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단맛으 좋아합니다.
저 뿐이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쓴맛보다 단맛을 더 좋아할 것입니다. 그런데 단맛이 나는 음식을 좋아하면 여러 질병이 온다는 것입니다. 특히 고질병으로 알려진 당뇨는 단것을 많이 먹는데서 오는 영향이 크다고 해서 저는 요즘 사탕이나 과자를 멀리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쓴맛을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음식 중에 쓴맛이 나는 것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적당한 정도의 쓴맛이어야지 아미를 찌푸릴 정도의 쓴맛은 좋아할 사람이 별 없습니다.
제가 맛 본 것 중에서 가장 쓴맛은 소태나무의 껍질이었습니다.
제가 어려서 살던 집에 꽤 큰 소태나무가 한 그루 있어서 거기에 올라가 놀던 기억이 있는데 소태나무가 쓰다는 얘기는 하도 많이 들어서 그것을 입에 댈 생각은 추호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그 나무를 베어서 판자를 만들기도 했지만 한 번도 나무에 입을 대 본 적이 없었는데 군에 가서 고참에게 속아 소태나무 마른 껍질을 계피인 줄로 알고 입에 댔다가 며칠을 고생했습니다.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쓴맛이 아니고 며칠 입에서 맴돌 정도였습니다.
어려서 어머니들이 애들 젖을 떼려고 할 때에 소태나무 껍질을 베껴다가 칠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정말 상상을 할 수 없을 만큼 쓴맛이었습니다.
그것 말고 쓴맛은 고들빼기였습니다.
우리 충청도에서는 고댈빼기 김치를 잘 먹지 않는 편인데 전라도 지방에서는 가을에 김치를 담글 때 웬만한 집에서는 다 이 고들빼기 김치를 담근다고 들었습니다. 이 고들빼기로 김치로 담글 때는 하루가 넘게 물에 담가서 쓴맛을 빼는 게 좋다고 하던데 그냥 담가서 그런지 정말 쓴맛이 심해서 두 번 다시 입에 넣고 싶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 아버지께서 씀바귀나물을 좋아하셔서 이른 봄에 씀바귀를 캐다가 나무로 드시는 것은 봤는데 그때 드시는 씀바귀는 주로 뿌리였습니다. 저는 씀바귀와 고들빼가가 같은 거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 다 국화과인 것은 같고, 꽃도 비슷해서 씀바귀와 고들빼기가 같은 거라고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씀바귀는 뿌리가 가늘고 고들빼기의 뿌리는 굵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다른 것이 분명하지만 세세한 차이는 제가 설명하지 못합니다.
쓴맛은 간에 좋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씀바귀는 항암, 항스트레스, 항알르레기,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하고, 고들빼기는 면역력 증진, 염증 치료 습진 개선, 콜레스테롤 제거, 항암효과, 이뇨에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쩔 수 없이 고들빼기와 씀바귀를 많이 먹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어디서 들어 온 고들빼기 김치를 먹었는데 너무 써서 뱉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얼마 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중성지방 수치가 높고 감마지피티가 높다고 해서 앞으로 씀바귀와 고들빼기를 많이 먹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