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후 이어지는 수요일입니다.
아침부터 온난한 날씨에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는 것이 봄 소식이 들려오는 듯 하니, 서정적인 느낌이 드는 하루였지요~
오늘은 설 명절이었던 월요일을 대신하여 오전에는 실버미술 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
접시꽃 도안을 색칠하고, 오리고, 붙여보는 활동을 통해 색채에 대한 감각 자극과 손의 소근육 사용 촉진, 예전 집집마다 담장마다 보이던 접시꽃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실 수 있도록 담소를 나누기도 하며 인지기능의 유지와 증진을 도모하여 드렸습니다. 😊
시작하면서 어르신들과 접시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이것은 어떤 꽃일까요?"
생김새가 꼭 닮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꽃인 무궁화 꽃을 떠올리시는 어르신들께서 많으셨어요~
무궁화와 접시꽃은 같은 아욱목에 속하면서 그 생김새도 아주 유사하다고 합니다. 꽃송이로는 구분하기가 어렵고, 접시꽃은 줄기에서 꽃이 피고, 무궁화는 나무에서 꽃이 피어나 그것으로 구분하면 된다고 하지요.
접시꽃임을 알려드리며, 도종환 시인의 시 "접시꽃 당신"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습니다. 시인께서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 지은 시라고 합니다. 시의 내용을 소재로 한, 동일한 제목의 영화도 있답니다.
접시꽃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시기도 하였어요. 접시꽃의 이름은 꽃이 접시를 닮아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접시꽃은 무슨 색인가~ 기억 속에 있는 접시꽃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며 노란색, 붉은색, 보라색 등등 다양한 색으로 꽃을 칠하시는 중입니다. 😊
슥슥 칠하시더니 "내 건 색이 안나오네~ 색연필이 고장이 났나보다~" 하시는 김*임 어르신과 옆에서 도움을 주시는 팀장님~
"아이구 어르신 색연필을 거꾸로 들었어요~"
"그러네! 거꾸로 들고 있으니 색이 안나오지~"
"무슨 색이 맞나~ 누가 알려줘야 하겠는데~ 여기가 제천이라도 서울이라고 쓰면 서울이 되나~"
어떤 색이 맞는지 정답을 알아야 한다고 하시며 재치있는 농담으로 마무리 지으시는 김*순 어르신
잎은 초록색 색연필로 칠하시면 좋고, 꽃은 마음에 드는 색이면 아무거나 칠하셔도 좋다고 말씀드리니 알아서 서울이라고 쓰시겠다고 하시네요. 😁
잔잔~한 옛날 가요와 함께 말씀 한마디 없이 집중하며 색칠을 하신 후, 이어서 가위질과 풀칠도 뚝딱뚝딱~ 하셨습니다.
완성하신 작품 자랑 시간~
시간이 조금 모자라서 붙이지 못하신 분들은 별도로 도움을 드렸습니다. 😊
완성하신 작품들은 방문하시는 분들께서 감상하실 수 있도록 면회실의 정수기 옆 장식장에 장식해두었습니다. 😊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 갑니다.
-중략-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도종환의 시, 접시꽃 당신 중에서-
오후 독서감상 시간에는 바리데기 공주 설화를 함께 읽어보셨습니다.
어르신들 모두 딸을 일곱이나 낳았다는 대목에서 "딸만 그렇게 많이!" 놀라시고
일곱번째 딸은 버렸다는 대목에서 "그렇다고 딸을 버려!" 하며 놀라시고
버려진 일곱번째 딸이 친부모인 왕과 왕비를 위해 약수를 얻어와 목숨을 살리는 결말에서 "그래도 효녀네~" 하며 감동하셨답니다. 😁
아침 비 내리던 2월 14일의 수요일, 우리 어르신들과 접시꽃 화분을 만들고, 바리데기 공주 설화를 읽어보며 행복하고 감사한 하루 함께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