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신의 실수였다. 신이 세상을 창조하다 6일째 되던날 우연히 만들게 된 미완성 작일 뿐이다. 하루 이상의 시간을 드렸어야 했다.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 신의 오만과 방자함이 너무나도 간단히 만들어지고 그렇게 쉽게 지구의 주인이 되어 버린 인간의 뇌리 속에 전염되어 이젠 돌이 킬 수 없게 되었다.
빛들이 내게 물어왔다. 나는 무엇이냐고. 난 대답했다. 제 3자. 인간과 신의 사이에 있는 생명체라고 그리고 난 그들을 나의 능력으로 부활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난 나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 낸 나의 대지를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을 것이다. 난 태초의 신의 실수를 뒤따르지 않으리라. 아무도 나의 혼신의 힘으로 이루어 놓은 에덴을 침범할 수 없다. 나의 자식들을 건드릴 수 없다. 신이 버린 이 지구를 난 지킬 것이다. 그럼으로 난 나의 자식들 속에 영원히 존재하리라.
신이란 이름으로...."
α,
Chapter 1 : The Beginning of all
2032년 지구.
붉은 버섯, 그 수많은 거대 버섯들은 곤충의 몸에 기생하는 독버섯처럼 삽시간에 퍼져나가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불태워 버렸다. 거대한 화염의 파도는 온 지구를 덮고, 그로 인해 상승한 온도는 남과 북극의 얼음을 물로 만들어 화염이 지나간 자리를 덮쳤다. 그 모든 것 앞에 인류는 무기력했으며 2032년 6월 3일 인류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문명의 이기로 인하여 역사에서 사라진다. 지구는 멸망했다.
18시간 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화창한 아침이다. Bio 유전 공학 자이자 분자 고생물학자인 '론. 고벨'은 오존층이 구멍난 하늘사이로 내려오는 뜨거운 햇살을 피하며 한 손에는 블랙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피넛 버터가 발린 토스트 빵을 들고 말했다.
"Dream come true."
TV가 켜지며 검은 단발에 암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디지털이미지의 여성이 등장했다.
"원하시는 채널을 말씀해 주세요".
"뉴스 체너-얼"
토스트를 우물거리며 론이 말하자 다음순간 심플한 제복 풍의 디자인에 카키색 원피스를 입은 갈색 곱슬머리 여 아나운서의 모습이 비쳐지며 유명 앵커다운 말솜씨로 자신의 임무에 충실히 임했다.
"UN 연합은 중동 석유연합이 제시한 원유가격 상한조치를 철회 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중동지역으로 가는 모든 해양노선을 무기한 무력 봉쇄하는 동시에 중동지역에 UN 연합군을 파견하고 UN 회원국들의 원조를 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동연합은 원유가격 250% 상한조치는 자원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현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UN 군의 운항 봉쇄를 즉각 해제 조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각 대표단은 6월 1일에 있은 협상회의에 각자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연 덴 데에 이여, 6월 5일에 제 2차 회의를 뉴욕 UN 본부에서 행할 것으로 알려 졌습니다. 이 UN연합과 중동연합의 대립으로 전세계는 석유파동으로 술렁이고 있으며 중동지역에는 수 차례의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론의 눈이 찌그러졌다. 30십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 187 Cm 의 큰 키와 그에 걸 맞는 균형 잡힌 몸매에 짧은 머리와 같은 검은색의 짙은 눈썹, 샤프함보다는 너그러움에 가까운 딥 브라운 색 눈빛에 나이를 속이지 못하고 눈가에 자리 잡은 잔주름들, 그리고 얼굴의 반을 덮는 턱수염은 그가 현존한 Bio 유전자학 부분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노벨상수상자 론. 고벨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일말의 단서도 주지 못했다. 그는 늘 하던 버릇대로 뉴스를 들으며 자신의 아파트에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을 감상한다. 멀리 이 도시의 트레이드마크인 붉은 다리가(남들은 다들 황금의 다리라 불렀다) 아침안개 속에 숨어 있다 강렬한 햇살의 손길로 서서히 모습을 드리우고 있었다. 집 주위로는 장난감처럼 생긴 아기자기한 집들이 줄줄이 이어져 높고 낮은 지면 위에 펼쳐져 있고 그 사이 사이로 보이는 코발트 블루 빛 바다가 이 도시만의 조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곳 어딘가에 흐릿한 시선을 두고 있던 론의 근심스런 두 눈이 다시 TV를 향한다.
