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행인(行人)
신갑현
어느 날 갑자기 무수리를 가고 싶어졌고 정처 없는 나그네처럼
차를 몰아 퇴촌면 무수리로 향하고 있었다. 올 여름의 찌는 듯한
폭염 날씨 속에 두 여인이 걸어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이는 알 수 없으나 얼굴은 익은 홍당무보다 빨갛고 이마에서는 어느새 땀방울이 맺혀 있고 양쪽 볼에서는 주르륵 주르륵 하얀육수가 흘러 내렸다.
이 길로 나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혹시 하수종말처리장 가는 쪽이 아니냐며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도 남자인지라 두여인에게 관심이 갔고 측은지심에 어디에서 왔냐며 어느곳으로
갈 것인지를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두 여인은 버스를 타고 와서 퇴촌농협에서 내려 경안생태습지공원(정지리 소재)에 구경을 하고 정지리 뚝방(제방)을 걷다가 배가 건너가기에 무심코 배를 타고 보니 무수리 쪽으로 건너게 된것이고 하수종말처리장을 구경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나는 목적지인 무수리를 가려고 차를 출발시켜 고개에 이르렀다.
이내 마음이 편치 않아 나는 기어코 차를 돌리고 말았다.
그리고 조금 전 그 여인들 앞에 차를 세우고 두여인을 태웠다.
나이를 여쭤보았다. 칠십이 넘는다는 두 여인은 연인처럼 친한
친구사이로 함께 구경도 다니고 등산도 함께하는 소꼽친구 이상
으로 다정해 보였다.
어짜피 좋은 일을 하려고 차를 돌렸고 두 여인을 태웠으니 좋은 일이나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남자의 엉뚱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두 여인을 태웠으니 한결 즐거운 마음이 들었고 버스 타는 곳까
지만 데려다 달라는 두 여인을 싣고 퇴촌농협을 데려다 주려다가
안됐다는 모성애가 아닌 부성애가 발동하기 시작했고 두 여자의
반려자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난 차를 몰아 퇴촌공설운동장 제방을 따라 들어가서 광동생태
공원입구에 차를 세우고 생태공원을 구경시켜 드리기로 마음먹
었다. 그리고 함께 데이트하는 마음으로 산책을 시작했다.
생태공원보다 전혀 적지 않은 규모에다 그곳에서 볼 수 없었
던 연꽃이며 수련, 누란수련, 흰수련, 작은 노란 애기연꽃까지
모두 보여드리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주변에 나무가 없
고 그늘진 곳이 없어 쉴 수는 없었으나 두 여인의 발걸음에 맞춰
그 넓은 생태공원 주변가지 삿삿이 구경시켜 드렸다.
멀리 떨어져 있는 능수버드나무 늘어진 팔당호 주변은 물과 조화
를 이루어 한폭의 수채화 같았고 그 주변을 두 여인과 함게 걷는
기분은 과히 싫지 않았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소리와 이따금씩 울어대는 새소리며 철새가 나는 모습까지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과히 장관을 이루었고 잠자리와 나비까지 우리를 반겼지만 역시 더워서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우린 다시 차를 타서 에어콘으로 몸과 마음을 식혔으며 이동하는
동안 주변 경치구경과 동시에 우리 광주시 이야기도 아는 데까지
들려드렸다. 남종면 분원리에 도착하면서 이곳은 붕어찜이 유명하며 봄에는 축제도 한다고 자랑도 해보고 얼굴박물관도 구경시켜드리려 들렸으나 공사중으로 대문이 굳게 닫쳐있어 우리는 곧바로 분원도자박물관으로 들어가 갖가지 도자기 구경은 물론 영상물까지 모두 보고나서 안내자의 도움으로 설명도 듣고 안내책자까지 한권씩 선물로 챙겨드렸다. 안내원은 기념엽서에 낙관도 찍어 가시라며 상냥하게 안내해주는 바람에 더욱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계영배 잔에 대하여 설명해 드렸다. 넘침을 경계하는 잔으로 상도라는 책에서 나오는 잔으로 퇴촌면 도마리에서 우명옥이라는 도공이 만든 도자기 잔으로 칠홉 이상이 넘으면 한 되나
한말을 부어도 다 없어진다는 책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해
드렸다. 우리는 그곳을 나와 금봉산을 올라가려다가 시간이 부족
할 것 같아 좋은 등산로가 있으니 다음에 한번 다녀가시라는 설
명을 해드리고 걸어 내려와 옛날 도공들의 숙소가 있던 남종면사무소 자리도 술집과 기생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분원초등학교에서 차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우리가 다음으로 간 곳은 경기도 수질대책국이 있는 옛 아리아호텔 8층 전시관이 마련된 곳으로 1973년 팔당댐을 막기 전에 마을
모습과 생태보전 물의 이용실태 등 전시관의 전시물은 물론 전광
판을 활용한 옛 모습에서 현재까지의 모습, 영상물, 나룻배는 물론 팔당호에서 서식하고 자라는 식물 등까지 구경을 마치고 나와 두여인의 마음을 업 시켜드리기 위해 서울로부터 연인들이 즐겨 찾는 드라이브 코스를 셋이서 즐기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에도 못해본 드라이브를 두분들 때문에 해본다며 함께 분원에서 귀여리, 검천리를 경유 수청리를 지나 양평 강하면을 지나 영동리를 돌아 퇴촌농협까지 드라이브는 이어졌다.
드라이브 시간 동안 봄철에 곱게 피는 벚꽃 이야기며 진달래꽃, 배꽃, 복숭아꽃이 주변과 잘 어우러져 바람부는 날에는 벚꽃이 꽃비되어 내린다는 이야기를 들려드리며 다음에 꽃피는 봄날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하루를 마쳤다.
저녁을 사준다고 하시는데 시간이 늦어 다음으로 미루고 누군지도 모르는 두여인을 위해 가시가 되어 광주시를 최대한 알렸고
뽐낼 수 있는 하루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나도 오늘하루 만큼은 광주시를 최대한 알리는 홍보대사가 아니었나 하는 기분으로 하루를 보람있고 알차게 살았다는 기쁨을
느꼈다.
첫댓글 따뜻함이 뭍어나는 글이네요~~역시 광주시 공무원 답습니다 ~~짱~~
착하고 정직한 신갑현 팀장님 . 70넘은 여인들을 가이드하느라고 수고 많으셨어요 ㅎㅎ나두 퇴직하면 친한 친구랑 여기 저기 소박하게 여행하고 싶어요 ^ ^
퇴직하니 불러주는 사람도 없고 수영과 컴퓨터,취미생활에만 전념을 다하고 있어요. 저좀 불러다 언제 이두노인처럼 구경좀
시켜주세요.
팀장님 같으 신 분만 있으면 좋겠다. 좋은일 하셨네요.. 언제 지두 한번 안내 부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