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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묘적봉(백두대간 제32소구간-1,314m : 단양/영주)
*일 시 ; 2005. 6. 26(일), 제33차(26명), 날씨(흐리다가 개이더니 오후3시 이후 장마폭우)
*코 스 : 죽령-1291봉-삼형제봉-도솔봉-1185봉-묘적봉-묘적령-사동리
(실제 오전 9시 35분 ~ 오후 3시 45분 완료 → 총 6시간 분 10분소요)
2004년 6월 13일(일) ‘올올’산악회(70명)에 편승하여 죽령-1291봉-삼형제봉-도솔봉-1185봉-묘적봉-묘적령에서 소백산옥녀봉 자연휴양림(실제 오전 10시 20분 ~ 오후 2시 35분 완료 → 총 4시간 분 15분소요)으로 하산한지 만 1년 13일만의 재회다. 기실 3개월 전인 지난 3월 27일(제20차) 산행지로 죽령마루 까지 올라섰다가 산불예방출입제한기간에 따라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의 통제로 산행장소를 오늘로 연기하고 대신 제비봉-사봉을(구담-옥순봉도 입산금지) 택했던 기억이다.
작년도 산행후기 일부 기록이다.
「 兜率峰-妙積峰.
소백산 국립공원에 속해있는 죽령 남쪽에 위치한 한적한 肉山으로 정상일대는 巖峰으로 이뤄져있고 간혹 너덜지대가 뜨인다. 조릿대, 철쭉, 진달래와 각종 수목이 울창하여 좋은 삼림형태를 이룬다. 경북 영주시와 충북 단양군을 잇는 道界로 백두대간 마루금의 하나다.
묘적봉!
불교 우주관의 하나인 天인 <도솔천>은 미륵보살이 머무르고 있는 天上의 淨土로 범어 튜스타(Tusitia)의 음역이다. 의역하면 知足天이라고 한다. 도솔천은 內, 外 두개 院으로 구분한다. 外院은 天衆이 즐기는 환락의 장소이고, 內院은 미륵보살의 정토로 미륵보살이 석가의 교화를 받지 못한 중생을 위해 설법하는 성불을 기다리는 곳이다. 우리 나라와 중국에선 미륵불이 도솔천에 내려와 龍華會上에서 설법하는 자리에 참여하게 되기를 발하는 미륵신앙이 정치․사회적 혼란기 때마다 민중들의 관심을 크게 받았다.
백제 무왕이 세운 익산의 미륵사나 도솔암, 지족암, 내원암 등 명칭의 암자는 도솔천과 내원궁을 상징하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도솔천의 무게를 알 수 있다. 그런 의미를 간직한 도솔봉을 밟는 행운을 현재에서 음미해 보자.」
경부-영동-중부내륙 고속도로 감곡IC를 나와 38번 국도를 통해 박달재를 넘었다.
제천IC에서 중앙고속도로에 진입, 대강면 단양IC에서 5번 국도를 만나 좌회전, 구절양장의 舊 국도를 타고 올라가는 죽령오르막은 언제라도 운치가 있어서 좋다. 옛 생각은 항상 여유를 주어 아름답고 흐뭇하다.
오전 9시 30분.
해발 696m인 죽령마루턱에 올라섰다. 도솔봉은 해발 1,314m이지만 들머리인 죽령은 정상과의 표고차이가 600여m다. 마루에서 영주방향으로 약 100m 내려간 우측에 안내판과 매표소가 자리한 지점이 들머리다. 매표원이 손님을 만난 매표원의 눈길이 부산하다. 기껏 26명뿐인데 입장객 하나라도 손에 쥔 계수기에서 놓일세라 눈과 손이 일심동체가 되어 능숙한 손놀림이다.
<도솔봉 6.0Km, 주정골 2.0Km, 사동리 9.2Km>
입구 좌측 깊숙한 내리막은 죽령의 옛길 코스다.
대관령 옛길과 같은 한적하고 감회 어린 길이다. 매표소를 막 지나면 이내 무성한 이깔나무 숲이 하늘을 가려 여름을 차단한다. 죽령에서 반대편 소백산 천문대-소백산 주봉 비로봉에 오를 때까지 머리가 벗겨질 정도로 거의 나무그늘이 없이 하늘이 열려 사막 코스다.