"전쟁이라.."
그는 지구 어느 편에 위치해 있는지도 생소한 중동지역의 지도를 TV를 통해 주시했다. 그때 '팍!!' 순간 그의 주위가 번개 치듯 밝아 졌다. 급히 뒤로 돌아선 론 앞에는 빛, 빛이 있었다. 토스트와 커피 잔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방으로 퍼져나간 커피 액이 하얀 카펫 위를 달마시안 얼룩으로 물들인다. 그것은 북두칠성을 그리다 만 듯한 4개의별처럼 생긴 원색의 광원구들 이였다. 그 빛의 덩어리들이 눈부시도록 강렬한 빛을 발하며 론의 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윙윙윙 .... 서서히, 서서히 벽에 기대어선 론을 향하여. 파박박... 한순간 론의 아파트 안의 모든 물체가 형상을 읽었다. 아니 색깔을 읽었다. 모든 것이 빛으로 탈색되어 버린 것이다.
지구종말의 시대
지구는 말 그대로 폐허가 되었다. 거대한 불의 장벽과 파도가 헤치고 지나간 자리에는 인간뿐이 아닌 모든 생명체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또한 방사능과 여러 가지 오염물질로 뒤덮인 지구는 그 푸르름을 영원히 읽어 버린 듯 했다. 그러나...
3044년 우주
수많은 캡슐들의 공간이다. 끝이 없는 듯.. 그때 캡슐 넘버 103번이 푸른 불빛에서 붉은 불빛으로 바뀌며 콜드슬립에서 웨이킹 시스템으로 전환함을 알려준다. 쉬∼이. 기체 빠지는 소리와 함께 캡슐의 문이 좌우로 열리고 있다. 드라이 아이스와 같은 기체들이 쏘다져 내리며 캡슐안의 물체가 조금씩 윤곽을 들어낸다. 인간이다. 남자인 듯 얼굴에는 수염이 가득하다. 서서히.. 아담이 에덴의 땅을 밟듯이.. 첫발을 내디뎌 캡슐을 빠져 나온다. 아담은 기지개를 편다. 그의 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였지만 그는 아무런 불안과 부끄러움이 없다. 그리고 걷기 시작한다. 분명 처음 오는 장소 처음 보는 공간이지만 그는 그가 가야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에 이름은 론이었다.
멤버스 1.(Members 1.)
"세이비어!!"
론이 말했다. 론은 진한 내이비 색과 스타더스트 실버 빛 색채가 어우러진 몸매가 드러나도록 가볍고 착용감 있는 우주복의 일종인 G2 슈트를 입고 연설 대처럼 보이는 회색단상에 올라 앞에 보이는 북두칠성을 그리다만 4개의 빛. 이 세이비어라고 불리 우는 빛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세이비어는 하나가 아니었다. 론이 처음 보았던 흰색과 초록색 그리고 푸른색의 세이비어들이 일 열로 늘어선 체,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뱀의 몸처럼 위아래로 굽이치듯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는 벽이 없다 보이는 건 오직 드넓은 우주공간뿐. 론이 우주 공간에 서있는 착각에 빠져 들여 할 때, 세이비어들의 메시지가 전해져 온다.
'말하라.'
상대방은 소리가 없다. 그러나 론은 분명 듣고 있다.
"내가 깨어난 이유는?"
론의 물음에 소리 없는 대답이 이어진다.
'네가 이미 느끼듯이 그 때가 왔다.'
"때?? 때라면??"
'너희들이 지구로 돌아갈 때가 온 것이다.'
"지구??"
론의 목소리가 아니 이었다. 돌아보니 방금 홀 안에 들어온 듯한 론과 같은 G2 슈트를 입고 있는 2명의 여자와 덩치 큰 남자 한 명이 보였다.
