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
조정인
내가 물구나무를 설 때
세상 모든 나무는 물구나무.
나랑 같이 물구나무서는
물구나무.
팔락팔락, 바람을 듣던 그 많은 귀때기는
연녹색 발바닥이 되어
참방참방,
하늘 수영장에 물장구치다
그 많은 보드라운 발바닥으로
하늘 옆구리를 간질이는
물구나무.
분홍 저녁 하늘을 신어 보지만 갈 데도 없는
물구나무.
내 방, 창밖엔 심심한 나랑 같이
물구나무나 서는
모과나무 한 그루.
***
물구나무를 서지는 못하지만
꺼꾸리' 라는 운동기구는 잘한다
크게 운동이 되지는 않지만 물구나무처럼 힘들이지 않고 세상을 거꾸로 볼수 있다
아니 내가 거꾸로 될 수 있다
다른 운동할 때 같이 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이나 불합리한 생각으로 힘들 때면 우정 꺼꾸리를 한다
무게도 없이 발바닥에
내려앉는 하늘과
땅 가까이 내려간 코에 스미는 흙냄새
무심히 가다 거꾸로 매달린 나의 눈과 마주쳐 흠칫 놀라 달아나는 고양이를 보고 웃으면 온 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듯 생각도 거꾸로 바뀌어서
가벼워지고 너그러워진다
내 발냄새에도
코를 찡그리지 않고
잎새 살랑대는
꺼꾸리 옆 나즈막한
복사 나무 한 그루처럼 ㅎ
( 시로 읽었던 동시 ㅎ)
첫댓글 초록발바닥을 간질이는
새들과 바람.
나무는 발바닥으로 춤을 춘다.
잎새들이 발바닥이라면 나무들이 정말 물구나무 서고 있는거네요 초록발자국 찍으며 ㅎ
물구나무~, 왜 이렇게 이름지었을까 생각해 보았더니~
물 구덩이에 비친 나무를 줄인 말일 듯~~ㅎ
오호...그럴 수도 있겠네요
누군가 물 구덩이 나무를 보고 작명을 했을수도요 !!
모든 것을 뒤집어서 생각해 보는 시간...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요...ㅋㅋ
제게는
꺼꾸리"를 하는 시간이 그런 시간이예요 ㅎ
발바닥이 꼭대기가 되는 반전의 시간 ~~
끝 3연은 사족 아닌지 싶은 갠적 생각. >< 왜 .. 잘 나가다가 ..
아, 그렇군요
모과나무가 좀 뜬금 없는 것도 같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