무성한 녹음이 가린 숲길은 기온과 관계없이 서늘한 편이다. 물안개가 자욱한 대간은 폭풍전야처럼 장마를 앞둔 높은 습도로 후덥지근하다. 게다가 등반의 열기까지 가세해 전신은 이미 물텀벙이다.
아침 안내를 통해 참여회원들에게 알렸지만 오늘 새벽 간식(떡)과 음료수는 김자연씨가 제공했다. 어린애 머리통만한 크기의 떡 하나가 새벽을 뜨겁게 열어준 셈이다. 정재근 감사-최영복이사님 두 분은 개인 사정상 불참했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예약 없이 참여한 김병찬씨 일행 6명(주부회원 4명)이 좌석을 메웠다. 특히 김영주-왕영주씨는 보름 전 중왕산에 이은 참여다.
9시 38분.
무덤 1기가 있는 지점을 지났다.
터리풀-거북꼬리 군락지대-뱀무-자주꽃 창포-꿀풀자주싸리꽃-기린초와 곤충을 유인하가 위해 잎새 일부가 흰색으로 변한 개다래가 돋보인다. 능선 바닥엔 묻혀있는 군용 통신이 간혹 지표에 노출되어 있고, 군사용 참호가 뜨인다. 자주색 쥐오줌풀 꽃도 이미 늙어 모두 흰색으로 변한 지금이다. 숨찬 오르막이다.
9시 58분.
트럭 폐타이어로 기단을 만든 헬기장에 올랐다.
잠시 하늘이 열렸지만 사방은 완숙한 여름 숲으로 관망불능이다.
다시 숲속으로 빨려들었다. 네 잎 갈퀴나물이 지천이다. 간혹 꼭두서니 자리도 있다. 숲 사이를 통해 언뜻 보이는 하늘은 제 색깔로 변해있었다. 오늘 기후는 변화무쌍하다는 판단이다.
10시 1분.
작은 쉼터에 섰다.
둥굴레가 제철이다. 이어 능선 좌측아래 20m 지점에 자리한 샘터가 보이는 곳이다.
숲의 백두대간의 속살을 헤집고 파고든 여름햇살이 능선에 내린다.
<죽령 1.3Km, 도솔봉 4.7Km>
가벼운 수평능선이 이내 끝나고 급박한 오르막능선이다. 자작나무 두 그루가 예전 그대로다.
산머루와 개머루, 다래나무를 아우른 잡목림 지대다.
오전 10시 10분.
<소북 11-15, 119 신고지점, 해발 970m>
산딸기나무-장딸기-멍석딸기나무가 길섶에 즐비하다.
산죽 군락지대다.
완경사 능선에 철쭉잎이 무성하다. 혹자는 소백산 철쭉보다 이곳 도솔봉 철쭉이 더 현란하다는 평이다. 다시 경사가 급한 오르막이다. 육산 능선은 이렇게 심심하지 않게 가벼운 굴곡이 있어 덜 무료하다.
오전 10시 13분.
바튼 오르막 끝 헬기장에 오르자마자 갑자기 開天이다.
뜨거운 햇살이 정수리에 꽂힌다. 헬기장 바닥은 꿀풀이 지천이다. 하지가 지나면 말라버린다고 하여 한방에선 夏苦草라 불린다. 이제 꿀풀도 몇 개 남지 않은 꽃과 함께 제철을 잃어가고 있다. 산 냄새가 물씬하다. 특히 당귀냄새가 머리를 후비도록 짙디짙다. 능선 바닥엔 검게 농익은 오디열매가 玉碎한 군국주의 병사들 시신처럼 산만하게 흩어져 있다.
10시 17분.
헬기장이나 군용시설로 이용한 3~4평 너비의 평평한 시멘트 바닥이다.
그 옆에는 보병 51사단명의로 마련했다는 장교와 사병 이름을 새긴 명렬판이 바닥에 깔려있다. 과거에 사용했던 흩어진 군용시설 일부의 흔적이다. 꼬리수영 군락지에는 그 꽃망울이 3~4일 이내로 돋아 오를 기세다. 수평과 오르막 능선의 반복이다. 산죽이 열병하듯 이어져갔다. 고습도인 오늘의 숲은 후덥지근하고 사람의 땀내가 숲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천상 아프리카 스텝지역의 치타를 닮은 주행을 할 수 밖에 없다. 300m 정도 오르고 1분씩 숨을 고르며 혈압과 호흡을 조절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10시 22분.
