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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황제의 반려다-05
지금 내 나이가 몇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자꾸 성질만 내는거 같단 말이야….)
두 눈을 껌뻑껌뻑거리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라일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러냐고? 지금 나의 짠 손 맛을 느끼고 잇을테니까 훗.
아, 이런 또 다른 말로 빠졌네! 이럴 때가 아니지!!
지금 나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제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왜냐고? 지금 내 나이가 몇인데? 처음 보는 남자랑 결혼을 해야되고 합방을 해야된다는데
꼭지가 안 돌고 제정신인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물론, 여기서와 계속 잘 생긴 사람과 어여쁜 사람들만 봐서 눈이 호강하고 있지만
꼭 다 잘 생겼다고 그 남자가 잘 생겼다는 보장이 있냐고! 외모를 떠나서
그 사람이 완전 폭력자면 어떻게해? 결혼 생활 내내 맞고 살아야 하는 것야?
천 명도 죽여야되는 걸 그 남자도 알고 있을텐데 그 남자는 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싸울거 아냐? 그럼 그 사람들도 다 죽이겠지? 아이고~!! 끔찍해!!!!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무서운 사람과 같이 살 수 없다.-아직 죽이지도 않았는데 김칫국이다.
두 눈을 껌뻑거리고 있는 라일을 향해 무섭게 소리쳤다.
" 지금 마황제와 결혼이랑 합방을 해야 된다고 한거예요?! "
내 물음에 라일은 잠시동안 대답이 없었다. 아마도 내가 손으로 입을 막고 있어서이겠지만
나는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엄청난 충격 때문에.-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라일은 가만히 나르 쳐다보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얕은 움직임이였지만 나는 라일이
무슨 대답을 했는지 충분이 이해할 수 있었다.
" 한 번도 본 적없는 남잔데도?1! "
흥분으로 얼굴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부정하고 싶었다.
지금 라일이 대답하고 내가 질문하고 있는 모든 것이 라일이 했던 모든 말이 부정이길 바랬다.
부정이라면 지금 내가 이렇게 흥분하기도 실신 직전까지는 가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내 바람이 무참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라일의 눈동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빛이 스쳐지나가며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그 순간, 라일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놓고
다시 침대에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바렸다.
나의 로망스가 그대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마황녀님 제가 모자라서인지 모르겠지만 마황녀님이 왜 이러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여태까지 모셨던 마황녀님께서는 라이라님과 같은 반응을 보이셨던 분은 단 한 명도 없으셨습니다.
모두들 당연하게 생각하셨고, 그 것에 대해서 싫다 하는 의견을 내 놓으신 분들도 없으셨습니다. "
나는 라일의 말이 더 이해하기 힘들었다. 당연히 어느 여자가 한 번도 본 적 없고, 이름 조차 모르는 남자와
결혼을 한다는데 기뻐 날뛰는 여자가 어디있겠는가? 지금 라일이 말한 여자들이 이상한 거 아니야?
아니면 진짜 내가 이상한 것일 수도 있었다. 여기는 대한민국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니까….
충분히 머리로는 이해를 하면서도 마음은 이해를 못 했지는 몸에 돋은 소름은 가라앉지 않았다.
" 라일, 잘 들어요.
제가 기억을 잃어서인지 잘 모르겠고, 제가 혼자 이상한 것일 수도 있는데
아…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라일 그러니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이름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 할 수도 합방을 할 수도 없어요. "
" 마황녀님…? "
" 기억을 잃어버려서인지 여기서는 제가 기억하는 모든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 같네요.
어떻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남자와 결혼을 하라는 거죠? "
여기가 조선시대냐고?
이 말은 목구멍 너머로 넘겨버렸다.
어차피 말해도 모를 것 같아서 말이다. 내가 이렇게 말을 하는데도 라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것도 잠시 라일은 다시 평정심을 찾은 듯 숨을 고르게 쉬며 지그시 나를 바라봤다.
나와 눈을 마주한 라일의 표정이 조금은 굳었지만 아까처럼 어리둥절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은 없었다.
" 마황녀님 말씀대로 마황녀님이 기억을 잃으셔서 그러신 것 같습니다.
마계의 기억을 잃으셨으니 마계의 모든 풍습과 전통들이 이해가 안 가시는 것을 이해합니다.