"드디어 돌아가는 건가?"
덩치가 말했다.
"1000년 만이군."
"아니. 1012년 만이지"
두 여자 중 한 명이 수학문제를 틀린 아이를 타이르듯이 덩치를 쏘아되며 빛 가로 걸어나온다. 여자는 20대 후반의 나이에 키가 177cm은 되어 보이는, 여자 치고 골격이 굵었고 다소 거칠게 느껴졌다. 뻣뻣해 보이는 금발에 얼굴은 미인형으로 둥글면서도 튀어나온 광대뼈 때문에 풍겨오는 사나운 이미지, 얇지만 짓은 눈썹은 날카로운 눈매와 함께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거리감을 가지게 했다.
"내 이름은 진. 진. 코르트데나. 그냥 쉽게 진 콜드 데블이라고 불러요"
진이라는 여자가 붉은 입술 끝을 살며시 위로 올리며 론에게 손을 내밀었다.
"전 론이라고 합니다. 론. 고벨"
형식적인 대답과 함께 악수가 이어졌다. 강한 손 힘이라는 느낌이 드려할 때 진은 고개를 돌리며 남은 두 사람을 소개한다.
"오면서 만났지요, 여자 분은 라밍 링, 그리고 저 근육 덩어리는 픽 스톤이라고 해요."
론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반갑습니다"
라밍 링과 픽 스톤이 빛 가로 다가왔다. 라밍 링은 동양인 특유의 가 여린 몸매에 얇게 도금된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서양인은 동양인의 나이를 맞추는데 익숙지 못하다. 물론 론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대략 20대 중반정도로 +, - 5라고 생각했다. 키는 163Cm 정도에 길지도 짧지도 않은 검은 단발머리가 귀여운 중국인형을 연상케 했다. 그리고 픽 스톤, 멀리서도 커 보였던 등치가 가까이 다가오자 마치 산으로 앞이 막힌 듯 시야를 가렸다. 2m 10cm 는 족히 넘을 것 같은 키에 온몸에 둘러싸인 울퉁불퉁한 근육은 G2 슈트가 터지지나 안을까하는 걱정을 자아 네게 하였다. 론 역시 큰 키였지만 픽 옆에서는 마치 어린 아이 같았다. 네모난 얼굴에 뭉뚝한 코와 작은 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피부와 그 여파로 더욱 눈부신 하얀 이빨이 피아노 건반처럼 움직인다.
"반갑소"
픽의 굵은 입술에서는 흑인특유의 저음이 흘러 나왔다.
"저 역시"
솥뚜껑 같은 손을 흔들며 론이 말했다.
"반가워요"
라밍이 다소곳이 인사한다. 론 역시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받았다.
"론, 진, 링, 픽 모두 한자리 이름이로군. 하하하하."
"멍청한 녀석 뭐가 우습다는 거야?!"
픽의 말에 진이 질책한다.
"정찰대는 모두 다섯 명인가?"
모두가 뒤돌아본다. 모두의 시선 속에 평범한 키에 바짝 마른 하지만 눈이 유난히 날카로운 중년의 한 남자가 보인다.
"아니 여섯인 것 같은데?"
그 뒤를 또 다른 여자가 들어오며 답했다.
"누구 담배 가진 거 없어요?"
여자가 투덜거린다.
"잠깐, 당신 방금 정찰대라고 했습니까?"
"그렇소."
론의 물음에 남자는 차갑게 답했다.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소 Dr. 고벨." 다가온 남자는 놀라는 론의 눈을 피하며
"안녕하시오 Dr. 링 그리고 그 유명한 진. 콜드 데블 대령"
인사가 끝나자 진이 물었다.
"우리를 모이게 한 게 당신인가?"