<소북 11-14, 해발 1,100m>
선두그룹과 쉬는 동안 중간그룹에 끼어 일행들을 대동하고 막 올라선 김병찬씨 손에 초롱꽃 두 개가 핀 한 송이가 들려있다. 누군가 뿌리 채 뽑아놓고 버렸다는 초롱꽃송이를 주어 와서 여러 회원들이 보는 가운데 길섶 부엽토 아래에 심었다. 오늘 오후부터 장마에 접어든다는 예보가 있으니 녀석의 생존은 보장한 셈이다.
5분 동안 후미가 닿기를 기다렸다.
수평능선 산죽군집지대다. 이제 새 잎을 피운 곳도 눈에 뜨인다. 오르막 능선마다 하늘말나리-풀솜대와 단풍나무 열매와 유사한 날개형의 고추나물 열매가 여러 그루 보인다. 막 치고 올라가는 작은 바위벽에 바위떡풀이 갯바위에 (따개비) 같이 촘촘하게 붙어있다. 개회향 독립 개체가 몇 송이가 반갑다. 山竹이 늘어선 대간 능선길의 대단한 군락지대다. 산죽 잎 끝이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 그런 철인가보다. 좌측 산록 아래로 풍기시가지가 물안개에 덮여있다.
10시 50분.
<소북 11-12, 해발 1,220m>
다목적표지목을 지난다.
10분 후에 닿은 오르막을 막 치고 올라선 1291봉 삼거리 분기점이다.
멀리 삼형제봉이 숲 사이로 시립하고 있다.
<죽령 3.3Km, 도솔봉 2.7Km>
서쪽 우측이 흰봉산으로 향하는 능선이다. 유연한 곡선의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이다.
행보는 좌측 능선을 타고 깊은 벼랑바위 아래로 떨어진다.
길목에 바닥표지를 깔아두고 좌측 안부에서 후미를 기다렸다.
김병찬씨 일행 신참주부 3명 중 정금숙씨가 다소 버겁게 보였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하는 본격적인 능선이다.
급박하게 떨어지던 격정의 능선은 다시 조용한 수평능선으로 바뀐다.
오전 11시 14분.
<소북 11-11, 해발 1,230m>
급박하게 떨어지던 능선의 숲 사이로 삼형제봉이 병풍처럼 다가든다. 장마철 산바람이 부는 능선은 화평하다. 다시 작은 오르막이다. 조금 뒤에 처진 김병찬씨가 동요를 불러대는 능선은 어느새 내리막이다. 삼형제봉우리를 우측으로 迂廻하는 지점이다.
11시 23분.
쉼터 안부다.
<소북 11-10, 1,260m>
평화가 깨지기 힘든 조용한 수평능선을 지나 얕은 오르막을 만났다.
11시 30분.
삼형제봉에서 직접 내려오는 능선과 우회능선이 만나는 지점이다.
<죽령 4.3Km, 도솔봉 1.7Km 죽령 4.3Km>
작은 암봉인 삼형제봉(1,286m)쪽에 일단의 산꾼들이 모여 있다.
잠시 후 만난 암반전망대다.
도솔봉 정상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맞은 시원한 산바람이지만 동서를 가르는 물안개가 대조적이다.
능선 서쪽은 수해가 선명하지만 동쪽 산록은 운무로 덮인 채다.
왔던 길을 뒤돌아 봤다. 백두대간 북쪽 방면 죽령에서 국립천문대-연화봉-비로봉을 가르는 백두대간 登路도 석연치 않다. 판목계단 디딤마다 폐타이어를 끈으로 잘라 입힌 급 내리막 계단이다.
11시 35분.
<소북 11-09, 해발 1150m>
새로운 오르막과 수평능선의 반복이다.
피라미드를 닮은 도솔봉 정상이 동공에 가득하다. 어찌 보면 투구와 흡사하다.
능선은 리드미컬하게 이어간다.
12시 13분.
