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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엽기 혹은 진실..(연예인 과거사진) 원문보기 글쓴이: 악덕바이스
“굳이 원인을 찾자면 라식수술 정도가 되겠네요.”
그녀의 입에서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 나와서 살짝 놀랐다. 내 딴에는 가족 중에 무당이 있거나,
빙의현상을 경험한 정도가 이유일 줄 알았는데 라식수술이라니. 꽤나 의외였다.
“라식수술이요? 되게 간단한 수술이잖아요. 영화처럼 각막이식 같은 것도 아니고.
쉽고 흔한 수술인데 그게 정말 이유에요? 거짓말 하지 말아요.”
말꼬리를 잡듯이 쫓아오는 내 말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녀가 얼굴을 찡그렸다.
대놓고 불쾌해 하는 그녀의 표정에 머쓱해진 나는 곧바로 사과를 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해요, 하지만 너무 의외라”
“제가 말했잖아요, 굳이 원인을 찾자면 라식수술이라고요.”
‘굳이’라는 말이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녀의 완고한 태도에 더 이상 캐묻기 힘들었다.
김빠진 상황에 무안해진 나는 그저 식어버린 커피만 바라봤다.
“그렇게 궁금하세요?”
“예? 네”
커피를 다 마셔버리고, 슬슬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는데 그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그녀가 처음 질문을 한 것이기에 적잖이 놀라서 멍청한 표정을 지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바보 같은 내 모습을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제가 ‘굳이’라는 표현을 붙인 이유는 라식수술이 계기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에요”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내가 궁금해 하던 것을 정확히 찍어서 설명해주려 했다.
나는 최대한 경청하는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계기라뇨?”
“주변을 세세히 둘러보는 계기요. 라식수술을 하기 전까지는 안경이나 렌즈를 사용해도 세상이 흐릿하게 보였죠.
물론 남들도 세상이 흐릿하게 보이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라식수술을 하니까 세상이 확 달라 보이더군요. 또렷하고 선명하게”
“그래서 그것들도 보였나요?”
그녀는 내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봤다는 표현보다는 인식했다는 표현이 좋을 것 같네요”
“인식한다고요?”
“맞아요, 또렷하고 선명히 보이는 세상이 마냥 신기해서 무엇 하나 흘리지 않고 모조리 세세히 관찰했어요.
보도블록 사이에 피어난 꽃부터 사람들의 발에 치여 길바닥을 떠돌아다니는 돌멩이까지요.
물론 저를 스쳐지나가는 모든 사람들도 관찰했어요. 단순히 잘 보인다는 이유로요.”
“그러다가 보게, 아니 인식하신거군요.”
하마터면 또 봤다는 표현을 사용할 뻔했다.
“맞아요, 계속해서 주변을 세세히 살피다보니 어느덧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고 인식해버렸죠.
그렇게 인식을 계속하다보니까 눈앞에 자꾸 나타났어요.
저 이외에 다른 세상의 존재를 인식하는 사람들 중에는 저 같은 경우가 꽤 많아요.
아주 우연히 자기도 모르게 인식하거나 아니면 꼭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거나...”
그녀는 비정상적인 이야기를 눈썹하나 까딱이지 않고 말했다.
솔직히 그녀의 모습 때문에 이야기가 더 무서웠다.
“볼 수밖에 없는 경우는 또 뭐에요?”
“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볼 수밖에 없는 경우지 뭐겠어요? 꼭 그들을 봐야하는 경우”
“그나저나 그들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는 걸 언제부터 확신하셨죠?”
“분명히 죽은 것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어요, 마치 자신이 살아있는 것 마냥 행동하더군요.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게...
그들은 자신들이 죽었다는 걸 대부분이 모르고 있거든요”
그녀는 그것들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된 사건을 내게 말해주었다.
#1
라식수술을 한지 얼마 안됐을 때 일거에요. 배가 출출해서 간식거리를 좀 사려고 횡단보도를 건너 편의점에 갔죠.
이것저것 고르고 밖에 나가려는데 6살 정도 되 보이는 꼬마 하나가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편의점으로 달려오더군요.
딱 보는 순간 ‘저거 위험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라 다를까 도로 한복판에 쭉 미끄러져 넘어지더군요.