지금 기억하고 계시는 것은 지구에서 인간이었을 때의 16년이란 시간이니까요. 하지만 마황녀님의
말씀대로 지구의 상식은 이 곳과 많이 다를 것입니다. 아마, 지구라는 곳은 마계처럼 살육을 쉽게 할 수도
없으며 지금 마황녀님이 말씀하니는 것처럼 얼굴 한 번 본 적없는 사람과 쉽게 결혼도 하지 못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마황녀님 여기는 지구가 아닙니다. 마황녀님은 인간이 아니십니다.
힘드시겠지만 마황녀님은 이 마계를 어깨에 짊어지시고 가야 할 책임자입니다. 그 책음을 내팽겨쳐서는 안됩니다.
마황제님이 무사히 황제의 자리에 등극하시기 전까지는 마황녀님이 이 마계를 다스려야 합니다.
물론, 마황제님이 등극하시고도 마황녀님께서는 마황제님을 도우셔야 하지만 그 건 조금 사뭇 다른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다시 한 번 머리 속에 각인시켜야 할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황녀님은 마계의 마황녀이십니다.
지구의 인간이 아니시란 말입니다. 이해할 수 없어도 이해햐셔야 합니다. 마황녀님은 인간이 아니니
지구의 상식에 얽매여서 마계에 적응을 하시지 못하시면 안됩니다. 이 것이 순리며, 이 모든 것이 이 곳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란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
훈계를 하 듯 차근차근 말을 이어가는 라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슴 안에서 무언가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이 곳이 꿈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슴에 품고 있었던 것일
지도 몰랐다. 외모도 몸매도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그런 환성적인 것을 가지게 되었고, 단 하루지만
나는 정말 세상의 모든 여자가 부러워할 만큼 공주같은 대접을 받았다.
그냥 꿈이려니…가볍게 생각만 했는데 사실은 꿈이 아니였나보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쉽게 생각해서는 안됐어야 했다. 나는 확실히 대한민국의 여중생이 아니였다.
나는 마계의 마황녀였던 것이었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니, 그 이름에서 오는 그 무거운
위압감과 함께 책임감이 몰려왔기 때문에 외면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슴이 쿵쿵 거리며 뒤기 시작했다. 내 심장이 아닌 것 처럼 갑자기 요동을 치며 자신을
알아달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라일의 말대로 무언가 몸이 반응하는 것 같았다. 피가 몸 안을
돌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 …죄송합니다. 마황녀님이 처음부터 마황녀님께 너무 큰 짐을 짊어드리게 한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조금씩 알아가면 됩니다. 꼭, 1년 안에 모든 것을 마치실 필요는 없습니다. 굳이 말입니다.
천천히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으면 됩니다. 어린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이 말입니다. 처음부터
제가 너무 몰아세운 것 같아 너무나 죄송할 따름입니다.
저희들의 착오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은 마황녀님이신데 말입니다.
확실히 기억을 잃어버려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만 마황녀님은 다른 마황녀님과 사뭇 다르십니다.
더 좋은 이 나라의 어머니가 되실 것 같습니다. "
나를 위로 해주는 것일까?
라일은 아까와 다르게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내 마음을 천천히 녹여주었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라일은 고개를 숙여 나에게 정수리를 보여주더니 다시
허리를 곧게 펴고선 입으 열었다.
" 대충 설명은 끝났으니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마황녀님의 성함은 ' 라이라 엔델리아노스 ' 이시고, 올해로 25세가 되셨답니다.
지금까지 설명드린 마황제님의 득위식까지 시험은 1년 뒤부터 치뤄질 예정이니 지금은 조금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계십시오. 마황녀님께 해가 될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 것은 신이 정해주신 운명이니까요. "
신이 정해준 운명….
그 단어가 이 순간 만큼은 너무나 싫었다.
왠지 나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말을 하는 것 같았다.
" 조금 쉬시게 계십시오. 곧 시녀들이 와 마황녀님을 준비시켜 드릴 것 입니다.
준비가 끝나면 앞으로 마황녀님의 교육을 맡으실 분과, 마황녀님의 호위무사 대장을 소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직속 시녀도 소개 드릴터이니 이따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
라일은 여기까지 설명을 맞치자 다시 한 번 나에게 인사를 하더니 그대로 미련 없이 방을 빠져나가버렸다.
커다란 방에 나 혼자 남은 나는 방 안을 멍하니 둘러보다 그대러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다.
왠지 엄청난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 길게 길게 끝없이 나오던 한 숨이 멈추자 똑똑- 거리는 노크소리가
들려와 나는 얼른 몸을 일으켜 문 쪽을 쳐다보았다.