도솔봉 암봉을 숨 가쁘게 올랐다. 구슬땀이 능선에 축축하게 떨어진다.
<백두대간 도솔봉(1,314.2m)>
<도솔봉 1,314m, 단양군 대강면, 묘적봉 2.5Km, 죽령 4.7Km>
도솔봉 정상석, 삼각점, 백두대간 도솔봉 동판, 케언이 자리한 3~4평 정도에 불과한 공터는 너무나 눈에 익숙하다. 뜨거운 햇볕이 사정없이 내려쬔다. 정상을 밟는 몇 사람의 정상 기념사진을 찍고 동쪽 50m 아래 숲이 가린 쉼터에 일행들은 약속처럼 모였다.
<묘적봉 1,9Km, 사동리 3,2Km>
이곳에서 체력이 따르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동리 방향 갈래골로 직접 내려가도 된다. 일행들 모두 묘적봉을 돌아 사동리로 내려가기로 작정했다. 준비한 행동식과 특식을 꺼내들고 나눠먹는 시간이다. 홍영미씨가 준비한 도토리묵이 일미다. 제각기 꺼내는 음식물에는 플러스알파로 배려감이란 조미료가 더 얹어진 그 맛을 무엇과 비교가 되랴.
갑자기 마산산악회회원을 찾는 고함과 함께 일련의 산꾼들이 우리에게 다그친다. 회원 한사람이 위태롭다는 전언이다. 전언 그대로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고 어려운 형편으로 판단됐다. 사유야 어떻든 오버페이스가 빚은 결과일성 싶지만 의료전문가가 아닌 이상 속수무책이다. 김병찬-김영주씨가 잠시 올라갔었지만 이내 되돌아 왔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모양이다.
12시 45분.
일행들에게 현장을 떠나 묘적령으로 이동하기를 권고했다.
잠시 후 만난 정상 동편 헬기장 너른 공터엔 제2의 도솔봉 정상임을 표시한 정상석이 세워있다.
시원한 산바람이 세상을 아우르듯 대간 능선을 안고 흐른다.
<묘적봉 1.9Km, 사동리 3.2Km>
도솔봉에서 바라본 북쪽의 1291봉-죽령-소백산, 남쪽의 묘적봉의 호방하고 리드미컬한 주능선 대간의 곡선은 동서가 다르다. 동쪽은 물안개로 시야를 가리고 서편은 상대적으로 완연한 여름 수해다. 풍기방면의 조망을 빼앗긴 반쪽짜리능선이지만 일대장관이다. 서쪽의 올산-황정산-수리봉-석화봉과, 바로 이웃한 도락산-덕절산-두악신 일대가 한 눈에 찬다.
암릉지대 전망대를 지나 급경사 판목계단을 내려서는 깊숙한 내리막이다.
얼마 후 두 번째로 떨어지는 판목계단이다. 계단이 없었던 1990년대 말까지 산행 중 이곳을 통과할 때면 꽤나 많은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새롭다. 경사 급한 계단 아래로 돌양지꽃과 꿩의다리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묘적봉을 향한 주행이다. 수평능선을 가르면 오르내리는 능선이다.
행보 도중 지난 6월 총회에 참석하지 못했던 양경태대장님과 저간의 사안을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기실 지난 용소골 산행 때 전달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기타 일상적인 얘기와 주변인들의 최근동향을 들었다. 묘적봉을 향한 남쪽 주능선은 여인의 고운 피부처럼 부드럽고 날렵하다.
오후 1시 25분.
<묘적봉(1,148m)>
한 평 반 넓이나 될까 말까한 묘적봉은 정상은 사방이 숲으로 이뤄져 바람 한 점 맞을 수 없는 답답한 지점이다. 먼저 당도한 정영복-김영선 등 젊은 회원이 얼른 이동하자는 제의다.
백두대간임을 표시한 동판 표시가 바닥 바위 위에 붙어있고 그 뒤에 작은 돌탑이 있다. 여러 개의 리본이 산바람의 방향을 알려준다. 아직은 덜 여문 꼬리수영 군집과 둥굴레, 단풍취군락지대를 지났다. 이 지점도 무성한 철쭉지대다.