"천만에 말씀 우리를 모이게 한 건 분명 세이비어입니다. 하지만 난 당신들의 기사를 이미 읽은 적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모인 이유를 추리할 수 있었던 것일 뿐이요. 우선 론. 고벨 씨는 2028년 고생물분야와 유전학이라는 논문으로 노벨 과학상을 받은 적이 있어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유명인 이라는 걸 알고 있을 거요 그리고 Dr. 링. 당신의 직업은 의사지요 정확하게 말하면 내과의사, 사람인체에 99% 부작용이 없는 인공장기들을 고안하고 디자인하였으며 신종 암의 일종인 지오-X 바이러스의 백신을 개발하기도 했지요. 마지막 이분은 진. 콜드 데불 대령. 이미 눈치 쳤으리라 생각되지만 시베리아 연합군 소속 그 중에 최 정예인 붉은 전갈부대의 총 사령관이지요 5년 전 아니 1017년 전 체첸 지역 쿠데타 사건을 단 3일만에 진압하고 나서부터는 그 전과가 인정되어 시베리아 연합 최 단기 대령진급이라는 기록을 새우기도 하였지요."
"그럼 나도 알고 있나?"
픽 스톤이 손을 들어 보이며 자신의 지식을 한 것 뽐내고 있던 사나이에게 물었다.
"글쎄.. 자네는 잘 모르겠는데?"
"후후 알 리가 없지"
진이 비꼬듯이 말했다.
"미국 특전단 고릴라 부대 소속 계급은 중사, 전 아마추어 헤비급 챔피언"
"오.. 나를 알고 있었나?"
"후후 시베리아 연합군의 정보망을 너무 우습게 보지 말라고"
"그럼"
론이 살며시 끼여들며
"우리들의 신분을 그토록 자세히 알고 있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사나이는 자신의 매부리코 끝을 매만졌다.
"저의 이름은 르 스와르 프랑스 태생이며 직업은 인류학, 역사학, 철학, 고고학 교수이지요 범죄학에도 관심이 많고요 또 여러 신문의 칼럼을 싣기도 했답니다. 덕분에 여러분을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스와르는 자신의 벗겨진 반대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처음에 당신은 무슨 정찰대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요?"
론이 스와르에게 물었다.
"아! 그보다 이 뒤에 있는 여성분의 신분도 소개 시켜 드리지요."
스와르가 손짓을 하며 뒤로 돌자
"내 소개는 내가 하지."
스와르의 뒤에 있던 여자가 앞으로 나왔다.
"모두들 안녕. 내 이름은 바비 무어라고 해."
"바비 돌(Doll : 인형)?"
픽이 웃으며 돌아섰다.
"내 이름 가지고 놀리면 죽여버리겠어!"
픽의 웃음이 사라진다. 30대 후반의 나이처럼 보이는 바비는 픽을 한번 째려 본 뒤
"난 영국태생이고 미생물학 박사요. 사실 부전공인 식물학으로 더욱 유명하지만."
"아! 스모크 바비!! 당신은 식물의 진화론이라는 논문으로 노벨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었지요!!"
론이 그녀를 알아보고는 반갑게 말했다.
"흠. 날 알아보는 눈들이 있긴 있군. 그나저나 세이비어!! 난 지금 담배가 필요하다고!!"
세이비어는 답이 없다.
"흥. 1012년 동안이나 금연시켰으면 이제 필 때도 되지 않았나?"
"담배는 몸에 해로워요. 이 기회에 한번 끊어 보세요"
라밍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봐 의사 아가씨 나도 박사라고, 해로운 것 정도는 나도 알아 하지만 좋은 것만 하고 산다고 인생이 항상 윤택해지는 것만은 아니거덩. 가끔씩 몸에 나쁜 것도 해주어야 조화가 맞아 좋은 거라고. 흐흐 난 좀 지나쳐서 문제지만. 암튼 세이비어 빨리 담배 좀 줘!!"
"스와르씨 정찰대라는 소리는 무슨 의미입니까?"
론이 되물었다.
"아까 했던 말 그대로입니다. 저의 단순한 추측일 뿐이지요. 우리모두가 모인 이유라고나 할까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스와르는 목을 한번 다듬은 뒤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우리는 모두가 한가지 분야에 정통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의학, 생물학, 미생물학, 인류학과 역사학, 그리고 군인도 있지요 이로 미루어 볼 때 우리는 지구로 돌아 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지구는 멸망했지 않습니까"
픽이 마치 추리소설 탐정처럼 말하고 있던 스와르에게 반문을 제기 했다.