" 누, 누구세요? "
" 마황녀님을 보필하려 왔습니다…. "
내 물에 막힘없이 대답한 목소리는 문 너머에서 들렸는데 나보다 어린 소녀의 목소리였다.
가늘고 고운 목소리에 나는 얼른 들어오라는 말을 했고, 문이 서서히 열리자 새하얀 시녀복을 여러 명의
소녀들이 고개를 숙인 체 나와 눈을 마주치게 하지 않게 위해 몸을 불편하게 움직이며 들어왔다.
***
시녀들이 빠른 손놀림에 놀림을 당한 나는 어느 새 은색 빛깔로 아름다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매끈한 재질로 되어 있는 원피스는 몸에 짝 달라붙는 식으로 약간 미니 원피스를 연상시켰는데
예전과 다른 몸매라 나는 훌륭하게 그 원피스를 소화해내고 있었다. 탱크탑 형식의 그 원피스는
단순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런 장식도 되어있지 않은 민자 원피스였지만 반짝반짝 빛을 받을 때마다
여러가지 빛깔이 눈에 들어왔고, 그 원피스와 세트인 듯
굽이 살짝 놉지만 불편하지는 않은 하얀 보석들이 박힌 샌들을 신었다. 머리까리 단정하게 틀어 올려
고정시키자 시녀들은 그대로 물러갔고, 혼자 거울을 보며 바뀌어 버린 내 모습을 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똑똑-하는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 준비가 끝나셨다 들었습니다. "
조금은 익숙한 라일의 목소리였다. 나는 얼른 문 쪽으로 다가가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아까와는 사뭇 다르게
안경을 벗은 라일이 서있었다.
" 아름다우십니다. 황녀님. "
또 다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는 라일을 보며 나는 수줍게 웃으며 방 밖으로 나왔다.
라일의 에스코트를 받으면 도착한 곳은 문이 활짝 열려져 있는 화려한 응접실이었다. 향극한 꽃 내음과 섞여
먹음직 스러운 냄새가 함께 풍기고 있었는데 새하얀 바탕에 꽃이 잔뜩 그려진 벽지로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천장에 달려 주변을 밝혀주고 있었다. 그 아래로 새하얀 바탕에 금테가 둘러진 긴 식탁이 놓여져 있었고,
그 식탁과 세트인 듯하 의자들이 줄 잘 맞춰 서있었다. 꽃 무늬 벽지 위로는 아름다운 그림들이 액자로
걸려있어소 테이블 위에는 아름다운 꽃이 꽃 병에 꽂혀 있으며 촛대와 함께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었다.
아직 음식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아마 주방과 연결되어 있어서 음식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앞으로 곱게 모은 체 벽에 기대어 서있던 시녀들이
의자를 빼 내가 앉을 수있게끔 도와주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라일 역시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내 맞은 편에 앉았고, 라일과 내 무릎 위에 냅킨을 덮어준 시녀들이 다시 벽에 붙었다.
그렇게 한 오분 쯤 흘렀을까? 가만히 허공을 바라만 보고 있는데 갑자기 라일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깜짝 놀라 문 쪽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엉거주춤 움직였다.
문을 열고 사뿐 거리는 걸음으로 들어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녀는 화려한 금발의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트린 체 새하얀 얼굴과 머리색에 대조되는 푸른 눈동자를 가진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눈 색과 어울리는 연한 물 빛같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인은 천상 여자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그 푸른 눈동자를 움직이며 나를 쳐다보던 여자는 놀라움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며 입가에 진한 웃음을 그렸다.
그리고선 고개를 숙여 나에게 인사를 했다.
" 드디어 만나뵙게 되는 군요 마황녀 라이라 엔델리아노스님. 그 동안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제 이름은 레이카라고 합니다. 1년 동안 마황녀님의 교육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런 비천한 자가
마황녀님의 교육을 맡게 되어 얼마나 황송한지 모르겠습니다.
" 아, 반가워요 레이카씨. "
" 그냥 편히 레이카라 불러주십시오. "
싱긋 웃는 그녀 레이카의 얼굴은 무지 상큼해보였다.
그녀는 나비가 날아디는 듯한 사뿐거리는 동작으로 라일 옆자리에 멈춰서더니 라일을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라일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레이카를 쳐다보았다.