그리고 커브를 돌던 버스가 그 꼬마를 보지 못하고 지나가 버렸어요.
그게 참 짓궂게도 꼬마아이의 머리통만 타이어로 지그시 누르고 가더군요.
지금 설명하는 데도 그 때가 떠올라 속이 메스껍네요.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아, 컵라면.
표현이 좀 그런가요? 어쨌든 컵라면 같은 핏덩이가 꼬마의 쪼개진 두개골에서 튀어 나오더군요.
끈적거리는 액체와 함께. 그 순간에는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어요.
비명도 못 지를 정도로 충격이었어요. 지금 다시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네요. 난리가 아니었어요.
대낮이었던 터라 그 사고를 지켜본 사람들도 많았고, 주변에 학교도 있어서 금세 사라들이 몰려들었어요.
뭐 볼게 있다고. 저는 구역질을 참으며 집으로 겨우 왔죠, 물론 집에 도착하자마자 구토를 했지요.
워낙 험한 모습을 본지라 여파가 오래갔어요. 며칠 동안 음식을 제대로 못 먹었죠.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회복되었어요. 편의점도 다시 갈수 있었죠.
아까 앞에서 라식수술하고서 생긴 버릇이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는 거라고 했죠?
그 날도 편의점에서 버릇대로 주변을 세세히 둘러보았어요.
잘 팔리지 않는 껌의 가격부터 아르바이트생이 쓰고 있는 모자에 쓰인 영어문구들.
그렇게 관찰을 하다가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문손잡이의 유리 아래쪽부분에 희미하게 뭔가가 비치더군요.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좀 자세히 보고 싶어져서 허리를 숙여 유리의 아래쪽을 자세히 들여다봤죠.
자세히 바라보니 보이더군요. 조그마한 두 발이. 저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어요.
아무것도 없었지요, 하지만 여전히 유리에는 비춰있었어요. 한눈에 죽은 그 꼬마라는 걸 알 수가 있었죠.
“단지 유리창에 비춰진 모습이잖아요, 잘못 보신 게 아닐까요?”
나의 반문에 그녀가 다시금 얼굴을 찡그렸다.
“처음부터 그들의 모든 것을 인식할 수는 없어요, 그들의 존재인식부터 그리고 서서히 그들의 모습이 눈에 인식되는 거죠.
차근차근. 그게 고의였던, 우연이었던 그것을 계기로 시작이 되는 거죠.”
“그게 그 꼬마라고 확신할 수도 없잖아요.”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그 꼬마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본 후에 확신할 수 있었어요”
“어떻게요?”
“머리를 찾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들은 대체로 그들이 죽기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되도록 손목을 긋고 목숨을 끊은 자들이 보기 좋아요. 그런 자들이 대체로 외형이 깨끗하거든요.
아, 그건 그렇고 당신은 왜 이렇게 의심이 많은 거죠? 저를 믿기 때문에 불러낸 것이 아닌가요?”
“의심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죄송합니다. 너무 궁금해서”
“그나저나 이제 저를 찾아온 이유를 말씀해주시죠”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솔직히 인터넷에서 당신의 글을 봤을 때부터 쭉 궁금했어요.
진짜로 다른 세계의 존재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방송은 전부 짜고 치는 거 같고, 인터넷 괴담 같은 건 지어낸 티가 팍팍 나잖아요.
근데 당신 글은 뭔가 달랐어요. 느낌부터가”
나는 조곤조곤 그녀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를 말했다. 그녀도 대충 내 뜻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만족하셨어요?”
“아뇨, 이렇게 듣기만 해서는 만족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내가 말을 마치자 그녀가 귀찮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럼 어쩔까요?”
그녀의 공격적인 말투가 심히 거슬렸다.
“저번에 올리신 글 보니까 낮에도 그들이 주변에 돌아다닌다는데 한 번 만나봐 주세요.
저도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나 테스트 해보고 싶어요.”
내 말을 들은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꼭 그래야겠어요?”
“네, 당신의 능력을 확인해보고도 싶고요.”
“나가죠.”
말과 동시에 그녀는 일어서서 나갔다. 무심코 내뱉어버린 의심이 고스란히 담긴 내 말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반대편 커피 잔을 보니 커피도 그대로였다.
내 앞에 텅 빈 커피 잔과는 너무 상반되어 보였다.