"물론 멸망했었지요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지금은 1012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입니다. 론씨나 바비씨는 잘 알고 있겠지만 연약해 보이는 자연 동식물들이지만 그들은 강한 적응력과 생명력을 가지고 있소, 즉 1012년 이 지난 지금의 지구는 예전 우리들이 살았던 그 모습으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있단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을 것이라는 게 저의 추측입니다."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게 사실인가 세이비어?"
진이 소리 높여 물었다.
'그의 말 그대로 이다.'
무언의 답이 모두에게로 전해졌다.
"하. 하지만 왜 우리만 가는 거지요? 이곳에는 1만 명 이상의 지구인이 잠들어 있다고요."
라밍이 의외라는 투로 물었다.
"아니, 우리만 가는 것이 옳아요."
사람들의 시선이 론에게 쏠린다.
"왜?"
약간의 침묵을 깨고 라밍이 조용히 물었다.
"스와르씨의 말처럼 지구는 자체의 자정능력으로 완전히 복원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대 폭발과 홍수는 지구의 모습과 생태계에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고 그에 맞추어 적응했을 생명체들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지구의 그것과 너무도 다를 가능성이 많습니다. 어떻게 변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의 지구에 사람들을 대리고 돌아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들어가서 사람들이 살만한지 어쩐지 알아보고 오라는 소린가?"
진이 물었다.
"단순하게 말한다면 그런 것 같습니다."
론이 답하며 세이비어들을 처다 보았다.
"그것이 진정한 당신들의 뜻입니까?"
또다시 무언의 답이 돌아온다.
'그렇다.'
스와르가 앞으로 나오며
"내 생각입니다만 당신들은 우리를 보내지 않고서도 지금 지구의 일들을 알 수 있지 안습니까? 그럼에도 굳이 우리를 보내는 목적이 뭐지요?"
'인간아!!'
들리진 않지만 우렁찬 메시지였다.
'만약 우리가 원했다면 1000년 전 폭발 자체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 하지 않았다. 그것은 인간인 너희들이 자초한일. 우리는 그 일에 끼어 들면서 까지 너희들의 역사를 바꾸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역시 지구 개척은 너희들의 일이다. 우리는 그 기회를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일을 한 것이다.'
"그들의 말이 맞아요 그들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해주었어요"
라밍이 말했다.
"음.. 난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는데?"
"아니 넌 몰라도 될 것 같아. 너와 나는 그냥 이 사람들 가이드차 가는 거니까"
픽의 말에 진이 답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너와 난 군인으로서 이들이 지구에서 안전하도록 보호하는 일을 맞게 되었단 말이야"
"뭐?"
"진의 말이 맡는 것 같군요."
픽과 진의 대화에 론이 끼어 들었다.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지구 탐사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우리 개개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하는 일이라는 소리지요. 이번 탐사는 우리는 물론 앞으로 우리의 후손들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될 테니까요."
"흠. 우리가 살던 지구를 탐사한다.."
바비가 중얼거렸다.
"재미있겠는데? 오랜만에 몸 좀 풀 수 있겠군."
진의 말에 스와르가 답한다.
"제 생각입니다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1012년이 지나 지구가 많이 변하긴 하였겠지만 그래도 지구에 별일이 있겠습니까? 그냥 시시한 탐사정도의 수준이겠지요 앞으로 어느 지역에 사람들을 거주시킬지 또는 자원 확보가 좋은 곳 등을 찾는데 재미는 좀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흠.. 그래도 난 지구에 돌아간다니 기분이 좋은걸"
바비가 무한한 우주가 펼쳐진 주위를 둘러보며 지구라도 찾으려는 듯 두리번거렸다.
"저도 정말 그래요. 아직 제가 살던 곳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어요."
