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브리즈 사용법
박천준
외출을 마치고 돌아와 방안에 들어서는 데,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난다.
두리번거리다가 무심코 고개를 숙였을 때
나는 알았다, 그 냄새가 다름 아닌
내가 입고 있던 옷에서 풍기는 냄새였음을.
나는 잠시 옷에 코를 묻었다.
옷에는 많은 냄새가 머물러있었다.
안주로 먹었던 달짝지근한 튀김냄새
그와 그녀의 담배냄새
내가 그리고 그들이 마셨던
희석주와 발효주의 냄새
네온등 불빛에 물든 주점의 왁자지껄한 냄새
자리를 파하고 그 거리를 걷던
나와 그들과 이름 모를 낯선 사람들의 숨 냄새......
그 모오든 냄새.
옷은 내가 미처 갈무리 못한 많은 것들을
냄새로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그 냄새를
맑은 공기처럼 들이키며
빠진 조각을 되맞춰 보았다.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을 지우기 위해
페브리즈 한 통을 들었다.
“페브리즈 사용법 -
의류나 섬유 전체가 촉촉할 정도로
골고루 뿌리십시오. 너무 적게 뿌려 오히려
역한 냄새가 나지 않도록 몹시 촉촉하게!!!”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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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브리즈 사용법 - 박천준님이 낭송하실 시
mi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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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2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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