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강력범죄 10년새 1351건 증가… “계획범행 늘었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30809/120624590/1
‘묻지마 살인’이 늘고 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071010/8498337/1
'묻지마 살인' 급증… 길거리 다니기 겁난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06/2011060600078.html
[긴급진단] 우발적 범죄가 늘고있다
https://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32171
칼부림 사건 자체는 6년전 쯤 대검찰청에서 한 해 50건씩 매년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살인사건 자체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고요.
최근 벌어지는 칼부림 사건, 묻지마 범죄가 만연하다는 게 언론에 의해 만들어지는 착시인지는 관련 자료들이 부족하여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언론에서도 통계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기도 할 정도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을 짧은 시간 내에 여럿 보게 되니 몇가지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각자도생 사회 분위기가 강화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5년은 진보 정권이었지만 그렇다고 사회 분위기를 크게 변화 시켰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부정적입니다. 이명박근혜 9년의 관성은 결코 줄어들지도 않고, 경제가 크게 더 나아진 것도 아니며, 사회적으로 보수 분위기는 진보 정권 아래에서도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며, 디씨-일베 문화 역시 여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윤석열 정부. 이전 정권에 억눌린 게 많았는지 강력한 반동적 현상이 이루어지며 너무나도 빠르게 사회의 역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놓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스탠스와 입장, 철학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만큼 사회 안전망 역시 해체되고 있습니다. 청년, 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과 복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다 부차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각자도생이라는 게 뭘 의미한다고 보십니까? 흔히 생각하는 건, 그냥 '알아서 잘 하는 것.',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것.' 따위를 생각할 겁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원래 사회는 그랬어요. 남을 도와주지도 않고 남의 도움을 기대하지도 않는 건 원래 그랬어요. 물론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특히 넉넉하고 인심 후하던 시기엔 조금이라도 남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근데 각자도생이 함의하는 바는 그런 게 아닙니다.
각자도생이 함의하는 바는, 부정하고 부패한 사회에서 가진 바 재산과 신분에 따라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처우가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누군가 피해를 보더라도 공정한 판단과 집행을 기대할 수 없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사회적 신뢰와 공적 신뢰 역시 바닥에 추락하고 당연히 믿어야 할 것들을 믿지 못하는 사회를 말하는 거죠.
좀 더 구체적이고 쉽게 말하자면, 내가 범죄 피해를 보더라도 상대가 돈 많은 좋은 집안 자식이라면 제대로된 수사와 기소도 이루어지지 않고 법정까지 가도 공정한 재판과 판결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그럴 것도 없이, 단순히 길가다 사고가 나거나 미친놈에 의해 피해를 입더라도 경찰은 귀찮다는 이유로 CCTV 하나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현장 탐문 따위도 하지 않으며 그거 못 잡는다 증거가 없다느니 법정까지 가봐야 오히려 손해라는 둥 수사조차 시작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나 그 가족 스스로가 직접 증거를 찾고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직접 관계 법령 및 판례를 찾아가며 공부하여 법정까지 끌고가든 말든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각자도생 사회죠.
그럼 왜 이런 각자도생 사회가 만들어졌는가 하면, 쉽게 말해 사회적 신뢰, 그 중에서도 공적 신뢰가 고갈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표창장 위조했다며 자살하라는 듯 수백 곳을 압수수색하고 몇년 째 재판을 끌고가며 어떻게든 깜빵 속에 쳐넣어 집안을 풍비박산을 내는데 누구는 똑같거나 더 심한 범죄임에도 언론은 잠깐 반짝하고 열심히 입을 다물고 있으며, 경찰과 검찰은 사건 그 자체는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범죄에 관해서도 너무나도 관대한 처우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 어미아비는 여전히 국회의원, 당직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고요.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부정부패한 이들이야말로 제대로된 처벌은커녕 수사도 잘 되지 않는데 믿을 수 있겠느냐는 공통된 인식, 그리고 실제로 발생하는 경찰과 검찰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수사의 실제 사례들. 누구는 롤스로이스로 사람을 박아놓고 멀쩡히 돌아다니다 여론 의식해서 며칠이나 더 주면서 뒤늦게 체포하네 어쩌네 하는 사례까지.
내가 피해를 보더라도 공권력과 수사기관을 믿을 수 있을까? 경찰에 신고한다고 죄인이 벌을 받을 수 있을까? 이걸 믿을 수 없게 되는 순간 사회적 신뢰 중 공적 신뢰는 박살나고 그때부터 각자도생 사회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묻지마 칼부림 사건은 왜 발생하는 것인가 하면, 애초에 그런 식으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대부분은 도태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미 범죄를 여러번 저지른 사람들도 많고, 그게 아니더라도 단 한번도 용납하지 않는 실패가 삶의 실패 그 자체로 만들어버리는 여유없고 위험한 사회, 보수 위주의 정권 속에서 축소되고 사라지던 사회 안전망들. 누구도 날 돕지 않고 도와주지 않으리라는 고갈된 공적 신뢰에 대한 믿음.
나는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고 희망 없이 비관적인 삶을 살고 있는데 왜 남들은 잘 먹고 잘 살고 나와는 전혀 다른 풍족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가에 대한 비교까지. 노력한다고 벗어날 수 없고 달라지지 않을 것을 알고 있고, 실제로 그럴 개연성이 높은 세상이기도 합니다. 노력하기엔 이미 늦었거나, 그 노력을 위해 투자한 자원 역시 부족하죠.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신림 흉기난동 피의자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509064_29123.html
모든 칼부림 사례가 그와 같은 방식이나 도식에 의한 것은 아닐 겁니다. 사람마다 원인과 이유는 다 다를 거고요. 그러나 불행의 모습은 다 비슷비슷한 것처럼, 그들의 삶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요소들은 충분히 많을 겁니다.
그 처지에서 자라나던 마음 속 악의가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고 뭘 하든 시바 모르겠다 싶을 때 행동으로 폭발할 수도 있는 거라고 봅니다.
남들이 좆되길 바라는 마음, 공평한 불행을 바라는 악의, 나보다 잘 되는 꼴 못 보는 심보까지.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말은 실제 몇년 이상 지속된 자신의 불행한 처지와 남의 사정을 비교하면서 나오는 것이기에 위에 열거한 정신과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진 몰라도, 저러한 정신이 더 안 좋은 환경 속에서 묻지마 범죄의 정신으로 자라나지 말라는 보장은 없지 않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