라밍의 말에 모두가 잊었던 것을 생각해 낸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 세이비어들의 우주선 안에 잠들어 있는 사람들은 약 1만 여명. 그들은 모두 이곳에 모여있는 사람들처럼 지구에 있을 때 한가지 분야에 뛰어 났거나 지식인 이였던 사람들로 지구 재건의 씨앗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외에 사람들, 가깝게는 부모형제들과 친척들, 친구들, 그리고 이웃들 모두는 1012년 전 폭발과 홍수 속에 모두 죽은 것이다. 모두가 콜드슬립 기간 중에 뇌파 교육시스템을 통해서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와 지구의 상황 그리고 세이비어들에 약간의 과학지식을 습득하였다 그로 인하여 그들은 지구멸망의 아픔도 잊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잊고 있던 감정이 생각나며 그들은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 이였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 론이 입을 열었다.
"세이비어, 그렇다면 조사팀은 우리가 전부 입니까?"
대답 대신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온다.
멤버스 2.(Members 2.)
들어온 사람은 모두 여섯 명. 우선 지질학 박사인 '커크 탑퍼', 20대 후반에 성실해 보이는 얼굴, 그에 어울리는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었다. 호주 특유의 악센트를 구사하는 그는 보통체구에 약간 마른 듯해 보였지만 지질학 박사다운 느긋함과 관찰력을 지니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너무 조용해서 사람들 사이에 무쳐버리는 예가 많아 보였다. 다음은 환경공학박사 마이클 클릭, 30대 중반에 언발란스한 단발머리가 인상적 남자였다. 미국인으로 박사답지 안은 둥굴둥굴한 얼굴에 조금은 능글맞고 농담을 좋아했으며 좀 뚱뚱한 체구로 계속해서 세이비어들에게 먹을 것을 요구했으나 등치에 어울리지 않게 겁이 많았다. 그리고 나머지 네 명은 모두 군인 신분을 가지고있었다. 먼저 '스캇 권'. 통일 한국 연합군 소속으로 707 특전여단 최 정예 요원. 25살의 나이에 태권도, 합기도, 특공무술, 검도 등 합이 14단, 어렸을 적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하였던 이유로 영문 이름을 가지고 있다. 고슴도치 가시처럼 뻗은 짙은 검은색 머리가 유달리 눈에 뛰는 준수한 외모에 178cm의 훤칠한 키, 그룹에 최연소 남답게 활달하고 싹싹해서 막둥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탐사계획에 유달리 의욕이 넘쳤다. 두 번째 '칼 쥐스킨트', 독일 군 특공대 소속이며 29살의 나이, 190Cm 의 큰 키에 어깨까지 오는 금발머리를 뒤로 묵었다. 말을 연상하게 할만큼 기다란 얼굴형을 지녔지만 곧은 콧날과 각진 턱뼈 등이 어딘지 모르게 심지가 깊고 믿음직해 보이는 얼굴이다. 외모답게 성격이 다소 무뚝뚝해서 나타난 후에도 별 말이 없었다. 세 번째는 '보드 피시멘', 픽과 함께 미국 고릴라 특전요원 이였다. 31살의 나이에 180cm의 호리호리한 몸매, 그리 잘생기진 않았지만 짓궂어 보이는 마스크, 이탈리안 계의 피가 섞인 까불까불 한 성격이 타고난 바람둥이 인 듯 했어도 고릴라 특전단에서도 알아주던 각종 전투 차량(Combat Vehicle)의 조종술과 사격 및 폭파의 달인 이였다. 마지막 '로베르토 세르난데스' 로 브라질 공군여단 소속, 공중의 세르난데스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의 최고의 조종 능력을 가지고 있는 조종사이며 28살에 남미 남자의 뜨거운 혈기가 느껴지는 중키에 깔끔한 외모와 까마 짭짭한 피부를 가진 정열적인 사나이였다. 모두가 인사를 나누고서야 론이 세이비어들에게 물었다.
"팀은 12명으로 구성된 것 같군요 그렇다면 언제 출발하는 겁니까?"
'여기 너희들의 마지막 멤버이다.'
