침입니다.
뵌지 일년 되었습니다.
다시 만날 때가 언제 일지 그때까지
건강히지내세요.
치매가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다니 아버님도 그러셨나 봅니다.
보통 치매 환자도 성격을 따라 간다고 합니다.
우리 어머니는 다행히
잘 웃는 편이십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으면
그냥 웃으세요.
가끔 시치미를 떼시기도
하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시지만,
그래도 약이 진행을 늦춰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월팝을 안 가게 되니
커쇼님 만나기 어렵지요.
언젠가 또 만날 날이 있겠지요.
커쇼님도 그때까지 잘 지내시길요.^^
아니 어젯밤에 빨간 옷 입은 멋진 여인이 있었는데
어디로 갔지요? ㅎ
아이가 되어 말썽을 부리시는데
재롱으로 받아들이시고 잘 견디시네요
우습지만 웃기만 할 일이 아니지요
그렇게 하루하루 잘 지내주시니 고마운 일입니다
오서산에서 찍은 인증샷도
올릴까 하다가
영남알프스
인증 사진만 올렸는데,
아침에 보니 민망해서
주인공인 억새로 바꿨지요.
며늘애가 갖다 준 아직은 떫은 대봉감도
침수 해서 드시겠다고
몇개를 전기밥통에 넣어 두시니,
그것도 말려도 안되서 그냥 포기했어요.
요래 자잘한 말썽을 수시로 하십니다.
웃지 않으면
일일히 화낼수도 없으니요.^^
아이구야 ㅎㅎ ㅠㅠ
어머님이 귀여우셔서 웃고 스마트 쓰레기통이 안 스마트해진 이야기에 웃다가 순간 뭉클..
우리 고우신 효녀 리진님 고생 덜하시게 그나마도 예쁜 치매, 순한 치매를 앓고 계시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효녀 효자 효부를 거느리셨으니 어머님 말년 복이 크세요.
가을이 벌써 마감되고 겨울이 열렸네요.
감기 들지 마시고 늘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우리 고우신 리진님, 글 올라오니 넘 기쁩니다.
리진표 게시글, 품질 우수! 향후 원활한 공급을 기대합니다! ㅎㅎ
굿 모님입니다,
울 달쎔 답글은 오후에 달께요^^
@리진 맞아요. 때론 아이 같으셔서 귀엽기도 합니다. 미래의 제 모습 같아서 한편 슬프기도 하네요. 어머니에겐 제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저는 자식에게 부담 주기 싫으니, 아마도 우리 세대는 다 그렇겠지요.
웃을수 없는 웃픈 현실을
담담히 풀어내셨네요
그 상황과 마주 할 때는
얼마큼의 인내를 하실지ㅠ.ㅠ
병인줄 알면서도
속상하게 할 때는
한계가 느껴진다 하더라구요
저는 찾습니다 안전문자오면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울엄니 고향간다고 정류장서 찾은 이후부터요
저도 키높이 센스 쓰레기통 쓰는데
스마트가 아닌 통이 되어버리다니ㅠ
리진님 힘내셔요~^^
엄니를 찾셨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실종 안전 문자가 오는 것을 보면, 엄니가 안방에 잘 계시는 것에 안심을 하지만, 그 가족의 안타까움은 가늠이 안 된답니다.
울 엄니는 코로나 때부터 잘 못 걸으세요.
집 여기저기 세워 둔 봉을 잡고 겨우 조금씩 움직이는 정도지만,
더 나빠지지만 않음 좋겠습니다.
위로의 글 감사해요.~^^
정작 환자 본인이 자신의 병을 인지하지 못하다 보니
‘나 치매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돼’
‘왜 자꾸 나를 바보 취급해’
이런 말들을 반복하게 됩디다.
그래서인지 성격이 더 예민하고 충동적으로 변하는 모습도 보이더라고요.
이렇듯 뇌와 마음의 병을 가진 어르신을 모시는 가정은
늘 노심초사하며 가까이서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칼에 베이면 꿰매고,
장기에 이상이 있으면 수술로 해결할 수 있는
육체의 병과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치매라는 상처를 안고
돌봄을 지속해야 하는 가족의 마음에는
피로감이 쌓이기 마련입디다.
그래도 우리 삶에서 겪게 되는
일종의 통과의례라 생각하신다면
그나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실 겁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우리 형제들도 엄니에게
치매라는 소리는 절대 안해요.
펄쩍 뛰시거든요.
어쩌다 그런 이야기 나와도
'내가 무슨 치매냐?' 라고 하시면,
나이 많아지면 다 잘 잊는다고.
우리도 잘 까먹는다고 합니다.