멀리 서편의 단양시가지가 이내에 묻혀있다. 그동안 날씨는 잔뜩 흐려졌다.
오후 1시 45분.
묘적령 안부에 선두가 멎었다.
우측이 바로 사동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묘적령이라는 이정표는 이 지점에서 남쪽으로 약 150m 정도 대간을 타고 얕은 경사를 올라가면 묘적령 표시와 이정표가 나온다. 묘적령 표지를 세운 지점은 이해할 수 없다.
<모래재 1,95Km, 모시골 정상 1.7Km>
그 지점에 세워진 이정표목이다.
묘적령 안부 바닥에는 질경이가 무성하다. 질경이가 선택한 생존방법은 몸서리치도록 처절하다.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이나 지리산, 그리고 설악산 정상에도 그 생존력을 과시하는 질경이는 고달픈 서민들이 겪는 삶의 단면과 흡사하다. 그래서 친근감이 앞서고 어디에서 만나건 반갑다. 산더덕을 캐느라 잠시 늦어진 김영주씨 일행 등 후미와 합류해 묘적령을 떠나 사동리로 내려선 시각은 2시 5분이었다.
고개에서 갈래골 방향 계곡으로 떨어지는 지대는 항상 급박한 내림이다.
고추나물,터리풀-연잎꿩의 다리가 보이는 계곡은 소폭의 계류를 보이더니 하류로 내려갈수록 그 폭이 넓어지고 계류소리마저 커진다. 서늘한 계곡바람은 자칫 습기로 젖은 바위나 자갈을 밟으며 가지는 긴장감을 씻어준다.
오후 2시 20분.
임도에 내렸다.
임도를 정면으로 가로 지르는 지점에 리본이 무수하게 달려있다. 정서쪽 계곡으로 빨려들었다. 계곡을 끼고 만발한 수국집단 서식지대다. 외롭게 피어있는 천남성 한 그루를 디카에 넣었다. 개다래, 쥐다래, 물억새, 오디나무 등 농익은 밀림지대다. 행보가 일천한 정금숙씨가 넘어져 무릎부위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일행들에게 염려를 놓으라는 그네의 배려가 따사했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하산이 더 어렵고 힘들다.
계곡의 V자 암반을 타고 흐르는 옥류를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장이 서늘하다.
계류소리는 더욱 요란하다.
물레나물, 꼬리수영, 뱀무, 기린초가 만발한 계곡은 계류의 흐름만큼이나 시원하다.
오후 3시 7분.
두 번 째 임도를 만났다.
적당한 계곡의 지점마다 배낭을 내리고 땀털이하는 회원들이 눈에 뜨인다.
5분 후에 만난 시멘트 다리 아래로 내려가 옥류에 머리를 담았다.
땀씻이 시간이다.
팬티를 걸친 채 옥류에 온 몸을 담은 현재의 세상은 손바닥 안에 머물러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 속으로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흐르는 물에 발을 맡기니 탁족지유라. 풍진을 떠난 은둔·고답에다, 간·콩팥·위와 관련된 경혈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단다.
맑으면 갓끈 씻고 흐리면 발을 씻는다니, 물 스스로가 그런 사태를 빚은 것이요,
사람도 자신을 욕되게 한 뒤에야 남이 그를 모욕하니...” (맹자)
“나물 먹고 배불러서 손으로 배를 문지르고 얇은 오사모(烏紗帽)를 뒤로 제겨 쓰고, 용죽장(龍竹杖) 손에 집고 돌 위에 앉아서 두 다리 드러내어 발을 담근다. 그 시원한 물을 입에 머금고 쭉 뿜어내면 불같은 더위가 저만치 도망을 가고 먼지 묻은 갓끈도 씻어낸다. 휘파람 불며 돌아와 시냇바람 설렁설렁하면 여덟 자 대자리에 나무베개를 베고 눕는다…”
(고려 때 청빈낙도의 시인 이인로(李仁老)의 ‘탁족부(濯足賦)’)
“아가씨! 내 더위 사시오!
이른 더위, 늦더위, 늙은 더위, 오뉴월 복더위에 정든 님 만나 달 밝은 밤에 평상에서 친친 감겨 사랑씨름을 하다가 오장육부가 다 뜨거워지고 구슬땀 흘리면서 어이구 목말라라 헐떡이던 그런 더위를 사시오!