‘너무 의심하는 티를 냈나?’
괜한 생각에 머리를 긁적이고는 반대편 커피가 아까워 그대로 원샷 해버렸다.
그러자 종업원 하나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녀와 나는 카페에서 나와 주변 거리를 거닐었다. 길을 걷는 동안에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그들의 존재를 찾는 듯 했다.
하지만 주변에는 다른 세상의 존재는커녕 보통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동안 걷다가 그녀가 골목에서 멈췄다. 그리고는 나를 불렀다.
“저기 보여요? 아니, 보일 리가 없나? 저기 있어요.”
그녀가 가리키는 곳에는 많아야 5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 하나가 장난감 트럭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뭐요? 저 꼬마요?”
“어, 보여요? 저 꼬마가 보인다고요?”
“네, 보여요”
그녀는 당황스러워했다.
“정말 보여요? 저 꼬마를 인식할 수 있다고요?”
“그래요, 보인다니까요”
나는 꼬마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꼬마야 안녕?”
그러자 꼬마가 방긋 웃어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상당히 귀여운 모습이었다.
내가 그렇게 꼬마의 모습을 보며 웃고 있는 동안 그녀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 꼬마가 인간이었나?”
“다른 존재들이 너무 잘 인식이 되서 인간이랑 헷갈리신 거 아닐까요?”
내가 슬쩍 웃어 보이며 이야기하자 그녀는 다시금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골목을 지나 우리는 다시금 길을 거닐었다.
“그나저나 그렇게 다른 존재들을 보다보면 무섭지 않으세요?”
내가 그렇게 묻자 그녀가 나를 돌아봤다.
“정말 무서웠어요. 죽고 싶을 만큼. 정말 무서운 건 그들도 내 존재를 서서히 인식한다는 거예요.”
그녀의 표정에서 확실히 두려움이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본다는 것만으로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은 괜찮네요?”
“괜찮아요, 어느 순간 갑자기 괜찮아졌어요.”
그녀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이쯤 되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갔다.
확실히 그녀는 정신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여자였다. 내 임무도 어느 정도 끝이 나는 거 같았다.
“처음에 그것들을 인식하게 됐다고 하셨죠?”
“네, 그런데요”
“인간의 인식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요?”
내 말에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죠?”
“사실 저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전화가 왔었죠.”
나는 그렇게 며칠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2
아주머니께 듣게 된 그녀의 이야기는 무슨 영화스토리 같았다. 라식수술 후 보이는 귀신들.
무슨 각막이식도 아니고, 고작 라식수술가지고 귀신이 보인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도대체 몇 명이 귀신을 봐야하는 건지.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그녀의 상황은 꽤나 심각했다.
다른 세상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잠들지 못했고,
그녀가 인터넷에 올린 경험담을 보면 진짜 귀신을 보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다.
그리고 오늘 그녀를 직접 만나보고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그녀의 증상이 정신질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생각은 이렇다. 우연히 끔찍한 교통사고를 목격했고, 그 정신적 충격 때문에 환각장애를 일으켰다.
거기다가 그녀 스스로 귀신을 인식할 수 있다는 착각이 그녀의 정신질환을 악화시킨 것이다.
그녀 스스로 보통 인간들을 귀신이라고 멋대로 인식해버리는 것이다.
아까 그 꼬마처럼.
역시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인간의 인식은 맹신할 만한 것이 못된다.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대부분의 정신질환 환자가 그렇다.
자신의 정신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인식에 대한 어리석은 믿음 때문에.
순간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이 환자의 어머니였다.
“네, 지금 만나서,”
“선생님, 어쩌죠?”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낌새가 이상했다.
“저희 딸이 오늘 자살을”
전화가 끊어졌다. 내가 끊었는지 아주머니가 끊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그녀가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러더니 자신의 손목을 들어보였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인식해버렸다.
그리고 그녀에게 인식되어버렸다.
역시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인간의 인식은 맹신할 만한 것이 못된다.
출처 - 웃대 패랭이꽃
첫댓글 아나 이해를못하겟어 ㅠㅠㅠ ㅋ
오메 나도 나름대로 반전생각햇는데 ㅋㅋㅋ 식스센스처럼 의사가 귀신이어서 여자눈에 보엿겟지 햇는데 제대로 빗나갓닼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