요즘은 약이 좋아 수명 이 길어져 그런지
주변에도 장수 하시는 노인분들 많더군요.
이젠 백수도 드물지 않을 것 같습니다.
통과의례...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려고 해요.
^^
치매이건만 이닌 듯 치매 초기로 사시는 분들이 많으시다네요
치매만은 피해가고 싶은데요
리진님은 글을 고급스럽게 잘 쓰시네요
잘 보고갑니다
초로 치매 환자도 늘어 난다는군요.
치매만은 피하고 싶은것은
모두의 희망사항이겠죠.
뎃글 감사드려요.^^
아~~
글은 쉬운데 그 마음 오죽하시랴
제가 오래전 등산 다닐때 영남알프스에서 스케치한 사진입니다
엄니께 치매가 온 것을 알고
바로 모시고 와서 지금까지 함께하니
지금은 당연한 듯 받아들입니다.
무엇보다 저와 있기를
원하시는 엄니라서
제 몫이라 생각해요.
가을의 영남 알프스 그림이군요.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스쳐 지나지 않고
그릴 수 있는 모카님, 너무 부러워요.^^
재미있게 읽고 한편으론 모녀의 따뜻한 정이 애절 하기도 하네요
어머님 을 극진히 모시는 리진 언니 더 많은복 받으실거에요
우리 시어머니도 그렇게 자주하던 전화도 뜸하고 만나면 피아노학원 하느라 얼마나 힘드냐고 ..이제 손놓았다해도 괘념치 않으시네요
예전의 총기 있던 모습이 사무치게 그리울때가 많아요
♡♡♡
다 같은 마음이네요.
저도 총기 있던 울 엄니의
예전 모습이 문득 떠오를 때면 슬퍼집니다.
점점 단순하게 아이처럼
되어가시니요.
송년회 준비로 마음이 분주하시죠?
올해는 참석도 못 할 것
같아 미안하네요.
리진님
소식없어 궁금했는데
부모님 돌보시느라
힘드시겠네요
참착하고 이쁜따님이시네요
그래도 옆에계시니까
리진님도 건강창기면서
잘지네시다가 한가해지면
봅시다
항상건강하시고 부모님과
행복한날이 많이있기를
바래봄니다♡♡
여성방 모임에서 뵙던 따뜻한 인상의 비취님을 기억합니다. 삶방까지 발걸음 해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감사드려요. 여유 시간 되면 함께 하겠습니다.
아 오서산~~정말 좋아요.
가을 때 맟추어 가고 싶어요.
오서산 억새 축제가 10월 중순쯤 열리니 그 무렵 가보셔요. 가까운 곳은 포천 명성산도 있습니다.
얼마나 두둘겨 패셨으면..
뚜껑이 제 멋대로 열릴까요? ㅎ
경험한 바..
환자는 자신이 치매인 지 인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일반 인과 같이 대하면 본인이 스트레스로 못 견디죠.
세 살 어린 아이라 생각하시고 마음을 다 잡으셔야 조금 편해 집니다.
치매 환자와 함께 사시는 모든 분들께..
힘 내시라고 응원해 봅니다.
제맘대로 열리는게 이상하다고 뚜껑 근처 센서를 자꾸 때리시니
쓰레기통도 반항하는게 아닐까요?ㅋ
김포인님께서 이미
겪으신 일들이시니
김포인님 내외분도
효자 효부세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도 처음 5년은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가
어렵더군요.
이젠 적당히 조절해요.
조언 잘 참고할께요.
형제들도 가까이서 도와주기도 하니 견딜만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러게요. 오늘이 지나면 어제가 되는 현실이, 또 가는 세월이 너무 아쉽기만 한 나이가 되다 보니 하루하루가 소중합니다. 멋진 댓글 감사해요.^^
치매걸리신 부모님 돌보시는 분들...글자 그대로 동병상련입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드셔도 호기심만 잃지 않으시면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떤 나이에도 그 나름대로 멋진 일이 있는 법이다'.
뒤에 있는 말은 아인슈타인의 말입니다~^^
저의 어머니의 경우는 약 덕분인지 십 년 동안 진행이 천천히 되는 것 같아 그리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노년에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성격이 조용하시고 외출을 싫어하시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까요.
치매에 무지하다 보니 5년 동안은 불안해서 꼭 붙어 있었지만, 이젠 저도 숨통을 찾아 동생들에게 맡기고 가끔 외출도 합니다.
저의 어머니도 여전히 호기심이 많아 질문이 많습니다. 특히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이죠.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쓰레기통?
그런 쓰레기통 있군요
올 한해도
치매 어머님 모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새해에는
좀 더 밝고 가벼운 마음의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