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학교 1학년때 집합을 배우면서 수학을 포기했습니다. 중-고 3년과 수능시험을 거치며 수학 문제를 내 힘으로 풀어본 건 다 합쳐 30문제도 안 될 것 같고, 그나마 맞춘건 15문제 뿐입니다. 부끄러운 얘깁니다만 수능시험때 수리영역 1은 4~5문제인가 빼고 다 찍었습니다. 수학에 관한 한 저는 거의 전국 최하위 1%에 들 겁니다. 그만큼 숫자에 약하고 통계에 약하고 계산에도 둔합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숫자를 한번 내세워보려 합니다. 뭐 대단한 숫자놀음을 한 것도, 거기에 무슨 정연한 논리를 대입해서 남다른 결론을 도출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눈에 잘 보이는 명징한 숫자 하나만 갖고 얘기할 까 합니다.
그 숫자가 뭐냐면 바로 '100'입니다. 기록경기 야구에서 100단위로 끊어서 뭐 기념하는 거 우리는 참 좋아하잖아요. 그때 쓰는 숫자 100 말입니다. 물론 그 숫자를 기준으로 사람을 무 자르듯 나누는 건 참 위험한 편견입니다만 그래도 이 글에서는 편견을 한번 부려볼랍니다.
41세 (21년차) : 671경기 / 210승 153패 103세/3003.0이닝 3.51 / 2048삼진
38세 (16년차) : 393경기 / 161승 128패 10세 / 2394.2이닝 3.51 / 1661삼진
40세 (17년차) : 482경기 / 120승 118패 24세 / 2080.0이닝 3.54 / 1341삼진
40세 (14년차) : 320경기 / 100승 077패 30세 / 1411.2이닝 3.30 / 0622삼진
41세 (12년차) : 558경기 / 067승 070패 214세/1118.2이닝 2.83 / 1214삼진
보기 쉽지요? 투수들 기록입니다. 그 선수가 커리어를 끝낸 (또는 올 시즌) 나이, 국내 프로야구에서 뛴 년차, 게임수... 나머지는 우리가 흔히 보는 투수의 대표적인 기록들이죠.
우선 한 가지 얘기할 게 뭐냐면 저 투수들은 ( )안의 년차를 모두 한 팀에서만 채웠습니다. 중간에 외국으로 나갔던 선수도 있는데 그 기간은 뺐습니다. 그러니까 저 5명의 40대들은 합쳐서 80년을 한 팀에서만 뛰었다는 얘깁니다. 자연히 뒤에 따라오는 기록들, 그러니까 100+승이든 100+세이브든, 오로지 자신이 데뷔한 그 구단을 위해서만 올렸다는 얘기죠. 저 5명은 지금도 그 구단에서 뛰고 있거나, 그 구단에서 코치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바로 어제 그 구단에서 은퇴식을 치르고 코치를 할 예정인 사람들입니다.
저기 씌여진 나이나 몇몇 기록만 보고도 많은 분들이 5명의 이름을 대부분 유추하시겠죠. 빙그레-한화의 에이스, 또는 클로져였던 선수들...송진우-정민철-한용덕-이상군-구대성 입니다. 저 순서는 공헌도 순서라기 보다는 그냥 (이닝수) 순서로 나열했는데 공교롭게도 승수 순위와 같네요.
누적기록이라는 게, 세월 지나면 채워지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습니다. 정민철의 은퇴로 현역 최다승이 김원형(134승)인데 뒤를 이은 현역은 김수경(110)-손민한(103)-박명환(98) 순서죠. 그나마 박명환 밑으로 현역 80승 투수가 한명도 없네요. 배영수가 78승, 구대성이 67승, 조웅천-이승호-박지철-류현진이 6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4년차 류현진이 현역 최다승 10위라는 얘기입니다. 그만큼 우리 야구에서 롱런하는 투수가 없었는데, 저 다섯명은 참 오래도, 그것도 한 팀에서 던져줬네요. 그것도 아주 잘 던졌죠. 참고로 구대성은 김용수에 이어 통산 세이브 2위입니다.
어제 꽉꽉 막히는 고속도로를 4시간 반이나 달려 대전구장에 갔습니다. 그리고는 지정석에서 은퇴식 보면서 울었습니다. 맨 처음 내가 누군가의 '팬'이었던 선수가 그라운드를 떠난다니 기분이 참 그렇더군요. 내 학창시절이 어디론가 파묻혀 사라지는 상실감이랄까.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은 솔직히 천년만년 계속 던질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한용덕 이상군은 이미 수년전에 유니폼을 벗었고.... 빙그레 유니폼을 입어본 선수는 이제 구대성 뿐이군요. 제 머리속에는 아직도 빙그레 이글스의 기억이 선명한데 말입니다. 아무튼 계속 독수리 유니폼을 입고 커리어를 마친, 그리고 (호불호는 갈리지만) 여전히 팀에 남아있는 저 아저씨들이 새삼 참 고맙습니다. 100을 못채우고 떠났다고 덜 고마운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PS. 이글스는 장종훈이 19년간 1950게임에서 1771안타 340홈런 1145타점을 기록한 팀입니다. 현 타격코치인 선수도 현역시절 15년 1457게임을 오로지 '이글스'라는 이름만 달고 뛰었습니다. 김태균 이범호가 저런 선배들 등지고 다른 팀으로 가면 평생 쳐다도 안 볼겁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안 벌어지길 바랍니다.
