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오공훈(aura508@unitel.co.kr) |
|
위노나 라이더(Winona Ryder), 에단 호크(Ethan Hawke), 벤 스틸러(Ben Stiller) 주연의 영화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가 등장한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할리우드의 통상적인 풍토에서 <청춘 스케치>는 상당히 독보적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의 으뜸가는 미덕으로 꼽히는 요소는 바로 생생한 '현실감'. 사회에 내몰리듯 막 진출한 '새내기'들의 고군분투를 <청춘 스케치>만큼 실감나면서도 달콤쌉쌀 하게 그린 영화가 과연 몇 있을까. 분명 '로맨틱 코미디'라는 대명제에 속하면서도,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펄펄 뛰는 생동감이야말로 다른 할리우드 영화와 명백히 구별되는 지점이다.
또한 <청춘 스케치>는 출연 배우의 면모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베스트 무비'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처음 개봉될 당시 <청춘 스케치>를 대표하던 스타는 단연 위노나 라이더. 당대를 풍미한 '청순미의 여신'으로서의 위노나 라이더의 명성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음을 <청춘 스케치>는 생생하게 증명한다. 일과 사랑 때문에 흔들리고 고뇌하는 그녀의 모습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2001)의 르네 젤위거(Renee Zellweger)와 더불어, 신기루와도 같은 헛된 꿈을 양산하는 스크린 속에 한 가닥 인간적 온기의 숨결을 불어넣는다(공교롭게도 르네 젤위거는 <청춘 스케치>에 단역으로 출연한다).
|
|
|
|
|
|
|
에단 호크 역시 이 영화를 통해, 그동안의 아역 배우 노릇을 탈피하고 본격적인 성인 연기자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데 성공한다. 특히 <청춘 스케치>는 이듬해 나온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감독의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와 더불어, 에단 호크에게 일종의 '고정 이미지'를 확립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즉 에단 호크가 연기하는 트로이(<청춘 스케치>)와 제시(<비포 선라이즈>)는, 예술적?철학적 감수성이 풍부하고 현실보다는 이상적인 삶을 고민하고 동경한다는 점에서 쌍둥이나 다름없다. 지적이고 예민한 에단 호크의 아우라의 출발이 바로 <청춘 스케치>인 것.
그러나 무엇보다도 <청춘 스케치>는 벤 스틸러의 영화로, 오늘날 그가 할리우드의 거물로 자리잡는데 초석이 된 작품이다. 연출과 연기를 겸한 벤 스틸러의 다재다능함은 <청춘 스케치>의 완성도와 맞물려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것. 하지만 두 번째 감독작인 <케이블 가이(The Cable Guy)>(1996)가 비평적으로나 흥행적으로 재난을 맞이함으로써 성공가도에 급제동이 걸린다. 하지만 비평적 호응을 끌어낸 <디제스터(Flirting With Disaster)>(1996)와 '화장실 코미디'의 최고 걸작이자 세계적인 흥행작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There's Something About Mary)>(1998) 등으로 벤 스틸러는 비주류적인 감성과 상업적인 감각을 적절히 조화시킬 줄 아는 드문 스타의 위치에 올랐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사운드 트랙의 측면에서도 <청춘 스케치>의 비범함은 빛을 발한다. 1990년대를 풍미한 'X세대(X-Generation)'의 송가라고 할 주옥같은 노래들이 <청춘 스케치>를 빼곡이 채우고 있다. 특히 <청춘 스케치>는 영화보다도 OST가 더욱 인기를 모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싱어 송라이터 리사 로웹(Lisa Loeb)의 소박하나 애절한 발라드 '
Stay (I Missed You)'를 필두로, 빅 마운틴(Big Mountain)의 '
Baby, I Love Your Way' 등이 차트에서 히트를 기록했다. |
|
|
|
|
|
|
이 두 히트곡에는 각각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다. 'Stay'는 영화 작업 후반부에 간신히 들어간 곡이라 한다. 리사 로웹이 에단 호크와 친분이 있었던 덕분으로, 엔딩 크레딧 송으로 채택된 것. 하지만 이러한 아슬아슬함을 상쇄하듯, 'Stay'는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OST 수록곡 중 가장 커다란 히트를 기록했다. 최근 발매된 10주년 기념 OST 음반에는 'Stay'의 어쿠스틱 버전과 신곡 '
Fools Like Me'가 수록되어 있다.
빅 마운틴의 'Baby, I Love Your Way'는 매우 특이한 수록곡이다. 영화에는 피터 프램튼(Peter Frampton)의 오리지널이 들어가 있으며, 빅 마운틴의 커버는 <청춘 스케치>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도 음반사 간 협의 실패로 피터 프램튼의 원곡이 OST에 수록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빅 마운틴의 레개 향취 물씬 풍기는 'Baby, I Love Your Way'는 '90대 스타일'을 대폭 반영하는 최신 히트곡으로 각광을 받게된다.
또한 사운드 트랙 중 낵(The Knack)의 '
My Sharona'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파워 팝(Power Pop) 장르의 최대 명곡으로 꼽히는 'My Sharona'는, 동시에 팝 역사상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반짝 히트곡(One Hit Wonder)'으로도 유명. 1979년 빌보드 차트 정상을 6주 동안 차지하며 그 해 가장 인기 있는 노래 중 하나로 각광받았다.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박력 있지만 부담 없는 연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불행히도 이 노래의 잊혀지기 힘든 매력은 낵의 커리어를 좀먹는 치명타로 작용했다. 15년이 지난 후 <청춘 스케치>와 더불어 부활한 'My Sharona'의 생명력은, <웨인즈 월드(Wayne's World)>(1992)에서의 'Bohemian Rhapsody'와 함께 독특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
|
|
|
이처럼 <청춘 스케치> OST의 탁월함은 굳이 영화와 연계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훌륭한 음반이라는 사실에 있다. 즉 음반에 참여한 뮤지션 모두, 당대의 음악을 대표하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이들이라는 점. 줄리아나 햇필드(Juliana Hatfield), 인디언스(The Indians), 월드 파티(World Party), 포지스(The Posies),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 다이노서 주니어(Dinosaur Jr.) 등은, 당대 주류 음악이었던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의 자장 안에 포함되면서도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고유한 개성을 성공적으로 표출해내고 있다. 이러한 개성은, 톡톡 튀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영화의 전체적 톤과 인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또한 록 역사에 확고한 위치를 점유한 스퀴즈(Squeeze), 뉴 오더(New Order), U2, 크라우디드 하우스(Crowded House)등의 '클래식'들은, 영화와 OST 전반에 효과적인 안정감을 가미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거칠고 불안정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얼트 록' 트랙들이 주로 트로이(에단 호크)의 테마로 즐겨 사용된 반면, 리레이나(위노나 라이더)의 심리를 묘사하는 배경 음악으로는 낵의 'My Sharona'와 스퀴즈의 '
Tempted' 등 깔끔한 '뉴 웨이브 클래식'이 활용되었다는 점. 더욱이 에단 호크가 직접 부른 '
I'm Nuthin''이나 '
Add It Up' 또한 펑크 혹은 그런지 스타일의 '내면적 분노'를 드러내는 넘버들이다. 이는 실생활에 안주하기보다는 내면의 만족을 찾아 정처 없이 떠도는 트로이와, 지극히 현실적이며 성공지향적인 리레이나의 기질 상 차이와 이로 인한 갈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수단으로 그 몫을 다 한다. *펌글 /출처:벅스뮤직
|
|
첫댓글 영화에 관해 무식해 져서 원,, 이런 영화가 있었는 줄도 모르고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