둘 다 괸장히 좋은 사람같은 인상을 받았다. 레이카도 들어왔겠다 다시 자리에 앉으려는 나는 앉을 수가 없었다.
곧이어 들어온 사람 때문이었다.
레이카와는 조금 달랐다.
더 큰 키와, 떡 벌어진 어깨부터 달랐다.
그리고 그 사람을 보는 순간,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 세상의 모든 시간이 멈춰진 것 같았다. 그 사람의 움직임이…내 눈에는 그저 슬로우모션 처럼
보여졌고, 당당한 그 모습에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라일과는 사뭇 다른 정장이었다.
검은 바지에 검은 구두. 제복같은 정장이었는데 그 것이 제 몸인양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짙은 남색의 결 좋은 머리카락은 길지도 짧지도 않으며 그저 단정하기만 하였는데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찰랑찰랑 자신의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빛은 받은 부분은 더욱 더 파랗게 보이는 그 머리카락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조금은 하얗다 생각되는 피부였지만 전혀 약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고귀해보였다.
우뚝 솟은 그 콧날은 너무나 매끄럽게 아래로 이어져 있었고, 그 아래로 존재하는 입술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 코를 중심으로 양쪽에 존재하는 짙은 남색의 눈동자의 보는 각도에 따라 푸른 색으로 보이기도
검은 빛으로 보이기도 했다.
절도있는 그 동작으로 나에게 조금 다가운 그는 한 쪽 무릎을 꿇고 한 팔을 무릎 위에 올린 체 고개를 숙이며
그 입을 열어 나긋나긋한 저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 …저의 주인이신 마황녀님을 뵈서 너무나 기쁩니다.
이런 하찮은 저를 맞아주신 마황녀님께 그저 감사할 따릅니다.
페리스카란이라고 합니다. 줄여서 페리스라 불러주십시오.
마황녀님의 호위무사 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제 목숨 다하는 그 날까지 마황녀님께 충성을 받치겠습니다. "
그 목소리가 노랫소리 같았다. 정신이 멍해지면서 갑자기 얼굴에 열이 돌았다.
피가 다시 거꾸로 솟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천천히 내밀어지는 그의 손을 가만히 쳐다만 보았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내가 손을 잡지 않자 페리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살짝 내 얼굴상태를 살폈다.
라일과 레이카도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나는 그 시선을 느낄 수가 없었다.
페리스의 짙은 남색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고 말았다.
" 마황녀님?…. "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라일이 나를 불렀고, 그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나는 나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그리고선 고개를 돌려 라일과 레이카를 쳐다보며 그들과 눈을 맞추고야 나서야 지금 내가 멍허니
페리스만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얼굴이 화끈거려졌다. 허둥지둥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던 내가
페리스가 계속 나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는 생각에 얼른 그의 하얗고 긴 손을 붙잡았다.
그의 손을 붙잡는 순간 생긴거와는 다르게 강인하다는 것을 느꼈다. 손바닥에서부터 울퉁불퉁한 굳은살이
그대로 전해졌다. 페리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그리며 천천히 고개를 숙여 나의 손 등에 그 부드러운
입술을 맞추었다. 페리스의 입술이 닿은 부분이 불에 데인 것 처럼 화끈화끈 거리며 미칠 것만 같았다.
아…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거지?
머리가 핑글핑글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페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다시 의자에 앉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라일의 옆자리로 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몇 가지 이야기가 오가면서 맛있는 아침 식사를 했지만 아무 것도 내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고,
이 음식이 지금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나도 내가 왜이러는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식사 시간이 끝나고 잠시간의 휴식이 끝난 뒤 찾아뵙겠다는
레이카는 나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가버렸고, 라일은 페리스가 나를 방으로 데려다 줄 터이니 궁금한 것이 있으며
페리스에게 물어보라 하였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면 직속시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했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라일은 그대로 인사를 해버리고 떠나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서야 깨달았다.
라일과 레이카가 가버리고 나는 페리스와 둘이 함께 방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그 말은 즉, 페리스와 나는 단 둘이 있다는 말이었다.
오 마이 갓!!!
그 생각까지 미치자 심장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 그만 가시지요. "
페리스는 또 다시 그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내가 먼저 가게끔 도와주었다.
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앞으로 모은 체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괜히 페리스앞에서 내 속살이
다 비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렇게 방으로 돌아오는 내내 모슨 생각을 하면서 걸어왔는지 몰랐다.