동짓달 긴긴 밤에 고운 님과 더불어서 따스한 아랫목 뜨거운 이불 속에 두 몸이 한 몸 되어 수족이 저리고 목구멍이 헉헉 타오를 적에 윗목의 찬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그런 더위를 사시오!“(속가(俗歌)인 ‘더위 타령’)
마지막 것은 도색적이고 포르노성 더위에 대한 그런 피서다.
올 여름은 예년보다 덥고 불쾌지수도 높으리라는 기상청 예보다. 선인들이 즐겼던 한 차원 높은 이런 심리피서법도 생각해 볼 일이다. 옥류에 씻긴 전신엔 이미 헬기처럼 프로펠러가 달려있다.
임도 중간에 차량출입을 제한하는 차단기가 가로놓여있다.
간헐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통제소 박스가 보이는 지점엔 등산안내 입간판과 각종 안내문이 서있다.
도솔봉에서 직접 내려오는 갈래골 계곡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일부 산꾼들이 도솔봉에서 줄지어 내려오고 있다. 송원동씨가 충남고교 동창생 모임과 개인적으로 빈번한 만남이 있다는 직장동료인 신동성선생님에 대한 얘기를 놓았다. 세상은 그리 넓은 게 아니다. 모두가 부처님 손금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히죽거렸다.
오후 3시 45분.
사동유원지 매표소(성인 1,000원)를 지났다. 시멘트 포장길이다.
길가 농가 울타리에 만발한 환한 백합꽃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밝은 미소다.
몇 컷 담았다. 1시 방향 마을 안쪽에 만개한 밤꽃이 한 여름을 대신하고 있다.
하늘은 이제 가랑비로 발전했다. 등산 전 기원했던 하산 할 무렵이면 장마가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사동리서낭당과 사동리 경로당을 통과한 시각은 3시 48분이었다.
1분 후 사동리 주차장에 닿았다.
동시에 도솔봉에서 혼절했던 마산안악회원 남자(55세 지방공무원)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헬기도 뜨지 못한 상황에서 차츰 굵은 장맛비로 발전하는 이 시각 시체 옆에서 지키고 있을 산악회 회원들이 찌릿하게 살점을 찌른다. 먼저 하산해 그들의 대절버스 주변에서 암담한 표정을 짓는 마산산악회원들이 이 시간 이후 겪게 될 낭패함과 절망감, 그리고 어찌할 바 모르고 부심하며 난감한 심사의 그들을 생각하는 우리 일행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인지상정의 감정보다 짙은 동류감이다.
사망원이이야 어떻든 미륵보살이 머무르는 <도솔천>에서 가신 이름 모를 그의 영혼이 천도(薦度)되기를 빌었다. 天上의 淨土로 범어 듀스타(Tusitia)의 음역이인 도솔천을 의역하면 知足天이라고 한다. 하늘을 충분하게 알고 떠난 님이라면 더 없는 영광이리라.
Death, Be Not Proud (John Donne)
Death, be not proud, though some have called thee
Mighty and dreadful, for thou art not so;
For those whom thou think’st thou dost overthrow
Die not, poor Death, nor yet canst thou kill me….
Thou art slave to fate, chance, kings and desperate men,
And dost with poison, war and sickness dwell,
And poppy or charms can make us sleep as well
And better than thy stroke; why swell’st thou then ?
One short sleep past, we wake eternally,
And death shall be no more; Death, thou shalt die.
죽음이여 뽐내지 말라. 존 던(1572-1631)
죽음이여 뽐내지 말라, 어떤 이들은 너를 일컬어
무척이나 힘세고 무섭다지만, 넌 그렇지 않다.
불쌍한 죽음아, 네가 해치워 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죽는 게 아니고, 넌 나도 죽일 수 없다(….)
너는 운명, 우연, 제왕들, 그리고 절망한 자들의 노예.
그리고 독약과 전쟁과 질병과 함께 산다.
아편이나 주문도 우리를 잠들게 할 수 있다.
너의 일격보다 더 편하게. 한데 왜 잘난 척 하느냐?
짧은 한잠 지나면, 우리는 영원히 깨어난다.