세이비어의 파장 없는 답과 함께 아무 것도 없는 듯 했던 앞쪽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윙잉.. 그리고 인영(人影)이 서서히 올라왔다. 가 여린 몸이 소녀인 듯 했다. 라밍 정도의 키에 목까지 오는 생 머리, 아직 소녀 티를 벗지 못한 젖살, 쌍꺼풀 진 눈에 연 자주 빛 입술이다. 동양과 서양의 아름다움을 두루 갖춘 마치 조각한 것 같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은 청순한 이미지의 소녀.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이 떠졌다. 빨려들어 갈 것 같다는 표현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신비로운 눈 이였다. 초록색 깊고 온화하며 초롱초롱한... 마치 깊고 깊은 바다 같은 아니 우주의 한 부분처럼 느껴졌다. 모두의 경적을 깨고 보드가 말했다.
"신이 날 버리지 않은 것 같군."
론은 주의를 주는 눈빛을 그에게 비친 후,
"저희의 탐사멤버에 동참하게 된 것을 반갑게 생각합니다."
그 초록색 우주가 론을 바라본다.
"오히려 저의 영광입니다. 저에게는 선조들의 별이었던 지구에 가게 된다는 게 너무도 기쁜 걸요." 스와르가 끼어 들었다.
"방금 선조라고 하셨습니까?"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예. 저는 여러분처럼 지구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론이 놀라워하며
"그. 그렇다면?"
"예. 전 세이비어들에 의하여 Dr. 론 당신의 이론이기도 했던 인간의 DNA 합성법에 의거하여 만들어 졌습니다."
"우∼ 세이비어들의 솜씨가 대단한걸."
세르난데스가 경탄한다.
"나의 DNA 합성법을 성공 시켰다고?"
녹색 우주가 가늘어지며
"예. 당신의 이론은 거의 완벽한 것 이였습니다. 덕분에 저도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설 수 있는 것이고요."
론의 입이 벌어진다.
"나 나의 이론이.."
스와르가 다시 끼여들었다.
"우린 아직 아가씨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습니다만."
"예. 저의 이름은 리나. '리나 세이비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 탐사기간 중에 있을 각종 통신연락 및 여러분의 카운슬러 역할을 맞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고민이나 불만, 외로움 등을 성심 것 풀어 드리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고민이나 불만?"
스캇이 보드와 세르난데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외로움까지 성심 것 풀어 준다는 군."
"그래 난 1000년 동안 너무 외로웠어."
키득키득 이때 진의 위협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이봐, 앞으로 그따위 말을 또다시 지껄이면 다시 콜드스립에 처넣어 버리겠어."
사내들은 잠잠해 졌다.
"아. 반가워요."
라밍이 리나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저도 무척 반갑습니다. Dr. 링."
"어머 제 이름을 벌써 알고 있네요?"
"예. 전 오래 전부터 이 탐사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이름뿐만 아니라 성격, 전문분야, 취미, 좋아하는 음식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지요."
"음식까지요?"
"예. 그런 건 카운셀러의 기본이라고 세이비어들이 가르쳐 주었어요."
"이거 점점 재미있어 지는군, 각양각색의 박사들 여섯에 군바리들 여섯 그리고 외계 소녀 하나라."
바비가 담배가 그리운 듯 손가락을 빨며 말했다.
"그럼 이제 멤버들이 모두 모인 듯 한데 출발은 언제 하는 겁니까?"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환경공학박사 마이클이 리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예. 이번 탐사는 다섯 달 동안의 합숙훈련, 기초 적응훈련, 우주선 운행훈련, 각종 장비 및 병기 숙달훈련, 주특기 훈련 등의 과정을 거처 내년 즉 3045년 3월에 출발할 예정입니다."
"다섯 달!! 아니 뭐가 그리도 길어? 게다가 합숙 훈련이라니 이거 무슨 군대에 온 기분인데?"
마이클이 아이처럼 투덜거린다.
"왜? 난 맘에 드는걸."
진이 흡족한 듯 말하며 팔짱을 끼었다.
"그래요. 리나 양의 말이 옳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지구는 당시의 폭발과 재난으로 지질 층이 무척 불안할 것입니다. 섶 불리 갔다가 착륙도 못해보고 황천길로 갈 수도 있습니다."
조용히 있던 지질학자 커크 탑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다섯 달은 좀 길군."