앞으로 모은 손은 축축해져서 더 이상 축축해질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방 문 앞까지 도착했을 때, 페리스가 힐끗 내 얼굴을 쳐다보며 환하게 웃던 표정을 지었다.
" 어디 불편하신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안색이 별로 안 좋습니다…. "
" 아, 아니 괜찮아요. 페리스. 전 괜찮아요. "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손사례를 치며 말하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던 페리스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
천천히 방 문을 열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페리스의 반응에 나도 놀랐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런 말을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지 한 여자가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태까지 봤던 새하얀 시녀 복이 아니라
검은 색과 어우러져 있는 옷이었는데 주황 빛의 가슴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곱게 땋고
순해보이는 강아지같은 인상으로 나를 쳐다보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나를 쳐다보자 마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 안녕하십니까? 이제부터 마황녀님을 모시게 된, 메이라고 합니다.
불편한 점이나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나 저에게 말씀해주십시오.
제 일평생 마황녀님만 모시며 살 것입니다. 마황녀님은 저의 주인이시니까요. "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메이를 보며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다들 내가 뭐라고 목숨이며, 자신의 인생을 모두 나에게 받치려고 하는 걸까?
주먹을 쥐고 말았다. 마황녀라는 자리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일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 마황녀님? "
주먹을 꽉 쥐고 메이만을 쳐다보고 있던 내 얼굴이 사뭇 무서워졌는지 메이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그런 메이와 나를 쳐다보더니 페리스가 얼른 나를 불렀다. 페리스의 듣기 좋은 음성에 놀라 페리스를 쳐다보는
순간, 그대로 페리스의 남색 눈동자와 마주칠 수 밖에 없었다. 괜히 마주치니까 더 화끈 거리는 느낌에
어쩔 줄 몰라할 때였다.
" 저…마황녀님, 제가 무어라 잘 못한 것이라고 있는지요? "
기어들어갈 것 같은 메이의 목소리였다.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려 메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마 갑자기 굳어버린 내 표정 때문이었는지
메이의 표정은 풀이 죽은 강아지같았다. 나는 얼른 메이에게 다가가며 메이의 어깨를 손으로 붙잡았다.
" 아니예요, 메이. 잘 못한거라니요. 그러거 하나도 없답니다.
잠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서 그런거예요. 메이에게 기분 나쁠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렇게 있지 말고 표정펴요. "
메이는 내 손길이 닿자 움찔거렸지만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내 말을 듣던 메이가 살며시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더니 조금은 안심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살포시 조심스럽게 웃어보였다. 그 미소를 보자 나 역시 마음이 조금 놓인 듯 했다.
" 저는 또…저 때문에…. "
" 아니예요, 그런거 아니예요. "
나는 손사례를 치며 메이의 말을 부정했다.
메이는 다시 공손히 두 손을 모은 체 고개를 들어 활짝 웃어보였다.
티끌 하나 묻지 않은 그런 소녀처럼 내 눈에 보여졌다.
마음이 무거웠다. 그 때였다.
낮고 낮은 페리스의 저음이 메이와 나 사이를 갈라놓았다.
" 메이, 잠까 자리를 비켜주시겠습니까? "
한편 더 올리고 갑니다 후후후후후훗.
-이 웃음의 의미는?
첫댓글 마황제랑 이어질 여자가 딴남자한테 정신이 팔리다니요ㅋㅋㅋㅋㅋ 라이라는 고개만 돌리면 꽃이라 좋겠네요ㅋㅋㅋㅋ
ㅋㅋㅋ.저도 한떨기 꽃이 되고픈 마음이...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잠식님!! 언제나 댓글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 일은 차차 밝혀질거랍니다 ㅎㅎㅎ
연령 25세... 라곤 하지만 정신연령이 아직 중학생인지라 잘생긴 남자에 쉽게 반하는 건가요ㅎㅎ
앗 갯벌님 너무 예리하신거 아니십니까? 그런건 혼자만 알아주세용 후훗[네가 너무 쉽게 쓰는 건 생각안하고?]
모야??모야모야모야모야 담 이야기 보러가야즹ㅎㅎㅎ
ㅋㅋㅋ 재미있게봐주셔서 감사해용~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굿!!!ㅠㅠ 눈 물이 나올정도로..잼있네욤..ㅠㅠ
너무 감사드려요 ㅠㅠ@!!
첫눈에 반했군요 호호홋....이거이거 어떻게 전개 되려나아~ㅎㅎ
아머 페리스 갑자기 맘에 들어온다능..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