그리고 더 이상 죽음은 없다. 죽음이여, 네가 죽으리라.
오후 4시 5분.
후미 일행 모두가 산행을 마치고 버스에 올랐다.
죽령을 출발, 1291봉-(20분)-삼형제봉-(1시간 30분)-도솔봉-(30분)-1185봉-(20분)-묘적봉-(30분)-묘적령-(50분)-갈래골을 거쳐 사동리로 하산하는 12Km거리에 6시간 10분이 소요됐다.
식당은 이지점에서 5분 거리다.
대강면 덕촌리 그린가든(최종해 043-421-1348)으로 이동이다. 이미 장대같이 쏟아지는 장맛비로 변한 지금이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마이크를 잡고 무사한 우리들의 산행을 자축하고, 흥겨운 식사시간을 갖자는 제의에 모두가 일체감을 보였다.
그린식당의 식탁은 예상보다 풍성하고 흥청했다. (4시 10~4시 50분)
버스 기사 몫이라며 별도로 준비한 염소전골탕을 조금씩 맛보는 기회도 있었다.
회원 모두의 화사한 표정이 곱다.
밖은 이미 호우로 변해 귀로가 다소 어렵지 않을까 염려다.
오후 4시 55분.
그린식당을 떠났다. 억수비로 고속도로 일부구간이 침수됐다는 소식이다.
고속도로는 예상처럼 구간구간 지, 정체의 반복이다.
평소대로 잠실에서 내린 송원동씨, 반포대교에서 호우를 비집고 내린 오이사님 내외분이 걱정이다. 택시를 잡기 힘든 지점이기 때문이다. 당산역에서, 그리고 도시가스와 보건소 앞에서, 하이웨이주유소와 88체육관 앞에서 내린 회원 모두의 수난이다.
밤 8시 20분.
발산역 有蓋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억수로 쏟아 내리는 밤비는 철없는 어린아이 생떼처럼 잠시라도 그칠 줄 모른다.
오늘이 다하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멎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2005년, 서울 여름, 성난 밤은 이렇게 질주하고 있다.
*교통 :
①열차[서울~단양-풍기간 청량리 驛에서 1일 10회 운행]
②고속버스[서울터미널~영주간 1일 4회 운행, 영주~풍기간 시내버스 수시 운행]
일반직행버스[원주-제천-新단양 경유, 50분 간격운행]
③승용차[영동고속도로-南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新단양이나 풍기 IC 이용]
*숙박 :
-단양읍[ 단양관광호텔(-423-7070), 다리안 쉼터(-422-7100),
라크장여관(-422-1742), 단양여관(422-2518)]
-천동동굴[소백산 유스호스텔 (421-5555), 다리안산장 (433-8244),
다리안 펜션 043-421-3700)]
-영주~풍기[소백산관광호텔(054-634-7800),풍기호텔(637-8800),순흥여관(633-2124)]
-어의곡리[비로봉식당 ; 민박, 각종 산채찌개백반, 토종닭백숙]
-구인사 방면[백문장 여관 043-423-7259]
*맛집 :
-영주[소백산 생고기식당(054-632-8764), 풍기삼계탕(-631-4900)]
-풍기[서부냉면(054-636-2547), 죽령주막(054-638-6151)]
-순흥[순흥전통묵집(054-634-4614), 소삼식당(054-633-2360),
서부불고기(054-636-8700), 부석사종점식당(-633-3606),
-부석[부석사식당(054-633-3317), 부석사 종점식당(054-633-3606)]
-단양읍[수원갈비(043-423-2233), 장다리식당(-423-6660), 동원횟집(-422-3457),
장다리식당(043-423-3960), 대교횟집(-422-6500), 朴쏘가리횟집(-421-8825)]
-대강면 덕촌리 그린가든(최종해 043-421-1348)
*기타 :
-동굴[ 고수동굴, 천동동굴(043-423-8820) , 노동동굴]
-단양 유황온천, 단양선사 유적지.
-단양 5일장[1․6장, 마늘 고추채소 수박 등 농산물]
-부석사(054-633-3464)
# 새벽 간식(떡과 음료수)을 제공하신 김자연 회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항심이 있으면 누구라도 축복을 받을 일입니다.
모두 다음 산행을 기다림니다.