첫댓글 김태균, 이범호 선수들이 이 글을 꼭 봤으면 합니다 암튼 둘다 딴데 가기만 해봐라...ㅎㅎ
FA 영입이나 트레이드가 다른 팀에 비해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이글스가 좋습니다.(가끔은 트레이드나 FA영입도 좀 해주세요~^^) 그리고...씌여진(X) ---> 쓰여진(O)
말그대로 전설입니다..^^;; 이런 팀 응원하는 것도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프로는 너무 잘 해도 문제네요... 너무 잘 하면 욕심내는 팀도 많고 선수 욕심도 커지는데.. 두 선수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범호는 몰라도 태균이는 아마도 계속 전설을 만들어 갈껄요???ㅎㅎ 천안 촌놈 출신이라서 배신이란거 몰라유..
어제 정민철선수 애써 울음을 참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더군요. 먼 훗날 7번과 51번도 외야 한켠에 그 번호판이 설치되기를 바랍니다. 근데 한가지 맨 첫번째 선수의 나이는 43세겠죠?
설마 평생 쳐다도 안보시려구요.ㅋㅋ 이글스는 프랜차이즈 대접 하나는 확실히 해주는거 같아요. 우승횟수? 다 필요없습니다. 저 은퇴한 5명에 장종훈 이정훈.. 이글스 팬으로써 제 자랑거리입니다.
이정훈은 저 5명,장종훈 선수에 비교하긴 좀 그렇죠,, 단일년도 포스는 최고이나, 뛴년도도 10년도 안되고 말년에 다른팀 두군데에서 뛰었으니,, 장종훈선수보단 15년 가량뛴 강석천선수가 타자쪽에선 레전드같네요.
제 생각에 강코치님은 롱런한 우수선수였지만 타율과 장타력 등을 봤을 때 타팀이 봐도 레전드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에 반해 이정훈 선수는 정말 빙그레시절에만 반짝한건 사실이지만 한화를 비롯한 타팀에서도 강코치님보다는 한단계 위로 평가받는것 같더군요.
구대성선수 클로져로 한시즌만뛰게 하면 안되려나..... 14개정도 차이나는걸로 아는데 통산1위 해주게 밀어줬으면...
최근의 포스면 차라리 토마스를 허리로 보내도 든든하겠습니다. 13개 차이더군요. 내년에 클로저로 돌리면 혹 부진이 오더라도 기록깰수 이겠습니다만, 곧 뒤집힐 기록 같아 좀 안타깝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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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에 다녀오면서 레전드급 고참선수들에 대한 추억과 나의 유년시절, 앞으로의 한화와 팀을 이끌어갈 주축선수 생각이 뒤섞여 묘한 그런 기분을 느끼셨던거 같네요... 비록 티비로 봤지만 저도 참 짠하더군요... 글고 낭만님글 그냥 제 느낌일 뿐이지만 언뜻보면 태클로 보입니다 ㅎ
은퇴식보며 앞으로 은퇴할 선수들이 누구? 막 이런 생각 먼저 들던데 ㅜ 저도 울었습니다. 시즌 막바지에 다다르니 태균, 범호선수의거취가 ㅜ 아, 기대반 걱정반.
역시 고참급 대우는 이글스를 따라갈 팀이 없네요!! 쩝;; 영구 결번에 대한 지식이 더 빨리 나왔으면 한용덕 선수의 번호도 결번되었을텐데 아쉽네요;; ㅠㅠ 그나저나 태균, 범호는 해외진출 or 잔류...두 가지 선택 밖에 없으리라 생각합니다...타 카페로 퍼가겠습니다..
김태균 이범호 해외진출하면 한화는 승산없다 혹시 용병중에 데이비스나 로마이어 급이나 아니면 김태완 포텐폭팔 장종훈 부활(?)이정도면.... 가능할지도.....
김태균 이범호 선수가 해외가 아닌 국내 타구단으로 이적 한다면 그냥 그 정도 애착심의 선수이겠지요. 김태균 이범호 보다는 한화이글스를 더 사랑하기에 만약 이적한다면 더이상의 애정은 갖지 않을겁니다. 사실 지금만 봐도 대선배들하고 차이는 나죠. 장종훈 코치님이 선수시절 아무리 기량이 떨어져도, 정민철, 송진우 선수가 FA선언을 해도 떠날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었으니까..
한화이글스에서는 150승은 해야 영구결번 하네요. 진짜 레전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