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아, 내 어린 것아 보아라
지금 내가 찍어 넘기는 것은 책장, 아니 네가
아주 작은 물결이었을 적부터 그 자취로부터 건너온, 탯말이다
수 권의 두툼한 나무의 몸이 들려주는 바람의 양아록養兒錄을
이제 이 주머니에서 모두 꺼내어 너에게 주마
두 눈을 다 감고도 뜬 것처럼, 수평도 지평도 다 들춰
강바닥, 돌 밑, 저이의 가슴까지도 꿰뚫고
순수로 박동하는 너의 심장을 진실로 마주하게 할, 그것은
이제야 들려 주건데
본래 너의 형형한 눈이었다, 눈망울이었다
너는 말을 삼키면서도 진실의 숨결로 말하고
애써 눈물짓지 않아도 바다의 멍에 발 담근 사람이려니
세상은 너와 함께 파랑치리라, 잔잔하리라
행간行間이라는 것은 아직 너의 말이 아닐 테다만
그 안에 부딪고 스쳐갈 수많은 어깨와 어깨들이
너를 바로 서서 걸어가게도, 뛰어가게도 할 모양이다
깊어가는 세월 속에서, 책 속 그늘처럼 저물어가는 어미의 눈은
지구를 딛고 차오를 사소한 네 걸음 하나를 비추려
눈에서 꽃이 피어나고 입 안에 향기 머금을* 너를 비추려
이토록 환한 꽃등으로 만월로 불 밝히는 일 뿐이구나
*이옥(李鈺, 1760~1812)의 `책에 취하다墨醉香序묵취향서` 중에서
[아왜나무 앞에서 울었다],신생,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