론의 혼자 말에 리나가 반응한다.
"예. 3월 달 출발은 어디까지나 예정일뿐입니다. 여러분의 훈련 성과가 좋고 향상속도가 빠르다면 준비가 되는 데로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강한 메시지가 각자의 머리 속에 전달되었다.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남은 것은 오직 너희 각자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렸을 뿐.'
모두가 메시지의 근원인 세이비어들을 올려다본다. 세이비어의 빛이 더욱 밝아진다.
'가라 인간들이여!! 가서 너희들의 행성을 재건하라!!'
찬란한 빛과 함께 메시지가 전해진다. 거부나 반항이란 것 따위의 의지가 개입될 수 없는 너무나도 강렬한 메시지이다.
'너희가 느끼는 모든 궁금증들은 모두 리나가 해결해 줄 것인즉, 의심하지 말라 그리고 잊지 마라, 너희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지구의 운명 그리고 지구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의 앞날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걸. 그 운명을 스스로 창조하라.'
윙 ∼ 하는 소리와 함께 어느새 뒷편에 문이 생겼다. 사람들이 걸어 나가기 시작한다. 모두가 나간 뒤 론만이 홀로 남아 세이비어 앞에 섰다.
'무엇인가?'
무 음의 음성이 물었다.
"물어볼 말이 있소."
'리나에게 가거라.'
"아니 당신들에게 꼭 물어야 하는 문제요."
'무엇이냐?'
무지개처럼 현란한 색을 뿜으며 광원구들의 빛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우리 인간들이 이곳에 와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지구의 재앙을 몰라서 하는 말이냐?'
"아니, 당신들이 인간들을 구해주고 1000년이라는 시간동안 보살펴준 이유를 말하는 것이요"
잠시 가볍지 않은 침묵이 흐른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임무?"
'그렇다. 우리가 알기로 너희 인간들도 지구에서 멸종의 위기에 처한 많은 동, 식물들을 보호하고 보살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세이비어의 임무가 그런 것이다.'
"그래서 멸종위기에 있는 인간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보살펴 주었다는 겁니까? 당신들은 신입니까?"
'우리는 신이 아니다 그 행동의 형태가 닮았을 뿐.'
"도대체 당신들에게 이일을 시킨 자가 누구입니까?"
빛의 색깔이 연보라색으로 바뀌며
'인간아! 그건 네가 알 필요도 없으며 우리가 말해줄 수 있는 범위 역시 아닌 것 같군 아.'
"그렇다면 당신들은 천사들이군요. 신의 명을 받아 우주생물들을 지켜주는..."
빛의 색깔이 원상태로 돌아가며 밝아진다.
'이 우주 안의 모든 이치와 원리들을 인간의 잣대로 보지 말라. 이 은하계는 넓고도 끝이 없다. 그 앞에 모든 생명체가 작은 존재 일뿐, 의심하지 말고 정의 짓지도 않으며 현실에 네가 느끼고 네가 생각한 것을 믿고 따르라. 이제 가거라.'
Chapter 2 : The Pioneer
파이오니어 호 (Star Ship Pioneer)
연료 Full 이 상무 check!!
연료보급벨브 check!!
연료주입 check!!
엔진 넘버1 가동 check!!
엔진 넘버2 가동 check!!
엔진 넘버3 가동 check!!
엔진히터 1,2,3 check!!
선체보조 안전장치 check!!
선원보조 안전장치 check!!
에어콘트롤 시스템 check!!
네비게이터 check!!
전자회로 시스템 check!!
쉽 오토 헨들링 시스템 check!!
"스타쉽 파이오니어 독아웃(Dock out) 하겠습니다."
70m에 이르는 거대한 선체가 세이비어의 마더쉽(Mother Ship) 도킹랏(Docking Lot)을 빠져 나와 드넓은 우주 한복판에 섰다.
"네비게이터 작동"
"좌표를 입력하십시오"
"좌표 데이터 입력 check!!"
"스타쉽 파이오니어 출발하겠습니다."
파이오니어호에 부착된 8개의 분사기에서 일제히 불을 뿜으며, 3045년 2월 24일 항해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